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의 말이다 " 소진 장의(두사람 모두 전국 시대의 변론가)의 구변 (말 솜씨)인지 말씀도 잘도 하고 소강절(북송의 학자)의 추수(미래의 운수를 헤아려 앎) 인지 영험도 하다 남의 부족함을 너무 떠벌이지마시오 듣는 이도 소견 있소 만고에 성인 공부자도 진체액((공자가 진 나라와 채 나라 에서 당한 액운) 에 욕 보시고 천하장사 초 패왕도 큰 못에 빠진 일이 있소 화와 복이 하늘에 있고 빈곤하고 넉넉넉함이 운명과 재수에 달렀거늘 물속 세상 에서 호강 깨나 한다고 산중에 사는 나를 괄시 하니 무슨 연유 인지 얼수 없노라 " 이에 자라가 변명을 한다 " 그런게 아니라 친구 끼리 서로 권하려 함이노라 옛글에 이르기를 위태한 방위에는 들어가지 말라 했는데 그대는 왜 이같이 어수선한 이세상에서 살고 있는가 ! ? 이제 나를 만난 김에 이 요란한 풍진을 하직 하고 나를 따라 물속 세상 으로 들어 가면 선경도 구경하고 천도, 반도, 불사약, 천일주, 감홍로, 심편주(샴패인)를 매일 장취 하고 악양루(후난성에 있는 누각) 경개도 보며 노닐 적에 세상 고락 꿈 속에서나 생각 할까 ? " 토끼는 자라의 말을 듣고 수상 하게 여기며 대답 한다 " 어허 ! 싫다 그대 말은 좋으나 위태 하도다 속담에 이르기를 노루 피하면 호랑이 만난다고 했고 불가대명은 독 안에 들어가도 못 면한다고 했으니 육지 에서 살다가 공연히 수궁에 들어 가리오 ? 수궁 고생이 육지 고생 보다 더하지 말라는 법 어디 있으며 두 콧구멍이 멀겋게 뚫렸지만 호흡을 제대로 하지 못할것 같으니 숨 못쉬고 어이 살며 사지가 멀쩡 해도 헤엄 칠줄 모르거니와 만경 창파 깊은 물을 무슨수로 건너 갈꼬 팔자에 없는 남의 호강을 부질 없이 욕심내 그대를 따라 수궁에 들어 가다가는 필연코 칠성구멍(눈, 귀, 코, 입에 해당하는 일곱개 구멍)에 물이 들어 하릴 없이 죽을 것이오 이내 목슴 속절 없이 고기 배때기 안에서 장사 치르면 임자 없는 내 혼백은 창파 중에 고혼이 되어 어하(물고기와 새우)를 벗으로 삼게 될것이오 그렇게 되면 일가 친척 자손중에 그 누가 나를 찿을까 콩 으로 매주를 쑤고 소금으로 장을 담근다 해도 도무지 곧이 듣지 않을 것이니 다시는 그 따위 말로 권하지 마오 " 자라는 웃으며 말했다 " 그대는 한 가지만 알고 두가지는 알지 못하는 구려, 옛 글에 이르기를 강의 먼 곳을 한 갈대로 건너 간다 했으니 이태백은 고래를 타고 달 건지러 들어가고 삼장 법사는 약수(중국 의 전설의 강)삼천리를 건너가서 대장경을 내어 왔노라 또한 한 나라 사신 장건(후한 때의 외교가)은 뗏목을 타고 은하수에 올라 가서 직녀의 지기석( 베를 짤때 베틀이 움직이지 못하도록 고정한 돌)을 주워오고 서왕 세계 (불교 에서 말하는 극락) 아난존자(석가모니 제자의 한사람)는 연잎에 거북을 타고 만경창파를 임의로 해첬노라 자신의 목슴은 하늘에 달렸거늘 공연하게 죽겠는가 ? 대장부로 태어나서 이다지 잔망(행동이 옹졸하고 경망함) 할까 ! 