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에서 의와 주는 내가 선택하는 것이고 한 번 사면 두고두고 사용하는 것들이지만 식은 그렇지 않다
하루 삼시세끼를 먹어야 하고 자의로도 타의로도 선택되어지고 세번의 선택이 하루에 느낄 수 있는 즐거움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평생을 단 하루도 굶지않고 살아와서 이제는 득도의 길에 들어섰어야 하건만 "무엇을 먹을까"라는 고민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간혹 우연히 찾아간 음식점에서 "바로 이맛이야 유레카!"를 외쳐볼 때면 혼자보다는 동병상련을 느끼는 동지들을 위해 소개해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처럼 일어난다
ㅡ묵 전 ㅡ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화서로 5 (031 774 1468)
황토집처럼 생긴 외관은 통상 양식이나 일식집이 아니라 한식집이다 풍광좋은 곳에 자리잡은 '묵전'집은 압구정에 본점이 있고 이곳 서종면은 분점이다 압구정 본점은 워낙 유명해 몇 번 가봤지만 이곳 묵전집은 그곳과 별개일줄 알았는데 같은 분이 운영하신단다
상호처럼 묵과 전을 잘하지만 못지않게 보쌈과 수육을 내는 솜씨가 뛰어나다
이집을 소개하는 이유는 바로 직접 내린 생면을 이용한 해물 칼국수다 고소한 들깨 칼국수도 좋지만 역시나 내 입맛에는 시원하고 칼칼하며 뜨겁고 감칠맛이 도는 바지락 해물칼국수다
해물 칼국수 (8000)
먼저 그릇에 반한다 플라스틱 그릇이 아니라 방짜유기그릇이다 수저와 젓가락도 방짜유기다 흔히 놋그릇을 방짜유기라 하는데 구리와 주철로 만들어진 유기그릇은 상한 음식을 구별하기도 하고 세균을 억제하는 기능을 가진 우리나라 전통 그릇이다
음식은 보는 것과 먹는 것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 옛말에 "보기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말이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음식을 담는 그릇을 중요시 여긴다 그 이유는 앞서 말한 이유에 더해 보기에도 좋지만 음식 만드는 과정을 지켜볼 수 없기에 주인장의 마음을 알기에는 음식재료와 그릇에 얼마만큼 정성을 쏟았는가로 믿음의 척도를 대신한다
테이블 러너까지 깔려 있으면 더욱 좋았겠으나 혼밥(혼자 먹는 밥)을 먹으면서 테이블 러너같은 품위를 바라는건 욕심이지만 기왕에 유기그릇에 음식을 담아 내놓으려면 수저 받침까지 있었더라면 금상첨화였겠다는 생각을 가져본다
해물 칼국수를 들이키기전에 주전자에 담겨나온 메밀차를 한 잔 들이켜주고 놋쇠 젓가락으로 칼국수를 휘리릭 저어본다
바지락,새우 등 해산물이 가득하다
면은 직접뽑은 생면인데 굵기도 적당하고 진짜 맛있다 보통 면요리는 숙성된 반죽으로 면을 뽑는 것과 생면으로 뽑는 방식이 있는데 생면은 쫄깃한 면발이 일품이지만 잘못뽑으면 밀가루냄새가 나는데 이곳 묵전집의 면은 탱탱한 식감에다 밀가루냄새가 나지않는다 일본식 우동을 뽑는 고수들의 손맛에 견주어도 더 나았으면 나았지 결코 뒤쳐지지않는 실력이다
국물맛도 개운한데다 조개의 감칠맛에 시원함까지 갖췄다 깊이 있는 국물요리는 인간을 위안하는 힘이 있다
생김치와 물김치도 수준이상이다
바지락이 들어가는 해물칼국수는 면발과 국물에다 해감의 정도가 중요하다 해감이 덜되 국물 끝자락에 사그락소리를 내며 씹히는 이물질은 음식의 가장 기본이되는 해감에 신경을 안썼다는 것인데 묵전집은 국물을 다 들이키도록 입안에서 자그락거리는 모래 한알을 보지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