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군기지 확정과정에서 나타난 지역주민의 프레임

[살아있는 돌]

제주해군기지 확정과정에서 나타난 지역주민의 프레임

                                                                                                                         과   목: 제주사회연구

                                                                                                                         지   도: 조성윤 교수님

                                                                                                                         제출자: 이소영(AD20137203)

                                                                                                                         제출일: 2014. 12. 22.

    목 차

  Ⅰ. 서론

  Ⅱ. 제주해군기지 확정과정과 프레임

    1. 경제발전 프레임

    2. 피해의식 프레임

     1). 일본군 요새로서의 제주도

     2). 대량학살의 기억과 레드콤플렉스

    3. 환경보존 프레임

    4. 국가안보 프레임

    5. 평화의 섬 프레임

  Ⅲ. 결론

  Ⅳ. 참고문헌

Ⅰ. 서론

  제주해군기지 건설은 2002년부터 화순항에서 시작되어 위미를 거치는 동안 공동체에 분열과 갈등을 일으키고 마침내는 강정마을에서 확정되어 건설되고 있지만, 현재까지 끊임없는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제주지역사회운동이다. 건설이 되는 과정에도 중단을 요구하는 운동이 강정마을 주민과 제주사회는 물론 국내외의 시민단체, 학자 및 언론이 함께 참여하여 계속되고 있다.

 본고에서는 왜 처음에 찬성을 했던 강정마을 주민들이 반대로 돌아서야 했는가? 반대로 돌아선 주민들의 미시동원맥락 즉, 저항 지향적 주민들의 입장은 무엇인가? 이러한 찬반입장에 섰던 주민들의 의식변화를 갖게 했던 대항 헤게모니가 어떻게 형성되었는가를 조명해 보고자 한다. 그리고 이들의 행위를 정당화시켜준 프레임(frame, 의미틀)이 무엇이었나를 조명해 보고, 이러한 입장을 명확히 함으로써 제주해군기지 건설과정의 갈등 요인을 살피고자 한다. 그리고 갈등해결을 위한 가능한 실마리를 찾아보고자 한다.

  여기에서 미시동원맥락이란 집합적 귀속 과정이 기초적인 형태의 조직과 결합되어 집합행동을 동원하는 과정을 말한다. 그 전형적인 예가 집합적 귀속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기존의 정치집단과 연계되어 집합행동을 일으키는 경우이다. 이 경우 기존의 정치집단은 ‘과외 활동적인(extracurricular)' 동원에 참여하는 것이 된다. 과외활동으로 참여하는 집단은 정치집단뿐 아니라 다른 비정치적인 집단이나 비공식적인 소규모의 기존 집단들에게도 해당된다.(임희섭, 2009:98)

  프레임(frame)이란 본래 고프만(Irving Goffman)에 의해 사회학에 도입되었다. 프레임은 그것을 받아들인 사람들이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주변에서 일어나는 무수히 많은 일을 위치지우고(locate), 파악하며(perceive), 분별하고(identify), 규정하게 하는(label) 의식구조이다(Goffman, 1974:21; 최현・김지현, 2007: 258, 재인용). 조지 레이코프는 프레임이란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형성하는 정신적 구조물이며, 우리가 추구하는 목적, 우리가 짜는 계획, 우리가 행동하는 방식, 그리고 우리 행동의 좋고 나쁜 결과를 결정하며, 정치에서 프레임은 사회정책과 그 정책을 수행하고자 수립하는 제도를 형성한다고 하였다. 프레임을 바꾸는 것은 이 모두를 바꾸는 것이며, 프레임을 재구성하는 것이 바로 사회적 변화라고 보았다(조지 레이코프, 2006: 서문).

  스노우와 벤포드 등은 이러한 프레임이란 개념을 집단행동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해석의 여러 유형을 설명하기 위해 도입했고, 그 후 프레임의 개념이 사회운동론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스노우와 벤포드에 의하면 프레임은 세 가지 요소를 가지고 있다. 첫째로 진단적 프레임과정(fraiming)인데 이것은 문제가 무엇인가를 규명하고 문제의 소재를 파악하는 절차를 말한다. 둘째는 처방적 프레임과정인데, 문제의 해결에 대한 제안뿐만 아니라, 전략과 전술 및 공격목표의 규명절차를 말한다. 셋째는 동기적 프레임과정인데, 사람들을 직접 운동에 참여하게 만드는 설명적 근거들이다. 위의 두 프레임과정이 진행되어 문제의 소재 파악과 처방이 마련되었더라도 사람들을 직접 저항에의 참여로 이끌어내지 못하면 운동은 성립되지 않는다(Snow and Benford, 1988; 정철희, 1995, 재인용).

  그런데 사회운동과 같은 기존의 사회적 관행과 배치되는 행위를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개인을 일상화된 행위 패턴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하는 대안적 사고체계가 필요한데, 이러한 일종의 대항 헤게모니를 프레임이라 한다. 프레임은 지배적 해석에 대항하여, 기존의 사회체계에 의문을 제기하는 대안적 해석체계를 의미한다.(McAdam et al., 1988; 정철희, 1995)

본고에서 프레임은 이러한 대안적 해석체계로 활용한다.

  본고에서는 상기 연구목적을 위해 이보라의 논문 「제주도 내 ‘군사기지 유치’ 담론을 통해 본 평화만들기의 정치학」을 중심으로 살피려고 한다. 위 논문을 근거로 살피고자 하는 이유는 위 논문을 위해 연구자 이보라는 현지조사와 심층면접 그리고 참여관찰의 형태를 통해 쓰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직접적으로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에 깊은 관심을 갖지 못했고 왜, 어디에서부터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이 시작되었는지를 잘 알지 못하는 필자가 간접적이지만 강정마을 주민 가까이에서 생겨난 일들을 이해하고, 살피는 연구목적을 이룰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Ⅱ. 제주해군기지 확정과정과 프레임

  2002년부터 시작된 제주해군기지 건설 논란은 처음 화순항이 예정지였으나 반대가 심해지자 위미로 바뀌었다가 최후 강정마을로 귀착되었다.