그대 상을 보니 미색이 누릇 누릇 금 빛을 띠었으니 이른바 금생어수(오행의 금 에서 수가 생함) 라 물과 상생 이니 조금도 염려 마시라 목이 기다라니 고향을 바라보며 타향 살이를 할 기상이오 하관(얼굴 아래쪽)이 뾰족하니 위를 구하면 역리가 되어 매사가 극난(극히 어려움) 하되 아래를 구하면 순리가 되어 만사가 크게 길할 것이오 또한 두 귀가 쫑긋하니 남의 말을 잘 들어 부귀를 할것이고 미간이 탁 트였으니 용문(용이 될수 있는 문)에 올라 이름을 빛낼 것이오 음성이 화평하니 평생에 험한 일이 없을 것이라 그대의 관상이 가지 가지로 구비 됬으니 영화 부귀가 무궁해 행락은 당명황(당나라 현종 황제) 의 양귀비며 한 무제의 승로반(장생불사 감로수를 받아 먹기위해 만든 쟁반)이오 팔자는 곽자(전쟁을 누른 인물)요 부자 로는 석승 이오 풍악 으로는 요 임금의 대황곡과 순 임금의 봉조곡, 장자방의 옥 퉁소가 속박 이나 장애가 없어 마음대로 이다 유시로 사마상여 (중국 의 문인) 거문고에 탁문군이 담을 넘어 올것 이오 언변은 여섯 나라를 오가며 활약하던 장의에게 양두(지위를 남애게 넘겨줌) 할것 전혀 없고 경륜 으로는 팔진도로 지휘하던 제갈량이 적수가 못될 것이요 이러한 기골, 풍패와 경영 배포로 보아 경천위지(온 천하를 경륜해 다스림)의 영웅호걸 이나 그대가 마치 팔팔 뛰는 버릇이 있어 본토 에서만 묻혀 있어서는 여러가지 복락을 결단코 한가지도 누리지 못하고 도리어 전일과 같이 곤란한 재앙만 돌아올 것이요 본토를 떠나 외지로 가야만 만사 여일할 것이니 내 말을 추호도 의심하지 말고 나와 함께 수중 세계로 들어 가기를 결단하게 나 처럼 친구 잘 인도하는 사람을 만나 보기도 그대 평생 처음 일걸세 토 선생 댁에 길한 별이 비치고 있네 " 토끼는 그래도 의심하며 말했다 " 나의 기상도 이와 같이 출중하거니와 형의 관상하는 법이 신통 하다만은 대저 수요궁달(단명 과 장수, 빈궁과 영달)이라 하는 것이 다 관상보고 말하는 사람 말대로 되는 법은 아니니 치부할 상 이라해서 태산 상상봉 백운대 꼭대기에 누웠어도 석승의 재물이 저절로 와서 부자가 될것 이오 ? 또 장수할 상 이라 해서 걸주(포악한 임금의 상징)의 불에 달군 뜨거운 쇠로 형벌을 가하면 살아날수 있겠는가? 누구든지 제 상만 믿고 처신 하다가는 십중 팔구 패가 망신 할것이오" 그러자 자라가 말했다 " 그대는 무식한 말만 하는 구려 누구든지 자기 괸상대로 되는 것이오 용준용안(우뚝한 코와 부리 부리한 눈)한 한 고조 유방은 사상의 정장으로 창업히여 임금이 되셨고 뛰어나고 깨끗한 몸 맵시의 당 태종은 서생 으로서 나라를 얻고 하얀 얼굴과 큰 손을 가진 송 태조는 보통 사람 임에도 불구하고 천자가 되고 전국시대 위나라 변설가는 정승이 되었으니 왕우 장상의 씨가 어찌 따로 있다 하겠소 ? 