第四十三章 엄청난 실수
석청은 이때 엇, 하는 소리를 지르더니 한숨을 쉬었다.
『상선벌악의 사자들이 이미 왔었군요. 저희들이 말을 쉬지 않고 달려왔는데도 한걸음 늦고 말았군요…』
그리고 그는 잠시 여유를 두었다고 똑바로 천허를 바라보며 다시 입을 열고 물었다.
『그게 언제의 일이었지요? 사형께서는… 어떻게 대응할 작정이신지요?』
천허는 심신이 불안정하여 일시 미처 대답을 하지 못했다. 이때 그의 옆에 앉아 있던 중년의 한 도사가 입을 열었다.
『그것은 사흘 전의 일일세. 장문사형께서는 대인대의(大仁大義)를 내세워 혼자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하시면서 동짓날 협객도로 찾아가서 팥죽을 먹겠다고 약속을 했다네.』
석청은 두 조각의 동패를 보고 또한 상청관 안의 여러 사람들이 무사한 것을 확인하게 되었을 때에 이미 일이 그렇게 되었으리라는 것은 예측하고 있었던 터였다.
그러나 그는 즉시 벌떡 몸을 일으키더니 천허에게 깊숙이 허리를 굽혀 읍을 하더니 입을 열었다.
『사형께서는 홀로 그 무거운 짐을 지시어 상청관의 모든 사람들의 편안함을 도모코자한 데 대해서 소제는 지극히 고맙게 생각하는 한편 부끄럽게 여기는 바입니다…』
그리고 그는 허리를 펴고서는 다시 입을 열었다.
『지금 먼저 고맙다는 인사말을 드리는 바입니다만 이 소제가 부탁할 일이 있는데 사형께서는 양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천허 도인은 미소를 하고 반례를 했다.
『천하의 모든 사물(事物)들은 지금에 있어서 이 우형에게는 모두다 뜬구름과 같네. 아우님께서 분부할 일이 있다면 이 우형이 모두 받들도록 하겠네.』
석청은 다짐을 받으려는 듯 입을 열고 물었다.
『그렇다면 사형께서는 응낙을 하신 건가요?』
천허 도인은 고개를 한 번 가볍게 끄덕여 보였다.
『물론 응낙을 하는 바일세. 그러나 아우님이 어떤 분부를 할지 모르겠군.』
석청은 갑자기 단호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사형, 당돌한 말씀 같지만 상청관의 장문직을 저희 내외에게 맡겨주십시오.』
갑작스런 요구에 주위에 있던 도사들은 안색이 변했다.
천허는 잠시 고려해보는 눈치며 좀처럼 대답을 하지 않았다.
석청은 재차 입을 열었다.
『소제 내외가 본문의 장문인이 되어 협객도로 동지팥죽을 먹으러 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천허는 껄껄 소리 내어 웃었다.
『하하하…』
그는 비록 웃고 있었지만 두 눈에는 눈물이 글썽였다.
『아우님의 말씀은 고마우나 이 우형(愚兄)이 상청관의 장문인이 된지도 어언 십여 년, 강호에서 천허가 장문인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없네……』
이어 그는 고개를 쳐들고 다시 말을 이었다.
『위험에 부딪쳐 뒤로 물러선다면 장래 강호에서 뭐라고들 하겠나?』
거기까지 말한 그는 석청의 손을 잡으며 다시 말을 이었다.
『물론 자네는 나이 훨씬 젊고 또 속가(俗家) 제자지만 이 우형과의 교분이 유난히 돈독하고 무공 또한 본파에서 으뜸이라 평소 이 우형이 탄복해마지 않던 바일세. 동지팥죽 사건이 아니면 진정 기꺼이 장문직을 양보하겠지만 오늘의 판이해진 형세로 보아 이 우형이 결코 양보할 수 없는 노릇이라고 생각하네. 하하하…』
그 웃음소리는 매우 처량했다.
석파천은 동지팥죽을 먹는 것이 무슨 일일까 하는 의아심이 일었다.
지난 번 철차회의 무리들과 대면하게 되었을 때도 장삼이 말한 것을 들은 적이 있었던 것이다.
동시에 그는 노도사가 동지팥죽을 들먹일 때 안색이 변하는 것으로 미루어 혹시 극독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이때 천허 도인은 다시 입을 열었다.
『이 우형이 하룻밤 사이에 머리가 성성한 백발로 변하게 된 것은 결코 삶을 탐하고 죽음을 두려워해서가 아닐세. 내 나이 이미 육십 둘이니 금년에 죽는다고 하더라도 제 수명대로 산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네. 다만 내가 되풀이해서 생각을 해본 것은 어떻게 해야 만이 이와 같이 무림에 십년마다 한 번씩 나타나는 커다란 액겁을 제거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과 어떻게 해야 만이 본파의 위엄을 땅에 떨어뜨리지 않고 유지해 나갈 수 있을까 하는 점일세. 이것이야말로 진정으로 어려운 일이 아니겠나. 과거 삼십년 동안 협객도에서는 이미 네 번이나 동지팥죽의 모임을 가졌었네. 각문 각파와 각방 각회(各幇各會)에서 초대에 응해 그 모임에 참가했던 영웅호걸들은 하나도 돌아온 사람이 없네. 우형이 죽는다는 것은 조금도 애석할 것이 없는 일이고 하니 이 사후의 대책을 어떻게 마무리 하느냐에 대해서 우리들은 적절한 방법을 생각해내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네.』
석청 역시 껄껄 웃으면서 앞에 놓인 술잔을 들어 단숨에 술잔을 비우고서는 입을 열었다.
『하하하, 사형. 저희 부부가 우리의 능력을 가늠해보지 않고 사형에게 자리를 양보하라 한 것은 결코 사형을 대신해서 두 목숨을 바치자는 것이 아니고 그 곳으로 가서 어떻게 된 사연인가를 알아보자는 것이지요. 어쩌면 하늘이 보호하시어 그 가운데의 진상을 알아낼 수 있을지도 모르지 않겠소이까? 비록 무림을 위해서 그와 같은 커다란 해를 제거할 능력이 있다고 할 수 없지만 그 가운데의 비밀을 밝혀내게 된다면 천하의 무림에 몸을 담고 있는 사람들은 자리를 함께 해서 대책을 강구하고 힘을 모으게 될 것이 아니겠소이까? 설마하니 진정으로 중원의 무림 전체가 한 덩어리가 되는데도 협객도의 그 몇 명 되지 않는 사람들을 이겨내지 못하겠습니까?』
천허 도인은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으며 입을 열었다.
