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견협회 전람회에서 많은 분들을 못 뵈었군요.
다음엔 기회가 닿는대로 인사를 하기로 하지요.
심심해서 지난 2002년 제가 미국여행했던 기행문을 올립니다.
이 글은 마이독에 게재했던 내용입니다.
따라서 읽어보신 분들도 있겠네요.
좀 길긴 하지만...
즐겁게 읽어주시길
다들 좋은 하루 되시고 아이들과 행복하세요
아~ 블루베리 보고싶고나
어제는 데리고 있는 아이 목욕을 시켰습니다.
항상 집에만 있고 활동량이 줄다보니 먹는 것이 적어도
살로만 가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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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엔 모처럼 회사에 휴가를 내고 오랫동안 바래왔던 미국 여행을 가게 되었다. 미국여행의 목적 중에 가장 큰 것은 몇 년간의 연락으로 얻어진 쉐틀랜드 쉽독 챔피언을 분양받아 데려오는 것이고 가능하다면 주변의 독쇼를 관람하고자 하였는데 이 두 가지가 모두 다 이루어진 행운의 시간이었다.
여행경비를 줄이기 위해 선택한 항공편 일정에 맞추어 여러 번 비행기를 갈아타고 약 20여 시간 만에 9월 24일에 목적지인 노스캐롤라이나(North Carolina)의 랄리(Raleigh)공항에 도착하였고 후배의 도움으로 목적한 파인허스트(Pinehurst)의 쉐도우힐(Shadow Hill) 견사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미 수많은 명견을 배출한 쉐도우힐이 위치한 파인허스트는 US 오픈이 열리는 골프의 명소로 넓고 한적한 전형적인 미국의 느낌이 풍기는 곳이었다. 견사의 주인이며 허딩그룹 전문 핸들러인 제인 해밋(Jane Hammet)의 배려에 의해 1주일 간을 견사에 묵으며 번식, 미용(Grooming), 핸들링 등의 셀티에 대한 것을 많이 배울 수 있었다. 또한, 그 주말인 9월 28일과 29일에 노스 캐롤라이나의 샬롯(Charlotte)에서 이틀간 개최될 예정이었던 독쇼를 참가할 계획이 있었던 제인은 내가 함께 참가하여 더욱 많은 경험을 갖게 해주었다.
제인은 이번 독쇼에서 6마리의 쉽독과 3마리의 케이스하운드(Keeshond), 그리고 1마리의 베들링턴테리어(Bedlington Terrier)와 포메라니언(Pomeranian) 그리고 오스트레일리안 캐틀 독(Austrailian Cattle Dog) 등을 핸들링할 예정으로 1주일간 쇼의 출진을 준비하느라고 매우 바쁘게 움직였고 독쇼의 개최시간이 아침 8시 30분부터이기 때문에 숙소를 정하고 출진견들의 준비를 마무리 하기 위해 하루 전인 27일 금요일 오전 10시경에 샬롯으로 출발하였다. 쇼장이 위치한 샬롯까지 제인의 웨곤을 이용하여 3시간 정도가 소요되었는데 이 때에 보다 미국의 독쇼와 유명한 핸들러와 브리더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얻을 수 있었다.
샬롯에 도착한 후에 우선 숙소를 확인하기 위해 주최측에서 선정해 놓은 모텔의 예약상황을 확인하고 짐을 풀었다. 독쇼장에서 약 10분 거리에 있는 이 모텔은 이미 독쇼의 참가자들로 가득하였고 이미 제인은 수 차례 이미 이 모텔을 이용하였다고 하였다. 광활한 미국의 여러 지역에서 몰려오는 독쇼의 출진자들을 위해 주최측은 이런 숙소의 예약 등을 준비해 주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하였다.
