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 고생’이 당당하고 복된 이유 (시편 119편-צ편) 2023. 2. 19. 주일예배설교

[이동춘]

2023. 2. 19. 주일예배설교

시편 119편 137~144절

‘사서 고생’이 당당하고 복된 이유

(나를 구원하시는 말씀, 시편 119편-צ편)

■ ‘사서 고생’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고생 안 해도 될 일을 굳이 고생하는 것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사서 고생을 하신 분 중에 세종이 계십니다. 한글을 창제하신 일이 사서 고생하신 일입니다. 한글의 원래 이름은 훈민정음(訓民正音)입니다. ‘백성을 일깨우는 바른 소리’라는 뜻입니다. 세종께서는 이것을 만들기 위해 무수한 시행착오와 고생을 하셨습니다. 그 중, 가장 큰 어려움은 중화 사대주의에 물든 사대부들의 혹독한 반대였습니다.

사실 국왕으로서 뭐가 아쉬워 이 일을 하셨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만, 훈민정음 서문을 읽으면 감동이 됩니다. “어리석은 백성들이 할 말이 있어도 어려운 한자를 몰라 그 뜻을 드러내기 어려워하니 내 이를 불쌍히 여겨 쉬운 스물여덟 자를 새로 만들었으니...” 백성의 눈과 귀와 입을 막고자 하는 것이 권력의 속성입니다. 당시에는 더욱더 그러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세종께서는 늘 귀를 열어 두셨고, 백성의 언로를 틔워주려 하셨던 것입니다.

그렇기에 사서 고생을 하셨지만, 이것은 단순한 고생이 아니라 구원이었습니다. 이처럼 우리 신앙인의 삶도 ‘사서 고생’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사서 고생’도 구원입니다. 이것이 오늘 본문의 말씀입니다.

■ 시편 119편을 읽다 보면, 자주 만나는 시편 기자의 고백이 있습니다. 신세 한탄처럼 보이는 상황 설명입니다. 오늘 본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141절입니다. “내가 미천하여 멸시를 당하나, 주의 법도를 잊지 아니하였나이다.” 그리고 143절입니다. “환난과 우환이 내게 미쳤으나, 주의 계명은 나의 즐거움이니이다.”

보시다시피, ‘멸시를 당한다’, ‘환난과 우환을 겪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신세 한탄입니다. 그런데 이것은 ‘사서 고생’입니다. 이것이 신세 한탄이 아닌 것은 억지로 이렇게 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예상하지도 못했는데 이렇게 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멸시와 환란은 이미 예상된 일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알면서도 사서 한 고생이고, 신앙 행위였습니다.

141절과 143절을 좀 더 풀어서 읽어드리면 이해가 될 것입니다. “내가 미천하여 주의 법도를 지키는데, 이를 두고 나를 멸시합니다. 그렇지만 나는 주의 법도를 잊지 아니하였습니다.” “주의 계명을 즐기기 때문에 환난과 우환이 내게 미쳤습니다. 그렇지만 주의 계명은 여전히 나의 즐거움입니다.”

어떻습니까? 이해가 되시죠? 그렇습니다. 시편 기자에게 멸시가 오고 환란과 우환이 미침은 그의 ‘사서 고생’의 결과입니다. 등 떠밀려 한 것도, 자신도 모르게 된 것도 아닙니다. 다 알고, 다 예상하고 시작한 사서 고생의 결과입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고생을 사서 하는 이유가, 단지 주님의 법도를 지키기 위해, 그리고 주님의 계명을 즐기기 위해 하는 것일까요? 아닙니다. 그것만이 아닙니다. 137절입니다. “여호와여, 주는 의로우시고 주의 판단은 옳으니이다.” 이것이 사서 고생의 출발점입니다. 주님은 의로우시고, 주님의 판단은 옳으시기에 사서 고생할 이유가 너무도 충분한 것입니다.

물론 ‘멸시’라는 정신적 압박뿐만 아니라, ‘환란’과 ‘우환’이라는 물리적 압력도 예상됩니다. 그렇지만 주님은 의로우시고 주님의 판단은 언제나 옳으시기에 닥칠 상황을 예상하고도 말씀을 붙잡는 것입니다. 그리고 말씀에 붙잡히는 것입니다. 이 옳음에 기대어 이러한 상황을 견딜 수 있기에 삶을 내어 맡기는 것입니다. 이것이 신앙입니다. 이것이 신앙생활입니다.

시편 기자는 주님의 의로우심과 주님의 판단의 옳으심을 137절만이 아니라, 이후 여러 차례 반복해서 선포합니다. 138절입니다. “주께서 명령하신 증거들은 의롭고 지극히 성실하니이다.” 140절입니다. “주의 말씀이 심히 순수하므로 주의 종이 이를 사랑하나이다.” 142절입니다. “주의 의는 영원한 의요 주의 율법은 진리로소이다.” 144절입니다. “주의 증거들은 영원히 의로우시니 나로 하여금 깨닫게 하사 살게 하소서.”

