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6월 4일
(이 날엔 무슨 일이? : 축구팬들은 결국 브라질이 페널티킥으로 우승을 차지한 제15회 미국 월드컵을 준비하고 있었다. 영국에서는 고든 브라운이 토니 블레어와의 모종의 합의 끝에 노동당 당수 경선 후보에서 사퇴하였다. 최근 개봉된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덕분에 Wet Wet Wet은 The Troggs의 Love Is All Around를 커버한 곡으로 15주 연속 싱글 차트 정상에 오르게 된다.
* * *
현재까지 오아시스는 겨우 데뷔 싱글인 Supersonic 한 장만을 발표했을 뿐이지만, 그들이 투어를 다니며 보여주는 기행은 이미 악명이 높다. 본헤드가 운전하는 밴을 타고 영국의 형편 없는 공연장들을 돌아다니며, 그들은 락앤롤 퇴폐주의를 지지하고, 호텔방을 쓰레기장으로 만들며, 호텔 수위들을 열받게 하고, 오아시스교로 개종한 자들이 황홀한 아침을 맞도록 해준다. 27세의 노엘 갤러거가 술에 취한 채 세계 정복 계획의 개요를 설명하는 동안, NME의 사이먼 월리엄스가 그 카오스를 직접 보고 들었다.
* * *
리암 : "내 머릿 속이 엉망이야. 내 셔츠도 그렇고."
노엘 : "넌 미친 새끼야, 진짜."
리암 : "아냐, 니가 미친 새끼야!"
(잠잠해질 때까지 반복...)
이 모든 건 아주 정상적으로 시작되었다. 포츠머스의 어느 조용한 월요일 저녁, 매진된 오아시스 공연이 끝난 후 성지순례와도 같은 마약 타임과 마을 외곽에서의 '구린' 대학생 파티가 이어졌다. 그리고 호텔로 돌아와 잠깐 술 몇 잔을 더한다. 간단하지, 응? 바에서 오아시스는 길드홀에서 막 공연을 마치고 돌아온 이스트 17¹과 우연히 마주쳤다.
*¹ : East 17. 테이크 댓과 함께 90년대 초중반을 풍미했던 보이 밴드.
"너희들 블러야?" 이스트 17이 묻는다.
"아니, 왜? 너희는 테이크 댓이야?" 짜증 섞인 대답이 돌아온다. 이 월섬스토우[주: 런던의 지명이자 이스트 17의 데뷔 앨범 제목]의 강아지들이 현명하게도 각자의 방으로 돌아간 반면, 오아시스는 바에 자리를 잡고 진 토닉을 한 잔 했다...가 아니라...10잔 정도. 친(親)시티적인 이 밴드가 질색할 일이었지만 그 날 저녁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우승을 차지했는데, 이에 대해 어떤 로디 한 명이 지나가는 말 이상의 관심을 보이자 그에게 무자비한 놀림이 가해졌다. 그리고는 샴페인이 한 두 병 테이블에 등장했다. 그 때 바텐더가 자리를 비우는 치명적인 실수를 범했다. 이럴 때 보통의 술꾼이라면 바텐더가 없는 것을 보고 그가 얼마나 자리를 비울 것인지 궁금해 하면서, 그 사이 저 술을 다 훔치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할 것이다. 오아시스는 상상하지 않는다 - 그들은 그냥 실행한다. "죽여주네, 공짜 술이다!"라는 말을 꺼낼 겨를도 없이, 일행 중 둘은 이미 잽싸게 바를 넘고 있었다. 냉장고를 턴 후 노획물을 카운터 너머로 건네 준다. 1분이 지나자 맥주 50병이 의자 아래, 그리고 죄없는 가방 속으로 들어갔다. 이후 상황은 정말 이상하게 흘러갔다. 기타리스트인 폴 '본헤드' 아더스는 심할 정도로바에 가까이 있는 수영장에 잠깐 들어가 보기로 했다. 노엘과 리암 갤러거 형제는 전 여자친구에 대해 싸우기로 한 것 같다. 욕설이 날아다니기 시작하더니, 주먹이 날아다니기 시작하고, 맥주병이 날아다니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가구들이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베이시스트 폴 '귁시' 맥기건이 용감하게 갤러거들을 떼어놓으려고 노력했지만, 그 대가는 양쪽에서 샌드위치로 날아오는 주먹일 뿐이었다. 누군가 수영장에 있는 본헤드를 향해 의자들을 던지기 시작했다. 다음엔 테이블을. 리암이 노엘을 바닥에 때려눕혔다. 노엘은 리암의 셔츠를 찢어버렸다. 아랫층에서의 대소동에 진절머리가 난 다른 투숙객들이 발코니로 나와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 그 중 특히 분개한 사람이 여자친구와 함께 나타났다. 애인의 관심이 아래쪽 대소란에 집중되어 있는 동안, 그녀는 조용히 수건을 열어, 관점에 따라 '별 거 아닐 수도 있고 거의 다 보여준 걸 수도 있는' 부위를 오아시스에게 보여주었다. 그러자 취한 밴드는 환호성을 질러댔고, 당황한 남자친구가 돌아보았으나 얌전하게 생긴 여자친구는 수건을 단단히 감싼 채이다. 그러자 그가 더 심한 욕설을 퍼부었고, 그녀는 다시 수건을 열어 보였다.