『이 우형은 저쪽 사람들의 기를 돋우어주고 아우님을 얕보아서 하는 말이 아니라 소림사의 묘체 방장(妙諦方丈), 무당파의 우다 도장(愚茶道長), 청성파(靑城派)의 청공도인(淸空道人) 등과 같은 고수들도 한 번 떠난 이후 다시 되돌아오지 못했네. 아우님의 무공이 고강하다지만 궁극적으로… 궁극적으로는 아직까지 결코 묘체 방장이나 우다 도장과 같은 선배고인들에 비할 수가 없지 않겠는가.』
석청은 정중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그 점에 대해서 소제도 자기 자신을 헤아리는 바가 있습니다. 그러나 일의 성공은 반 정도는 재간에 의지해야 하지만 반 정도는 운에 의지해야 한다고 봅니다. 커다란 해를 주멸(誅滅)한다는 것은 물론 그럴 만한 재간이 없다고 보겠으나 방법을 강구해서 약간의 비밀을 캐어낸다는 것은 생각을 해 볼 적에 전혀 가망이 없다고는 볼 수가 없지요.』
천허 도인은 여전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상청관의 장문은 백 년 동안 언제나 도류(道流) 쪽에서 집장(執掌)해 왔네. 이 우형이 죽은 이후에는 충허(沖虛)사제로 하여금 뒤를 잇도록 한다는 방침을 이미 정해놓고 있다네. 그러니 차후로도 아우님의 두 내외는 전력을 다해서 본파가 쇠퇴하여 이 무림에서 종적을 감추는 일이 없도록 도와준다면 이 우형으로서는 그야 말로 이루 말할 수 없이 고맙겠네.』
석청은 거듭 되풀이해서 요구했으나 천허 도인은 끝내 허락하지 않았다.
여러 사람들은 술잔을 놓고 술을 마시지 않고 있었으며 또한 안주를 먹을 것도 잊고 있었다.
석파천은 이때 한 조각의 닭고기를 가만히 찢어서는 입안으로 쑤셔 넣었다. 그러나 씹게 된다면 쩝쩝거리는 씹는 소리가 나게 될까봐 그만 꿀꺽 삼켰다. 그러나 그의 한 쌍의 눈동자는 여전히 틈바구니를 통해서 아래쪽을 열심히 몰래 살펴보고 있었다.
이 무렵 석 부인 민유는 남편과 천허 도인이 이러쿵저러쿵 따지는데 대해 아무런 의견이 없는지 끼어들지 않았다. 그러나 천천히 손을 뻗더니 두 조각의 동패를 집어 들고 한 번 살펴보더니 그대로 자기의 품속으로 집어넣으려고 했다.
천허 도인은 나직이 말했다.
『사매, 이리 내놓게나.』
민유는 빙긋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
『제가 사형을 대신해서 갈무리해 놓고 있어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천허 도인은 말로써 그녀를 저지할 수 없다고 생각하자 손을 뻗쳐서는 빼앗으려고 들었다. 바로 이때 마침 석청 역시 젓가락을 뻗쳐서는 한 쟁반의 장어구이를 잡으려고 하고 있었는데 정히 오른팔로 천허도인의 손바닥을 막을 수가 있었다.
그런데 석 부인의 아래쪽에 앉아있던 충허가 손과 팔을 한 번 움츠렸다가는 다시 뻗쳐내면서 동패를 낚아채려고 하면서 입을 열었다.
『역시 내가 갈무리를 해두기로 하겠네.』
석 부인은 왼손을 쳐들고 네 개의 손가락으로 마치 비파를 타듯이 그의 손목을 할퀴려고 들었다.
충허는 왼손마저도 뻗쳐내면서 손가락으로 석부인 민유의 오른쪽 손목을 짚으려고 했다.
석 부인은 오른쪽 손목을 가볍게 쳐들면서 왼손의 가운데 손가락을 퉁겨서는 한 가닥의 세찬 기운을 충허의 가슴팍 쪽으로 쏘아 보냈다.
충허는 이미 천허 도인의 명령으로 상청관의 관주자리를 계승하기로 되어 있는 사람이었다. 그러니까 그는 바로 그들 이 한 파의 도인이나 속인이나 뭇 제자들의 장문인이 된 것이었다.
그는 석청 부부가 어려운 일을 당해서 의리를 지키기 위해 나서겠다는 것이 원래 호의에서 우러나온 행동이라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그러나 이 두 조각의 동패로 말하면 전체 상청관 도사들의 목숨과 관계있는 일이며 천허 도인이 이미 그 두 조각의 동패를 받아들인 이상 다시 다른 사람의 손으로 들어가게 했다가는 전 상청관의 도사들이 목숨을 잃을 우려가 있다고 보았기 때문에 모든 것을 돌보지 않고 석 부인 민유와 쟁탈전을 벌이게 된 것이었다.
이때 그는 상대방의 손가락이 가슴팍을 향해 지풍을 날려 오자 즉시 손을 휘둘러 장풍을 내쏟아 막아내었다.
그리하여 두 사람은 자리에서 앉은 상태에서 삽시간에 칠팔 초를 교환하게 되었다.
두 사람은 본래 한 스승에게서 무공을 전수받았기 때문에 펼치는 것이 모두다 본문의 금나수법이었다.
비록 상대방을 해치겠다는 뜻이 없었으나 손을 쓰는 것이 명쾌하면서도 깨끗했으며 한 자 둘레라는 범위 안에서 전력을 다해 겨루고 있었다.
이들 두 사람이 과거 함께 무예를 배우게 되었을 때에 서로 무공을 절차(切磋)한 바가 있었지만 사문에서 무예를 다 익히고 헤어진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이십 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는 동안에 수차에 걸쳐 서로 상면을 한 적이 있었지만 줄곧 상대방이 손을 쓰는 것을 보지 못했던 터였다.
그런데 지금 갑자기 손을 쓰게 되자 마음속으로 똑같이 상대방의 정묘하고도 심후한 무공에 속으로 갈채를 보내마지 않았다.
세 식탁가에 앉아 있는 나머지의 열여섯 명 역시 모두다 눈 한번 깜박이지 않고 두 사람이 무공을 겨루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 사람들은 모두다 본문의 고수들로서 석청 부부가 근 십여 년간 강호에서 지극히 쟁쟁한 명성을 날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따라서 그녀와 충허가 아무런 기척도 내지 않고 서로 동패를 차지하려고 하는 마당에 본문의 무공의 묘지(妙지)를 그야말로 여지없이 발휘하는 것을 대하게 되자 하나같이 찬탄을 금하지 못하고 있었다.
처음 십여 초를 겨루게 되었을 때에 두 사람의 세력은 막상막하였다.
그러나 석 부인 민유는 오른손으로 두 조각의 동패를 거머쥐고 있었기 때문에 오른손으로는 겨우 주먹질만할 수 있었을 뿐 구(勾), 나(拿), 탄(彈), 조(操) 등 본문의 금나수법 절기를 제대로 발휘할 수가 없어서 크게 약화된 상태에 놓여 있다고 할 수가 있었다.
