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형래 이야기를 꺼냈으니 그의 이야기를 마저 하는 것이 좋겠군요.
심형래 영화 "디워"가 한국사회에 던진 충격은,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논란만큼이나 컸던 것이 사실입 니다. 또한 분
야는 다를지 모 르지만, 그 사태의 핵심키워드는 한국민들의 강대국으로의 열망으로 압축될 수 있지요. 그런데... 저의
눈에는 기껏해봤자, 한국판 "양무운동(洋武運動)"으로 밖에 보이질 않는군요.
"디워"를 옹호하는 사람들의 기본적인 컨셉을 논하자면, 이렇습니다. 우리가 미국보다 못한 까닭은, 단지 기술과 그 기
술을 시현시킬 수 있을 정도의 돈이 없어서 그렇다는 것입니다. 돈과 기술만 있으면 미국처 럼 할 수 있다는 생각은, 아
편전쟁에서 영국한테 늘씬하게 얻어터진 중국이 그 원인을 군사장비의 낙후에 서 찾고, 단시 군사장비만 개량하면 이
길 수 있다고 착각했던 것과 전혀 다르지 않습니다.
영화 "디워"
진중권교수가 목놓아 외쳤던 것이 무엇이었던가요? 그것은 "개연성"이었습니다. 좀더 정확하게 이야기 하자면, 스토리
인 것이지요. 제가 봐도 "디워"는 스토리가 꽝이었습니다. 해적판을 구해서 한번 보려고 했는데, 조선시대가 나오는 장
면에서 중단했습니다. 그 이상 더 본다는 것이, 저의 정서에 해가 될 것 같아서리...
각설하고... 영화 "디워"하면 조건반사적으로 머릿속에 떠오르는 영화가 바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쥬라기 공원"일
것입니다. 혹자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릅니다.
"에이~ 쥬라기공원 제작비가 한두푼일 줄 아슈? 그리고 CG로 치면 디워도 쥬라기공원에 절대 뒤지지 않는다는 말이
오...."
라고 할텐데, 그거는 북한 김정은이도 익히 알고 있을 것입니다. 물론 저도 익히 알고요. 문제는 진중 권교수가 그토록
강 조했던 개연성이라는 것이 "디워"에는 없고, "쥬라기공원"에는 있다는 것입니다.
"쥬라기공원"의 첫 장면이 광물인 호박에 묻혀 있는 모기의 화석을 추출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몇 백만년 전에 멸종한
공룡이 현대에 다시 생성되는 것을 관객들에게 설득력있게 설명하려는 것이지요. 우주에서 뚝 떨어지는 것보다 훨씬 설
득력이 있어 보이는군요.
그것만 가지고는 부족하다 싶었는지, 알렌박사 일행이 공원이 도착하고 나서 어떻게 공룡을 다시 살려냈는지 브리핑하
는 장면을 따로 할애합니다. 그만큼 스필버그 감독은 관객들에게 공룡이 다시 부활하게 된 경위에 대해서 설득력있는 설
명을 하려고 하는 것이지요. 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유전공학이라는 새로운-이제는 특별히 새로울 것이 없지만-분야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 아니겠습니까? 복제 양 "돌리"를 보면서 공룡을 복제해 내는 것을 생각해 낸 것인지, 아니면 공룡
의 부활을 설득력 있게 설명할 방법을 찾다가 복제 양 "돌리"에 눈을 돌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스필버그 감독의 천재성
혹은 노력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가 없군요.
관객들은 실제로 지구 어디선가 공룡을 복제하려는 시도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됩니다. 이 어찌
흥미진진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그러한 상상은 관객들로 하여금 쥬라기공원에 더욱 몰입하게 만듭니다. 확
실히 디워 좋다는 사람들은 가장 기초적이면서도 중요한 점을 간과하고 있다는 셈이지요.
각설하고....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쥬라기공원"은 심형래 옹호자들-속칭 "디빠"라고 하지요-이 주장했던 것처럼, 돈으로 쳐발라
서 CG(컴퓨터 그래픽)으로 땜빵질한 허접한 영화가 절대 아니라는 점... 무지무지 강조하고 싶습니다.
우선, 스토리를 보시죠.
알렌박사는 공룡화석을 열나게 찾아다니는 학자입니다. 그런 그에게 어느 날 해몬드 회장이 찾아오고요. 자신이 설립
한 쥬라기공원에 참관인으로 초빙하기 위해서입니다. 수학자인 말콤 박사도 초대를 받고, 해몬드 회장의 손자와 손녀
역시 쥬라기공원에 초대받습니다. 물론 투자자들 대표아저씨도 초대받지요.