  제주 강정마을은 2007년 국방부에 의해 해군기지 건설예정지로 지정되었다. 강정마을은 2007년 5월 제주특별자치도 주관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찬성 56%로 제주도 내 다른 마을들보다 높은 찬성비율을 보여 기지 건설이 확정되었다. 그런데 동년 8월 주민투표 결과 투표참여자 중 94%(총 725명의 투표 중 680명) 이상의 찬성으로 군사기지반대대책위가 만들어지고 군사기지 건설과 더불어 이후 현재까지 첨예한 대립이 계속되고 있다.

  2007년 5월과 8월 사이 강정마을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들이 있었던 것인가? 동년 5월 강정마을 주민은 왜 찬성을 하였나? 그리고 8월 강정마을 주민들은 왜 적극 반대로 돌아섰는가? 어떻게 초기 제주해군기지 확정과정에서 강정마을은 이런 변화를 생성하였나? 이후 찬반 양편으로 나뉘어져 계속되는 갈등을 해결할 길은 없는가?

  이보라는 이와 같이 필자가 궁금해 하는 내용에 관심을 가지고 강정마을 주민들의 시간에 따른 입장변화를 주목하며, 구체적으로 어떠한 사회적・문화적・경제적 조건들이 이들의 견해를 바꾸게 하였는지를 질문함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보라는 제주도 해군기지와 지역주민과의 관계에 대하여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고 하였다. ① 기지 건설론자들의 입장으로서 군사기지를 경제적으로 치환가능한 시설로 바라보며 기지건설이 강정마을을 포함해서 '저발전'된 제주도의 새로운 전환의 계기로 사고하는 입장이다. ② 수난과 피해로서의 제주의 역사성 속에서 군사기지 건설의 부당함을 드러내는 입장이다. ③ 강정마을과 제주의 '천연'환경의 훼손을 막고자 하는 생태학적 입장이다. 이외에도 국가안보의 입장을 제기하는 국방부의 입장이 있다고 보지만 관련지역 주민들에게 전혀 설득력이 없기 때문에 앞의 세 가지 입장만을 다루겠다고 한다. 이러한 입장들은 군사기지 건설론에 대해 각각 찬성-반대라는 폐쇄된 영역을 구축한다. 즉 기지에 '찬성'하는 것은 "마을의 발전을 위한 것 vs 마을을 팔아먹는 것"이고, '반대'는 "평화를 원하는 것 vs 현실을 모르는 것"으로서 대립하고 있다고 하였다(2010: 136). 이하에서는 이러한 문제제기와 관련하여 프레임 유형을 살피고자 한다.

  1 . 경제발전 프레임

  여기서 첫 번째 입장 곧, ‘기지 건설론자들의 입장으로서 군사기지를 경제적으로 치환가능한 시설로 바라보며 기지건설이 강정마을을 포함해서 '저발전'된 제주도의 새로운 전환의 계기로 사고하는 입장’을 ‘경제발전’이라는 프레임으로 보고자 한다. 이보라의 연구를 보면 연구자가 군사기지 건설에 찬성한 주민들을 인터뷰한 내용에서 강정마을을 “아파트 없는 마을”, “살 방법이 없음”, “(도로가 없어서) 돼지우리 같이 꽉 막혀 있음”, “갑갑함” 등으로 묘사하였다. 강정마을 외부에 도로나 시설이 있다면 이 마을에도 그런 것들이 있어야 하는데 없다는 “결핍”의 표현을 하고 있다. 또 다른 지역들은 발전하고 있는데 강정마을은 제외되고 있다는 상대적 박탈감에 빠져 있는 것이다. 더구나 강정마을은 마을 내에 있는 유원지로 인해 15년 이상을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있기 때문에 자신의 토지에 대한 처분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권한이 없었다. 때문에 군사기지 건설이 지역을 변화시키고 경제 발전을 가져오는 계기가 되리라는 기대를 가지고 찬성하게 된 것이라 보고 있다. 이보라는 이것을 ‘좀 더 나은 삶’에 대한 상상이라고 표현하고 있다(2010:150-152).

    이제 이렇게 기지가 들어오다 보면 외부 사람들이 많이 오고 가고 할 거 아니예요.

   외부에서 오고 가고 하다보면 우리 지역에 와서, 꼭 우리 동네가 아니더라도 제주도

   에 와서 뭐 밥 한 그릇을 사먹는다면, 밀감 한 박스를 사가지고 와서 선물을 한다면,

   지역에 와서 돈 좀 쓰고 그러면 나아지지 않을까, 외부사람들이 많이 많이 왔다갔다

   하셔야.

  이보라가 인용한 위의 사례에서 보듯이 기지건설을 찬성한 이유는 사람들이 많이 왕래하여 경제사정이 좋아지리라는 기대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군사기지 건설 계획이 마을에서 거론되기 시작했을 때, 주민들 대다수가 공식・비공식적으로 ‘찬성’의 견해를 가졌었다. 그래서 마을에서의 유치안은 어촌계, 부녀회, 마을 운영회의 논의를 거쳐서 2007년 4월 26일 마을 임시총회에서 결정된 사항이었다. 총회회의록에 의하면 마을회장은 “일생에 한 번 올까 말까한 일”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다른 마을도 유치하고 싶어 하는 일이기 때문에 빨리 결정할 것을 제기하였다. 주민들은 이전에 화순이나 위미마을이 왜 반대를 하였는지 충분히 논의하지 못하고 마을회장이 좋은 기회이니 빠른 결정을 해야 한다고 재촉하는 것에 따라 참석한 86명 전원이 찬성을 하였다. 그리고 마을회장을 중심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강정마을이 해군기지를 유치할 것을 공식화하였다고 하였다.(2010:54). “해군기지는 서귀포시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우리의 선택이므로 강정동을 해군기지 후보지로 결정해줄 것”을 요청했다. 마을회장은 “낙후된 마을을 발전시키는 방안이 절실했는데, 해군기지가 현실적인 수단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말했다(『한겨레』2007. 4. 27.; 『동아일보』2007. 5. 4.). 그러자 제주도 당국이 기다렸다는 듯이 여론조사를 실시하였고, 화순・위미・강정 세 지역 중에서 강정지역이 찬성표가 가장 많았으므로 강정을 해군기지 후보지로 결정한다고 발표했다(조성윤, 2008:200).