양일간의 쇼를 대비하여 미리 미용테이블과 크레이트 그리고 펜스 등을 준비하고 독쇼장으로 향했다. 독쇼는 Piedmont Kennel Club이라는 AKC 산하의 지방클럽 소유의 쇼장(Show Place)였는데 그 규모는 잠실 보조 경기장을 능가하는 크기였으며 20m x 50m 규모의, 실내링을 4개 갖춰져 있는, 건물이 있었고 야외는 여러 개의 쇼링을 만들 수 있게 푸른 잔디로 잘 정돈되어 있었다. 이미 쇼장에는 100여대 정도의 많은 캠핑카들이 주차되어 있었는데 많은 프로 핸들러 혹은 은퇴 이후에 취미로 독쇼를 찾아 여행을 다니는 사람들의 차량들이라고 했다. 캠핑카에 부부가 자신들의 애견을 데리고 전국을 다니는 모습을 상상하니 어찌할 수 없이 부럽다는 생각만 들었다. 아무튼 이 쇼장에서 28일은 Columbia Kennel Club에서 주관하는 전견종 독쇼가 열리고 29일은 Piedmont Kennel Club 주관의 전견종 독쇼가 진행될 예정이었다. 실내 독쇼장의 옆에는 수도시설과 전원공급시설이 있고 크게 천막을 준비하여 독쇼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그루밍을 편안하게 할 수 있었다. 정말 우리 나라의 수십 배에 달하는 대지를 가진다는 것이 이렇게 좋은 것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는 순간이었다. 바라건대, 우리 나라의 여러 애견 단체들도 이런 장소를 마련한다면, 주 5일근무로 인해 여유시간이 늘어난 보다 많은 사람들이 편안하게 독쇼를 즐길 수 있고 수준 높은 애견인구도 증가하여 많은 발전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토, 일요일의 양일간 독쇼 이외에 실내 쇼장에선 몇 몇 견종의 클럽에서 단독전을 실시하고 있었고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아메리컨 코커 스파니엘들이었다. 아메리컨 코커의 단독전이 끝난 후엔 지방의 견종 클럽이 자체적인 세미나와 트레이닝 클래스가 열려 발전된 애견 문화가 어떻게 이뤄지는가를 확인하는 자리가 될 수 있었다. 참가하는 사람들은 같은 견종을 사랑한다는 것 이외에 어떤 특별한 공통점도 찾을 수가 없는 사람들이었다.
2일간의 독쇼에 대한 준비를 마치고 저녁식사를 한 후에 나는 제인과 그리고 쉐도우 힐의 셀티들 8마리와 함께 모텔에 투숙하였다. 아직 어린 강아지들은 침대 위를 오가며 장난을 쳤고 큰 셀티들도 핸들러와 함께 있는 시간이 좋았는지 재롱을 부렸다. 제인과 나는 아침 일찍 시작하는 독쇼를 준비하기 위해 오후 11시가 되기 이전에 잠자리에 들었다.
토요일 새벽 6시에 일어나서 독쇼장에 도착했다. 전날인 금요일에는 간간히 비가 뿌리는 흐린 날씨였는데 이날도 여전히 흐렸지만 비는 오지 않았다. 클럽에서 판매하는 카탈로그를 구매하여 참가견의 엔트리를 확인한 결과 약 1300마리의 136개 견종이 참가하는 규모의 독쇼였다. 책에서만 보아왔던 다양한 견종을 직접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길 기대했고 카메라와 비디오를 들고 있던 양쪽 어깨에 더욱 힘이 들어갔다. 7~8개월령의 아직 어린 강아지들의 사회화를 위해 이미 전날에 준비해 놓은 펜스 안에서 놀게 하였는데 제인이 건초더미를 좋아해서 가운데에 건초더미를 두개 내려놓고 강아지들이 뛰어다니면서 자연스럽게 놀 수 있게 하였다. 이런 모습을 많은 갤러리들이 좋아했고 특히 어린아이들은 제인의 허락을 받고 그 안에서 강아지들과 같이 뛰어 노는 모습을 연출하였다.
독쇼는 예정된 오전 8시 30분에 정확하게 시작되어 순차적으로 예정시간에 맞추어 진행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토요일 오전에는 많은 개들을 핸들링하는 제인을 보조하느라고 많은 곳을 구경하면서 볼 수 있는 기회가 적었고 단지 허딩 그룹의 스무드 콜리나 펨부르기 콜기, 오스트레일리안 세퍼트, 풀리 등을 보는 것으로 만족하여야 했다. 셀티는 37마리가 참가하여 미국 본토에서 상당히 인기가 많은 견종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 날 제인은 자신의 개들을 핸들링했으나 위너스 비치(Winners Bitch)를 수상하는데 만족하여야 했고 그 암컷은 출산 이후 다시 출전한 최초의 쇼에서 위너스 비치를 수상함으로써 챔피언 타이틀을 마칠 수 있었다. 허딩 그룹에서는 단독으로 출전한 풀리가 화려한 워킹으로 그룹 1석을 차지하였다. 이미 이 풀리는 제인이 훌륭한 개체라고 그룹 1석을 차지할 것이라고 예측한 것이었고 핸들러는 그 유명한 린다 피치였다. 항상 전문 애견잡지의 챔피언 사진에서 나오는 유명 핸들러의 핸들링을 직접 바라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였던 것 같다. 점심은 클럽 내의 매점에서 간단한 샌드위치와 음료수로 해결하고 잠깐 주위를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이 있어 낯설고 신기한 견종을 볼 때마다 사진기를 들이대느라고 정신이 없었다.