그와 같은 상황하에서 다시 몇 초를 겨루게 되었을 때에 충허가 왼손으로 공력을 돋우고 석부인의 왼팔을 눌러서 아래로 누르는 동시에 오른손의 다섯 손가락은 어느덧 동패에 닿도록 하는데 성공을 하고 있었다.
석 부인은 속으로 이번에야말로 그에게 낚아채이게 되었다고 생각을 했다.
두 사람이 만약에 각기 내력을 돋우어서 서로 쟁탈전을 벌이게 된다면 첫째 보기에 우아스럽지 못하고 둘째로 그녀 자신은 역시 여자인지라 내력에 있어서 아무래도 충허 사형만큼 웅후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그녀는 즉시 손을 벌려 두 조각의 동패가 아래로 떨어지도록 놓았다.
이것은 물론 자기의 남편에게 넘기겠다는 뜻이기도 했다.
석청은 즉시 손을 뻗쳐서는 그 두 조각의 구리패를 잡으려고 했을 때에 갑자기 두 가닥의 세찬 바람이 얼굴로 뻗쳐오는 것을 느꼈다.
그러고 보니 바로 천허 도인이 그를 향해 두 손을 밀어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두 가닥의 세찬 바람은 패도(覇道)적인 기운이 없었지만 이미 웅후하게 가다듬어진 장력으로서 항거하지 않는다면 반드시 중상을 입고 말 것 같았다.
그렇게 되었을 때에 설사 구리패를 수중에 넣는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떨구고 말 것 같아서 부득이 손을 뻗쳐서는 손바닥으로 상대방의 장력을 막으려고 했다.
그런데 바로 그와 같이 조금 멈칫거리는 순간에 천허 아래쪽에 앉아 있던 조허(照虛) 도인이 어느덧 손을 뻗쳐서는 동패를 받아서 거머쥐는 것이 아닌가.
구리패가 일단 조허의 손에 들어가게 되자 석청 부부와 천허 그리고 충허 네 사람은 동시에 껄껄 소리 내어 웃으며 일제히 손을 거두어들였다.
충허와 조허는 이때 허리를 구부리고 절을 하면서 말했다.
『사제와 사매는 너무 탓하지 말게나.』
석청 부부 역시 재빨리 몸을 일으켜서는 반례를 했다. 그리고 석청은 정중히 말했다.
『두 분 사형께서는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시오이까. 저의 부부가 역시 경망한 짓을 한 것 같소이다. 장문 사형께서 내공이 그토록 심후하여 소제보다는 십 배나 더 강한 편이니 이번 길이 비록 흉악하고 위험하겠으나 무사히 빠져나올 생각만 있다면 전혀 가망이 없는 노릇이 아니라고 생각되는군요.』
조금 전 천허 도인과 일장을 교환해 본 석청은 이미 장문사형의 내공이 자기보다 훨씬 심후하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천허 도인은 그 말을 듣고 쓸쓸히 웃었다.
『아무쪼록 사제의 말처럼 되기를 바라는 바일세. 자, 자, 드세!』
그리고 그는 술잔을 들고서는 단숨에 들이켰다.
석파천은 민유가 구리패를 빼앗으려고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는 것을 보고 그 두 조각의 구리패에 어떤 중대한 관계가 있는지를 모르는지라 그저 석 부인이 자기에게 잘 대해준 점만을 상기하고는 속으로 작정을 했다.
(저 도사가 구리패를 빼앗아 갔는데 나중에 내가 다시 되빼앗아서는 석 부인에게 드려야겠다.)
이때 석청이 몸을 일으키며 입을 열었다.
『아무쪼록 사형께서는 이번 길을 무사히 다녀오시기를 바랍니다. 소제의 견자(犬子)가 다른 사람에게 잡혀갔기 때문에 급히 구해야겠습니다. 이번에는 여러 사형들 및 사제들과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기가 어렵군요. 그럼 이만 실례할까 합니다.』
뭇 도사들은 속으로 흠칫했다.
천허 도인은 정색을 하고 물었다.
『아우님의 자제분이 설산파의 문하에서 무예를 배우고 있다고 들었네. 아우님 두 양주의 위명과 설산파의 성세(聲勢)를 본다고 하더라도 감히 그 누가 그토록 대담하고도 망령된 자가 있어 자제분을 사로잡아 갔다는 것인가?』
석청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 일을 이야기하자면 길어지지요. 태반은 소제가 덕이 없어 제대로 가르치지를 못해 견자가 못된 짓을 마구 저질렀기 때문이지 다른 사람을 결코 탓할 수가 없습니다.』
그는 시비가 분명한 사람이었다. 비록 현소장의 그 넓다란 저택이 백만검이 불을 지르는 바람에 깨끗이 타버리고 말았지만 여전히 자기 집안 때문에 일어난 재앙이기 때문에 설산파에 대해서 결코 앙심을 품거나 증오심을 품지 않고 있었다.
충허 도인이 낭랑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사제와 사매, 누구인지 모르지만 사제와 사매의 사랑하는 아들을 사로잡아 갔다면 그것은 상청관을 업수이 여기는 짓일세. 그가 얼마나 커다란 내력을 설혹 가지고 있고 이 우형이 비록 보잘것없는 사람이지만 역시 소제에게 한 팔의 도움을 드릴 수가 있다고 생각하네.』
그리고는 잠시 여유를 두었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사제의 사랑하는 아들이 남의 속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또 사문의 어려움을 알고 달려와 준 것을 보면 사형제지간의 정의가 얼마나 깊고 무거운가를 충분히 엿볼 수 있겠네. 그런데 설마하니 우리 이 우비자(牛鼻子) 격인 늙은 도사들이 전혀 양심이 없는 사람처럼 가만히 있을 수가 있겠는가?』
그는 석청 부부의 아들을 잡아간 상대방이 석청 부부를 두려워하지 않고 사람이 많고 세력이 큰 설산파의 사도(師道)를 겁내지 않는 것으로 미루어 볼 때 틀림없이 매우 무서운 인물이라고 생각했지 석청의 아들을 사로잡아간 사람이 바로 설산파의 인사라는 것을 전혀 예측하지 못하고 있었다.
석청으로서는 자기 집안의 추악한 일면을 드러내고 싶지도 않고 더더욱 상청관이 이번처럼 커다란 액난에 직면하고 있는 이때에 다시 또 다른 강적을 만들게 되고 설산파와 원수지간이 되는 것이 싫어서 인사말만 했다.