평생을 화석으로 보아온 것들이 실제로 살아움직이는 것을 본 알렌 박사. 놀라움과 기쁨에 입을 다물지 못합니다만, 그
러나 말콤박사는 계속 딴지를 걸어댑니다. 저것들이 번식하며 어떻게 하냐고... 그러나 해몬드 회장은 자신있게 반박하
지요. 모두 암컷이라고... 그러나 말콤 박사는 결국 번식해낼 방법을 찾아내고야 말 것이라고 다시 반박합니다. 어쨌거
나 해먼드 회장의 과학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그 누구도 침해 불가한 것이고, 또 공원 전체가 컴퓨터로 자동 통제가 된
다며 자랑스러워 합니다.
삐딱한 태도에 사사건건 걸고넘어지는 말콤 박사와 무엇이든지 과학의 힘으로 통제가 가능하다고 확신하는 해먼드 회
장. 이 두 인물이야말로 쥬라기공원의 실제 주연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입니다. 알렌 박사는 중립적인 입장이지요.
공룡의 부활에 환호하면서도 정작 해몬드 회장 편에 서지는 못 합니다. 말콤 박사의 주장이 터무니없는 것이 결코 아니
기에.
자신이 진 빚 때문에 결국 회사 기밀을 팔아먹는 연구원 네드리때문에 결국 공원 전체가 마비 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네드리는 공룡의 유전자들을 훔쳐서 도망가는 도중 자신을 추적하지 못하도록 공원의 경비시스템을 망가뜨려놓고 도망
을 가지요. 물론 가는 도중에 어이없게 죽지만...
시스템을 정상 가동시키기 위해 쩔쩔 매는 사람들. 방법은 오직 하나. 전원 자체를 셧다운 시켰다 다시 켜는 수 밖에 없
습니다. 그 과정에서 몇몇 인원들이 희생되지만 결국 성공합니다. 물론 전원이 나가 버림으로써 공룡들을 가둬놓았던
전기 철조망도 일순간에 마비되고, 공룡들은 우리 밖으로 몰려 나오게 됩니다.
이런저런 우여곡절 끝에 간신히 공원에서 탈출하는 일행. 알렌 박사는 해몬드 회장한테 이럽니다.
"회장님, 여러가지로 생각해 봤는데 쥬라기 공원 개장에 반대하게 됐습니다."
해먼드 회장도 응수합니다.
"동감하오!"
영화는 이렇게 끝납니다.
처음에 이 영화를 비디오로 봤을 때-저는 왠만한 영화들은 거의 다 비디오로 봤습니다-디빠들이 주장하는 CG에 압도
되 기는 했습니다. 아마 2-3번을 봤을 때도 똑같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디워 사태를 겪으면서 쥬라기공원에 관한 관점
에 조 금씩 변화가 생김을 느꼈지요. 단지 CG로 땜빵질한 영화가 아니다.... 다시 한번 자세히 보게 되었쥬... 보고, 보고
또 보고... 황소가 풀을 되새김질 하듯...
그래서 얻은 결론입니다. 쥬라기공원은 자본주의의 오만과 탐욕을 매섭게 비판하고 있어요. 마르크스보다 더 신랄할
정도로... 하지만, 결국 자본주의가 스스로 정화될 수 있음을 확신하고 있니다. 마르크스는 망할 것이라고 생각했
는데....
자본주의의 천성은 탐욕-보통 이기심이라고 에둘러 표현되는-이긴 하지만, 그러나 산업혁명이 있음으로 해서 지금의
자본주의가 가능했습니다. 즉, 대량생산이 가능했기에 현대의 산업자본주의가 탄생할 수 있었던 것 아닙니까...
산업자본주의의 기능을 도운 것은 과학기술의 발전이었습니다. 새로운 동력-증기기관, 내연기관 등등-은 발명은 생산
속도를 증가시켰고, 새로운 연료와 원료에 대한 수요를 자극했고, 이는 다시 광산업과 운수 등등에 여타 분야의 발전을
이끌어냈습니다.
이런 과정을 겪는 자본주의의 자기 확신과 과학기술에 대한 강력한 신념은 불을 보듯 뻔한 것 아니겠습니까? 해먼드 회
장이 바로 그러한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화신인 셈이지요. 그는 공룡을 부활시켰을 뿐만 아니라, 공룡들의 번식과 움직
임을 현대 과학의 힘으로 통제할 수 있다고 굳게 확신합니다.
하지만 그가 자랑하던 컴퓨터 제어시스템은 네드리의 암호를 모른 탓에 몽땅 셧다운시켜야 했고, 덕분에 공룡들은 통
제 불가능한 상태에 이릅니다. 그가 그토록 자랑하던 과학기술이 아 주 자그마한 농간에 어이없이 주저앉아 버리는 것
을 목도하게 됩니다.