  요약하면 발전이 제외되었던 강정마을이 해군기지를 유치함으로써 경제적인 많은 발전이 있을 것을 기대하고 마을총회에 참석한 전원이 찬성하여 기자회견을 하게 된 것이었다. 여기까지 해군기지 건설 결정은 순탄해 보인다. 다만 마을총회에 참석한 사람들이 일부분이었고 충분한 논의 없이 급속하게 결정을 하였다. 그런데 왜 마을회장은 그렇게 서둘러 결정을 내렸던 것인가? 첫째는 본인의 말대로 다른 지역에 빼앗길세라 좋은 기회를 빨리 잡고 결정을 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둘째는 제주도 정부와의 어떤 연관 속에서 결정을 서둘렀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확인할 길이 없다.

  그러면 이렇게 마을총회(일부 참석) 참석자 전원의 찬성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해군기지 건설 유치를 결정한 것을 왜 반대하게 되었나를 살펴보아야 하겠다. 다시 이보라의 인터뷰한 기사를 본다.

     4월 26일 총회가 만장일치 박수를 통해 결정이 됐다 해도 우리는 이거 절차적으로

   잘못됐기 때문에 이것을 인정 못한다. 그래서 우리는 [기지]반대위 출범을 해서 5월

   21일 이 자리[마을회관]에서 전 마을회장과 협상을 했수다게. 우리는 정차적인 측면

   을 요구했습니다. 왜냐면 그 이유는 첫 번째가 찬반전문가를 모시고 주민들 설명회

   를 하자. 두 번째는 찬반전문가를 모시고 주민들의 궁금증을 듣는 청문회를 하자.

   세 번째는 찬반전문가, 찬반주민 동수, 언론인을 모시고 전국해군기지를 실사하자.

   네  번째가 실사내용을 보고하자. 그리고 주민투표하자. 결과에 승복하자. 차후에 일

   을 서로 의논하면서 하자. 그런 식으로 아주 민주적인 절차로 잘 할려고. 근데 이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때 긴급히 내 놓은 일곱 번째 제안은 해군기지

   문제는 서로 추진하지 말고, 추진하게 되면 상호의논에 의해서 추진하자. 요거만

   합의가 됐는데, 이 사항을 한 번도 지켜지지 않았거든요. 뭐, 대통령 올 때 도지사

   하고 같이 나가서 "바당에 해군기지 건설해 주십시오." 건의를 했고, 그런 합의과정

   을 지켜주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는 전 마을회장에게 마을향약 규정에 의해서 [마을

   회장 해임건으로] 마을총회 소집요구를 했습니다. (중략) 8월 20일까지 우리 내부에

   서 4월 총회를 뒤집기 위한, 한마디로 진짜 피나는 싸움이라고 봐야 되죠(2010, 155).

  해군기지 결정상황에 문제의식을 느낀 주민들이 반대위를 만들어 마을회장과 주민들을 모아놓고 결정 절차를 밟아 결의하고 충분한 논의를 거치자는 요구를 한 것이다. 이 모든 일들이 지켜지지 않아도 이후 상호의논하자는 합의를 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잘 지켜지지 않았고 급기야는 마을회장 해임건으로 총회를 하게 된 것이었다. 마을 내에 반대위와 다시 절차를 밟아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일어났지만 여기까지도 마을회장에 대한 찬반의견이 엇갈리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6월 19일 찬반투표가 진행되지 못했고 그 과정이후 마을 분위기가 바뀌게 된다. 이 부분에 대하여 조성윤 교수(2008)는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강정마을에서는 총회 결과 발표 며칠 뒤부터 '강정마을 환경감시단'을 중심으로

   반대의견이 나오기 시작했고, 주민반대대책위원회가 만들어졌다. 그들은 해군기지

   유치와 관련하여 주민 대부분이 마을 총회 안건을 모르고 있었으며, 단 한 차례의

   토론회도 없이 마을 회장과 해녀회에 의해 졸속적으로 일사천리로 결정된 것이라고

   밝히고, 마을 주민 전체가 참여하는 주민투표로 다시 결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렇게

   되자 마을주민들은 해군기지 건설을 찬성하는 사람들과 반대하는 사람들로 갈라졌고

   싸움이 시작되었다.

  이보라의 또 다른 인터뷰 내용을 보면,

    6월 19일 총회 때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올 줄 몰랐는데 막

   700명 정도 왔다고 했는데, 그때 총회 때 모여서 [총회가] 무산이 돼도 사람들이

   돌아가지 안 허고. 마을 감사가 회의 소집해서 마을회장이 회의 시작하자마자 싸움

   붙은 건데. 마이크를 뺏어서 의사진행 발언을 하겠다고 해서 말썽이 나자, 마이크를

   빼앗았고, 해녀들이 기표소 부숴서 탈취하여 도망가버리고 아수라장이 됐거든요.

   회의실이, 일차적으로 그 아수라장이 되어서 한 시간 이상 그렇게 되어서 어느 정도

   진정이 되니까 감사가 “회의진행을 잠시 중단하겠다.” 그러면서 그 밤에 서귀포에

   있는 인쇄소에 가서 투표용지 가서 만들어 와서 재투표를 할려니까 또 다시 [찬성

   주민들이] 막아서가지고 못하게 했거든요. 못하게 해서 무산됐고, 그러자 감사가

   “도저히 못하겠습니다”. 했을 때도 사람들이 돌아가지 않았수다게. 밤 12시가 가까

   이 왔는데. 그래서 반대에서는 “이제는 돌아가십시오. 우리 투표 더 이상 못하겠

   다.”고 선포했는데, 돌아가지 않았기 때문에 그 좌석에서 해군기지 반대 서명을

   받았는데, 그 자리에서만 400명 이상을 받았거든요. 그 후에 주민들이 반대하는

   사람도 엄청나게 많다는 걸 느꼈고 찬성측에서 그렇게 물리적으로 행사를 했기

   때문에, 오히려 반발심으로 더 많이 참석했을 걸로 보는데, (중략) 왜냐면 사실상

   저희도 해군기지에 대한 깊이 있게 알지는 못하거든요. 전문가가 아닌 이상.