『여러 사형제들께서 그토록 걱정을 해 주시고 염려를 해 주신데 대해서 저희 부부는 정말 고맙게 생각합니다. 이번 일에 있어서는 아직까지 명백하게 알아보지 못했으니 나중에 어느 정도의 두서를 찾게 된 이후에 저희 부부가 여전히 어렵고 힘이 약하다고 느끼게 되었을 때에 틀림없이 상청관으로 되돌아와 도움을 청하도록 하겠습니다.』
충허 도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것이네. 사제 두 양주는 그때에 반드시 몸소 이곳으로 달려올 것 없이 그저 사람을 시켜 전갈만 보내온다면 상청관에서는 모두 나서서 도와주겠네.』
석청 부부는 두 손을 마주잡고 사의를 표했으나 속으로는 오히려 서글픈 감정에 사로잡혀서는 생각을 했다.
(설산파에서 내 아들을 천가닥 만가닥으로 잘라 죽인다 하더라도 우리 부부로서는 체념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며 결코 이 상청관으로 와서 한 명에게도 도움을 청할 수는 없다.)
그리고 그들 두 부부는 작별인사를 고하고 청당에서 나갔으며 천허 도인과 충허 도인 등도 모두 다 그들 부부를 전송하려고 나갔다.
석파천은 그제 서야 재빨리 편액 뒤에서 뛰어내려 밖으로 달려 나갔다.
담장을 뛰어넘으면서 그는 석 장주 부부의 아들을 잡아간 사람이 누구일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동패를 가지고 서로 다투고 있는 것을 보았으나 장난을 한 것이라고 단순히 생각했다.
허나 그들의 아들에 대해서는 퍽이나 관심이 갔다.
민유가 자기에게 잘 대해주었기 때문에 자기도 아주머니를 도와야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일었다.
그리하여 그는 석청 부부의 아들이 어떻게 생겼는지 물어보아야겠다고 생각해 커다란 나무 위로 먼저 올라갔다.
동북쪽으로 십여 개의 등불이 켜져 있고 석청 부부가 막 상청관 도사들의 전송을 받으며 말을 타고 떠나려 하고 있었다.
석파천은 석청 부부가 말을 타고 있으니만치 자기가 빨리 쫓아가야겠다고 생각하고 그들 부부가나아간 방향을 확인한 후 나무에서 내려왔다.
그리고는 비탈길을 따라 아래로 내려갔다.
헌데 관문에 이르기 전에 그 누가 호통쳤다.
『누구냐? 게 서라!』
그가 편액 뒤에 몸을 숨기고 있을 적에는 숨을 죽이고 있었기 때문에 발각되지 않았지만 이제 그가 마음 놓고 달음질을 치자 무공의 조예가 깊은 상청관의 도사들은 즉시 외부의 사람이란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처음에는 아무런 내색을 하지 않다가 석청 부부가 말에 올라 멀리 가기를 기다렸다가 재빨리 사방으로 석파천을 에워싸 듯하고 접근해 왔던 것이다.
호통소리와 더불어 어둠 속에서 싸늘한 검기가 번쩍였다.
석파천은 흠칫해서 앞을 바라보았다.
몽롱한 야색에 두 사람이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더구나 왼쪽에 서 있는 사람은 바로 조허 도인이 아닌가!
석파천은 오히려 잘 되었다고 기뻐했다.
『조허 도인이 아니시오?』
조허 도인은 웬 알거지 같은 녀석이 자기의 도호를 알고 묻는 바람에 그만 어리둥절해졌다.
『그렇네만 귀하는 누구신가?』
석파천은 손을 내밀었다.
『그 구리패를 나에게 주시오.』
조허 도인은 그 소리에 대노했다.
『이걸 주마!』
호통소리와 더불어 그는 장검을 떨치며 석파천의 다리를 찔러왔다.
상청관은 계율이 엄했다.
함부로 살생을 못하게 금하고 있어서 조허 도인은 구리패를 달라는 말에 크게 노해 금기를 어기는 것이지만 상대방의 내력을 알기 전에 독수를 쓰지 않고 상처를 입히려고만 한 것이다.
사실 구리패는 구리패를 받은 문파에서 받는 즉시 그 문파의 흥망이 좌우된다고 할 수 있었다.
만약 구리패가 남의 속에 들어가게 된다면 상청관의 사람들 목숨이 오락가락하게 되는 판이라 석청 부부가 가져가려는 것도 한사코 말린 것이다.
이때 석파천은 상대방이 자기의 다리를 찔러오자 슬쩍 피하면서 오른손으로 조허 도인의 어깻죽지를 움켜잡으려 들었다.
조허 도인은 상대방의 솜씨가 뛰어난 것을 보고 장검으로 원을 그리듯 하며 석파천의 오른쪽 어깨를 찔러왔다.
석파천은 상대방의 장검 아래로 목을 움츠리고 기어나가는 동시에 장검이 자기의 머리를 찔러올까봐 자연히 오른손을 위로 떠받들 듯 뻗쳐냈다.
별안간 조허 도인은 비릿한 냄새가 코에 스미는 것을 느끼고 그만 어지러워서 힘없이 쓰러졌다.
석파천 뜻밖의 결과에 어리둥절해졌다.
그 순간 다른 한 명의 도사가 장검으로 등을 찔러왔다.
석파천은 자기의 손바닥이 이상야릇해서 손만 쓰면 상대방이 쓰러지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하여 그는 이번에 손을 뻗치지 못하고 급히 앞으로 몸을 날려 등 뒤의 장검을 피하려고 했다.
그러나 쫙 하는 소리와 함께 그만 장포의 뒤쪽이 장검에 의해 두세 치 정도 찢어지고 말았다.
그 도사는 조허가 적의 사악한 수법에 쓰러진 것이라고 생각하고 사람을 구하겠다는 일념에서 잇달아 장검을 휘둘러 석파천을 찔러왔다.
석파천은 비스듬히 몸을 날려 검날을 피했다.
총망중에 조허의 장검이 땅에 떨어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재빨리 그 장검을 주워들었다.
석파천은 상대방의 검법이 날카로운 것을 보고 즉시 장검으로 칼을 삼아 금오도법을 펼쳐냈다.
차! 검과 검이 맞부딪치면서 도사의 장검이 휙 하니 허공에 날아올랐다.
석파천의 내력이 엄청나 도사는 가만 장검을 놓쳐버린 것이다.
그러나 상청관의 도사들은 검법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금나수법도 무림의 일절에 속했다.
그 도사는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맨손으로 즉시 석파천의 품속으로 뛰어들면서 두 손으로 석파천의 가슴과 아랫배에 있는 요혈을 움켜쥐려 들었다.
수중에 검이 없기 때문에 검이 있는 적과 싸울 때는 접근전을 벌이는 것이 상대방의 검을 함부로 못쓰게 하는 법이었다.
한데 석파천은 그 도사의 그와 같은 공세를 보고 부르짖었다.
『그렇게는 안돼요.』
그러면서 그는 왼손을 뻗쳐 그 도사를 밀어냈다.
그 도사는 미는 바람에 뒤로 벌렁 나자빠지고 말았다. 그리고 그는 고통스러운 듯 새우처럼 몸을 움츠렸다.
석파천은 연신 발을 굴렀다.
