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전 태균이 병원검사도 마치고 24시간 소변채집 샘플도 제출하고 갑자기 여유시간이 생겼습니다. 복지카드도 건네줄겸 1시 전에 학교수업이 끝난다하니 멀지않은 곳에 사는 근이를 보러갔습니다. 저는 너무 반가운데 이 녀석 제 차에 오르려다가 저를 보고는 막 도망을 갑니다. 간만에 엄마랑 상봉했을 때도 그러더니 세월의 빈공간만큼이나 빠르게 정도 거두어가는 것인지...
이 녀석 마음 속에 사람에 대한 우호적 감정보다는 경계하고 부정적 감정이 앞세워지는 건 어쩔 수 없는 모양입니다. 잘 적응하면서도 새로운 것에 대한 불안과 적응기간 동안 받게되는 부정적 피드백이 결코 기분좋을 리는 없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저도 근이와 한달반 생활하면서 그런 모습이 없을 수가 없었고요.
자기를 드러내는데 시간이 꽤 걸리는 녀석입니다. 자아인식이 굳건해지기 전에 자기위상이나 자기존중 등에 상처가 있기도 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자기주장이 꽤 센 녀석이라 이런 성향과 실제현실과의 괴리 속에서 녀석이 겉돌고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립니다. 그래도 희망을 가질 구석들이 있기에 끊임없이 사랑의 보디랭귀지를 가르쳐야 합니다.
이렇게 송파 쪽에서 근이녀석 안아주기도 성공하지 못하고 내친 김에 양양고속도로를 타고 저의 고향 춘천으로 추억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송파까지 거리는 춘천길의 아주 일부인데도 왠지 거기를 가면 춘천길 절반은 온 듯한 기분이 문제입니다.
전날 여주왕복행도 몹시 피곤한데다 돌아오는 길에 억수로 퍼부었던 비때문에 더 신경을 쓴터라 몸을 사려야하는데도 제 삶에 있어 '몸을 사린다'라는 것 자체가 잘 가동이 되지않습니다. 사실 이번 명절 때도 못 찾을 것 같아 친정부모님 묘소에 꽃이라도 좀 놓고 오고싶었죠.
태어나서 거의 청소년기 지날 때까지 도맡아 키워준 외할머니의 존재는 태균이에게도 각별할텐데요, 태균이 머리 속에도 기억들이 남아있으면 좋겠습니다. 묘소찾기 전 갈증을 해소하듯 막국수에 촌두부까지 우선 허기를 채우고... 퇴계막국수의 비빔면은 우리가 시시때때로 그리워하는 맛이기도 합니다.
늦은 점심해갈을 하고는 꽃사러갔다가 얼마 전에 한 직장에서 무려 38년을 근무하다 퇴직한 성실+차분+끈기 그리고 자기겸손의 끝판왕격인 동창에게 연락을 했더니 바로 뛰쳐나옵니다. 거의 얼굴 한번 보면 5~10년의 세월이 흘러있곤 하죠. 태균이를 기특하게 바라봐주곤 해서 즐겁게 데리고 만나기 전혀 부담이 없는 친구이기도 합니다. 그 친구는 주변 모두가 성실 그 자체입니다.
친정부모님 모두 돌아가실 즈음 그 친구가 근무하는 지방대학병원에서 입원했고 돌아갔던 터라 당시에도 자주 본 것은 아니었지만 마음의 큰 위로가 되었던 것도 늘 고맙게 느끼고 있습니다. 성실을 넘어 다소 답답하고 고지식까지 한 최상의 자기낮춤 삶이란 것이 때로 저같은 사람을 만나게 되면 신선한 바람이 되기도 해서 그 친구도 저를 무척 좋아합니다. 나이가 드니 좋은 게 좋은 것은 맞습니다.
그렇게 아들이랑 친구랑 같이 친정부모 묘소도 가고 의암호 주변 경치근사한 강변가의 카페도 가고 간만에 고향의 정취를 은은하게 누리고 온 하루였네요.
저녁까지 신나게 먹고 돌아오는 길, 비가 또 억수로 뿌려댑니다. 비도 비인지라 비에 젖은 것 같은 피곤함이 어찌나 밀려드는지 밤 11시가 다 되서 도착한 용인숙소에서의 밤은 그야말로 떡실신이었습니다. 풍경화같은 경치들이 펼쳐진 아름다운 곳, 춘천에서 잠시 머문 시간들은 태균이와 저의 마음의 카타르시스입니다.
친정부모님 무덤가에 잘 세워두고온 국화 화분 두 개, 활짝 만개한 후 늦여름 더위를 지나 찬서리 내릴 때까지 예쁘게 만발했으면 합니다. 그 꽃들 속에서 태균이 특유의 미소들이 가득할 겁니다.
첫댓글 얼마전 제주도에서 아주 잠깐 태균씨 봤을때 예전 맨처음 용인에서 봤을때랑 너무 많이 좋아져 있었어요
저 나름대로 혼자 생각해 봤지요
서른 넘은 나이에도 좋아질 수가 있구나 하고요
이렇게 하면 나이 상관없이 좋아지는구나
늘 끊임없이 외부자극 주고 운동과 보충제, 그리고 적절한 식단관리
엄마가 힘들어 그렇지 포기 안하면 우리 아이들 좋아지는걸 태균씨가 보여주고 있습니다
태균씨 화이팅 ^^입니다
저도 태균씨 표정과 눈빛이 예전보다성숙하고 더 영특해진모습으로 보여요
대표님의 글을 읽으며 저또한 지치지않으리라 결심하곤해요
빗길 고단한 여행이지만 춘천행은 참 잘 하신듯요.
태균씨, 검사 결과 좋길 바라고 쾌차하길 간절히 바랍니다. 신장 관련 소변 검사는 24시간 샘플이 필요한가 보더라요. 저도 해마다 한번씩 이삼년 했으니요.
여러 부모들께 용기와 희망을 갖게 하는 태균씨와 대표님, 늘 즐거운 날 맞이하시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