   (2010, 156-157)

  절차상 과정에 문제를 느낀 주민들의 제안으로 2007년 6월 19일 마을전체 주민을 대상으로 찬반투표를 부치고자 했지만, 찬성측 주민들이 기표소를 부수고 투표함을 탈취하는 소동으로 결국 투표가 무산이 되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그리고 이 날 찬성측의 무리한 방해가 주민들의 반감을 일으켰고, 여론은 급속히 반대측으로 기울어지게 되었다.  이보라는 이때 한 해녀가 ‘반대’를 선언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궨당 관계인 마을회장과의 감정적인 문제로 돌아서게 됐다고 한다.

     나는 처음에는 해녀들 회의 할 때도 가만히 있었어. 마음속으로는 '아, 바당 이렇

   게 메우는 건 아이다(아니다)' 생각했지만 겉으로는 가만히 있었어. 그리고 아이들

   한티도 “너희 삼촌이 그렇게 하는데 나서지 말라” 했었지. 그런데 마을회장이

   “나는 000[마을회장의 조카이자 해녀의 아들]이를 모른다.” 했다고 그랬지 닮아.

   그래서 그때부터 “아, 이건 아니다. 나는 반대다.” 하게 된 거.

     군사기지가 들어온다 했을 때, 마음속으로 '이것은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가만히 있었는데, 친족인 마을회장이 자신들을 모른다고 하는 말을 듣고 반대로 돌아서게 되었다는 것이다. 반대하게 된 것은 군사기지 그 자체의 문제이기 보다는 눈앞의 관계, 살아온 경험과 역사가 부정되는 폭력으로 인한 것."이라고 하였다(158). 그리고 8월 10일 강정마을의 마을총회를 개최하여 해군기지 유치청원서를 제출한 마을회장을 해임하고 신임 마을회장을 선출하고, 8월 20일에 해군기지 관련 찬반 주민투표를 개최해, 강정마을 유권자 약 1,200몀 중 725명이 참여하여, 투표결과 94% 반대로 마을차원에서 “해군기지 건설 반대”를 확정지었다.

 여기에서 이보라는 절차상의 문제로 모인 총회에서 찬성측의 투표방해가 기점이 되어 많은 사람이 반대측에 서게 되었다고 했지만, 반대측이 왜 반대를 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지 않다. 분명한 것은 반대측에 선 마을주민들은 찬성측이 주장하였던 '경제발전'에 대해 더 이상 연연해하지 않고 있음을 가늠하게 한다.

   2. 피해의식 프레임

  여기에서 이보라가 제주해군기지와 강정마을 주민들 사이에서 제시한 ‘수난과 피해로서의 제주의 역사성 속에서 군사기지 건설의 부당함을 드러내는 입장’을 논의해 본다. 이것을 “피해의식 프레임”으로 정리해 볼 수 있겠다.

  이보라의 논문에서는 끊임없이 보이지 않는 힘과 해군과 정부의 폭력성에 대하여 언급하고 있다. 그는 군사기지는 ‘군사보호구역’으로 상징되는, 사회로부터 격리를 필요로 하는 시설이라는 푸코의 이론을 인용하며 문제제기를 하였다. 군사기지는 법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 대표적 치외법권 지대이며, 군사기지를 둘러싼 갈등은 저발전・환경오염・군인들의 폭력 등의 문제로 한국사회에서 대표적인 ‘혐오시설’로 자리 잡게 되었다고 하였다. 과거 한국에서 군사적 폭력은 집단적 동원체제와 그로 인한 선택과 배제의 문제가 핵심적이었다고도 한다. 6월 19일 총회를 위해 모였을 때 찬성측의 소동을 보면서 비가시화된 폭력을 감지하였다고 한다. 땅에 대한 폭력이 땅에 대해 구체적인 이해관계를 만들어내고, 주민들이 이러한 법칙에 따라 움직이게 만든다고 하였다. 군사적 폭력이 제주도 내의 일상적 권력체계와도 연결된다고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묘사들은 이보라가 제시한 ‘수난과 피해로서의 제주의 역사성 속에서 군사기지 건설의 부당함을 드러내는 입장’을 제대로 표현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 또한 구체적인 폭력의 실체를 밝히지도 못한다. 이것이 반대자들의 입장임을 언급하지도 않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오히려 조성윤 교수의 논문을 참조하는 것이 좋겠다. 조성윤 교수는 제주도민이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먼저 제주도민들의 역사적인 경험을 주목해야한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현대사 속에서의 경험만을 살필지라도 분명한 두 가지의 경험이 있으니 하나는 일제시대 말기 제주도에 주둔했던 일본군으로 말미암은 것이요 다른 하나는 1948년 4・3을 진압하러 제주도에 들어왔던 한국군으로 말미암은 경험이었다.

 1) 일본군 요새로서의 제주도

 제주도는 1930년대부터 일본군이 비행장을 건설하여 중국 침략기지로 사용했던 곳이다. 1944년 말 일본군은 ‘결호작전(決號作戰)’이라는 일본 본토 방어작전을 수립했다. 이 작전에서 일본군은 미군이 일본본토로 공격해 올 두 가지 진로를 예상했는데, 하나는 북해도를 통해 들어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남쪽으로 공격하는 것이었다. 남쪽으로의 공격은 대만에서 오키나와를 거쳐 쿠슈 남부로 들어가거나 제주도를 거쳐 쿠슈 북부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실제로 미군은 남쪽의 진격로를 택하여 이오지마와 오키나와를 차례로 공격하였다.

