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사 산책 14> 강준만 / 인물과사상사 (2010)
[My Review MDCCXC / 인물과사상사 21번째 리뷰] 서양은 왜 동양을 두려워하는가? 서구중심주의나 백인우월주의 같은 것도 따지고보면 서양이 주도하는 세계에 반하는 모든 것을 '타자'로 삼고 배타적으로 내몰고서 '통제할 수 없음'을 두려워하는 일련의 행위로 볼 수 있다. 그러면서 서양은 애써 '융합'을 이야기하고 '공존'을 모색하려 애쓴다. 하지만 융합과 공존마저도 '서구화'를 전제로 한 것이지 다양성을 용인하거나 이질적인 요소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한없이 경계하고 최대한 '자기네 방식'으로 길들이려 한다. 이는 '국제기구' 따위가 서양인들의 주도로 이끌려가고 있는 것이나 '서구적 질서'를 꽤나 합리적이라고 포장하며 '세계화' 따위조차 '서구화'의 다른 이름이라는 것을 뻔히 알 수 있다. 허나 이는 명백히 불합리한 것이다. 저들은 온지구의 생명체를 절멸시키고도 남을 정도로 '핵무기'를 제조하고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오직 '평화'를 위해서 어쩔 수 없이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자신들은 '이성적인 판단'으로 사용할 뿐 그 누구를 위한 위협을 하지 않는다면서 말이다. 그러면서 비서양국가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면 일단 '통제'하려 든다. 그래도 말을 듣지 않으면 '나쁜 나라'로 내몰아버린다. 자신들이 만든 질서를 위협하기 때문에 말이다. 자연스럽게 자신들은 꽤나 '정의롭다'면서 말이다.
그런데 말이다. 정말 그들이 정의로우냔 말이다. 서구적인 질서는 인류역사상 평화보다 끔찍한 전쟁을 치른 때가 더 많았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이 벌어진 20세기는 그야말로 '살육의 세기'였다. 두 차례의 끔찍한 경험을 하고서야 '국제연합(UN)' 같은 것을 만들어서 두 번 다시 전쟁이 일어나지 않게 하겠다며 다짐했지만, 그건 '서구 강대국의 영토'를 지칭한 것이었나보다. 국제연합이 창설된 지 얼마되지 않아 '한국전쟁'이 발발했으며, 공산주의의 확산을 방지하겠다며 '베트남전쟁'도 불사했다. 두 전쟁 모두 미국이 깊숙이 관여했으며, 미국은 '세계의 경찰' 노릇을 하며 정의롭지 못한 전쟁에 불쑥불쑥 참전해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가난한 나라의 내전을 부추기거나 방치하며 '서양, 저들만의 이익'을 챙길 뿐이었다. 심지어 미국은 '친미정권'이라면 독재자라도 기꺼이 지지하고 그들 나라에서 폭력과 학살을 자행하는 '반민주적', '비인권적' 행위를 일삼더라도 크게 관여를 하지 않았다. 이는 '친미정권'을 표방했던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독재정권을 경험했던 우리도 해당하는 일이다.
비록 '친미주의'로 인해 우리 나라의 경제성장에 보탬이 되는 측면이 있었더라하더라도 심각하게 따져볼 일이다. 세 차례의 독재정권을 거치면서 우리가 얻은 이득과 손실이 무엇인지 말이다. 다른 빈국에서는 '친미정권'이 들어섰더라도 경제성장은커녕 반민주적, 비인권적 부정부패가 팽배해서 지금도 엉망진창이 되었으나, 대한민국은 그나마 빠른 경제성장과 더불어 '민주화 투쟁의 역사'가 빛을 발해서 지금의 대한민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허나 이는 겉으로 드러난 각종 지표만 그럴 듯 할 뿐, 우리 내부의 문제는 전혀 해결이 되지 않아 지금까지도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아직도 해결되지 않는 '분단문제'를 비롯해서, 망국과 매국하는데 앞장 섰던 '친일매국노'에 대한 심판이 아직도 해소되지 않아 첨예한 갈등을 조장하고 있으며, 반민주 세력들이 '기득권'을 차지하고서 여전히 국가지도자와 엘리트 계층을 점유하고 '저들만의 천국'을 만들려 나라꼴을 엉망으로 만들고 있고, 일련의 문제들이 심각한 '빈부격차'로 인해 점점 갈등의 골만 넓히고 있는 꼴이 대한민국을 위태롭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이런 모든 문제의 발단이 '미국의 무지'와 '한국에 대한 몰이해' 덕분인데도, 대한민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제의 거의 대부분을 '미국에 의존'해서 해결하려는 행보를 보이는 것이다. 심지어 안보 문제가 생겨도 '미국'이 해결해줄 것이라 맹신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대한민국 대통령을 '감시'하고 '도청'한 당사자가 미국인데도, 그 문제를 미국이 해결해줄 것(?)이라고, 한미관계는 동맹국이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얼버무리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정말 문제가 되지 않느가?
