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의 제왕' 촬영지 여행 정보 [뉴질랜드 여행] '반지의 제왕' 전설을 만나러 가자
주무대 호빗마을에 매일 관광객 100여명씩 찾아와 죽음의 길 피너클,누가 덮칠것 같은 으스스한 체험 [조선일보 2003.12.18(목) 기사]
지금 뉴질랜드에는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뉴질랜드에서 찍은 영화 ‘반지의 제왕’이 히트를 치면서 관광객이 ‘꾸역꾸역’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국적도 다양한 그들에게 이곳이 어딘줄 알고 왔느냐고 물으면 “중간계(Middle Earth)를 찾아왔다”고 한다. 뉴질랜드가 어느 틈에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전설의 공간으로 바뀐 것이다.
작은 시골 마을 트와이젤의 사람들 1500명은 대부분 엑스트라로 동원됐다. 마타마타 목장에 건설된 영화 속의 호빗 마을에는 50달러씩 내고 찾아오는 사람이 하루 100명을 넘는다.
자, 호빗마을에서 시작해 중간계 최대의 격전지인 트와이젤의 펠레노필드 전쟁터까지 전설 속으로 떠나보자.
■ 1일, 호빗마을과 와이토모동굴
주인공 프로도와 샘이 살던 호빗마을은 오클랜드에서 남쪽으로 2시간30분 걸리는 마타마타의 큰 목장에 있다.
중간계에서 ‘순수함’을 상징하는 곳이다.
알렉산더씨 가족의 양떼 목장은 드문드문 서 있는 나무를 제외하고는 사방이 온통 완만한 언덕과 초원뿐이다.
언덕을 올라가면 그 평화로운 풍경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오른편 아래에 빌보 베긴스가 생일잔치 때 연설을 하다가 사라졌던 파티 나무가 서 있고 그 주위로 호빗들이 살던 집들이 입을 빠끔히 벌리고 있다.
세트들은 거의 치워버렸지만 영화 분위기를 즐기기에는 충분하다. 베긴스의 생일날, 간달프가 마차를 끌고 들어오던 길도 고스란히 남아 있다.
호빗들이 먹고 마시고 즐겁게 인생을 살던 바로 그 분위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자, 순수함의 옆에는 악함이 살고 있다. 마타마타에서 서쪽으로 한시간 가면 동굴반디들이 살고 있는 관광지 와이토모동굴이 나온다.
여러 동굴 가운데 와이토모 어드벤처라는 업체가 독점하고 있는 한 동굴에서 악의 전사 나즈굴이 하늘을 나는 소리를 녹음했다. 악의 화신 사우론이 조종하는 악의 무리들이다. ‘잃어버린 세계(Lost World)’라는 동굴이다.
100m를 로프를 타고 수직으로 내려간 뒤 2시간 동안 동굴 속을 탐험하는 코스다.
짜릿하고, 즐겁다. 동굴에 사는 반디 애벌레들은 빛으로 벌레를 유혹해 잡아먹고 살다가 성충이 되면 입이 없어져 그냥 굶어 죽거나 애벌레들이 잡아먹으니, 못된 소리를 녹음한 곳답다. 오늘 밤은 여기에서 묵는다. 앱세일 인(Abseil Inn)이라는 예쁜 펜션이 전망도 좋고 주인도 매우 친절하다.
■ 2~4일, 악의 땅 모도르
통가리로국립공원 와이토모에서 4시간 거리에 있는 통가리로 국립공원. 거대한 타우포 호수를 내려다보는 휴화산이다.
스키 시즌에는 온통 은빛이지만, 눈이 녹으면 황량하기가 달 표면보다 더하다. 낯선 별에 떨어진 듯한 황당한 그 풍경… 이곳이 영화에 나오는 악의 제국 모도르다.
파카파파(Whakapapa) 스키장 기슭이다. 영화 1편에서 반지원정대들은 이곳을 지나다가 사우론의 전투병 오르크들의 습격을 받았다.
스키장 너머로 악의 화신 사우론이 살고 있는 불의 산이 보인다. 프로도와 샘은 반지를 이 불의 산 꼭대기에 던져넣기 위해 길을 떠났다.
2편 첫 장면도 이곳에서 찍었다. 반지 때문에 인생을 망쳐버린 골룸이 이곳의 산중도로변 개울에서 물고기를 잡고 놀았다. 휴양관광지 타우포, 그리고 화산지대인 로토루아가 가깝다.
이틀 혹은 사흘 정도 묵어도 시간이 모자란다. 숙박은 호텔 샤토에서 묵는다. 건축미가 장중하고 레스토랑 음식이 훌륭하다.
■ 4~6일, 죽음의 길
웰링턴 피너클 통가리로국립공원에서 4시간을 남하하면 뉴질랜드, 아니 ‘중간계’의 수도 웰링턴이 나온다. ‘우리는 뉴질랜드사람이 아니라 웰링턴 사람’이라고 할 정도로 자부심이 대단한 도시다.
피터 잭슨 감독의 고향이기도 하고, 그의 스튜디오도 이곳에 있다. 영화는 상당부분을 웰링턴 근교에서 찍었다.
그 가운데 3편에 나오는 ‘죽음의 길’, 피너클. 피너클은 웰링턴에서 남서쪽으로 2시간 정도 가면 나오는 와이라라파 해변에 있다.
절벽이 바다에 씻겨나가 딱딱한 자갈탑들만 남은 계곡이다. 영화에서 아라곤(비고 모테슨)과 요정 레골라스(올랜도 블룸)는 살지도 죽지도 못하는 유령 전사들에게 원군을 요청하러 이 길을 걸어들어갔다.