『아! 당신을 해치고 싶지 않아 밀어내려고 했는데……』
그 말이 끝나기 전에 사방에서 휘파람소리가 들렸다. 상청관의 뭇 도사들이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는 모양이었다.
석파천은 재빨리 조허의 몸을 뒤져 두 개의 동패를 찾아냈다. 그리고 석청 부부가 간 쪽으로 줄달음을 쳤다.
단숨에 그는 십여 리를 달렸다. 그러나 시종 말발굽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두 필의 말이 이렇게 빠르나? 혹시 그게 아니라면 석 장주와 아주머니가 간 방향을 잘못 헤아린 것일까?)
이와 같은 생각을 하면서 그는 연신 앞으로 달렸다. 수마장을 나아갔을 적에 갑자기 말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소리가 나는 곳으로 재빨리 달려갔다. 한 그루의 나무에 두 필의 말이 매여 있었다.
한 마리는 검고 한 마리는 흰 것이 바로 석청 부부의 말들이었다.
석파천은 크게 기뻐서 동패를 꺼내들고 소리쳐 그들을 부르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멀리서 석청의 음성이 들려왔다.
『사매, 저 좀도둑이 식식거리며 우리 뒤를 따르고 있는 것으로 보아 좋지 않은 마음을 품고 있는 것 같은데 그를 쫓아 보내는 것이 어떻겠소?』
석파천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들은 내가 뒤따라오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모양이구나.)
그러나 석청의 말소리는 들렸지만 두 사람이 보이지 않는지라 혹시라도 석 부인이 자기에게 손을 쓰게 될까봐 걱정이 되었다. 만약에 핍박을 받아 초식을 펼쳐 반격을 하게 되었을 때에 잘못해서 석 부인을 죽이게 된다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하여 그는 재빨리 몸을 움츠리고 기다랗게 자라있는 풀숲으로 몸을 숨겼다.
민유가 달려오기만 한다면 구리패를 그녀에게 건네주고 그대로 몸을 돌려서는 도망을 칠 작정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휙하는 소리가 나면서 흰 사람의 그림자가 질풍과 같이 왼쪽에 있는 커다란 느티나무 뒤에서 달려 나오더니 손에 들고 있는 장검을 들어 검의 끝으로 풀더미 쪽을 가리키며 호통을 쳤다.
『친구, 자네는 우리들을 암습하려고 따라오는가? 빨리 썩 이리 나서게.』
바로 민유였다.
석파천은저예요라고 막 입을 열려고 했을 때 갑자기 풀더미 쪽에서 휙휙 하는 소리가 잇달아 세 번 울려 퍼졌다. 그 누가 민유에게 암기를 던진 것이었다.
민유는 장검을 떨치면서 암기를 모조리 쳐서 떨어뜨렸다.
그러자 곧이어 풀더미 쪽에서 한명의 푸른 옷을 입은 사내가 달려 나오더니 칼을 휘둘러서는 민유를 내리찍으려고 들었다.
이렇게 되자 너무나 뜻밖이라 석파천은 그만 어리둥절해지고 말았다.
그로서는 풀더미 속에 사람이 숨어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 사내의 솜씨가 민첩하고 칼을 휙휙휙 소리가 나도록 휘두르는 것이 상당히 도법에 정통한 것 같았다.
민유는 그대로 상대방의 공세를 막기만 할 뿐 결코 반격을 하지 않았다.
이때 석청마저도 느티나무 뒤쪽에서 걸어 나왔다. 그는 장검을 허리에 찬 채 뒷짐을 지고 구경을 했다. 그리고 몇 초를 구경한 이후에는 입을 열었다.
『이봐, 형씨. 당신은 태산(泰山) 노십팔(盧十八)의 문하가 아닌가?』
그 사람은 호통 쳐 물었다.
『그렇다면 어쩔테요?』
손에 든 칼을 조금도 늦추지 않고 휘둘러대었다.
석청은 웃으며 입을 열었다.
『노십팔과 우리들은 교분이 없다고 하겠지만 원한이 있는 것도 아닐세. 자네가 우리들 부부를 칠팔 마장이나 뒤따라온 것은 무엇 때문이지?』
그 사내는 버럭 고함을 지르듯 말했다.
『당신에게 말할 여가가 없소……』
원래 민유는 아주 수월하게 초식을 펼쳐내고 있었지만 이미 상대방 청의의 사내로 하여금 어지럽게 만들어놓고 있었다.
석청은 그 광경을 보더니 웃으며 입을 열었다.
『노십팔의 무공은 우리들보다 고명하지만 자네는 아직도 사부의 삼성도 되지 않는 재간만 겨우 익혔군. 그러니 이제 칼을 거두고 손을 멈추도록 하게나.』
석청의 그와 같은 한마디가 떨어지게 되자 민유는 즉시 그 소리에 응하듯 장검을 휘둘러 상대방의 손목을 살짝 찔렀고 곧 이어서는 몸을 둥실 날려 그의 등 뒤로 돌아가더니 칼자루를 거꾸로 해서는 그 자의 혈도를 짚어버리고 말았다.
쨍그랑!
가벼운 음향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그 사내는 손에 들고 있던 칼을 놓치게 되었는데 그는 뒷등에 있는 대혈을 봉쇄당했기 때문에 꼼짝하지를 못했다.
석청은 미소를 띄우고 물었다.
『친구, 자네의 성함은 어떻게 되는가?』
그러나 그 사내는 무척 뻣뻣했으며 악에 받친 어조로 말했다.
『당신은 나를 죽이려면 죽일 것이지 쓸데없이 더 물어서 무엇 하겠다는 것이오?』
석청은 웃었다.
『친구, 자네가 말하고 싶지 않다면 그래도 상관이 없네. 그런데 자네가 어느 방회(幇會)에 가입한 것을 자네의 사부께서는 아마도 아직 모르시겠지?』
사내의 얼굴에 의아한 빛을 띄웠다. 마치 당신이 그 사실을 어떻게 알고 있소 하고 되묻는 것 같았다.
석청은 다시 여유있는 어조로 입을 열었다.
『불초와 존사(尊師)이신 노십팔 대협과는 평소에 아무런 원한이나 감정이 없는 처지일세. 존사가 한사코 사람을 보내 우리 부부의 뒤를 미행토록 했다면 허허허, 솔직히 형씨에게 이야기를 하는 것이지만 존사께서는 어찌되었든 간에 우리를 그런대로 높이 사는 편이라 결코 형씨와 같은 사람을 보내지는 않았을 것이네.』
이 말뜻은 당신의 무공이 너무나 떨어지기 때문에 진정 자기네들 뒤를 따를 자격이 없는 것을 당신의 사부가 모를 리가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이었다.