 이오지마에 미군이 상륙한 것은 1945년 2월 15일이었다. 미군은 옥쇄작전으로 버틴 일본군에 맞서 이오지마를 점령하기까지 한 달의 시간이 걸렸다. 이오지마를 지키던 2만 3천명의 일본군 중에서 포로가 된 자는 단지 212명뿐이었고, 나머지는 끝까지 저항하다 죽어갔다. 3월 25일에는 이오지마가 함락되면서 일본군과 미군의 오키나와 공방전이 시작되어 6월말까지 전투는 3개월간 계속되었다. 5만 여명의 일본군과 무수한 주민들이 죽었다. 미군의 폭격 때문이 아니라 일본군의 강요로 집단자결에 내몰리거나 일본군이 주민들을 대신 밖으로 내몰아 오키나와 주민 12만 명이 죽음을 당했다.

 다음 차례는 제주도였다. 제주도는 결7호작전 해당지역이었다. 1945년 3월부터 8월말까지 7만 5천명의 일본군이 제주도에 들어와 미군상륙을 대비하면서 전투준비를 하였다. 제주도 방어를 전담하는 제58군이 창설되고 관동군 111사단과 121사단이 투입되었으며, 신설된 제96사단과 독립 혼성 제108여단이 합류했다. 이들은 제주도 전역에 배치되어 미군상륙에 대비하였는데, 이들의 임무는 일본본토를 방어하기 위해 제주섬 전체를 요새화하여 최후 결전을 치르려 한 것이다. 당시 일본군은 제주도민을 동원하여 비행장 4개소, 해안 특공기지 6개소, 그리고 산악지역에 수 백 개의 지하호를 만들어 놓았다. 특히 제주도 서남부 대정지역은 군사 전략상 요충지로 모슬포 알뜨르 비행장, 오오무라 해군 항공대 병사, 섯알 오름의 고사포진지, 해안 특공기지 등이 집중적으로 설치되었다. 수만 명의 제주도민들이 강제 동원되어 비행장을 닦고 굴을 팠으며, 끝없는 공출에 시달렸다. 다행히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떨어지고 일본정부가 항복하면서 제주도에서 전투는 벌어지지 않았다. 만약 일본군이 항복하지 않고 제주에서 전투가 벌어졌다면 제주도 또한 엄청난 희생이 벌어졌을 가능성이 높았다. (조성윤, 2008:191-192) 일본군의 이러한 군사문화는 제주도민에게 몸서리쳐지는 뼈아픈 경험이었고 또 다시 겪고 싶지 않은 일인 것이다.

   2) 대량학살의 기억과 레드 콤플렉스

 1948년 4월 3일 제주도에서는 사회주의자들이 주도한 저항운동이 일어났다. 미국의 주도로 진행된 남한 단독 정부수립에 반대하여 독자 정부수립을 요구한 이 운동은 미군과 한국 경찰 그리고 군대에 의해 진압되었다. 이 과정에서 제주도민 20만 명 중에서 3만 명 이상이 학살을 당했다. 실제 운동에 참여한 사회주의자들은 수백 명이었지만, 잘못된 판단으로 경찰과 군대는 수많은 민간인들을 학살했고 수백 명씩 공산주의자들을 죽였다고 보고한 기록이 미군정 보고서에 남아있다. 군대와 경찰은 4・3은 공산주의 빨갱이들이 일으킨 폭동이며 양민 대부분이 빨갱이였다고 보는 시각을 바꾸려 하지 않았다. 4・3 당시 수많은 제주도민들이 목숨을 잃게 된 것은 군대의 과잉진압과 무차별 학살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4・3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통해 대량 학살의 역사가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기를 제주도민들의 열망과는 달리 한국군과 경찰의 태도는 여전히 바뀌지 않고 있다. 이러한 과거의 경험으로 인해 군대와 경찰은 제주도민에게 여전히 큰 두려움으로 존재하고 있다. 과거 혹시 누가 나를 빨갱이로 지목하지나 않을까 하는 막연한 두려움에 떨었던 경험을 “레드콤플렉스”라고 부른다.(조성윤, 2008:193-196)

  조성윤 교수가 밝히고 판단하고 있는 것처럼 제주도에서의 이러한 과거 경험은 제주도민들에게 결코 잊을 수 없는 역사경험이며, 강정마을 주민들에게 역시 군사기지 건설에 대한 반대할 이유가 된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제 제주도민은 이러한 레드콤풀렉스를 정면으로 직면해야 한다. 언제까지나 두려워하고 피할 것이 아니라 정면으로 직면하고 극복하고 넘어서야 할 것이다. 이제 경찰이나 군대도 많이 달라졌고 달라지고 있다. 물론 개혁되어야할 부분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군대나 경찰 스스로도 개혁되어야 할 부분도 있지만 체제자체가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다. 따라서 제주도민 역시 더 이상 경찰이나 군대를 두려워하고 멀리 해야 할 이유가 없다. 때문에 과거의 아픈 경험이 있기 때문에 강정군사기지 건설을 무조건 반대한다는 논리는 더욱 깊이 논의해야 할 부분이라 하겠다.

  3. 환경보존 프레임

  이제 이보라가 문제제기했던 제주도 해군기지와 지역주민과의 관계에서 세 번째 강정마을과 제주의 ‘천연’환경의 훼손을 막고자 하는 생태학적 입장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것을 ‘환경보존의 프레임’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제주도의 자연환경은 아름답다. 천혜의 아름다운 환경과 기후를 가지고 있다. 세계의 자연유산으로 지정되었고, 세계 7대 자연경관을 자랑하고 있다. 이런 아름다운 자연을 보호하고 지키고 천혜의 환경을 유지하여 세계민과 함께 공유하고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때문에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을 하는 것에 대해 환경보존을 앞세워 반대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제주도의 사회운동이 ‘환경보존 프레임’으로 승리한 경우가 있다. 제주도는 1994년부터 한라산의 케이블카 설치를 위해 10여년 이상 논의를 하였었다. 한라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것이 제주관광산업을 활성화시키고 나아가 지역경제를 살릴 것이라는 ‘관광개발 논리’와, 한라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것은 결국 한라산이 망가질 뿐이라고 반대를 하던 ‘자연보호 논리’ 그리고 자연보호를 하면서도 노약자와 임산부들도 한라산 관광을 할 수 있도록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것이 가능하리라는 ‘환경보존 케이블카 논리’까지 등장했지만 결국 한라산케이블카 설치논의는 취소가 되고 말았다. (조성윤, 2011)