그렇게 계속됐다. 여기선 주먹질이 몇 번 더 오갔고, 저기(즉, 수영장)에선 가구가 몇 개 더 던져졌다. 마침내 빌어먹을 아침 6시 경, 야간 수위가 몽롱한 스릴 추구자들에게 다가와서 이렇게 말했다. "저기, 괜찮으시다면 이제 그만 올라가시죠. 왜냐하면, 음, 누가 경찰에 신고를 했거든요."
호텔이 아주 환상적인 장소라는 건 상식이다. 생각해 보자. 만약 당신이 자기 집에서 인사불성이 될 정도로 만취해서, 눈 좀 붙이기 전에 신나게 거실을 쓰레기장으로 만들었다면, 당신의 숙취가 한낮의 분노로 바뀌기 전에, 청소하는 요정이 나타나 가구들을 질서정연하게 재배치해줄 것 같은가? 아니다. 그저 당신이 눈을 뜨면, 어찌된 일인지 밤사이 세계 제3차 대전이 발발해서 폭격당한 듯한 집구석을 발견하게 될 뿐이다. 하지만 호텔은 호텔이었다. 그 날 점심 시간, 오아시스가 어기적거리며 바에 나타났을 땐 - 가끔씩 접수원들로부터 어두운 눈초리가 느껴지기는 했지만 - 삶은 일상으로 돌아와 있었다. 놀라우리만치 비싼 차 몇 주전자가 비워진다. 리암과 노엘은 서로 상처를 비교해보며, 싸웠던 것에 대해 함께 웃고 있다. 수영장은 의자와 본헤드가 치워진 상태다. 그리고 모두가 그건 어쨌거나 호텔의 잘못이었다는 논리적 결론을 내린다.
"그런 바보 같은 곳에 수영장을 두니까 그렇지, 안 그래?" 눈살을 찌푸리며 리암이 말한다. "우릴 이 호텔에 집어넣은 거 자체가 사고 좀 쳐줍쇼 하는 거였지."
"맞아." 노엘이 현명하게 끄덕인다. "저 판유리 창문들이 '나를 통해 의자를 던져주세요'라고 하더라니까!" 사실, 바 청구서가 총 150파운드 나온 것, 이상하게 멍든 밴드 멤버, 그리고 밴에 실리는 커다란 검은 가방에서 나는 수상한 짤랑거리는 소리만 아니었다면, 거의 아무 일도 없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정말로.
"그래도 우린 오늘밤 공연에 라이더*² 는 필요없어." 리암이 떠나가는 짐을 향해 무심히 손을 흔들며 비웃듯 말한다. "우린 그냥 들어가서 '뉴포트! 라이더 따윈 니 똥꼬에나 쳐박아!'라고 말할 수 있다구."
*² : rider. 공연을 할 아티스트가 추가적으로 요구하는 주문 사항 리스트. 주로 음식이나 술, 담배 등이지만 아티스트에 따라 특이한 요구를 하는 경우도 있음. http://cafe.daum.net/oasislife/6UyN/314 <-이런 것이 바로 라이더.