이렇게 되자 그 사내의 얼굴은 그만 검붉다 못해 자색 빛으로 변하게 되었으나 다행히 아직도 어둠의 장막이 걷혀지지 않아 다른 사람들은 그와 같은 그의 얼굴빛을 알아보지를 못했다.
석청은 손을 뻗쳐서는 그의 어깻죽지를 두 번 토닥거려 주고서는 정중히 말했다.
『불초 부부는 광명정대하게 행동하고 있으며 매사에 있어 남들이 알게 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네. 자네가 우리 두 사람의 행적을 알고 싶다면 솔직히 자네에게 말해주지. 우리들은 조금 전 상청관에서 나오는 길인데 상청관의 관주인 천허 도장을 찾아뵙고 인사를 드린 것일세. 자네가 돌아가 자네의 사부님에게 물어본다면 석청과 민유가 젊었을 적에 역시 상청관에서 무예를 익혔고 천허 도장이 바로 우리의 사형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네. 이제 우리들은 설산의 능소성으로 설산파의 장문인 위덕 선생을 찾아뵈려고 하는 중일세. 친구, 이제 더 물어볼 일이 없다면 가보시게.』
그 사내는 사지의 마비되었던 느낌이 이미 사라지게 되는 것을 깨달았다. 석청이 아무렇게 그의 어깨를 두 번 토닥거림으로써 어느덧 그의 봉쇄되었던 혈도를 풀어준 모양이었다.
그는 속으로 여간 탄복해마지 않는 마음이 일어 손을 맞잡아 보였다.
『석 장주께서는 인의(仁義)로 사람을 대한다고 하더니 정녕 명불허전이로군요. 이 후배가 죄를 지었으니 용서해 주시지요.』
석청은 간단히 대답했다.
『원 별말씀을 다 하시는군.』
그 사내는 감히 땅바닥에 떨어진 칼을 집어 들지를 못하고 석 부인에게 포권을 하더니 인사말을 했다.
『석 부인, 잘못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나서 그는 몸을 돌리더니 그 자리를 떠나려는 듯 걸음을 옮겨놓았다. 그런가 하면 석 부인 민유는 허리를 구부려 반례를 했다.
그 사내가 몇 걸음 정도 앞으로 나가게 되었을 때에 석청이 갑자기 질문을 던졌다.
『친구, 귀방의 석 방주의 행방을 알아냈는가?』
그 사내는 몸을 흠칫하더니 석청 쪽으로 돌렸다.
『당신……당……당신은 모두 알고 계셨군요.』
석청이 나직이 한숨을 내쉬었다.
『아! 나는 모르네. 아직도 소식이 없는 모양이군. 그렇지 않은가?』
그 사내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소식이 없습니다.』
석청은 혼자서 중얼거리듯 말했다.
『우리들 부부 역시 정히 그를 찾고 있는 중일세.』
세 사람은 서로 마주선 채 잠시 침묵을 하는 것 같더니 그 사내는 얼마 되지 않아 몸을 돌리고 다시 걸음을 옮겨놓았다.
그 사내가 멀리 가기를 기다려서 민유는 입을 열었다.
『사형, 그는 장락방의 사람인가요?』
석파천은 장락방이라는 이름을 듣게 되자 마음속으로 다시 한번 흠칫했다.
석청은 담담한 어조로 대답했다.
『그가 조금 전 몸을 돌려서 이 자리를 떠나게 되었을 적에 앞섶자락을 들추게 되었는데 나는 어렴풋이 장포의 앞섶자락 모서리에 한 송이의 노란 꽃이 수놓아져 있는 것을 보았소. 어둠 속이라 똑똑히는 보지 못했기 때문에 슬쩍 물어본 것인데 역시 틀림이 없었구려. 그… 그가 우리들을 미행해 온 것은 원래… 옥아를 위한 것 이었구려. 진작 그런 줄 알았더라면 그를 괴롭히지도 않았을 걸 그랬소.』
민유는 한숨 섞인 어조로 말했다.
『그들… 그들 방의 무리들은 옥아에 대해서 퍽이나 충성을 다 하는군요.』
석청은 걱정스러운 듯 말했다.
『옥아가 백만검에게 사로잡혀 갔다면 장락방에서는 틀림없이 사방으로 사람들을 내보내서는 전력으로 막으려 들었을 것이오. 그들은 사람의 수가 많고 세력이 크며 정탐꾼의 무리가 많은 편인데 여전히 소식도 얻지 못하고 있다니, 정말 뜻밖이군.』
민유는 처연히 말했다.
『사형 어떻게 여전히… 여전히 소식이 없다는 것을 아셨지요?』
석청은 그녀의 손을 잡고 그녀를 끌어당겨 나란히 버드나무 아래에 앉으며 따뜻한 음성으로 말했다.
『그들이 만약에 옥아에 관한 소식을 듣게 되었더라면 결코 그와 같이 사람을 곳곳으로 보내서 강호의 인물들 뒤를 쫓도록 하지는 않았을 것이오. 그리고 그 노십팔의 제자는 무단히 우리들을 미행해 온 것은 그들 방주의 행방을 수소문하는 이외에 다른 사정이 있을 리가 없었던 것이오.』
석청 부부가 주저앉은 곳은 석파천이 몸을 숨기고 있는 풀더미와는 겨우 이 장밖에 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석청이 말하는 소리는 나직했으나 석파천은 똑똑히 들을 수가 있었다.
본래 석청 부부의 무공 수위로 볼 때에 석파천이 멀리서부터 달려오게 되었을 무렵에서 즉시 발견했어야 하지만 그 당시 그들 두 사람은 온 정신을 돋우고서는 줄곧 그들 뒤를 쫓아오는 그 칼을 쓰던 사내에게 주의를 집중하고 있었고, 석파천 또한 내공이 지극히 고강한데다가 발걸음을 옮겨놓는 것이 지극히 가벼웠기 때문에 그 칼을 쓴 사내를 쫓아 보낸 이후에 풀더미 속에 또 다른 사람이 숨어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하고 안심을 한 것이었다.
석파천은 그들 두 사람의 하는 말을 듣게 되었는데 장락방주이니 또 백만검에게 사로잡혀 갔느니 하는 말들은 마치 자기를 두고 말을 하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옥아니 무엇이니 하는 말은 또 자기를 가리키고 있는 것 같지 않았다.
그는 본래 자기의 신세에 관해서 가슴 가득히 의문을 느끼고 있었던 것인데 이때 풀더미 속에 몸을 숨기고 있다가 갑자기 상대방의 의표를 찌르고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는 것은 너무나 겸연쩍은 일이라고 느껴졌기 때문에 아예 그들이 주고받는 말을 끝까지 숨어서 들어보자고 작정을 하게 되었다.
사방의 들판에서는 벌레소리가 요란했고 맑고도 잔잔한 바람이 불어와 나뭇가지를 뒤흔들어 놓고 있었다.
석청 부부는 이제 더 말을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있기만 했다.