  다른 지자체 지역에서 케이블카 설치를 통해서 실제로 자연보호와 더불어 관광수입을 크게 끌어 올리는 곳도 있다. 물론 대부분의 지자체가 성공적인 운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제주에서는 최근 급격히 늘어난 관광객으로 인해 2013년 년 10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들어오면서 케이블카 설치문제는 더 이상 논의되지 않고 있다. 자연을 훼손할까봐 환경론자들은 계속 반대를 해왔고, 관광업계에서는 환경도 보호하고 관광도 활성화시키는 환경보존 프레임까지 논의를 하다가 결국 취소되었다. 이것 역시 일면 환경운동가들의 지역사회운동 승리로 볼 수 도 있겠다.

  이보라의 논문에서는 사실상 이 부분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다. 다만 조성윤 교수의 글에 의하면 강정마을 ‘주민반대대대책위원회’가 ‘강정마을 환경감시단’을 중심으로 반대의견이 나오기 시작했다는 데에서 환경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이들이 군사기지 건설을 반대하기 시작한 것이 아닌가를 추측해 볼 수 있을 뿐이다. 물론 강정마을 주민들 역시 환경보존 프레임을 앞세워 군사기지 건설을 반대할 수 있다. 실제로 군사기지 건설과 더불어 한쪽에서는 구럼비 바위 발파를 반대하는 운동가들도 있었다.

  4. 국가안보 프레임

  이보라의 논문에서는 제주도 해군기지와 제주지역주민들과의 관계에서 국방부가 주장하는 국가안보의 입장을 제외하겠다고 했지만, 본고에서는 그 내용을 살펴보려고 한다. 이 입장을 “국가안보의 프레임”으로 설정한다. ‘국가안보 프레임’을 논하고자 하는 것은 이에 상반하는 또 다른 입장을 논술하기 위해서이다. 그러면 ‘국가안보 프레임’을 가지고 국방부와 정부가 제주도 해군기지를 건설하려는 입장은 무엇인가? 양길현 교수의 논문 내용을 요약해 보면 다음의 4가지로 정리된다.

 첫째는 해상교통로 보호를 위한 국가안보 차원의 대비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국가 전체로 보면 해외 수출입의 99.7%가 해상수송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특히 제주 인근해역은 우리 해상교통의 제일 중요한 관문으로 해상교통로 보호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제주국제자유도시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서도 예상되는 각종 해상범죄를 차단하기 위한 사전대비로 해양 분쟁 예상해역의 최근근거인 제주해군기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해군본부 2002, 1; 양길현, 2007: 122, 재인용)

 둘째는 중요한 지정학적 위치 때문이다. 장정길 해군참모총장은 제주남방해역이 모항인 진해로부터 400-500km 떨어져 있어 이곳에서 작전하는 함정들이 군수지원이나 장병휴식을 위해 진해항으로 이동하는 불편이 크기 때문에 근거리인 제주에 군수지원과 장병휴식이 가능한 시설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해군본부의 입장을 대변한 정삼만 중령 역시 세미나 발표를 통해 제주도가 전략적으로 중앙적 위치, 병참적 우치, 전진기지적 위치라는 3가지 측면에서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고, 지정학적으로 서해와 동해를 연결하는 길목에 있어 국방상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강력한 세력선과 완벽한 방어선으로 사용할 수 있어 해군기지가 필요하다고 하였다. (장정길, 2002.6; 정삼만 2002, 45; 양길현, 2007: 123 재인용)

 셋째로 해양안보 상의 위협 요인이 있기 때문이다. 해양위협 요인은 군사적으로 해상교통로 위협, 연안국의 해양관할권 행사 등의 위협 그리고 해상범죄 위협들이다. 예를 들어 남북한 관계의 유동성과 한중일 어업관할권 문제의 쟁점화 그리고 다양한 형태의 해상범죄의 증가 등의 위협 요인을 제거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것이다.

넷째로 대양해군으로의 도약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제주해군기지의 군수지원을 받아가면서 제주 남방해역까지 함정을 배치하여 연안해군에서 지역해군으로, 지역해군에서 대양해군으로 도약하고자 하는 21세기 해군의 숙원 전략을 이루기 위해서 필요하다는 것이다. (양길현, 2007:124)

  이러한 해군의 주장에 대해서 많은 학자와 시민단체들이 우려와 더불어 반론을 제기하였다. 조성윤 교수는 대양해군의 전략은 항공모함, 순양함과 같은 대형 전투함을 중심으로 기동함대를 구성하여 장기간 먼 바다에 머물러야 하는데 해상기지 체제가 필요한지 의문을 제기하며, 군사력 강화는 군비축소와 함께 군조직의 효율성을 높이는 내부개혁이 필요한 것으로 작지만 강한 군대를 지향해야 한다고 하였다. 해군기지 건설은 다만 해군의 조직을 확장하기 위한 생존전략일 뿐이라는 것이다. (2008: 203-207)

또한 양길현 교수는 안보의 문제를 일방안보, 군사력에만 의존하는 안보가 아니라 상호협력과 비군사적 측면까지 포함하는 공동안보가 가능하고 바람직하다는 입장에서 해군기지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고 한다. 안보와 관련하여 제주 해군기지(화순항)가 그렇게 현재적이고 긴박한 일인가 의문을 제기한다.(2007:126)