옛말에 이르기를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호랑이 새끼를 얻을것 이라 했으니 대장부가 세상에 태어나 무엇이 무서워 계집 아이처럼 요리 빼끗 조리 빼끗 저물도록 시간만 낭비 한단 말이오 그대가 바위 구멍에 홀로 있어 무정한 세월을 보내고 초목과 같이 썩어지면 어느 누가 토 선생이 세상에 나온줄 알겠는가 이는 형산의 흰 옥이 진토 중에 묻힌 양성이요 영웅호걸이 초야에 묻혀 있어 때를 만나지 못한 것이라 도토리와 풀잎 이며 칡순과 잔디 싹을 천일주와 불사약에 비하면 어떠한가 돌구멍 차가운 자리에 벗 없이 누워 있는 것이 그리도 좋은가 분벽사창(하얗게 꾸민 벽과 비단 으로 바른 창) 반쯤 열고 운문 병풍 그림 속에 원앙금침 비단 이불에 절대 가인과 벗이 되어 밤낮으로 희롱하는 그 줄거움과 행복에 비교 할수 있겠는가 ? 그대의 말은 졸장부의 말 이고 내가 하는 말은 바른말 아닌가 ! 온갖 방법으로 망설여 결정을 짓지 못하는 자는 자고로 하는 일 마다 실패 하는 법이라 , 옛날에 한신이 괴철의 말을 듣지 않다가 토사구팽의 화를 당 하고 대부종이 범여의 말을 들었던들 사금의 환이 없었으리니 내 어찌 미리 실지로 경험 하여 후에 일을 도모치 아니 하리오
이제 내 말을 듣지 않고 후일에 나를 보고자 하려 다가는 그대의 고 고조가 다시 살아와도 할수 없으리니 때가 한번 가면 다시 오지 않느니라 세상 인심은 처음에는 좋아 하다가 나중 되면 한신 같이 버리지만 우리 수중 세게 에서는 동무를 한번 천거 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 같으니 앞 길을 열어서 세상에 나서기에 이렇게 좋은 곳은 구해도 얻지 못 하리오 " 토끼는 자라의 말을 듣고 밑구멍이 움질 움질해 쌩끗 쎙끗 웃으며 말했다 " 내, 형을 보니 보통 사람은 아니로다 생각과 도량이 넓고 위인이 관후하니 남을 속이지 않을것 같소 나 같은 덧없는 사람을 좋은곳에 천거하니 감격하기 헤아릴수 없으나 수중세계에 들어가서 벼슬 하기가 쉽겠소 ? " 자라는 이 말을 듣고 속으로 웃으며 생각했다 ' 요놈 이제야 속아 오는구나 ! ' 자라는 흔연히 대답했다 " 그대가 오히려 경력이 적은 말이오, 역산 에서 밭을 가시던 순임금도 요 임금의 천자 위 자리를 물려 받았고 위수 에서 고기 낚던 강태공도 주문왕의 스승이 되고 산야 에서 밭 갈던 이윤(탕 왕을 도와 하 나라의 걸왕을 쫏아낸 인물)도 탕 임금의 아형(친근한 형)이 되고 표모(빨래 하는 나이든 여자)에게 밥 빌던 한신도 한 고조의 대욍이 되었으니 수중 세계나 인간 세계나 발천 하기는 마찬 가지라 이런고로 밝은 임금이 신하를 가리고 어진 신하가 임금을 가리나니 우리 대왕 께서는 한 가지 재능과 한 가지 재주 없는 인물도 주부 일품 자리에 외람히 올랐거늘 하물며 그대같이 고명한 자격이야 수군 절도사는 떼어 놓은 당상이지 또한 신수 좋은 얼굴을 능연각(유명한 누각)에 걸어 두고 춘추에 빛나는 이름을 역사 기록하는 책에 드리 우리니 이것이 재주가 뛰어난 사나이 의 보배로운 영광 이라 이 어찌 아름답지 않겠소 토끼 가문 중에 시조 되기는 아무 염려 없을 것이오 "토끼는 웃으면서 말 한다 " 형의 말은 그럴듯 하나 어제밤 꿈이 불길해 깨림찍 하도다 " 자라가 말했다 " 내가 