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어떻게 지났는지..
오늘 고생많았어요 .
당신두요.
서로에게 함께 한 수고에 감사하고 토닥이며 밤인사를 나눈 지 채 몇분되지 않았는데 남편은 낮게 코를 곤다.
벌리기 좋아하는 세프를 보조하느라 종일 옆에서 고되었을 하루..
연휴 첫날 아침..어제 저녁 재어둔 갈비찜을 올리며 시작되었다.
아이들이 명절이면 1순위로 꼽는 LA갈비.
(구워먹을 때는 한사람은 계속 고기를 구어야 하구
구워두면 금방 식기도 하여 찜으로 조리법을 바꾸니 여간 편한게 아니다.)
불위에서 갈비찜이 혼자 익어가는 사이 삼색나물을 준비한다.
무를 채설어 소금에 절이고 고사리는 물에 씻어 물기를 뺀다.
들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파마늘을 볶아 향을 낸 팬에 고사리를 볶는다.
갈비찜 양념을 조금 덜어 고사리에 끼얹어 맛을 더하고 액젓으로 간을 한다.
뚜껑 덮어 간이 속까지 들게 두고 시금치 데칠 물을 준비한다.
물이 끓을 동안 고사리에 들기름과 깨로 마무리를 하여 그릇에 덜어둔다.
시금치를 다듬어 물에 두어번 씻고 끓어오른 물에 소금을 더하여 살짝 데처낸다.
시금치 삶은 물로 고사리볶은 팬을 씻어두고 찬물로 식힌 시금치를 담아 참기름과 소금간만 살짝하여 무친다.
다시 팬에 들기름을 두르고 파마늘을 볶아 물기를 짠 무를 볶아 무나물도 완성.
어느정도 익은 갈비찜에 돌려깍아 둔 당근과 무를 넣어 색과 맛을 더해 조려준다.
이제 잡채와 국을 끓이며 마무리..
아이들은 늦잠을 자게 두고 아주버님과 우리 부부 어른 셋이 식사를 먼저 한다.
커피와 간단한 다과로 조금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이 아이들이 일어났다.
어제 저녁부터 불려둔 녹두를 거피하며 오후?일정을 시작한다,
한참을 거피해야 하는 지루한 과정이 필요하지만 녹두전을 좋아하는 딸래미는 친정엄마가 주신 녹두로 맛난 전을 부칠 생각에 이마저도 즐겁고 재미있는 일로 여겨진다.
남편은 난 원래 녹두전 않좋아하거든 근데 이렇게 녹두를 직접갈아 전을 부쳐먹을 줄은 몰랐다 ㅎㅎ한다,
어쩌겠나,, 이런 마누라를 만난걸,, ㅋㅋ
남편이 치자우린 물을 조금 더해 녹두를 가는 동안 숙주를 데치고 김치를 꺼내 양념을 걷어내고 송송 다져 살짝 짜둔다.
노란 빛이 도는 간녹두에 숙주와 고사리, 김치를 섞고 파마늘과 소금간을 살짝하고
들기름과 까놀라유를 반반 섞어 전 부칠 기름도 준비 해둔다.
중불과 강불 사이로 조절한 불에서 넉넉한 기름으로 두툼하게 구워낸 첫 녹두전을
거실에서 함께 티비를 보고 있는 아주버님과 남편에게 시식으로 드리니
어우,, 고소하다.. 맛있다 하신다.
안심하고 본격적으로 전부치기 돌입!!
아니 벌써 시간이 3시가 되어가네.
오늘은 아주버님이 석근이어서 4시반 출근인데 연휴라 식사하기가 마땅치 않다 하셔서 김밥을 도시락으로 준비하기 위해 얼른 밥을 앉힌다,
내일 퇴근하며 바로 성묘갈 일정이라 아침먹을 시간이 안될것 같아 점심인지 저녁인지 모를 끼니로 미리떡국을 먹기로 했다.
멸치와 무, 다시마로 국물을 내어 떡국을 끓여 아침 먹은 찬에 따뜻한 전을 더해 떡국상을 차린다.
당근,시금치는 잡채를 하며 준비해두었고 떡국지단을 만들고 남은 계란으로 김밥용 계란말이를 하고
스팸조금 잘라 구워 단무지와 함께 금방 지은 밥을 살짝 식혀 김밥을 말았다..
