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HAPPY THANKSGIVING !!!!!!!!!!!! (꽃)
(꽃) 감사(Thanksgiving)의 달, 그 날에...(꽃)
- 52주년 결혼기념일을 맞는 아내에게
조광렬
7년이란 교제끝에 결합하여
부부가된 우리가
함께 살아온지 어언 쉰하고도 두 해.
"오묘한 인연과 세월의 속절없음"은
이를두고 한 말이런가.
가수 윤형주의 감미로운 노래가사처럼
라일락 향기 가득한 교정에서
해방둥이 우리 둘은 그렇게 만났었오.
곤색 스커트에 흰 블라우스를
단정히 받쳐입기를 좋아했던 당신은
유난히도 고운 피부의 싱그러운 모습이었건만......
어디로 그 세월이 다 갔는지
세월은 그렇게 덧없이 흘러
우리가 처음 만난지,
반백년하고도 아홉 해가 더.....
인생은 어느새 해질무렵에 이르렀는데,,,
당신의 굳어지고 굽어진 어깨,
거칠어진 손은,
노새처럼 일했다는 노동 증명서.
자다가 쥐가나서 일어나 서성대는
당신의 팔다리를 주물러 줄 때면,
나는 죄인이 되오.
우리들 중년의 어느 날,
오랜만에 둘이서 외출했다가
돌아오는 길에,
살며시 내손을 잡아주던
당신의 따뜻한 체온을 생각하오.
하도 오랜만에
당신답지 않은(?) 행동에
조금은 어색하고
쑥스럽기조차 했었음에도
그동안 잊고 지냈던
젊은시절의 아름다웠던 추억들이
무지개처럼 활짝 피어오르던 그 순간,
짜릿함마저 느껴졌다는 걸
당신은 알고있었는지....
그렇게 오랜 세월을
함께 살아왔음에도
신비한 느낌을주던 접촉,
그 강한 친밀감......
젊은 시절과는 또다른
아련함같은 것이
가슴으로부터 아래로
흘러내렸었다오.
당신의 손을 잡은 그 손끝까지
저미며 흘러내리는
그 이름지을 수 없는 그 '무엇'을
이신전심(?)느끼며
한동안 우리는 말없이 걸었었오.
"그래,
이런걸 부부애(夫婦愛)라고 하는구나.
누군가와 함께 평생을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은
이처럼 소중한 것이구나"라는
생각을 했었었다오.
언젠가 공원을 거닐다
두 손을 꼭잡고
연인처럼 다정히 걸어가던
백인 노부부를 보면서
"참 보기좋다."하던 당신의 말이 생각났었오.
"우리도 오래 오래 서로를 아끼며
그렇게 보기좋게 늙어가자"고 하는
우회적 표현이요,
그런 바램에 대한
당신의 무언(無言)의 메시지였오.
한국서 미국 애틀란타로,
애틀란타에서 한국 서울로,
다시 서울에서 씨애틀로,
또 뉴욕으로,
가족을 끌고다니며 고생만시킨
남편의 어디가 좋아서
그렇게 내 손을 꼭 잡아주었었는지?
상큼한 바람마저
우리들의 두 볼을 간질여주던
모처럼 기분좋았던 날이었오.
내앞에선 전혀 내색을 않하면서도
"남편의 어디가 그렇게 좋으냐?"고
물었을 때,
"모든게 다 좋다"고 하던
당신과 친구의 대화를
어느날 우연히 들었을적에는
김정일이 상해가서
천지개벽을 느꼈던 것 보다
더 놀랍고 고마웠었오.
당신 덕분에 하나님 만나고
새끼 손가락만큼이라도
달라진 내가 좋아져서일까?
아니면 달라지려고 애쓰는
내 모습이 안쓰러워서 그랬을까?
돈이 되지 않는 일에만 몰두하고,
혼자 즐거워하는 쓸모없는 남편.
평생 고생만시킨 남편을
고달픈 세월을 마다하지 않고
참아준 당신은 나에게
*yellow handkerchief(?)였소..
(* 노란 손수건은 용서와 포용과 사랑의 표현. 부끄러운 과거를 용서해 주고, 고달픈 세월을 마다하지 않으며, 남편을 기다려준 아내의 지극한 사랑. 미국의 소설가 피트 하밀의 글
''Going home(歸鄕)'과 Tony Olando & Dawn 노래 참조)
당신이 면사포를 쓰던 나이가
다 되었었던 우리 딸 윤정이가
"어휴! 31년이야!
지겹게도 같이 사셨네!"해서
함께 웃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아, 그게 어제같이 느껴지는데....
어느새,
또 훌쩍 20년이 더 흘러갔오.
자식들 때 보다 몇배나 더 신비하고
감격스런 새 생명의 탄생....
69주년 광복절(光復節)날,
빛나는 그 아침에 안겨주신
보석같은 큰 외손자 Lucas!(준우)가
벌써 여덟 살!
