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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발달장애가 있는 초등학교 2학년 아이를 키우고 있는 평범한 아빠입니다. 작년 3월 제 아이는 집 앞에 있는 전주 지곡초등학교에 입학했습니다. 현재 지곡초등학교에는 특수학급이 없습니다. 사람들은 제게 묻습니다. 왜 특수학급도 없는 학교에 발달장애가 있는 아이를 보냈냐고요. 저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가장 가까웠으니까요."
오히려 제가 여러분에게 묻고 싶습니다. 발달장애가 있는 아이는 어느 학교에 가야합니까? 집에서 멀리 떨어진 특수학교요? 또는 좋은 특수교사와 특수학급이 있는 학교요? 해마다 장애 부모들은 특수학교와 특수학급을 찾아 다닙니다. 특수학교는 짓는 것도 쉽지 않지만, 들어가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특수학급도 여기저기 과밀에 시달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애 부모들은 조금이라도 더 좋은 학교와 선생님을 찾고, 심지어는 이사까지 합니다. 왜 그래야 합니까? 왜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부모가 학교를 찾아다녀야 합니까?
그게 장애가 있는 아이를 위한 겁니까? 아닙니다. 우리는 모두 집 앞에 있는 학교에 갈 권리가 있습니다. 그게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평등권 아닙니까? 동네에서 함께 자란 아이들이 같은 학교에 가고, 장애가 있다면 필요한 지원을 받는 것. 그게 우리 법이 보장하는 권리입니다.
발달장애 학생에게 학교에 특수교사와 특수학급이 없다는 건 휠체어 사용 장애인에게 엘리베이터가 없는 학교와 같습니다. 발달장애학생 부모들은 특수학급이 없는 학교에 아이를 진학시키지 않습니다. 비록 입학을 막진 않지만 실질적으로 접근 불가능한 학교입니다. 그게 전교생이 1천명이 넘는 학교에 장애 아이는 제 아이 하나였던 이유입니다. 그런데 학교는 공간이 없다는 이유로 특수학급 신청을 할 수 없다 했고, 반년이 넘는 기간 동안 어렵게 교장선생님을 설득해서 겨우 특수학급 신청을 했더니 이번엔 교육청에서 신청을 반려했습니다.
전라북도교육청의 특수학급 신설 요건은 '특수교육대상자 3인 이상, 3년 이상 유지 가능'입니다. 말씀드렸듯이 발달장애학생 부모들은 특수교사와 특수학급이 없는 학교에 아이를 보내지 않습니다. 그럼 저더러 다른 발달장애학생과 부모를 찾아 오란 얘기입니까? 어째서 그래야 합니까? 또한 장애인 특수교육법 27조에는 분명히 1인 이상부터 특수학급을 개설한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어째서 교육청은 법을 지키지 않습니까?
저는 우리 사회를 믿었습니다. 학교를 믿었습니다. 선생님들을 믿었습니다. 그래서 특수학급은 없지만, 제 아이를 집에서 가장 가까운 학교에 보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법에서 보장하는 권리인 특수학급 신설과 특수교사 배치를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학교와 교육청은 제 요구를 마치 부당한 요구인 것 마냥 취급했습니다. 이제 제 믿음은 부서지기 일보 직전입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사회에게 묻습니다. 장애가 있는 아이에겐 집 앞에 있는 학교에 갈 권리가 없습니까?
이제 우리는 무릎 꿇지 않습니다. 우리는 죄가 없습니다. 무릎 꿇어야 하는 건 우리가 아닙니다. 우리는 아이의 장애 때문에 불행한 것이 아닙니다. 우리 사회가 지켜야 할 것들을 지키지 않기 때문에.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차별하기 때문에 불행해지는 것입니다. 이제는 지켜야 할 것들을 지켜주시기 바랍니다. 당연한 것들이 지켜지는 사회에서는 불행도 우리를 망가뜨릴 수 없습니다.
제가 오늘 이 자리에 나온 이유는 이제 저희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 특수학급 신설을 요구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전라북도 교육청은 지금 당장 도내 모든 학교에 특수교사 배치와 특수학급 개설을 추진하십시요. 이것이 저의 유일한 요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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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 발표문입니다.
해당 영상 : https://youtu.be/MIPyfCtIX9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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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이 끝나고 바로 교육감 면담이 이루어졌습니다. 문제가 됐던 '특수학급 신.증설 편성 요건'은 삭제 되었습니다. 또한 부모연대에서 자체적으로 전국 교육청의 '특수교육 운영계획'을 확인해 이러한 위법한 규정을 모두 찾아 삭제할 수 있도록 한다고 합니다. 시안이 학교에는 이미 특수학급 신설 준비와 특수교사 배치가 완료되었다고 합니다. 향후 이러한 일이 또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교육감이 직접 지침을 내렸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아쉽습니다. 많은 분들의 응원이 있었는데 기대에 미치지 못해 죄송합니다. 저는 교육감의 약속에도 불구하고, 학교에 공간이 없다며 특수학급 신, 증설을 반대하는 교장들은 또 다시 나타날 것이고, 특히나 사립 학교들의 경우 그 정도가 더 심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결국 또 저처럼 혼자 싸워야 하는 부모들이 나올 것입니다.
그러나 부디 포기하지 마시길. 투쟁은 승패를 가리는 것이 아닙니다. 투쟁은 내가 저들의 룰에 굴복하지 않았음을, 내가 저항했음을, 그리하여 내가 여기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저는 여기서 끝나지 않고 계속해서 저와 시안이가 여기 이 자리에 살아있음을 외치겠습니다. 현실이 아무리 견고해보인다 하더라도 우리가 투쟁을 시작한다면, 곧 그 현실은 바닷가 모래성처럼 흩날려 사라질 허상에 불과하단 사실이 드러날 것입니다. 항상 함께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