석파천은 혹시 자기의 종적이 두 사람에게 발견된 것이 아닌가하고 생각하고 크게 숨 한 번 제도로 쉬지 못하고 있었다.
한참 시간이 흐르게 되었을 때에야 겨우 석 부인 민유가 한숨을 내쉬더니 곧 이어서는 나직이 흐느끼는 것이 아닌가?
그러자 석청은 천천히 말했다.
『당신과 나 이렇게 두 사람은 강호에서 의협의 길을 펼쳐왔으며 한평생 양심에 어긋나는 일을 한 적이 없소. 이 몇 년 동안 옥아가 편안함을 보중할 수 있도록 더욱더 애써 여로 모로 착한 일들을 했소. 그런데도 만약에 하늘이 정말 우리 두 사람의 대를 이을 사람이 없도록 만든다면 그것 역시 사람의 힘이 하늘을 이길 수 없는 결과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요? 더군다나 중옥과 같이 불측한 아들 녀석은 차라리 없는 것만 못하오. 그러니 우리들은 그와 같은 아들을 낳지 않은 것으로 생각토록 합시다.』
민유는 나직이 말했다.
『옥아는 어릴 적부터 짓궂고 장난꾸러기였지 만은 그… 그애 역시 우리들의 목숨과도 바꿀 수 있는 보배가 아니겠어요? 어찌 됐든 간에 견(堅)아가 남의 손에 참혹하게 죽음을 당한 이후 우리들은 옥아에 대해서 유난히 총애를 한 끝에 그만 오늘과 같은 누를 입게 된 거예요. 하지만……하지만 저 역시 시종 원망하는 마음은 없어요. 그날 그 토지묘에서 나는 그 애를 찬찬히 관찰했는데 그 애 역시 결코 아주 나빠진 것 같지는 않았어요. 만약에 내가 실수를 해서 그 애에게 일검을 찌르지 않았더라면 또한… 또한…』
거기까지 말을 하더니 그만 말소리가 흐느낌으로 변하게 되었고 자기 자신을 원망하고 괴로워하여 마지않는 것이었다.
석청은 부드러운 말로 달래듯이 말했다.
『나는 줄곧 당신에게 그 일로 인해서 괴롭게 생각하지 말라고 하지 않았소. 설사 그날 우리가 그를 구출해낸다 하더라도 다시 그들에게 빼앗기지 말라는 보장도 없는 것이외다. 그런데 이번 일은 정말 이상하구려. 설산파의 그 사람들이 어째서 갑자기 하나같이 어디로 간 것인지 중원무림에서 다시 그들의 소식을 조금도 들을 수 없다는 것이오. 그러니 내일 우리는 바로 능소성으로 달려가도록 합시다. 그리고 그곳으로 가서는 어찌되었든 간에 모든 사정을 밝혀보도록 합시다.』
민유는 걱정스러운 듯 말했다.
『우리들이 만약에 몇 명의 크게 도움을 줄 수 있는 협조자들을 모셔가지 않는다면 어떻게 능소성이라는 용담호혈로 들어가 옥아를 구출해 낼 수 있겠어요?』
석청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 사람을 구하는 일이 어찌 그리 수월하겠소? 만약에 중도에서 가로채지 못하게 되고 옥아가 일단 능소성으로 들어가게 된다면 그것은 양이 호랑이 아가리로 들어간 격으로 다시 살아나기는 어려울 것이오.』
민유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손수건을 꺼내 눈을 한 번 훔치더니 잠시 후에 다시 입을 열었다.
『내가 보기에 이번 일은 전적으로 옥아의 잘못이라고 느껴지지 않아요. 당신도 보셨지만 옥아의 설산검법이 그토록 생소하지 않아요? 설산파에서 틀림없이 그에게 제대로 무공을 잘 가르치지 못했을 거예요. 거기다가 옥아는 또한 자존심이 강하고 오기가 많은 애인지라 틀림없이 적지 않은 사람들과 원한을 맺었을 거예요. 그러니 이 몇 년 동안 그는 얼마나 커다란 고통을 당했겠어요.』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음성은 다시 흐느낌으로 변하고 있었다.
석청은 침통한 어조로 말했다.
『모두가 내가 생각을 잘못했기 때문이오. 따라서 당신에게 대해서는 정말 미안스럽게 생각하오. 그때 한사코 그 애를 설산파로 보내 무예를 익히도록 하자고 주장을 한 것이 잘못이었소. 물론 그 당시 당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나는 당신이 마음속으로 여간 아쉬워하지 않은 것을 알아차릴 수가 있었소. 그런데 뜻밖에도 풍화신룡(風火神龍) 봉만리(封萬理)와 같은 쟁쟁한 사내대장부가 우리 부부와도 그토록 절친한 교분을 가지고 있는데 옥아를 푸대접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구려.』
민유가 한숨 섞인 어조로 말했다.
『그 일이야 어떻게 당신만을 탓할 수가 있겠어요. 당신께서 옥아를 능소성으로 올려 보낸 것은 전적으로 저를 위해서 내린 조처가 아니겠어요? 당신께서는 그 당시 말씀을 하지 않았지만 내 어찌 그 뜻을 모를리 있겠어요……』
그리고 그녀는 더욱더 고즈넉한 음성으로 다시 입을 열었다.
『견아의 원수를 갚고자 하나 저 혼자의 힘으로는 이루기가 어렵고 그렇다고 해서 중요한 고비 길에 당신이 또 나서서 손을 쓰기도 거북한 처지인데다가 상대방이 본문 무공에 대해서 무척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틀림없이 해소시키는 방법이 있으리라고 보았기 때문이지 않겠어요? 만약에 옥아가 설산검법을 다 익히게 된다면 우리 모자 두 사람이 손을 맞잡고 싸우게 되었을 때에 적의 목숨을 빼앗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 것이 아니겠어요? 그런데… 그 누가… 아!』
석파천은 그들 두 사람이 주고받는 말을 모조리 듣고 있기는 했으나 태반은 좀처럼 풀이를 할 수가 없었다.
(석 부인께서는 저토록 그녀의 자식을 그리워하는구나. 아마도 저분들이 말씀을 하는 소리를 들으니 그녀의 아들이 설산파의 사람에게 잡혀간 모양이다. 나는 차라리 저분들을 따라서 능소성으로 들어가 저분들을 도와서 사람을 구해야겠구나. 그녀는 몇 명의 힘이 되는 협조자들을 구했으면 한다는 말을 하지 않았는가 말이다.)
그는 정히 이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바로 이때 갑자기 멀리서 말발굽 소리가 들려왔다. 곧이어 십여 필의 말이 달려왔다.
석청 부부는 말이 들려오는 소리를 듣자 더 이상 얘기를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서 기다렸다.
얼마 후 십여 필의 말이 가까이 다가오게 되었고 누가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여기 있습니다.』
곧이어 충허 도인의 음성이 들렸다.
