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수리 하는 동안 여기저기 여행을 다니시는 아버지의 스케쥴을 채워 드릴 겸 마침 인터넷으로 예약된 군산cc로 가족 라운드를 하기로 하고 전날 오후 늦게 서울을 출발하였습니다.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넉넉하게 3시간이면 도착할 거리이니 군산의 맛집을 찾아 저녁 겸 술자리를 느긋하게 갖을 요량입니다. 다행히 전혀 밀리지 않고 저녁 먹기 좋은 시간에 도착했습니다. 미리 이름난 몇 집의 약도를 뽑아 놓았는데 그 후보들 중에서 서울에서는 여간해서 먹어 보기 어려운 전복 전문인 "서일"로 가기로 합니다. 서일은 은파유원지근처의 궁전예식장 뒷편에 있는데 근처에 모텔촌이 있어서 식사 후에 숙소 잡기도 편한 데다가 군산cc로 가는 길로 연결되기 쉬운 곳이라 안성마춤이네요. (군산시 나운동 063-471-1937) 물론 전복요리집이라 비쌀 거라고는 예상했지만 건물 외관 부터 비싼 집이라고 표시가 나네요. 좀 겁이 납니다,양식도 아니고 자연산만 취급한다니.
나중에야 알게 된 것인데 이 집은 어민후계자가 직접 운영하면서 고군산도에서 해녀가 잡어 낸 자연산 전복만을 낸다고 알려졌답니다. 오픈한지는 몇 년 안되었다는데도 손님들은 꽤 많더군요. 1층 홀은 저녁에는 아예 손님을 안 받는 모양입니다,2층으로 가라네요. 2층은 가운데 복도를 두고 양쪽으로 방들이 배열되어 있는 전형적인 요릿집 구조입니다. 점점 겁이 납니다,다시 나가기는 좀 창피스럽고 해서 머뭇거리는데 매니저가 들어 와서 메뉴판을 내밉니다 흐미,전복회 1 킬로에200,000원,전복솥밥 전복죽과 같은 식사메뉴는 1-2만원대 이지만 점심메뉴로만 한답니다. 전복 정식메뉴는 1인분에 4만원 짜리와 5만원짜리가 있는데 4명이면 20만원이나 하니 오늘은 더치페이라도 해야겠는데요. 매니저의 강권(?)으로 5만원 짜리 정식으로 주문을 합니다,전복회의 양도 차이가 나고 다른 요리 나오는 것도 차이가 나니 만원씩만 더 쓰라네요. 우선 소스부터 내 옵니다. 겨자 간장,땅콩맛이 나는 소스와 초장 세가지 인데 권장하는 소스는 땅콩맛이 나는 소스입니다. 애피타이저 역으로 해삼 창자로 만드는 고노와다 라는 것도 나옵니다. 참기름을 살짝 뿌려서 그대로 훌훌 마시듯 먹습니다. 고소하면서도 쌉살한 맛이 납니다.
이어서 생합회와 코끼리 조개의 패주회,멍게 해삼 몇 점의 생선(광어 같은데?)회가 함께 담겨진 접시가 나오고 부안에서 생합구이는 여러 번 먹어 보았지만 회로는 처음입니다. 그냥 생으로 먹어 봅니다. 쫄깃한 조개살이 씹히는 맛이 아주 일품이네요,맛도 담백한 듯 하면서도 진합니다. 멍게도 자연산이라는데 향이 그윽할 정도, 해삼은 워낙 싱싱한지 딱딱하게 씹혀지면서도 멍게 처럼 바다의 맛이 그득하게 느껴집니다. 패주회나 생선회도 일식집 보다 오히려 더 맛있습니다. 첫번째 접시에 나온 모든 음식들에는 바다의 향미가 가득 담겨져 처음 부터 입안을 무척 즐겁게 해줍니다. 앞으로가 더 기대됩니다.
맑게 끓여낸 생합탕이 뚝배기에 담겨 나옵니다. 생합의 담백하면서도 시원한 맛에 매운 고추로 칼칼한 맛을 더 해 한 수저 뜰 때마다 감칠 맛이 나서 쉽게 수저를 놓을 수 없게 하네요.
이제 따라 나온 연어 샐러드와 간재미회무침에는 손도 안 갑니다. 그렇지만 간장게장은 역시 군산의 명성만큼 맛있어서 도저히 그냥 둘 수가 없습니다. 알이 꽉 차있는 속 살을 씹을 때마다 정성 들여 달여 낸 장맛이 삼삼하게 느껴지는 데다가 싱싱한 꽃게의 살 맛이 그대로 느껴지는 게 밥 한 그릇 생각이 절실해지네요.
드디어 전복회가 나옵니다, 한 접시 그득하게 담겨져 나오네요.꽤 큰 전복인 듯 하네요. 전복내장이 전복 껍데기에 그대로 담겨 나오는데 내장 부터 먹으랍니다. 그 비싼 전복에 내장은 하나인데다가 그 맛이나 효능이 아주 뛰어난지라 부자지간에도 싸움이 난다는 전복 내장이 다행히 한 사람에 하나 씩 나옵니다. 원래 전복회엔 전복 똥이라는 생선찌거기까지 먹어야 한 미를 다 먹은 거라던데.
역시 깊은 맛입니다. 자연산 전복이라는데 양식산도 제대로 못 먹어 봤으니 정확하게 구분하지는 못하겠지만 깊은 맛이 나는 것은 분명합니다. 제법 두껍게 썰어진 전복 살이 전에 느껴지던 비릿한 맛 대신에 뭐라 말할 수 없는 달콤한 듯한 맛에 입안이 황홀지경에 빠져듭니다.
이구동성으로 탁월한 선택이랍니다.일부러 와서 먹을만한 곳이라는군요(흐뭇해집니다 ^^) 일식집 바에서 내주는 한 두점의 전복회로는 그 맛을 제대로 못 느꼈는데 이렇게 푸짐하게 먹어 보니 왜 전복회를 그리도 찾는지 알겠더군요. 전복회 이후로도 계속 나옵니다,해삼 멍게 초무침,튀김에 새우구이,홍합구이, 낙지볶음,메로구이,은갈치구이까지 나오는 음식마다 기본 수준 이상의 맛입니다.
이 때쯤 되면 배도 부르고 이미 술도 얼근해져 있어서 접시를 비우기가 어려워질 정도 입니다. 그렇지만 마무리를 안할 수 없습니다. 이 코스의 마지막은 전복죽입니다. 고소한 맛이 그만이네요,얼근해진 속도 부드럽게 다스려집니다. 처음엔 비싼 가격때문에 망설였지만 이정도라면 이 집에 다시 오기 위해서라도 군산을 또 오고 싶은 심정입니다.
오래간만에 참 좋은 음식점을 발견했습니다. 아버지와 모두들 기억에 새겨둘만 하답니다. 내일도 좋은 날이 되겠지요 |
첫댓글 박투 함 가자~~~~
형님 시간되는 사람들 같이 날잡아서 갑시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