  우리나라는 해방이후 같은 동족이면서도 북한과의 대립 하에 반공을 국시의 제1로 여겨왔다. 때문에 이전 군사정권은 줄곧 북한과의 긴장상태를 적절히 통치수단으로 이용해 오기도 하였다. 실제로 현재도 북한의 계속적인 핵위협 아래 있다. 북한의 현재 젊은 지도자의 끊임없는 돌출 행동은 잠시도 긴장을 늦추지 못한 채 긴장 상태를 만들고 세계인의 시선을 모으고 있고, 특히 남한 정부와 군으로서는 촉각을 세우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아베정권의 우경화와 과거사에 대한 무책임한 태도, 독도에 대한 야심찬 일본의 대내외 노력 등으로 한국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못하다. 아베정권의 자위대 무장도 좌시할 수 없다. 더구나 세계 G2의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하며 경제력을 바탕으로 강한 군사력을 갖춰 가며 대양해군을 지향하며 세계의 중심이 되고자 하는 중화사상을 깊이 살펴야 한다. 국책사업으로 제주에 군사기지를 건설하려는 것은 국가로서의 판단과 전망이 있을 수 있다. 때문에 제주도에 해군기지를 건설하려는 정부의 변함없는 태도를 십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군사기지 건설은 모험이 아닐 수 없다.

  5. 평화의 섬 프레임

  이보라의 문제제기에는 없지만 그의 논문을 통해서 엿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입장은 평화의 섬과 관련된 것이다. 그러나 그의 논문「제주도 내 ‘군사기지 유치’ 담론을 통해 본 평화만들기의 정치학」이라는 제목과는 달리 평화만들기(peace-making)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말하고 있지 않다. ‘평화만들기’에 대한 명확한 개념 정의가 없고, 그가 전개한 논리를 통해서도 ‘평화만들기’ 정치학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이해하기가 힘들다. 강정마을 주민들이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동안 제주도는 제주국제도시로, 세계평화의 섬으로 변화가 생겨났다. 이것은 제주군사기지 반대를 지지하는 학자와 시민단체들에 의해서 생성된 논리가 제주도를 세계 ‘평화의 섬’으로 발전시키는 데에도 미친 영향이 적지 않다 하겠다. 또 이것이야 말로 앞에서 논의한 어떠한 프레임보다도 제주도에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논리가 아닌가 싶다. 이것을 ‘평화의 섬 프레임’으로 정의할 수 있겠다.

  강정마을 주민들이 주민 총회에서 반대하기로 결정한 초기단계부터 이 프레임으로 군사기지를 반대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제주에서 일어난 변화 곧 2002년 제주국제자유도시로 선포되고, 각국 정상들의 계속된 방문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에 의해 2005. 1. 27. 제주국제자유도시 특별법 제 12조에 의해 ‘세계 평화의 섬’으로 지정되며, 또한 4・3 문제의 해결 노력 등은 제주특별자치도가 평화의 섬으로 크게 부각되면서 반대논리로 관심을 갖게 되고 적극 발전시키게 되었다고 생각된다.

  그런데 주목할 것은 제주가 평화의 섬 지정을 받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움직이던 같은 시기에 해군기지를 다시 제주도에 건설하려는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었다는 점이다. 2005년 1월 평화의 섬 지정을 건의한 제주도 당국과 이를 승인한 정부 당국 모두 해군기지를 설취하는 것이 평화의 섬을 지정하는 것과 상호모순을 일으킨다고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제주도시사는 물론 정부당국자들이 한결같이 군사기지와 평화의 섬 추진이 양립 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하와이나 오키나와에 군사기지가 있는 것처럼 제주도에 군사기지가 건설되어도 세계평화의 섬 역할이 가능하다는 논리였다고 조성윤 교수는 지적하였다.(조성윤, 2011:55)

  그러나 이러한 태도와는 달리 양길현 교수는 제주도 화순항에 해군기지를 건설하는 것을 반대하는 몇 가지를 이유를 분명하게 제시한다. 해군기지 위치는 강정마을로 달라졌지만 논리는 다르지 않다고 생각되어 인용한다.

  첫째, 절대 안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반대하고 있다. 군사학에서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을 준비'하라는 하나의 명제가 있으나, 전쟁 준비는 상호적인 것이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군비경쟁을 낳을 것이고, 모든 군비경쟁이 필연적으로 전쟁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해도 전쟁의 가능성을 높아지게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안보를 위해서 군비경쟁으로 나서기 보다는 '평화적 수단에 의한 평화'로 나가는 방책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미국-일본-중국-러시아 간의 관계가 협조적인 성향을 강하게 띠고 있다는 인식과 전망 때문이다. 이들 나라들이 국제적 공조와 교류 및 협력이라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추세를 볼 때, 제주해군기지 건설 필요성이 매우 적다고 보는 것이다.

  셋째, 제주 평화의 섬 구상과 제주국제자유도시의 비전 때문이다. 이러한 비전은 안보적인 측면보다는 학술-문화-관광 등 국제교류 협력의 거점으로, 그리고 사람과 상품 및 자본이 자유로이 이동할 수 있는 국제자유도시를 지향해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양길현, 2007: 174-175)

  평화의 섬 프레임에 근거한 이러한 주장은 제주해군기지 건설 반대에 상당한 설득력을 지니며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절대 안보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 그것이요, 주변 강대국의 협조관계가 변화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항상 변화요인 또한 잠재되어 있다. 현재 중국과 일본,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원만치 못한 것이 일례이다. 그러나 제주해군기지 건설은 2007년 말 국회가 ‘제주해군기지 사업예산’을 처리하면서 본격 추진의 길을 걷게 된다. 이후 시민단체와 반대 운동가들의 농성과 시위, 이에 따른 잦은 충돌과 진압, 구금, 옥중저항운동, SNS를 통한 시민운동의 확산 등이 지속되어 왔지만 밀어붙이기식 기지 건설 또한 계속 되고 있다.

  그러면 세계평화의 섬이요 국제자유도시이면서 해군군사기지가 건설되고 있는 현실을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평화의 섬 프레임에 근거하여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했던 양길현 교수의 “(화순항) 해군기지 논쟁에 대한 비판적 재평가: 협력안보 시각”이란 논문에서 피력한 4가지 입장을 살펴본다.