바로 이러한 확신 가운데 있기에, 멸시가 예상되고, 환란과 우환이 기다린다고 해도, 말씀을 놓지 않는 것입니다. 어떤 상황에도 타협하지 않는 것입니다. 오히려 사서 고생하는 것입니다. 더욱이 그 최종 결과는 반드시 선이 되는 것을 믿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신앙이고, 이것이 신앙생활입니다.

■ 그런데 신앙이 사서 고생하기가 당연한 것은 맞지만, 사서 고생도 한계에 부딪힐 때가 있습니다. 에너지가 떨어져서 힘에 부치는 상황을 만나곤 하기 때문입니다. 모든 일에 체력이 필요하듯, 영적 수비와 공격에도 영적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것이 바닥이 날 때가 있습니다. 시편 기자는 이를 매우 적확하게 표현하였습니다. 144절입니다. “주의 증거들은 영원히 의로우시니 나로 하여금 깨닫게 하사 살게 하소서.”

이 기도의 의미가 무엇인가요? 깨닫게 해달라는 것입니다. 주님의 증거가 언제나 의롭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달라는 것입니다. 이 기도는 정확한 기도입니다. 잘하는 기도입니다. 그런데 의문은 ‘이전에 기도하고 고백했던 것은 무엇이지?’라는 것입니다. 분명 시편 기자는 여러 차례에 걸쳐 주님의 의로우심과 말씀의 옳으심을 인정하지 않았습니까? 137절, 138절, 140절, 142절에서 주님의 의로우심과 말씀의 옳으심을 인정하고 고백했습니다.

그런데 뜬금없이 주님의 증거가 언제나 의롭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달라는 것입니다. 뭔가 잘못된 것일까요? 아닙니다. 말씀의 깨달음은 일회적이고, 단회적인 것이 아니라는 사실 때문에 이 기도를 드리는 것입니다. 늘 깨달아야 하고, 사건마다 깨달아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이 기도를 드리는 것입니다. 어제 깨달은 것이 오늘도 유효하지만, 내일도 유효하기 위해서는 영적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물론 오늘을 위해서도 영적 에너지는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영적 에너지는 무엇일까요? 깨닫게 하기도 하고, 깨달음을 유지하게도 하는 영적 에너지는 무엇일까요? 성령 충만입니다. 무엇보다도, 성경의 저자이신 성령님께서 우리의 삶에 충만해야 말씀에 대한 깨달음도, 그 깨달음의 유지도 지속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깨달음과 깨달음의 유지를 위한 영적 에너지로서의 성령 충만을 위한 신앙 행위가 필요합니다. 무엇일까요? 그것은 역설적이게도, 말씀 묵상입니다. 말씀을 깨닫기 위해서는 말씀 묵상을 해야 하고, 성령 충만이라는 영적 에너지를 얻기 위해서는 말씀 묵상을 해야 합니다. 참으로 역설적이지만, 말씀만이 진리요 능력이기 때문입니다.

비유가 토속적이긴 하지만, 마치 고추를 고추장에 찍어 먹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김치찌개를 먹으면서 김치를 먹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참으로 말씀은 말씀으로만 깨달아지고, 말씀으로만 말씀을 살아낼 당당함을 얻게 됩니다. 여기에 성령님이 역사하시고, 성령 충만이 이루어집니다. 역설적이지만, 사실입니다.

그러므로 144절을 붙잡고 기도하시기 바랍니다. “주의 증거들은 영원히 의로우시니 나로 하여금 깨닫게 하사 살게 하소서.” 어느 영어 성경은 이렇게 번역하였습니다. “Your rules are always fair. Help!” “당신의 말씀은 늘 옳으십니다. 도와주소서!” 이렇게 도움을 청하는 기도를 드리며 말씀을 묵상할 때, 생명의 역사, 당당함의 역사가 일어납니다.

■ 그런데 지금까지 설명 들으신 것은 경험을 해봐야 이해될 수 있습니다. 경험하기 전까지는 아리송할 뿐입니다. 그러므로 경험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그러므로 기도하셔야 합니다. 말씀을 붙잡고 기도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말씀을 종일 묵상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찬양도 함께 드리셔야 합니다. 물론 경험하는 과정이 시간을 요구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길지 않은 시간에 뜨거운 성령 충만의 경험을 하시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주님의 의로우심과 주님의 판단의 옳으심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경험을 하시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세상과 나는 간 곳 없어지고 구속의 주님만 보이게 될 것입니다. 바로 이때 하늘의 복이 임하는 놀라운 경험을 하시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 경험은 계속해서 축복으로 반복될 것입니다.

그렇기에 여러분에게 바라기는, 이 거룩한 경험을 통해 신앙을 위한 ‘사서 고생’이야말로 최고의 은혜이자 최고의 복임을 깨닫게 되시길 바랍니다. 아멘. 자, 이를 위해 기도와 묵상과 찬양의 세계로 들어 가십시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