『석 사제와 민 사매, 할 말이 있어서 달려왔네.』
석청과 민유는 쌍쌍이 달려 나가며 입을 열었다.
『충허 사형, 관에 무슨 일이라도 생겼소이까?』
그러고 보니 천허와 충허 등 십여 명의 사형제들이 모두 말을 타고 달려온 것이 아닌가!
그들 가운데 두 사람은 각기 한 사람씩 안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 날이 밝지 않아 안긴 사람이 누군지 알아볼 수가 없었다.
충허는 낭패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석 사제 그리고 민 사매. 관에서 상선벌악의 두 동패를 얻지 못했다고 해서 간계를 써서까지 동패를 빼앗아 가다니 그럴 수가 있는가…』
그렇게 말하는 그는 숨이 가쁜 듯 숨을 몰아쉬고 다시 말을 이었다.
『더구나 독수를 써서 조허와 통허(通虛) 두 사제를 죽이려 하다니… 너무 지나친 행동이 아닐까?』
석청과 민유는 놀라 부르짖었다.
『아니, 조허와 통허 두 사형이 독수를 입었다는 말입니까?』
『그게 어떻게 된 일인가요? 정말 두 분 사형이 피살되셨나요?』
그들 부부는 두 사형의 안위가 걱정이 되어 미처 변명도 하지 못했다.
충허는 노기등등하여 외쳤다.
『자네들이 비열한 자들과 결탁하여 독약을 쓰지 않았다면 누가 이런 짓을 했느냔 말일세.』
그리고 그는 잠시 여유를 두었다가 다시 말했다.
『조허와 통허는 아직 숨을 거두지 않았지만 아마 지금쯤 숨을 거두었는지도 모를 일이네.』
석청은 앞으로 한 걸음 나서며 말했다.
『저에게 좀 보여주십시오.』
그리고 그는 조허와 통허에게로 다가가려고 했다.
한데 바로 이때 휙 하니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더불어 몇 명의 도사들이 일제히 장검을 뽑아들고 석청의 앞을 막았다.
천허는 탄식하고 입을 열었다.
『길을 터주어라. 석 사제는 그럴 사람이 아니다.』
몇 명의 도사들은 싸늘히 코웃음 치며 검을 거두고 한켠으로 물러섰다.
석청은 품속에서 화섭자를 꺼내 두 도사의 얼굴을 찬찬히 비춰 보았다.
조허와 통허의 얼굴이 검은빛이 감돌고 있었다. 극독에 중독된 것이 틀림없었다.
콧김을 맡아보니 겨우 한 가닥의 숨만 붙어 있었다.
상청관의 무공은 뛰어난 편이었다.
그리고 조허와 통허는 내공이 매우 심후했다. 거기다가 직접 석파천의 독장에 중독된 것이 아니라 다만 그의 손에서 뻗쳐 나온 독기를 들이마셨기에 어지러워 쓰러진 것이었다.
그런데도 일시 삼각을 견뎌낼 것 같지 않았다.
석청은 잠시 살펴보았으나 아무 것도 발견할 수가 없어서 민유 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사매, 어느 파의 독인지 살펴보구려.』
그리고 고개를 돌렸을 때 칠팔 명의 사형제들이 자기들을 완전히 에워싸고 검을 뽑아들 채 서 있는 것을 알았다.
민유는 주위의 그와 같은 사태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석청이 내미는 화섭자를 받아들고 두 사람의 얼굴을 비춰보았다.
이때 그녀는 두 사람의 입에서 비릿한 냄새가 풍기는데 그 냄새만 맡아도 머리가 어지러울 지경이 아닌가!
그녀도 뒤로 한 걸음 물러서며 암담하게 말했다.
『강호에 이와 같은 극독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어요…』
이어 그녀는 천허와 충허에게로 고개를 돌리고 물었다.
『두 분 사형은 어떻게 하다가 중독된 것인가요? 독약을 잘못 복용한 것인가요? 아니면 적이 독을 묻힌 암기에 맞은 것인가요? 그렇다면 상처는 또 어디죠?』
충허는 노해 부르짖었다.
『자네들에게 물어보려고 달려온 사람들이 어떻게 알겠는가? 아마도 식사를 할 적에 자네들이 몰래 술에 독을 탄 것이 아닌가?』
석청은 충허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사형, 그게 무슨 말씀이오?』
충허는 노해 부르짖었다.
『생각해보게. 다른 사람은 괜찮은데 유독 동패를 가지고 있는 조허만이 중독되었으니… 그리고 동패도 사라졌으니 자네들의 행위가 아니고 누구의 짓이냔 말일세.』
민유는 그와 같은 다그침을 받자 한없이 억울했다.
본래 온순하고 단정한 그녀는 어릴 적부터 사형들에게 따뜻하면서 예의바른 행동을 해왔기 때문에 함부로 말을 할 수도 없고 해서 눈물만 글썽이며 서 있었다.
금방이라도 그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릴 것 같았다.
석청은 이 가운데 필시 어떤 곡절이 있다고 느꼈다.
그러나 그들이 바로 상청관에서 떠나온 사람이고 또 동패를 손에 넣으려고 했던 만큼 혐의를 받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허나 석청은 처의 온순한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역시 어떻게 이 사태를 수습해야 좋을지 알 수가 없어서 위로의 뜻으로 처의 오른손을 꼭 쥐어주었다.
민유는 억울하기 이를 데 없어 말을 더듬었다.
『나는… 나는…』
그러다가 그녀는 끝내 말끝을 맺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검술에 조예가 깊고 강호에 명성이 드높은 여걸이었지만 이와 같은 억울한 일을 당하게 될 때는 역시 여느 여자와 다를 바가 없이 약해지는 모양이었다.
충허는 노기등등하여 외쳤다.
『운다고 죽게 된 우리 두 사제가 살아날 수 있겠는가? 고양이가 쥐의 죽음에 눈물을……』
그 말이 끝나기 전에 불쑥 외치는 소리가 있었다.
『당신들은 어째서 사정을 알아보지도 않고 다짜고짜 좋은 분들에게 누명을 씌우는 것이오?』
바로 충허의 등 뒤에서 들려온 소리였다.
뭇 사람들은 그 소리가 우렁찬 것을 느끼고 놀라 일제히 고개를 돌려 소리 난 곳을 바라보았다.
수 장 밖에 옷차림이 남루한 사람이 서 있었다.
동녘이 점차 밝아올 무렵이라 그 사람의 얼굴을 어느 정도 살필 수 있었는데 매우 젊은 사람이었다.
석청과 민유는 그 젊은이를 발견하자 크게 기뻤다.
민유는 탄성까지 발했다.
『아! 네가……』
그러나 그들은 강호의 경험이 풍부한 만치 옥아라고 부르지는 않았다.
나타난 젊은이는 바로 석파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