젊어서 해몽하는 법을 약간 배웠으니 그대의 꿈 이야기를 들려주오 " 토끼는 어제밤 꿈 이야기를 한다 "" 칼을 빼서 배에 대고 몸에 피 칠을 하니 아마도 좋지 못한 정상을 당 할까 염려되오 " 자라는 토끼를 책망하며 말 했다 " 아주 좋은 꿈 내용을 가지고 공연히 고민 하고 있구려 배에 칼을 댔으니 칼은 금 이라 그 띠를 몸에 두를 것이오 몸에 피 칠을 했으니 홍포(3품 이상 관원이 입던옷)를 입을 징조라 이 어찌 공명할 길몽이 아니겠소 ? 장자의 나비된 꿈은 달관의 꿈이요 공명의 초당꿈은 선각의 꿈 이라 그 외에 꿈이라 하는 것은 꿈으로 보지 않는 것이 없으니 모두가 헛된 뜻이로다 오직 그대의 몸은 꿈 내용 중에 제일 이니 수궁에 들어가면 만인 위에 자리하는 것이니 어찌 아니 좋을 쏜가 " 토끼는 점점 호감을 느껴 곧이 듣고 희색이 만면해 말했다 " 노형의 해몽 하는 법이 귀신 아니면 도깨비라 할만 하오 소강절 이순풍(점쟁이 조상 으로 섬기는 맹인 신)이 다시 살아온들 이보다 더할 쏜가 아름다운 몽조가 이미 나타났으니 내 부귀 어디 가랴 ! 떼어 놓은 당상 은 좀이나 먹지, 하지만 만경 팡파를 어찌 들어 갈수 있겠소 ? " " 그 대는 조금도염려 마오 내 등에만 오르면 순식간에 득달할 터이니 그런 걱정은 행여 하지 마시오 " 토끼가 크게 기뻐하며 말했다 " 세상 천하에 못 당할 일이 있으니 저 몹쓸 사람들이 일자총을 메고 암상 스럽게 보채일 적에 송편으로 목을 따고 접시 물에 빠져 죽고 싶은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는데 천만 뜻밖에 그대 같은 군자를 만나 어두운 곳을 떠나 밝은 곳으로 가게 되었으니 이는 하늘의 도움 이시라 성인이 성인을 알아본다 했으니 나 같은 영웅을 형 같은 영웅이 아니면 어찌 능히 알리오 ? 형이 아니었다면 나는 핫되이 산중에서 늘을뻔 했고 나 아니었다면 수중 백성들은 어진 관원을 만나지 못할뻔 했도다 " 토끼가 의기 양양하게 자라 등에 오르려 할 즘에 저 버위 밑에서 너구리 달 첨지가 나서서 말했다 " 토끼야 ! 너 어디 가느냐 ? 내 아끼 수풀속 에서 누워서 너희 둘이 하는 수작을 대강 들었지만 위태하다 생각된다 옛말에 위험한 지방에 들어가지 말라 했고 분수를 지키면 몸에 욕이 없다 했으니 부귀를 탐내면 나중에 어찌 재앙이 없을 쏘냐 ? 고기 배때기 안에서 장사 지내기가 십중 팔구다 " 토끼가 그 말을 듣고 두 귀를 쫑끗하고 물러날 적에 자라가 속으로 생각했다 ' 몹쓸 놈이 남의 대사를 그르치니 이는 좋은 일에 마가 끼는 격이 로구나 ' 하며 짐짓 발을 빼는듯 말 했다 " 허허, 우습구나, 그 대가 잘되면 내가 술 잔이나 얻어 먹으려니와 죽을 곳에 들어 가는 데야 내게 무슨 좋은 일이 있을 쏜가 달 첨지가 토 선생 일에 대해 배를 앓고 꽃밭에 불 지르려 하는구나 유유 상종 이라더니 졸장부 뿐이라 부귀가 저희에게 아랑곳 있나 ? "
