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가 연세대를 꺾었다.” 6월5일 MBC배 대학농구 1차전서 동국대는 스타급 선수들이 즐비한 연세대를 2점차로 누르고 값진 승리를 거두었다. 이 경기서 졸업반 김승현은 유난히 빛났다. 그는 전달 열린 1차 대학농구연맹전에선 팀의 예선탈락으로 눈길을 끌지 못했으나 이어 열린 이상백배 한일대회에서 최고의 포인트 가드로 발돋움했다. 숨은 진주 김승현. 점프볼이 그를 만났다.
글/ 채준 명예기자 사진/ 김태현 기자
첫모습은 헐렁한 나시티에(운동선수들이 즐겨 입는) 반바지 차림이었다. 사진도 찍고 인터뷰도 해야 한다고 하자 “잠시만요” 하더니 숙소로 뛰어 올라갔다가 금세 옷을 갈아 입고 내려온다.
대기만성형의 선수!! 그를 보면 슬램덩크의 김수겸이 떠오른다. 팀을 홀로 이끄는 김수겸과 김승현은 여러모로 닮은 꼴이다. 김승현은 1978년 11월 23일 인천에서 태어났고 부모님과 누나 한명이 있는 단촐한 가족이다. 178cm, 75kg의 단단한 체구에 왼손잡이.
외모에서 가장 불만스러운게 뭐냐고 묻자 “코가 제일 불만인데요”라고 답한다. 몇 년 전 게임 중 코를 부딪혀 코가 약간 휜 것 같다면서.
사실 첫인상은 강하게 받았는데 의외로 귀엽고 부드러운 인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승준 닮았다는 이야기를 하자 가끔 그런 이야기를 듣는다며 웃는다.
농구는 산곡북초등학교(5학년)에서 시작해서 송도중, 고를 거쳐 지금의 동국대학에까지 이르렀다. 그는 원래 축구선수였다. 그런데 전학을 오니 축구부는 없고 농구부가 있어서 농구를 하게 되었다.
주량은 소주 한 병 정도. 컴퓨터를 할 수 있냐는 물음에 “스타를 조금요”하며 겸연쩍어 한다.
연예인으론 김효진과 전지현을 좋아한다. 전지현은 같은 학교 학생인데 한번도 못 봤다고 하면서 아쉬워 한다. 김승현 선수가 너무 바빠서 그런 거라고 했더니 머리를 긁적이며 “아닌데요”라며 웃는다. 미팅은 딱 두 번 했단다. 이화여대 학생하고 동덕여대 학생하고. 그것도 1학년 때.. 그것 뿐이냐고 되묻자 “바빠서요”하면서 말끝을 흐린다.
지난 4월엔 모교인 송도고로 교생실습을 다녀왔다. 이왕이면 여학교로 갔으면 더 좋았을 텐데 하자 “에이~ 뭘요”하면서 또 멋쩍어 한다. 이사람 운동선수 맞아?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많이 쑥스러워 한다.
최고의 포인트 가드 맥잇는 송도고 출신
송도고는 전통적으로 빼어난 포인트 가드들을 배출해왔다. 지금 프로에서 뛰고 있는 강동희, 신기성이 그의 직계 선배이다. 이들은 송도고 라인으로 한국농구 최고의 포인트 가드 계보를 잇고 있다.
파워 넘치는 드리블, 스피드 그리고 정확한 슛. 포인트 가드가 가져야 할 것을 모두 갖춘 것이다. 하지만 이런 칭찬에 부담스러워 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기성이(삼보 신기성)형을 제일 존경하구요. 후배 중에는 범준이(성균관대)가 참 잘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두 사람 다 제 스타일하고 비슷해서 그런 것 같아요”
한결같이 현란한 개인기를 갖춘 테크니션이다.
“주전이 되고 싶어 선택한 동국대”
동국대에 진학하게 된 동기에 대해서는 “오고 싶어서”라고 당당하게 이야기 한다. 대학에 들어가자 마자 빠른 시간 안에 게임을 뛸 수 있는지가 대학선택의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고 한다. 고등학교 시절만 해도 그는 최고의 클래스에 들지 못했다는 것이 그의 고백이다. 그 당시 송도고가 좋은 성적을 올리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는 대학 진학 후 누구보다 열심히 운동했고 지금에 이르렀다. 역시 선수는 게임을 뛰는 것이 중요하고 게임 감각을 무시 할 수 없는 모양이다.
대학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배워야 할 점이 뭐냐는 질문에는 “일대일 능력의 개인기라고 생각한다”며 “프로에 가서 가장 중요할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대학에서 라이벌은 누구라고 생각하냐는 물음에 “모두들 다 어려운데 어떻게 라이벌이 되겠냐”며 또 딴청이다. 능글능글한 건지 아니면 너무 여린 것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다. 하지만 4학년중에 누구냐고 묻자 “형수(고대 전형수)요”하고 억지로 대답한다. 경기모습을 보았을 때의 강인했던 인상은 이야기 하는 도중 점점 부드러움으로 그리고 여림으로 변해갔다. 그는 그 흔한 숙소 이탈이 한번도 없었다고 한다. 역시 모범생이고 그리고 자신을 절제할 줄 아는 선수이다.
동국대는 그동안 여러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지 못했다. 김승현 이외에는 특별한 어떤 선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강팀과 약팀의 차이는 원맨팀이냐 아니면 함께 이끌어 가느냐에 차이가 있는게 아닌가 싶다. 이런 면에서 동국대는 원맨 팀이고 모든 것을 김승현이 이끌어야 한다. 그때문에 실력에 비해서 인지도와 지명도는 현저하게 떨어진다. 하지만 김승현에게는 프로라는 새로운 무대가 열려있다.
가드가 갖춰야 할 최고의 덕목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패스!”하고 단번에 이야기 한다. 가드의 최고의 덕목은 도우미라는 이야기도 될듯하다. 자신에 대해서 몇 점 줄 수 있냐는 질문에 예상대로 “80점”이라고 답한다.
아직 완성된 단계는 아니라는 이야기. 본인은 아직도 배울 것이 너무 많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95점을 줘도 아깝지 않을 것 같다. 그가 프로무대에서 훨훨 날아 오를 그날이 어서 오기를 기대해본다.
첫댓글 저랬던 승현오빠가 지금은 우리나라 최고의 가드가 되있다니 ㅎ 너무 자랑스러운걸요~
전 송태섭을 닮았다고 생각했는데^^ 동양은 지금 원맨팀이 아니니깐~~~ 동양 홧팅!!
왠지 풋풋한 느낌의 인터뷰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