이렇듯 미국이 주도하는 것에 아무런 비판이나 검증도 없이 믿고 따르는 모습은 '정상국가'가 할 일이 아니다. 미국이 정의로운 나라여도 그래선 안 되는데, 미국이 저지른 '정의롭지 못한 일들'을 뻔히 지켜보면서 그런 것은 더더군다나 해서는 안 될 일이다. 대한민국이 진정한 선진국이라면 절대로 해서는 안 될 일이기도 하다. 선진국이라면 '자국이익'을 위해서 그 어떤 나라와도 당당히 마주해야 한다. 하나를 주었다면 또 다른 하나를 얻어낼 자세를 취해야 마땅하다. 혈맹이니 동맹이니 그딴 '냉전주의적 사고방식'에서 탈피해야 한다. 같은 편이었다가도 뒤통수 맞는 것이 '국제관계'다. 미국이라도 예외는 아니다. 미국은 툭하면 한국과의 우애를 강조하면서도, 자기네 이익을 위해서라면 한국보다 일본을 편드는 나라다. 그 대표적인 예가 '독도영유권'과 '동해 명칭'에 관해 중립적인 자세를 취한다는 점이다. 명백히 '독도는 한국땅'이고, '동해'라는 명칭이 더 근거가 많음에도 미국은 애써 일본편을 들어 '다케시마'와 '일본해'라고 공식문서화 시켰다. 또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로 인해 '명백한 해양오염'이 있을 것을 뻔히 알면서도 '미국의 이익'을 위해 흥정을 마치고 '해양오염에 대한 과학적 근거 미비'를 핑계삼아 눈감아 주었다.
이런 걸 보면서도 우리는 '미국'을 의심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미국은 대단히 비이성적인 나라다. 자국에서만도 총기사고로 인해 '초당 1명씩' 사망하고 있는데도 '총기규제'에 대한 법안을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로 독립운동 당시 '민병대'가 자발적으로 조직했기에 막강한 영국군과 맞서 싸워 독립을 쟁취할 수 있었다는 그럴 듯한 '역사적 이유'를 들고 있으며, 자기 집안에 침입한 무장강도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무기'가 총이라며 누구라도 총기를 소지할 자유가 보장되는 것이 미국을 더 안전하게 만드는 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사실은 거대기업이 '총기판매수익'으로 엄청난 이득을 챙기고 있기에 이를 거부할 수 없는 것이다. 마치 우리 나라에서도 '담배가 백해무익'하다며 금연을 광고하지만, 담배에 붙은 엄청난 세금수익 때문에 '담배, 자체'를 없애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물론 담배와 총기를 직접적인 비교대상으로 삼기에는 논란이 있지만, '같은 논리'라는 것이다. 사람이 죽고 다치는데도 '대대적인 총기단속'이나 '불법무기 소지금지'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고, 오히려 살고 싶으면 '더 강력한 무기'로 스스로 무장을 하라고 하는 것이 어찌 이성적이라고 할 수 있겠느냔 말이다.
하긴, 미국의 방송매체에서 연일 쏟아내고 있는 '선정적인 방송'과 '폭력적인 영상'이 이러한 비이성적인 행태를 더욱 부추기고 있으니 더 할 말도 없다. 성의 자유를 추구하는 것은 좋은 취지이고, 여성인권을 해방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낳기도 하지만, 그로 인해서 '성희롱'과 '성폭력', '강간'이 만연해진 부정적인 경향을 막지 못하고 있다. 폭력적인 장면이 가득한 영화나 드라마, 그리고 영상이 '가족시청시간'에 버젓이 방송을 타며 온가족이 함께 시청하는 미국사회에서 '폭력'이 일상에서 비일비재한 것이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심지어 미국 대통령조차 '성스캔들'에 휘말리지 않는 이가 없을 정도다. 오히려 문란한 성생활을 하지 않는 대통령은 '여성적'이고, 그 반대면 '강한 남성성'을 보여주기 때문에 오히려 대중의 인기를 한 몸에 받는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백악관은 유명 스타가 출연하는 '포르노의 장소'로 전락하고, 미국민들은 이를 '시청'하는 일이 매번 반복되고 있다. 오히려 청교도적인 금욕생활을 하는 대통령에 대한 인기가 형편없을 정도란다. 정말 미쳐도 단단히 미쳤다.
이제 <미국사 산책>도 막바지로 다가가고 있다. 하지만 매번 '초강대국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섹스와 폭력이 되풀이 되고 있고, 그런 부도덕적인 미국의 행정부가 저지른 부정부패와 비리를 감추기 위해 벌이는 '국외공작'으로 인해 세계 경제는 흔들리고 세계 평화는 말뿐이다. 도대체 이런 미국에 의한 '팍스 아메리카'가 도대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강력했던 로마제국도 '팍스 로마나' 시절을 오현제와 함께 지내며 잠시나마 평화로웠지만, 사실상 로마제국이 흔들리고 망할 징조를 보여준 시기도 바로 그때부터였다. 뒤이어 펼쳐질 21세기 미국사는 나도 직접 경험해본 '익숙한 시절'인 까닭에 기대가 크다. 물론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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