  첫째, 군사적 대결을 준비하는데 기초한 과거의 전략은 새로이 대두되고 있는 도전들에 대응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는 인식에 기반하여 협력적 수단을 통한 위협의 예방이라는 협력안보의 정신과 방식을 지지한다.

  둘째, 해군본부가 지적하듯이 우리는 테러, 해상안전, 무기밀매, 해적행위, 밀입국 등 종래의 군사적 위협을 넘어서는 다양한 안보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 이와 같이 다양한 비정규적인 위협은 다자간 협력과 외교 및 경제교류적, 문화적 접근 등 다각적이고 포괄적인 접근을 요한다.

  셋째, 평화의 섬 제주는 하나의 실현태가 아니라 실험이자 정책이다. 왜냐하면 아직 지구상에 평화의 섬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제주도가 세계 평화의 섬으로 미래를 향하여 나아가고자 한다면, 남다른 인식의 전환과 전향적 태도 그리고 모험과 희생까지도 요청될지 모른다. 특히 세계 평화의 섬은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를 넘어서 세계를 향하는 개방성과 창의성이 요구된다. 화순항(제주도)에 해군기지를 건설하는 등의 방책에 의존해서는 세계평화의 섬은 하나의 구호나 허상에 불과할 뿐이다.

  넷째, 화순(제주)해군기지 문제는 100년 이후의 화순(제주) 지역 미래상이라는 큰 그림 속에서 부분적으로 위치하고 역할을 하는 최소한의 자위력에 그쳐야 한다. 다만 과잉대처와 안보 딜레마를 경계해야 한다. (양길현, 2007:203-204)

Ⅲ. 결론

  본고에서는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과정 중 초기 군사기지 확정과정에서의 주민들의 저항헤게모니 변화에 주목하였다. 연구방법은 미시적 동원맥락 곧 저항주민들의 입장 곧 찬반입장에 섰던 주민들의 의식변화인 프레임을 분류하고 살피고자 하였다. 프레임의 유형으로는 다섯 가지로 구분하였다.

  경제발전 프레임은 처음에 강정마을에 군사기지 건설을 적극 유입하려고 한 마을이장을 중심하여 해녀회와 일부 지역주민들의 만장일치 찬성으로 나타났다. 주민들은 ‘좀 더 나은 삶’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조급하게 결정하게 되었다. 다수가 참여하는 민주적인 절차를 이루지 못하고 졸속으로 결정하고 인터뷰하며 유치하는 동안 문제가 발생하고 반대하는 대책위원들과 갈등을 빚게 되었다. 이보라의 논문을 통하여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탐구해 볼 수 있는 장점이 있었지만 다른 프레임들을 다루고 있지 않은 단점도 있었다.

  피해의식 프레임은 경제발전 프레임으로 시작된 마을 유치를 왜 반대하게 되었는지 그 이유를 찾고자 할 때에 마을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보다도 군사기지에 대한 두려움과 혐오감을 이룬 근저에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역사과정을 통해서 살필 수 있었다. 조성윤 교수의 논문에 의하여 과거 일본군 요새로서 그리고 4・3의 대량학살과 레드콤플렉스와 같은 피해의식에서 반대하는 행동들이 있을 수 있음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처음에는 확실한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던 주민들과 찬성측에 있던 주민들이 주민투표에 의해 뜻을 묻고자 한 투표에서 찬성측의 적극적인 투표반대 행동을 보고 반대측으로 돌아선 이들도 다수 있음을 살펴보았다. 이것은 처음부터 찬성과 반대의 분명한 논리가 있었다기 보다는 다분히 분위기 또는 감정에 의한 것임을 보게 된다.

  환경보호 프레임은 반대위를 시작한 사람들이 강정마을 환경감시단원들이었음을 인하여 처음부터 일정부분 환경과 관련하여 군사기지 건설을 반대했다고 할 수도 있지만 이후 시민들과 국내외 저항 사회운동가들과의 연대를 통하여 나타났음을 유추할 수 있었다. 특히 제주도가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되고 세계 7대 자연경관으로 지정된 일들은 이 프레임으로 저항하는데 밑받침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또한 한라산 케이블카 설치반대 운동은 환경운동가들의 승리라고도 볼 수 있음을 살폈다. 하지만 환경보호 프레임으로 다음의 국책사업이라고 하는 국가안보 프레임의 대항논리로는 부족함을 보게 된다. 그러나 많은 환경운동가들의 노력은 건설과정에서 환경의 중요성을 크게 부각시켰다고 하겠다.

  국가안보 프레임은 정부와 국방부가 국책사업으로 제주도에 해군기지를 건설하려는 계획을 실천하는 근거라고 하겠다. 이 프레임을 주장하는 해군의 입장을 살피며 무엇을 요구하고 사회운동가들의 요구가 무엇인지를 살필 수 있었다.

  평화의 섬 프레임은 국가안보 프레임에 대항할 수 있는 가장 힘 있는 논리라고 생각된다. 그것은 제주도가 국제자유도시로서 사람과 상품과 자본이 자유롭게 교류되고, 세계평화의 섬으로서 유지되고 발전하며 세계평화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군사기지가 없던지 있다고 할지라도 최소한의 자위력에 그쳐야 하고 보다 큰 그림으로 제주를 발전시킬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에 접근하였다.

  그러면 군사기지 건설이 시작되어 진행되는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는 강정마을 주민들의 갈등상황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본고에서는 프레임의 과정 중 진단적, 동기적 프레임을 중심으로 살필 수 있었다고 생각된다. 처방적 프레임을 제시하기에는 아직도 미흡하다고 판단된다. 그러나 찬반 양편의 갈등을 이루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그 실마리를 찾았다고 생각된다. 이제는 찬반 양편이 공동체 회복을 위하여,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협력하는 자리로 나와야 하겠다. 지역공동체 회복을 위하여 제주도정이 지원하여 대학이나 민간단체 혹은 전문기관이 태스크포스 팀을 만들어 찬반 양측의 아픔을 치유하고 서로 화해하고 협력하는 노력을 하여 평화의 섬 주체가 되도록 세워 나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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