그러나, 스필버그는 헐리웃의 은총을 받은 사람이 아닙니까. 그는 가난한 집안에 태어나긴 했지만, 어렸을 때부터 촬영
에 대한 남다른 재주가 있었다고 하드만요. 그의 부모님들이 스필버그에게 영사기를 사줬고, 어린 시절부터 영사기를
들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촬영을 했다나요. 그런 스필버그를 명감독의 반열에 올려 놓은 것이 바로 미국이고 헐리웃
입니다. 애당초에 부잣집 도련님이었다면 사회주의로 전향해 버리거나 혹은 아먼드 해머 회장처럼 "붉은 자본가"가 되
었을지도 모르지요. 그러나, 그는 자본주의의 은총으로 가난한 집안의 영화지망생에서 유명감독으로 뛰어올랐습니다.
그에게 약간의 가능성을 발견한 헐리웃은 그에게 기꺼이 투자를 한 것입니다. 기회를 준 것이지요. 그런 그가 자본주의
에 대한 확신이 없다면 그게 오히려 더 이상한 일 아니겠습니까....
별고 없으시쥬?
말미의 해먼드 회장은 자본주의에 대한 스필버그의 확신을 보여줍니다.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 그는 그가 그토
록 많은 돈을 쏟아붓고 심혈을 기울였던 것을 기꺼이 포기해 버립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터졌을 때, 본전 생각에 원
전폐쇄를 미기적미기적하다가 화를 키우고야만 도쿄전력을 생각해 본다면, 해먼드 회장은 "천사표 자본주의"라고 할
수 있겠지요...
쥬라기 공원은 후속편인 "로스트월드Lost World"와 묶어서 보면 좋을 영화입니다. 어떤 면에서는 로스트월드를 더 재
밌게 본 것 같아요....
영국 배우 샘 닐 Sam Niel이 주연을 맡아 호연합니다. 샘 닐은 제가 좋아하는 배우 중에 한 사람인데, 역시 가장 인상
깊게 본 작품은 쥬라기공원이고, 프랑스-캐나다-이탈리아 합작 영화인 "프랑스 혁명"에서 라파옛 장군-미국 독립전쟁
당시 프랑스지원군 사령관이었고, 혁명 당시 민중들을 지지했지만 군주제 폐지까지는 원하지 않았던-역을 맡아 호연
합니다.
샘 닐 (Sam Niel) - 멋있긴 한데 저보다는 2% 부족한 듯한....
껄렁껄렁하고 삐딱한 캐릭터의 말콤박사역은 영화 "The Fly"에서 무시무시한 똥파리 인간역을 맡은 제프 골드블럼Jeff
Goldblum이 호연합니다. 말콤박사는 쥬라기공원의 후속작은 로스트월드의 주인공으로 나오게 되는데, 해먼드 회장도
같이 나오지요. 해먼드 회장은 쥬라기공원을 페쇄한 이후 공원을 원형 그대로 보존하기로 결심합니다. 말콤박사의 표
현대로 자본주의자에서 환경주의자로 전향한 것이지요. 확실히 쥬라기공원과 로스트월드는 한 패키지로 봐야 할 영화
같군요.
제프 골드블럼 (Jeff Goldblum)
영화는 인터넷에서 어찌 구해볼 방법이 없네요. 청파님께서는 잘 구하시는데... 아쉬운대로 유튜브에서 구한 한 장면을
올립니다. 알렌박사가 처음으로 실제 공룡을 보고 놀라고 기뻐하는 모습임다...
별 걸 갖고 좋아하네요...- -
VIDEO
첫댓글 장문의 좋은 글...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깜놀](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_4.gif)
...![^-^](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3.gif)
![박수](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_23.gif)
한 줄을 보냅니다.
굉장한 문장가이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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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형래의 시도가...
* 한국에서는 최초라는 점
* 시야를 넓혔다는 점...때문에 나는,
진중권처럼, 깎아내릴 이유 없다고 봅니다.
쥬라기는 보았는데 디워는 못보았어요![~](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ㅠㅠ](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9.gif)
![그냥](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_3.gif)
평만.. 저도 장백님 의견에 한표![!](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54.gif)
.. 한국의 코미디언이 일 한번 냈다 생각해도.. ![쪼아](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18.gif)
요
보고프다요,,ㅎ
어떻게든 방법을 강구해 보겠슴당...-_-;;
오늘 ....잠간 시간내어.. 카사블랑카 보고 왔는데.. 흑백 필림 ..넘 좋은 영화에요..ㅎㅎ
아~ 험프리 보가트, 잉그릿드 버그만... Yea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