토요일의 쇼는 정확하게 예정시간을 지키고 최종적인 BIS 심사는 오후 4시가 지나면서 시작되었고 결국엔 스포팅 그룹에서 1석을 차지한 블랙 코커 암컷인 CH Markann's Stacked Deck Cocker Spaniel Black가 차지하였다. 이 블랙 코커는 암컷의 워킹도 이렇게 화려하고 당당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코커의 표본이었으며 이미 지난 여름의 미국 코커 summer specialty에서 BIS를 차지한 견으로 그 우수성을 유감없이 이날도 발휘하였다. 코커는 아스코브, 블랙과 파티 등의 모든 모색을 합쳐서 70마리가 넘게 출진하여 미국에서도 코커의 인기는 대단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였다.
그 많은 출전 두수에도 불구하고 예정시간에 정확히 BIS를 선발하고 마치는 것을 보고 계획적이고 합리적인 운영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었고 앞으로 우리 나라의 전람회에서도 이런 모습이 기대된다. 독쇼에 참가하는 1300여 마리는 모두 사전에 접수가 되어 독쇼 카탈로그에서 정확한 견명과 견주를 확인할 수 있었으며 이는 당일에 출진신청을 받지 않고 계획적으로 수주일 전에 엔트리를 확정하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또한 카탈로그 뒷부분에는 BOB(Best Of Breed), BIG(Best In Group), BIS(Best In Show)에 선정된 개체가 어느 견종의 누구 소유의 개인지 표시할 수 있게끔 되어 있어서 독쇼를 진지하게 바라보는 많은 매니아들을 배려하는 세심함을 볼 수 있었다.
또한 AKC에서는 독쇼를 처음 왔거나 독쇼의 시스템을 잘 모르는 사람들을 위하여 정기적으로 Dog Show Tour라는 안내프로그램을 실시하여 많은 사람들의 흥미를 유발시키고 보다 많은 애견인들을 Dog Show의 세계로 참여시키는 치밀함도 가지고 있었으며 Dog Show를 주관하는 지방클럽의 행정에 도움을 주고 있었다. 쇼가 끝난 후에 독쇼의 출진자들이 두고 가는 카탈로그가 많았기 때문에 그 이튿날에는 카탈로그를 구매하지 않고 기다리다가 쇼가 끝난 후에 얻기로 했다.
일요일의 독쇼는 다소 여유가 있어서 아침 일찍부터 여기저기를 다니며 사진을 찍고 많은 것을 살펴 볼 수가 있었다. 주로 야외에선 블러드 하운드, 아이리쉬 울프 하운드, 해리어, 풀리, 샤페이, 베들링턴 테리어, 콜럼버 스파니엘, 잉글리쉬 코커 스파니엘, 아이리쉬 세터 플랫 코티드 리트리버와 골든 리트리버 그리고 랩 등의 대형 견종의 심사가 있었고 잭 러셀 테리어, 차이니스 크레스티드 독 비숑 프리제 등의 중소형 견종 등은 실내에서 진행되었다. 정말 일요일 오전엔 한국에선 볼 수 없던 많은 견종을 직접 눈으로 살펴 본 기회였다. 토이 그룹은 토이 그룹으로서의 앙증맞음과 당당함을 갖추고 있었고 대형견은 대형견으로서의 시원함과 섬세함을 갖춰 모두가 아름다운 모습을 가지고 있어서 가능하다면 모두 데려오고 싶은 마음이었다.
