題 : 次閑山島歌 1
天 空 皓 月 閑 山 島 (천공호월한산도) 한산도 하늘에는 밝은 달이 떠 있는데
樓 上 獨 吟 慨 漸 高 (누상독음개점고) 수루 위에 혼자 시 읊으니 괴롭기만 해
撫 劍 盟 山 讐 盡 滅 (무검맹산수진멸) 칼 만지며 적을 무찌르자 산에 맹세 시
一 聲 胡 笛 斷 腸 刀 (일성호적단장도) 들려오는 갈잎 피리 칼로 애를 끊는 듯
<감 상>
이순신 장군의 고시조인 '한산도가'를 한시로 옮겨 보았다. 장군의 '한산도가'는 다음과 같다.
한산섬 달밝은 밤에 수루에 혼자 앉아
큰 칼 옆에 차고 깊은 시름하는 적에
어디서 일성호가는 남의 애를 끊나니
깊어가는 한산도의 달이 휘영청 밝은 밤에, 온 나라가 전란으로 인해 큰 고통을 겪는 상황에서,
문득 그 어디선가 들려오는 갈대 잎으로 만든 피리소리에 마음은 오히려 더욱 심란하기만하다.
이 무렵,
근심 걱정으로 가득한 장군의 마음은 마치 칼로 창자를 끊는 듯한 처절한 아픔과 고통의 시간들
이었다. 고시조로 전해오는 이 한산도가를 감상하다가 받은 감회를 이렇게 한시로 옮겨 보았다.
題 : 次閑山島歌 2
閑 山 月 夜 獨 中 樓 (한산월야독중루) 한산도의 달밤에 수루에 올라 앉았는데
身 有 長 刀 心 有 愁 (신유장도심유수) 몸에는 큰 칼 있고 마음에는 근심 있네
何 處 忽 聞 聲 羌 笛 (하처홀문성강적) 어디선가 갑자기 들려오는 피리 소리의
無 情 旋 律 只 增 憂 (무정선율지증우) 무정한 가락에 나의 걱정만이 늘어나오
<감 상>
역시 이순신 장군의 고시조인 '한산도가'의 시심을 따라서 두 번째로 만든 시이다. 이 한산도가에
대하여서 '양주동' 박사께서는 일찌기 "여대생들이 역대 시조 근 1000수 중에서 최고작을 묻기에
홍랑(洪娘)의 '묏버들' 한 수를 그것이라 이르고서는 수다스런 강의를 펼쳤으나 반응들이 저조하여,
이충무공의 '한산섬' 한 수 - 그 깊디 깊은 인간의 비상(悲傷), 그 위대한 인간성의 표현인 그 한 수를
장원의 최고 작으로 받들어서 여대생 전원의 박수를 얻었다." 고 고백한 바 있다.
(교단잡기, 서울신문, 1962년 11월 7일)
나는 이 시조를 초등학교 시절에 어버님으로부터 처음 배우게 되었고, 그 뒤로 오늘에 이르도록
애송하면서, 이 시조를 시작으로 우리 선조들의 주옥같은 고시조세계를 알게 되는 실마리가 되었
으니, 이 한산도가에 대한 나의 각별한 관심과 애정을 독자 제현께서는 이해해 주시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