비방 하고 작별 하려 하니 토끼가 생각하되 ' 천우 신조 하여 천재일시로 좋은 기회를 만났으니 때를 잃지 않으리라 ' 하고 자라에게 달려 들아 두손을 덥석 쥐며 말했다 " 여보시요 별 주부, 누가 무슨 말을 한다 해도 일단 내 말이 우선 이온대 형은 어째서 이다지 경솔 하시오 ? 죽어도 내가 죽고 살아도 내가 살 것이니 아무 염려 말고 갑시다 ? 자라는 반색하며 말했다
" 형의 마음이 굳건해 변치 않는다면 내 어찌 태를 부리리오 " 자라는 토끼를 얼른 등에 얹고 물로 살짝 들어가 만경 창파를 희롱하며 소상강을 바라보고 동정호로 들어갔다 이에 토끼는 흥에 겨워 혼잣말을 했다 홍진자맥(속세의 번화한 거리) 장안 만호에 있는 벗님네야 사람마다 백년을 산다해도 걱정 근심과 질병 사고를 빼면 태평한 날이 몇 해가 될것인가 천 백녀을 못살 인생 안 놀고 무엇 하리 소상, 동정의 무심한 경개를 나와 함께 즐기세 " 의뭉할손 별주부요 미흑할손 토선생 이로다 자라의 허한 말을 물 같이 달게 듣고 서왕 세계 얻으려고 지옥 으로 들아가며 첩첩청산 버려두고 수중고혼 되러 가니 불상하고 가련하다 붉은 고기 한 덩어리로 용왕에게 진상 하러 간다 일개 자라의 첩첩이구(거침 없고 빠른 말 솜씨)에 그 약은체 했던 경박한 토끼가 속았구나 자라는 범이 날개가 돋힌듯 용이 여의주 얻은듯 기운이 절로 나서 만경 창파를 순식간에 헤엄처 가더니 곧 내리라 하였다 토끼는 자라의 등에서 내려 사면을 살펴 봤다 천지가 명랑하고 일원이 조용한데 진주로 꾸민 집과 자개로 지은 대궐은 반공에 솟았으머 수놓은 문지게(마루에서 방으로 드나드는 곳에 두꺼운 종이로 바른 외짝문) 와 비단으로 바른 창이 영롱 한지라 토끼가 홀로 기뻐 젠체(잘난척) 하는데 한편 에서는 수군쑥덕 하며 수상한 기색이 있는 지라 토끼는 혼자 말로 ' 하늘이 무너져도 솟을 구멍 있다 하나 나야 말로 속수 무책 이로다 도덕이 높은 탕 임금은 한대옥을, 만대 성인 공부자도 진채의 액을 면하시고 천고 영웅 한 태조도 영양의 포위에서 벗어 났으니 설마 이내 몸을 삼킬소냐 ? 차차 하는 행동 보아가며 감언 이구와 신출 귀몰할 꾀로 임시변통 목슴을 보전한 공명이 남병산 에서 칠성단 모으고 동남풍 빌던 수와 백등(중국에 있는 산) 에서 칠일 동안 포위 당한 진평(초 나라 초기의 공신) 이 화미인 하던 꾀를 진심갈력(마음과 힘을 다하여)해 내겠노라 ' 하고 사족 바싹 웅크리고 죽은듯이 엎드리니 전상에서 분부 했다 " 토끼를 잡아 들여라 " 그러자 수족 물고기 들이 일시에 달려 들어 토끼를 잡아다가 정전에 꾸려 앉히니 용왕의 하교가 내려졌다 " 과인의 병이 중 한데 백약이 무효 하더니 네 간을 먹으면 살아 나리라 하기에 너를 잡아 왔으니 죽는 것을 슬퍼 하지 말아라 " 용왕이 군졸에게 명해 간을 꺼내라 하니 군졸이 명을 받들고 일시에 칼을 들고 날세게 달려들어 배를 단번에 째려 하였다 토끼는 달 첨지의 말을 듣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 약 명을 알려준 도사 놈은 나와 무슨 원수 인가 ? 소진의 구변 이라 해도 욕심 많은 저 용왕을 무슨수로 꾀어내며 관운장의 용맹 인들 서리 같은 저 칼날을 무슨 수로 벗어 날수 있을까 ? 요행이 벗어 난다 한들 만경창파 넓은 물에 무슨 수로 도망 할수 있을까 ? 가련 하다 이내 목슴 속절 없이 죽겠구나 ' 하고 이리 저리 생각 하다가 문득 한 꾀를 떠올렸다