창, 칼처럼 날카로운 탑들 수만개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물길을 따라 계곡으로 혼자 들어가면 분위기가 음침하고 으스스해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될 정도다. 웰링턴에서 피너클 상공을 구경하는 헬기 투어도 있다.
칼에 맞은 프로도가 살아난 곳, 요정들의 나라 리벤델은 웰링턴 근교 카이토케공원에 있다. 이정표도 ‘리벤델’이라 적혀 있다. 한 나라의 수도답게 웰링턴에는 다양한 등급의 숙박시설과 레스토랑을 골라 즐길 수 있다.
■ 6~7일, 트와이젤
선과 악의 대결, 펠레노필드 3부작 전체를 통털어 가장 웅대한 장면은 3편의 펠레노필드 전투 장면이다.
프로도와 샘이 불의 산으로 오르고 있는 동안 중간계의 연합군은 악의 무리와 펠레노필드에서 대격전을 벌인다.
이 장면 하나만으로도 3편은 충분히 볼 가치가 있다. 남섬 퀸즈타운과 크라이스트처치 중간에 있는 트와이젤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찍었다.
퀸즈타운은 남섬 최대의 관광지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야외활동은 모두 즐길 수 있다고 뻐기는 곳이다.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여러 장면을 퀸즈타운 주변에서 찍었다.
2시간 정도 낭만적인 도로를 따라 크라이스트처치쪽으로 가면 왼편으로 트와이젤 이정표가 나오고 그 직후 글렌라이언로드가 나온다.
이곳에 있는 벤 오하우 목장에 펠레노필드가 있다. 건조한 길과 만년설의 변경에 숨어 있었다. 빙하가 녹아 흐르는, 말로 표현 불가능한 푸른 운하를 건너면 중간계 선한 자들과 괴물들이 전쟁을 벌인 터가 있다.
들판은 왼쪽 오른쪽으로 끝없이 펼쳐져 있고 그 뒤로 눈 덮인 산들도 끝없이 이어졌다. 산과 들판이 만나는 곳에 작은 능선이 있는데, 그곳이 인간들이 전의를 불태우던 성이 있던 자리라 했다.
저 능선에서 말들과 전사들이 머리를 내밀고 솟아올라 이 벌판으로 쏟아졌다. 반대편에서는 오르크들이 벌판을 가득 메우고 진군 중이었다.
말발굽 소리가 땅을 울렸다. 전사들의 함성, 그들의 비명과 명분, 악의 무리가 뿜어내던 독기 어린 증오가 그 땅에 차곡차곡 쌓였다.
영화가 만든 환상을 따라 가다보면 거기에 현실이 있고 현실 속에 다시 환상이 나타난다. 영화를 보고 있는건지, 여행을 하고 있는 건지 종잡을 수가 없다. 반지의 제왕이라는 환상을 만든 곳, 뉴질랜드는 이제 그 자체가 하나의 환상이 되고 있다.
◆ 여행수첩
▶ 뉴질랜드관광청 서울사무소 www.newzealand.com (02)777-9282
▶ 숙박: 뉴질랜드관광청 홈페이지 www.newzealand.com 에서 웬만한 가이드북보다 더 자세한 숙박정보를 얻을 수 있다. 예약도 온라인으로 직접 할 수 있다.
▶ 드라이브: 차를 빌릴 경우(국제적인 렌터카회사는 인터넷으로 예약가능하다) 공항에서 차를 인수받을 때 주는 뉴질랜드 전국지도로 충분하다.
지방별 지도는 알파벳 ‘i’자가 적힌 관광안내소에서 무료로 얻을 수 있다. 주의사항. 하나, 운전석이 오른쪽. 둘, 신호가 없는 교차로에서는 언제나 오른쪽 차량이 우선.
▶ 지역별 숙소(관광청 추천): ①와이토모:앱세일 인(Abseil Inn). 높은 언덕에 있어 전망이 좋은, 특히 아침 저녁 전망이 좋은 B&B. 주인 부부가 매우 친절. 아침 식사 제공. +64 7 878 7815, abseilinn@xtra.co.nz
②통가리로국립공원:그랜드 샤토(Grand Chateau, www.chateau.com) 우아한 특급호텔. 9홀짜리 골프코스 보유. 방 훌륭, 레스토랑 훌륭. +64 7 892 3809, reservations@chateau.co.nz
③트와이젤:매켄지 컨트리 인(Mackenzie Country Inn, www.mackenzie.co.nz) 1500명 사는 트와이젤 ‘최대’ 호텔. 방이 넓다. 뉴질랜드 최고봉 마운트쿡과 크라이스트처치 관광에 좋다.
④퀸스타운과 웰링턴 지역은 관광청 홈페이지 참고.
▶ 호빗마을과 펠레노필드 관광: 모두 사유지라 단체관광만 가능하다. 호빗마을은 마타마타 관광안내소나 링스 투어(Rings Scenic Tour, www.hobbitontours.com),
펠레노필드는 트와이젤 관광안내소나 디스커버리투어(Discovery Tour, www.discoverytours.co.nz)에서 안내한다.
▶ 항공편: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대한항공은 남섬 크라이스트처치에도 한시적으로 취항 중. 뉴질랜드항공은 일본에서 직항.
▶ 환율: 1뉴질랜드달러는 780원 정도.
▶ 농산품 반입 ‘절대’ 금지: 입국심사 엄격. 가공식품은 가능.
▶ 날씨: 12월 현재 한국 가을 날씨.
▶ 참고 서적: 이안 브로디라는 반지의 제왕 팬이 쓴 ‘The Lord of the Rings location guidebook’을 꼭 구할 것. 아마존(www.amazon.com)이나 오클랜드공항에서 살 수 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