떡국을 먹는 사이 잠간 앉았다가 아주버님이 출근하고 우리는 만두속을 만든다.
만두피는 찬기를 빼기 위해 냉장고에서 꺼내놓고
불려둔 당면을 삶고 가을 우거지를 해동하여 다져 꽉 짜서 물기를 뺀다.
계속해서 김치, 숙주를 다지면 남편은 옆에서 두부와 내가 다져준 것을 받아 물기를 짠다.
우리는 고기를 넣지않기에 여기에 고추가루, 파마늘로 양념을 더하고 계란을 풀어 잘 섞어 간을 보아
후추 , 참기름을 끝으로 속만들기를 마친다.
큰아이는 알바를 가고 둘째랑 남편이 식탁에 앉으면서 만두빚기 시작!!
미리 찬기를 빼고 눅눅하게 해 두었는데도 잘 붙지 않는 듯해 어쩌나를 연발하며 꼼꼼히 접어 만든 만두는
찌고 나니 반짝반짝 윤나고 벌어지지 않아 남편이 좋아했다.(출근하는 아내대신 장을 봐주었다)
쪄진 만두를 냉동그릇에 낱낱이 떨어지게 담아 냉동실에 넣어두는 것으로 오늘의 일과가 끝났다.
남편은 싫은 내색없이 30여년을 맏며느리처럼 움직이는 내가 고맙고 미안하다 하는데
감사하게도 나는 수고보다는 즐거움이 더 크다.
부족해도 정성껏 준비한 음식을 맛있게 먹는 모습이 나에게는 기쁨이 되기 때문이다.
나야 이런 기쁨이 있지만 남편은 어떤 맘으로 하루를 움직였을까??
삼형제중 맏으로 큰집이었던 시댁은 행사가 제법있었다.
기독교라 제사는 지내지 않지만 기일이면 모두 모여 식사 후 예배를 드렸고,
20여명의 식사준비는 당연히 손이 많이 갔다.
오히려 식사 준비를 하니 시기에 따라 메뉴도 바꿔야 했고 플레이팅도 신경써서 준비했다.
맏며느리 위치가 아니지만 맏며느리가 되어버린 나에게 남편은 늘 미안해 했다.
어머님마저 소천하시고 2-3년 지나서는 행사를 줄이자는 작은아버님 의견에 따라 당일성묘로 바뀌며
이제는 식구들 식사만 준비하면 되었지만 그래서 더욱 맘이 쓰이기도 한다,
남편도 첫째인 아주버님도 쓸쓸한 맘이 들 거 같다,
부모님 계시던 명절,, 어른들이 담소나누시고 아이들이 북적이던 그 때가 생각나서..
아이들에게도 명절의 분위기를 느끼게 해 주고 싶어
더욱 부러 기름냄새 나게 전을 부치고 만두를 빚는다. (추석이면 송편을 빚는다)
부모님의 빈자리를 그리움으로만 채우지 않기를 바란다.
음식을 먹는 즐거움과 분주하면서도 들뜬 기분이 조금은 그리움을 누를 수 있기를 바란다.
아이들이나 결혼 후 함께 다녀가는 아가씨내외에게나
명절이 즐겁고 가족이 함께 하는 좋은 날이었으면 좋겠다.
올해도 이렇게 설을 보내고 추석을 보내고 할 것이다.
내내 가족이 건강하고 화목하기를 또한 소망하며 나도 잠을 청해본다.
첫댓글 음식 잘하시는군요. 읽기만 해도 정성이 느껴집니다
음식하는 그 시간이 저는 그냥 즐겁더라구요.
맛은 제 입에 맞게 하니(제가 만드니까요 ㅋ) 제입에는 그럭저럭 맞습니다 ㅎㅎ
이런 명절은 대통령상 받아야 될것 같아요
다투지 않고 화기애애 하고
사랑이 듬뿍 들어간 명절음식은 그냥 먹으면 건강해질거 같아요
너무 부끄럽습니다. 그저 맛있는거 먹는 즐거움이 소확행인 1인입니다 ㅎㅎ
모든 일에 열심이신 것 같습니다.
화목한 가정을 만드신 일등공신이신듯 합니다.
절대적으로 혼자는 힘들더라구요 ㅎ
같이 사는 사람의 도움과 지지가 있어 감사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