토끼는 마음을 담대히 먹고 고개를 들어 용왕을 바라보며 말 했다 " 이왕 죽을 목슴 이오니 한 말씀 아뢰고 죽겠습니다 토끼 족속 이라는 것이 본시 곤륜산 정기 받고 태어나 일신을 달빛 으로 환생해 아침 이슬과 저녁 안개를 받아먹고 옥과 같이 고운 꽃과 풀과 좋은 물을 명산에 다니면서 매일 장복 했으므로 오장 육부와 심지어 오줌똥 까지도 다 약이 된다 하나이다 막걸리 오입 쟁이들을 만나면 간 달라고 보체는 소리에 대답하기 괴로워 간 붙은 염통 줄기채 모두다 떼어내 청산유수 맑은 물에 설설 흔들어서 고봉 준령 깊은 곳에 깊이 깊이 감추어 두고 무심중에 왔나이다 온 몸을 발가 발기 찟는다 해도 간 이라고 하는 것은 한점도 얻을수 없을 터이오니 어찌하면 좋을 는지 ? 저 미련한 별 주부가 거기에 대해 일언 반구도 없었으니 아무리 내가 영웅인들 수부의 일을 어찌 아오리까 ? 미리 알려 주었으면 염통 줄기 까지 가져다가 대왕께 받처 병환을 회복 하시게 하고 일등공신 되어 부귀 공명 했으면 얼마나 좋았겠나이까 ? 만경창파 머나먼 길 두번 걸음 별주부 네 탓이라, 하지만 병환이 시급 하신데 언제 다시 다녀 올런지 알수 없나이다 " 용왕이 듣고 어이 없어 꾸짖었다 " 발칙하고 간사한 요놈, 천지 사이 만물 가운데 제 뱃속에 붙은 간을 무슨 수로 꺼냈다 집어 넣었다 하겠는가 ? 요놈 언감생신 (어찌 감히 그런생각을 품을수 있겠느냐) 어느 존전 이라고 거짖을 아뢰느냐 " 용왕이 빨리 배를 째고 간을 올리라 하거늘 토끼 또한 아무리 생각해도 죽는 것 밖에 다른수가 없도다 토끼는 ' 이것 참 독 안에 든 쥐요, 함정에 든 호랑이라 , 하지만 말이나 한번 더 하여 보리라 ' 하고 다시 용왕에게 말 했다 " 옛 말에 이르기를 지혜로운 자는 천번 생각 하는데 한번 실수 할때가 있고 우매한 자는 천번 생각 하는데 한번 잘 할때가 있다 했사 옵니다 이런고로 어린 아이 말도 귀 담아 들으라 했사오니 대왕의 지극히 밝으신 사람 잘 알아보는 식견으로 세세히 통촉해 보시 옵소서 만일 소신의 배를 갈랐다가 간이 있으면 다행 이거니와 만약 간이 없으면 누구에게 간을 달라고 하시렵니까 ? 후회 막급 이실터이니 염라 대왕의 아들 인들 , 또한 황건역사(신장의 하나로 힘이셈)의 동생 인들 한번 가면 다시 돌아오지 못할 황천 길을 무슨 수로 면 하오리까 소신의 몸에 분명한 표가 하나 있사오니 바라건데 자세히 살피시고 의심을 푸시옵소서 " 용왕이 듣고 말했디 " 이 요밍한놈 ! 