올 가을 책가방 메고 preschool 들어간
둘째 손자 Hudson(준수)이 4살!
예쁜 것만 골라 붙여놓은 듯한
이목구비(耳目口鼻)에 눈썹, 속눈썹,
고운 머리결에 보조개까지
예쁜건 다 갖춰 타고난 고녀석!
하나님의 그 귀한 선물에 감사,
또 감사하오.
어디 그 뿐이오?
우리들 노년을 위해
하나님께서 미리 예비해 놓으신
마지막 보금자리.
한번도 꿈꿔보지도 않았었던
맨해튼 아파트,
멋진 전망, 아담하고 포근한 새 둥지.
금의 환향(錦衣還鄕)(?)했던 모국에서
인생의 온갖 맛들 쬐끔씩 골고루 맛보고,
누려도 봤지만 끝내 적응치 못하고
47이라는 어줍은 나이에 빈손으로
다시 올라탔던 미국행 비행기안에서
만난 하나님!
“넘치고 넘치도록 부어주겠다”던
그 약속을 빈틈없이 챙기고 계시는
놀라운 하나님의 위로와 크신 그 사랑!
이제와서 생각하니
더 좋은 것을 주시려는
하나님의 뜻이요 섭리었구려!
그래도 이렇게 받기만해도 되는건지?
오하려 두려울 뿐이라오.
앞만보고 달려온 세월.....
거센 풍랑, 이겨내게 해주셨음에 감사.
있어도 감사, 없어도 감사.
해내도 감사, 못해내도 감사...
기뻐도 감사, 슬퍼도 감사,
우리 영혼 늘 평안해 감사하오.
지난 세월. 주신 것
모든것에 감사, 또 감사.
돈주고 살 수 없는 건강한 몸도 감사.
“여보! 밖에 눈이 오네~’ 하고
내가 즐거워 할때,
”그러네!“하고 맞장구를 쳐줄
당산이 곁에 있다는 것 만으로도 감사,
감사하고 행복하오.
아내라는 존재가,
남편이라는 존재가, 가족이라운 존재가
자신에게 무엇을 해 주어서가 아니라
존재함 그 자체만으로도
고마운 대상이란걸
팔십 문턱에서야 깨닫다니,,,,
이 나이를 살아보니
“가족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는 걸 실감하오.
이 넓은 세상에,
건강한 자식들이 다 가까운 곳에 모여
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요, 큰 행복이 아니겠오?
그렇소.
흘러간 빛과 그늘의 무늬속에서
우리는 늘 감사하며
이 자리까지 함께 걸어 온 것이요.
지금 우리가 함께하고 있는
이 시간, 이 오늘은,
죽어간 사람들이 못다한
그 시간이기에
이 순간, 이 시간을 귀하게 여기며,
오로지 감사하며 그렇게 살아갑사다.
52년이란 그 수많은 날들을
우리는 서로에게 빛이되고
힘이되어주며
즐거웠던 일, 슬프고 고통스러웠던
일들을 함께 나누면서
그 짐을 함께지고 거들며
여기까지 왔구려.
내가 설계한 멋진 집에서
마음껏 호강시켜주겠다는
나의 감언(甘言)에
스물여섯 고운 나이에
내짝이 되어주어
실천없는 감언에도
한마디 원망도없이
혼자서 그 감언을 메워 온 당신.
가슴속 서랍에 한겹,
두 겹 쌓아놓았던
처가(妻家)의 얼굴들을
이따금씩 꺼내 보면서
한숨의 실타래를 푸는
당신앞에 서면
나는 죄인이 되오.
한 때는 서로가 달라서
맺어진 사이가
어느새 성격마저
얼굴마저 닮아진 우리.
외로움 타령에
등을 서로 돌려도,
다음 날 아침이면 제자리 찾는
마음마저 닮아진
우리는 부부,
우리는 허물없는 그런 친구.....
한국 제일의 화장품회사에서
인정받고 잘나가던 빼어난 당신이,
남의 외모 가꿔주다 지친 몸으로
아무도 몰라주는 이 지붕밑을
오늘도 제집이라 찾아온 당신,
고히잠든 당신의 구겨진 노년을
못난 사내 따라와 살아온 여인이
일이 그리워,
사람이 그립다며
오늘도,
근면과 보람으로
하루를 쓰다듬으며
기도와 말씀으로 스카프를 짜는
아들 둘 딸 하나,
자식 셋의 어머니,
내 아내, 그대.
세월의 흔적은 어쩔 수 없어
곱디 곱고 싱그럽던
그 얼굴이
장모님 얼굴로 변해 가는게
오늘은 왜 이다지도 측은함뿐인가요.
********
2023년 11월 25일 오늘은
쉰하고도 두 번째
우리들의 결혼 기념일,
되찾을 수 없는 삶을 뒤돌아보며,
인생이란 단한번뿐인
무대의 막이 내리는 날,
우리가 가져갈 수 있는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