이것이 오아시스식 투어 생활이다. 당신은 오아시스가 유명 밴드도 아니고 어리석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들은 락앤롤 미치광이들이다. 이 사실은 뉴포트로 떠날 준비를 하며 호텔 로비에 모여있을 때 극도로 명백해졌다. [주: 그런 폭음의 밤을 보낸 후] 간기능이 멈추거나 뇌가 폭발하지 않길 바라는 대부분의 제정신인 사람이라면 술이 없는 세상과 휴양지에서의 평안한 주말 등을 꿈꾸겠지만, 본헤드는 투어 일정표를 읽어본 후 갑자기 이렇게 외친다. "x나 멋진데! 오늘밤 공연 종료 제한 시간*³이 1시 반이야!" 아, 잘됐네.
*³ : curfew. 여러 가지 뜻이 있지만 여기선 공연장을 대관할 때 몇 시까지 종료해주기로 미리 약속하는 것. 지난 번 환불해줬던 맨체스터 히튼 파크 공연에서도 11시 curfew를 지키지 않고 그냥 끝까지 공연을 강행한 적이 있고, 그래서 벌금을 엄청 물어야 될 수도 있다는 얘기가 있었습니다. http://cafe.daum.net/oasislife/6UyN/352
우리의 임무는 3일 동안, 포츠머스의 웨지우드 룸스에서 뉴포트의 TJ's를 경유해 더비의 웨어하우스까지 오아시스를 따라다니는 것이다. 이번엔 많은 사람이 남성복 매장을 차리겠다며 밴드를 떠나겠다고 위협할 것이며, 밴드 역시 떠나버릴 거라고 위협할 것인 반면, 정신은 모든 사람에게서 탈출할 것이다.
분노의 테스토스테론과 빅맥, 진토닉, 그리고 뭐가 됐든 그들의 코를 통과한 분말로 연료를 채운 리암, 노엘, 귁시, 본헤드, 드러머 토니 맥캐롤은 매진된 3개의 공연을 아주 멋지게 치러낼 것이고, 더 많은 호텔 직원을 괴롭히고 완전 환상적인 헛소리들을 해댈 것이다. 마치 그들이 Supersonic 싱글이 발매되기 한 달도 전에 <The Word>에 출연해서 맨체스터의 절반 정도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을 때처럼. 언제나 매력적인 리암에 따르면, 폴라 예이츠[주: 영국의 여성 TV 진행자]는 "up for a bit of sorting out"[주: 도무지 무슨 뜻인지 모르겠네요.. 도와주세요ㅠ]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오아시스는 또다시 흉내낼 수 없는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친구를 만들었다.
"본헤드가 [Word의 진행자인] 허프티에게 팔을 두르고는..." 노엘이 슬픈 듯 고개를 저으며 회상한다. "그녀의 귀에 대고 이렇게 외쳤어. '암튼 당신은 왜 여자를 좋아하는 거야?'[주: 허프티는 레즈비언으로 커밍아웃한 여성임] 그리곤 그 여자 머리를 핥기 시작했어. 바 한 복판에서 말야..."
투어 때만 되면 도지는 정신병이 언제부터 실제로 시작되는지 딱 잘라 말하긴 어렵다. 투어 첫날부터 광기어린 분위기가 도처에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이번이 오아시스의 전국규모 투어로서는 두 번째인데, 첫 번째 전국투어는 화이트아웃과 공동 헤드라이너였다. 그들이 진짜로 스스로를 전 은하계 최고의 밴드라고 생각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잘난 척, 관객을 겁탈하는 듯한 거만함, 그 모든 미치광이 같은 외피 속을 들여다보면, 오아시스는 잔뜩 겁에 질려 있다. 이번 투어의 첫 번째 공연은 헐(Hull)이었는데, 공연장 안으로 들어온 인원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주최측에서는 결국 모든 공연장 입구를 개방했고, 건물 안은 조금이라도 공연하는 모습을 훔쳐볼 수 있을까 혈안이 된 관객 후보 탈락자들로 넘쳐났다.