네 무슨 표가 있단 말인가 ? " 토끼가 말한다 " 그러시면 소신의 밑 구멍의 내력을 들어 보시옵소서, 하늘이 자시(밤 열 한시에서 새벽 한시 사이) 에 열려서 하늘이 되고 땅이 축시(새벽 한시에서 세시 사이)에 열려 땅이되고 사람이 인시(새벽 세시 에서 다섯시 사이)인시 에서 나서 사람이 되고 토끼가 묘시(새벽 다섯시 에서 일곱시 사이)에 나서 토끼 되었으니 그 근본을 미루어 보면 생 풀을 밟지 않는 저 기린도 근본은 저의 몸이요 주려도 곡식을 찍어먹지 않는 봉황도 지나온 내력이 저의 몸이라 천지간 만물 가운데 제일 본디부터 남다르고 특별하니 신체 만들기를 별도로 해 표를 주자고 하시고 일월성신 세가지 빛을 응하며 정직하고 굳세고 부드러운 세가지 덕을 겸해 세 구멍을 점지 했사오니 보시면 자연 통촉 하시리다 " 용왕이 나졸에게 명해 적간(부정 이나 거짖이 있는지 캐어 살핌)하라 하니 과연 세 구멍이 분명히 있는지라 왕이 주저하니 토끼가 말 했다 " 대왕은 어찌 이다지 의심이 많으시나이까 ? 소신 같은 목슴은 하루 천만이 죽어도 관게가 없아오나 대왕은 만승의 옥체로 동방의 성군 이시라 경중이 판이 하오니 만일 불행을 당하시면 천리강토 구중궁궐 종묘사직 억조 창생을 누구에게 전하시럽니까 ? 소신의 간을 가져다 쓰시면 환후가 즉시 평복할 것이고 평복 하시면 대왕은 만세나 향수 하실 것이니 소신이 일등 공신 아니겠습니까 ? " 토끼가 첩첩이구로 발림(살살 비위를 맞춰 달램)하며 용왕을 푹신 삶아 내는데 언사가 절절히 온당 한지라 고지식한 용왕은 곧바로 곧이듣고 생각 하기를 ' 만일 토끼 말이 사실 이라면 죽은 후에 누구에게 물을 쏜가 ? 차라리 잘 달래어 간을 얻음만 같지 못하다 ' 하고 토끼를 궁중으로 불러 올려 상좌에 앉히고 공경하며 말했다 " 과인의 망령됨을 허물치 말라 " 토끼는 무릎을 싹 쓰러뜨리고 단정히 앉아 공손히 대답했다 " 불우의 환을 성현도 면치 못하거늘 하물며 소신같은 것이야 일러 무엇 하오리까 ? 그러 하오나 별주부가 자세치 못하고 충성치 못함이 가엽 나이다 " 이때 한 신하가 출반주하여 말했다 " 옛날에 이르기를 하늘이 주시는 것을 받지 않으면 도리어 그 재앙을 받는다 했사오니 토끼는 본시 간사한 짐승 입니다 흐지부지 하다가는 간을 잃어버릴 염려가 있을듯 합니다 어서 급히 잡아 간을 내어 옥체를 보중케 하옵소서" 모두 처다보니 이는 수천년 묶은 거북 이었고 별호는 귀위선생이었다 왕은 크게 노해 꾸짖었다 " 토 처사는 충,효가 겸전한 자이니 어찌 허언이 있으리오 너는 잔말 말고 물러나 있으라 " 귀위 선생은 물러 나와 탄식해 마지 않았다 왕은 크게 잔치를 배설해 토끼에게 대접하였다 서왕모는 술잔을 차지하고 연비는 옥소반을 받들어 드릴적에 천일주와 포도주에 신선이 먹는 과일로 안주하고 백낙천(딩나라 시인 백거이)의 장진주사로 노래하며 무궁무진 권할적에 한잔, 또 한잔이라 술에 취해 세상의 갑자를 잃어 버리는 도다 토끼 생각하되 ' 만일 내 간을 내주고도 죽지만 않는 다면 내주고 수부에서 호강 누릴만 하다 ' 날이 저물어 잔치가 파 하자 용왕이 토 처사 에게 말했다 " 토 공이 과인의 병만 낫게 하면 천금상에 만호후를 봉하고 부귀를 한가지로 누릴것 이니 속히 나아가 간을 가저 오라 ' 토끼가 취한 중에 ' 한번 속기도 원통 한데 두번 속을까 ? ' 하고 혼잣말을 했다 " 대왕은 염려 마세요 대왕의 은혜를 만분의 일 이라도 갚고자 하오니 급히 별주부를 같이 보내어 소신의 간을 가저오게 하옵소서 " 이튼날 왕에게 하직 인사하고 별주부의 등에 올라 만경창파 큰 바다를 순식간에 건너 육지에 이르자 토끼가 자라에게 말 했다 " 내 너의 다리뼈를 추려 보내고 싶지만 용서 하노니 너의 용왕에게 내말 전 하거라 세상 만물이 어찌 간을 임의로 꺼냈다 넣었다 하겠는가 ? 