야외에서 살펴본 다양한 대형견종의 심사 중에 가장 인상이 깊었던 것은 저먼 세퍼트 견종의 심사였다. 우리나라와는 사뭇 다르게 정장을 한 핸들러가 섬세하고 조용하게 각 세퍼트를 핸들링하고 주위의 갤러리들도 조용히 관찰하는 것은 항상 소란스러운 한국의 쇼장에서 본 세퍼트의 심사와는 사뭇 달랐습니다. 물론 독일의 지거전에서는 한국과 같은 모습들이 보인다고 하지만, 이런 새로운 모습 또한 모두가 함께 하는 독쇼에서 바라볼 수 있는 모습인 것 같다.
전람회의 출진자 중에서 특히 나의 눈을 끌었던 사람은 정말 출진견과 똑같이 닮은 불독의 소유주와 아프간 하운드를 끌던 늘씬한 미녀 그리고 몇몇 자동 휠체어를 탄 채로 핸들링을 하던 사람들이었다. 특히, 닥스훈트를 끌던 핸들러는 그룹전에 진출하여 다른 견종에서 선발된 우수한 개들과 함께 당당하게 경쟁함으로써 다소 몸이 불편한 핸들러의 마음을 즐겁게 하였고 또한, 지켜보던 많은 갤러리와 나를 감동시키기에 충분하였다. 이런 모습들이 독쇼를 하는데 있어서 어떤 신체적인 불편함도 장애물이 될 수가 없으며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는 장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며 진정한 스포츠의 면모라고 할 수 있었다.
일요일의 쇼에서 제인이 출진시킨 쉽독들 중에서도 막 2살이 된 블루멀 수컷이 새로운 챔피언이 되었으며 쉐도우 힐의 대표견인 Rio는 BOB에 선발되었으나 그룹전에서 전날의 그룹 1석인 풀리에게 져 Group2석을 차지하였다. 또한 채 1년이 되지 않은 케이스하운드는 그룹 2석을 차지하여 앞으로 그의 경력을 예감케 하였다. 또한 셀티를 심사한 심사위원은 80년대에 엔지니어인 남편을 따라 한국에서 4년을 지낸 경력으로 나에게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말을 건네 놀라게 만들었으며 가능하다면 많은 쇼를 보고 경력을 얻으라는 조언을 얻었고 또 언젠가 기회가 닿는다면 한국에 와서 심사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 그리고 꼭 초청을 하고 싶다는 대화를 나누었다.
이 날의 독쇼에서도 전날에 수상을 했던 많은 개체들이 최종 BIS심사까지 그대로 올라왔지만 전날과는 달리 Ch. Rayshore Crous’n The Casbar라는 차이니스 크레스티드 독이 BIS를 차지했다. 이 개는 첫 날의 토이 그룹에서 역시 그룹1석을 한 아주 우수한 개체로 지금도 다시 비디오를 살펴볼 때마다 털이 거의 없는 검은 속살을 보이는 날렵한 몸매의 시원한 워킹에 감탄하게 한다. 견종도감이나 애견백과 등에서 차이니스 크레스티드 독을 볼 때마다 이런 종류의 개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까라고 생각했던 것을 완전히 잊게 하는 그런 특유의 아름다움과 활기참을 가지고 있었다. 이날도 역시 전날의 아메리컨 코커는 BIS선발전까지 올라가는 선전을 했지만 아쉽게도 BIS를 차지하지 못했다.
양일간의 전람회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서 이번 독쇼를 참관하면서 느낀 것을 제인과 이야기 하는 도중에 비록 우리 나라의 애견문화가 다소 뒤처져 있지만 미국도 처음부터 이런 것이 아니었고 수많은 경험과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발전한 것이라는 것과 또한, 애견문화가 발달한 미국일지라도 그 근간에 있어서는 우리 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음을 느낄 수 있었다.
애견인이라면 또한 기회가 닿아서 미국여행을 하게 될 때에 조금만 부지런하게 움직여서 주말마다 열리는 각 지방의 독쇼를 참관하면서 보다 많은 경험을 얻으시길 바란다. 제인의 일을 도와주느라고 쇼의 많은 부분을 놓쳤지만 애견문화 선진국의 전람회 많은 부분에서 우리 나라의 전람회와 협회가 앞으로 발전해 나가야 할 방향 등을 미리 살펴볼 수 있어서 아주 유익한 시간이었다.
첫댓글 헉헉...-.-;; 읽느라 힘들었습니다..^^ 일반적으로 가정에서 키우는 분들에게 간접경험을 주신 것 같네요. 잘 읽었습니다.^^
켁-0-;무지길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