그리고 코벤트리 공연에서는 200명의 관객이 발걸음을 돌려야 했고, 엄청난 스테이지 다이빙이 그날 밤 당연한 수순으로 이어졌다. 그것이 너무나 심했기에 노엘은 - 아마도 이번 투어에서 그가 하게 될 가장 이성적인 행동이었을 것이다 - 무사히 탈출할 수 있는 다이아몬드 같은 아이디어를 불현듯 생각해냈다. 마지막 곡의 중간쯤에 이르자 그는 기타를 로디에서 넘겨주고 "씨x 나 여기서 나간다!"라는 전설적인 멘트를 날린 후 대기실로 향했다.
"거기서 탈출하기 위해선 스피커 위로 기어올라가야 했어." 그가 흠칫 놀라며 말한다. "그러자 어떤 놈은 내 신발끈을 풀려고 하고 어떤 놈은 바짓가랑이를 잡고 늘어졌어. 내가 막 대기실로 들어갔을 때 관중들이 무대 위로 물밀듯 올라왔지. 45분 후, 나머지 밴드 멤버들이 나타났는데, 꼭 싸움질이라도 하고 온듯한 모습이었어! 관중들이 걔들을 둘러싸고 보내주려고 하질 않았던 거지! 무슨 비틀매니아들처럼 x나 헤스테리컬했어!"
"우리도 공연이 꽉 찰 거라는 정도는 예상했지." 그가 조심스럽게 인정한다. "그러니 우린 '오 예'하면서 거만하게 굴 수도 있을 거야. 하지만 내 말 잘 들어. 그 누구보다 충격먹은 게 바로 우리라구! 우린 고작 싱글 하나 냈을 뿐이데, 앨범이라도 내고 나면 어떻게 되겠냔 말야?"
(part 2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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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질나는 서문만 올리고 너무 업데이트가 안된 거 같아서요. 그린데이의 후폭풍을 무릅쓰고 하나 올립니다^^
첫댓글 살벌하게도 싸우는 갤러거들ㅜㅜ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잘읽었어요~~^^ 감사합니다!
ㅎㅎ 님넘좋아여
난 여기서 나가야겠어.ㅋㅋ
전설적인 멘트
페퍼민트님도 그린데이 다녀오신걸로 아는데, 새벽에 번역문까지..ㅎㄷㄷ 잘 읽겠습니다...
"누구보다 충격먹은 게 바로 우리라구! 우린 고작 싱글 하나 냈을 뿐이데, 앨범이라도 내고 나면 어떻게 되겠냔 말야?"
너무나도 생생한 기사네요... 잘봤습니다.
캄사함미다 페퍼민트님 ! ㅋㅋㅋㅋㅋㅋㅋ 언제나 락스피릿 ! 고작 싱글하나 냈을 뿐인데, 이부분ㅋㅋㅋㅋㅋㅋ 대박
푸하ㅋㅋㅋㅋㅋ잘읽었습니다!
와 진짜 개판으로 싸우네요 ㅋㅋㅋㅋㅋㅋ
up for a bit of sorting out... 골라내는 일로 잠시 신이 났다? sort out이 문제네요. 오아시스 다섯 명 중에 누구랑 먼저 인터뷰를 할지 고르느라 행복한 고민이라도 했다는 건지... 아니면 정리, 수습한다는 뜻이 있으니까 오아시스의 환상적인 헛소리를 정리해 내는 데 재미를 느꼈다는 건지;; 좌우간 잘 읽었습니다!
up for에 '입후보하다'라는 뜻이 있네요. 그날 쇼가 어지간히 엉망이었는지 ㅋㅋ '정리정돈 선거라던가에 출마한 사람 같았다' 정도 아닐까 싶습니다만 어떨까요..
좋은 의견들이시지만 확신이 들질 않아서 반영을 못하고 있네요;; 아무튼 고맙습니다!
무섭게도 싸우네요ㅋㅋㅋㅋ
재밌어요 ㅋㅋㅋㅋ
나도 갤러거랑 술마시고 싸우고싶다ㅋㅋ
잘 읽었어요~
앜ㅋㅋㅋㅋㅋㅋㅋㅋ 싱글하나 냈는데 앨범내면ㅋㅋㅋㅋㅋㅋ
재밌다 진짜ㅋㅋㅋㅋㅋㅋㅋㅋ다음편도 기대되요!!!
감사합니다..ㅠㅠㅠㅎㅎㅎㅋㅋ진짜 덕분에 잘보고있어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