신출귀몰한 나의 꾀에 너의 미련한 왕이 잘도 속았다 해라 " 자라가 하릴없이 뒤퉁수를 툭툭치고 무료히 회정(돌아가는 길)하니 용왕의 병세와 별주부의 소식을 다시 알길이 없더라 토끼는 별주부를 보내고 희희 낙락 하며 너른 들 에서 이리 뛰고 저리 뛰며 흥에 겨워 말했다 ' 인제 살았구나, 수궁에 들어가서 배 째일뻔 했는데 내 꾀로 돌아와서 예전 보던 만산 풍경 다시 보고 옛적 먹던 산의 열매며 나무 열매를 다시 먹을줄 알았더냐 " 한참 이렇게 노닐적에 난데없는 독수리가 살 쏘듯이 달려들어 사족을 훔처 들고 반공에 나니 토끼의 위급이 경각에 달했다 토끼는 스스로 생각했다 ' 간을 달라 하던 용왕은 좋은 말로 달랬는데 이 미련하고 배고픈 독수리는 무슨 수로 달래리오 " 토끼는 창황망조( 다급해 어찌 할바를 모름) 한 중에 문득 한 꾀를 내어 말 했다 " 여보, 수리 아주머니 ! 내 말좀 잠깐 들어보오 아주머니 올줄 알고 몇몇날 모은 양식이 쓸데 없어 한 이니 오늘 이렇게 늦게 나마 만났으니 어서 바삐 갑시다 " " 무슨 음식이 있다고 감언이설로 날 속이려 하느냐 ? 나는 수궁 용왕이 아니거든 내 어찌 너한테 속을 쏜가 ? " " 여보, 수리 아주머니 ! 다 털어 놓는 정다운 이야기 들어 보시오 사돈도 이리할 사돈이 있고 저리할 사돈이 있다 함과 같이 수부의 왕은 아무리 속여도 다시 못볼 사이지만 우리는 종종 서로 만날 사이 거늘 감히 속이겠소 건넌 마을 이 동지가 납제(산 짐승을 잡아한해 동안 농사 형편과그 밖의 일을 신에게 고하는 제사) 사냥 하느라 나를 심히 놀래기로 그 원수 갚기를 생각 하더니 금년 정이월에 그집 처음 낳은 새끼 병아리 사십여수를 둘만 남기고 다 잡아 왔소 또 제일 긴한 용궁에 있던 꾀 주머니도 내게 있으니 아주머니는 듣도 보도 못한 물건 이오니 가지기만 하면 조화가 무궁 하지만 내게는 다 부당한 물건이오 아주머니 에게는 모두 긴요한 것이니 나와 함께 어서 갑시다 음식 도적은 매일 잔치를 한대도 다 못 먹을 것이고 꾀 주머니는 가만히 앉았어도 평생을 잘 견디게 해주니 어찌 아니 좋겠소 ? " 미련한 독수리가 솔깃해 하면서 말 했다 " 아무려나, 가보세 " 독수리가 토끼의 처소를 가 보니 바위 아래로 들어갈 때 조금만 놓아 달라고 토끼가 부탁하자 독수리가 말했다 " 조금 놓아 주었다가 아주 들어가면 어쩌나 ? " 토끼가 대답했다 " 그러면 조금만 늦춰주오 " 독수리 생각에 ' 조금 늦춰주는 거야 어떠하리 ' 하고 한 발로 반만 쥐고 있었더니 토끼가 바위 아래로 점점 들어 가다가 톡 재치며 말했다 " 바로 요것이 꾀 주머니 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