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 끝자락 다대포
가을이 이슥해진 시월 끝자락 월요일이다. 어제는 낙동강 중류 함안 칠서 강나루 생태공원에서 함안보를 거쳐 왔다. 강 언저리로 내려앉은 가을 정취를 탐방한 발걸음이었다. 안개가 걷힌 강변은 물억새가 은빛으로 눈부시고 자전거 길을 돌아가는 산모롱이는 산국이 노랗게 피어 진한 향기를 뿜었다. 강마을에서는 농부들이 과육이 살져 착색된 단감을 따느라고 손길이 분주했다.
이튿날 날이 밝아온 새벽녘 샛강에 높이 자란 포플러를 소재로 삼아 ‘둔치 포플러’를 남겨 지기들에게 아침 시조로 전했다. “실개천 가닥 모여 물줄기 굵어져서 / 자갈돌 부려 놓고 모래흙 떠내려와 / 켜켜이 침전물 쌓여 충적토를 이룬다 // 한 그루 포플러는 제 홀로 우뚝하니 / 까치가 집을 짓기 더없이 좋은 자리 / 낙엽 져 앙상해지면 세 들려고 줄 선다” ‘둔치 포플러’ 전문이다.
아침 식후 이른 시간 낙동강 하구 다대포로 산책하려고 새벽녘 길을 나섰다. 미명에 반송 소하천을 따라 걸으니 간밤 음력 구월 열닷새 보름달이 서녘 하늘로 기울고 있었다. 올해는 음력 윤이월이 들어 추석이 뒤로 밀렸고 추수도 늦은 감 있어도 상강이 지나 입동을 앞두었다. 가로등이 켜진 원이대로에서 횡단보도를 건너 창원대학에서 김해 장유로 가는 770번 좌석버스를 탔다.
시내를 관통해 남산터미널을 거쳐 창원터널을 빠져나가 무계리 장유농협 앞에서 풍유동 차고지에서 부산 하단으로 가는 버스로 갈아탔다. 율하에서 조만강을 비켜 서낙동강에서 을숙도 하굿둑을 건너 하단에 내려 부산 지하철 1호선을 타고 종점 다대포해수욕장에 닿았다. 몰운대가 저만치 보인 백사장으로 나가니 이른 아침이라선지 수변 낙조 분수 공원에는 인적이 뜸한 편이었다.
낙동강 강물이 바다와 섞는 다대포는 여느 해수욕장과 달리 파도가 약하고 모래 결은 고운 편이다. 거제도와 가덕도가 가깝고 대한해협으로 오르내릴 쓰시마 난류가 흐르는 다대포 포구다. 모래톱에 약하게 이는 파도가 밀려왔다 잔거품을 일으키며 부서졌다. 아침 산책을 나선 사람들이 신발을 벗은 채 파도가 부서지는 모래톱을 걷는 모습이 숲속 황톳길을 맨발로 걷는 이 같았다.
몰운대와 가덕도가 에워싼 포구였지만 백사장이 끝난 모래톱에 전방으로는 아득한 수평선이 펼쳐졌다. 어디론가 조업을 나선 작은 어선이 물살을 가르며 지나기도 했다. 몰운대 솔숲 산책길은 줄이고 백사장이 끝난 서쪽 노을정에서 을숙도대교 방향 강변대로 산책로를 따라 걸었다. 대기가 무척 맑고 높고 파란 하늘엔 간간이 김해공항으로 착륙하는 비행기가 고도를 낮추어 하강했다.
자연석으로 쌓은 강변도로 축대 산책로 틈새 조경수 해당화는 철이 지났음에도 요염하게 핀 꽃송이를 볼 수 있었다. 꽃이 저문 자리는 찔레보다 굵은 열매가 보였다. 해안가 자생하는 해국도 화사한 꽃을 피웠는데 어디선가 옮겨와 가꾼 듯했다. 해국은 웬만한 서리도 견뎌내 겨울까지 꽃이 시들지 않을 듯했다. 장림포구는 ‘부네치아’ 도시 재생 프로젝트로 멋지게 꾸며져 있었다.
고니나루 쉼터에서 하굿둑 바깥 모래톱을 바라보며 고구마를 꺼내 먹었다. 공중엔 북녘에서 선발대로 내려왔을 기러기 떼가 선회하면서 베이스캠프를 물색하는 듯했다. 을숙도 남단을 가로지른 대교를 비켜 낙동강 하굿둑으로 향했다. 수문을 빠져나온 강폭이 넓은 강물은 호수처럼 잔잔했다. 하굿둑 차도와 나란한 보도를 따라 걸어 낙동강 문화회관 앞에서 장유 가는 버스를 탔다.
장유에서 창원으로 넘어와 반송시장에서 칼국수로 늦은 점심을 해결했다. 평소보다 하교가 일러 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 잔디밭 쉼터로 갔다. 단풍이 물드는 느티나무 아래에서 아침나절 봤던 물상을 음률로 다듬었다. 새벽 서녘 하늘에 걸린 구월 열닷새 보름달과 다대포 강변로에서 본 해당화와 해국으로 시조를 남겼다. 자리서 일어나니 동네 커피숍에서 꽃대감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23.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