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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2시간 거리에 있는 강화도는 주말이면 많은 사람이 찾는 곳이다. 해발 468미터의 마니산은 평이한 등산로와 사면으로 툭 트인 조망으로 인해 많은 이들이 찾는 등산코스이기도 하다. 수년 전 능선을 따라 오르며 마음을 빼앗겼던 마니산의 노을을 기억하며, 어둠이 막 내리기 전인 오후 5시 30분경 마니산 국민관광지쪽 입구에 들어섰다. 서울에서 자가용을 이용한다면 초지대교를 거쳐 접근하는 것이 빠르다. 최근에는 신촌에서 화도까지 운행해는 직행버스가 있으므로, 이 버스를 이용해도 좋다. 마니산 국민관광지쪽의 입장료는 성인 기준 1500원이다.
숨이 차오른다 싶으면 발 아래로 펼쳐진 서해바다와 넓은 들녘을 볼 수 있도록 너럭바위나 벤치와 같은 쉼터가 나타난다. 군데군데 이런 쉼터에서 내려다보는 조망이 자꾸 발길을 붙잡았지만 정상에서의 일몰을 놓칠 수 없는 탓에 걸음을 재촉한다.
마니산의 정상인 참성단에 이르는 길은 대부분 계단으로 이루어져 있어 폭우나 폭설과 같은 악천후만 아니라면 어린아이를 동반한 산행도 가능하다. 능선상에 나있는 계단길에서는 제법 바람이 거세게 불었지만 이미 봄기운이 섞인 바람이었다. 별다른 짐없이 카메라만 들고 오른 길이라 정상까지는 45분만에 오를 수 있었다. 조망을 위해 몇 번 쉬었다 오른다고 해도 왕복 2시간이면 충분한 길이었다.
45분만에 정상에 오르자 이미 태양은 지구를 한바퀴 돌아 지친 몸을 눕히듯 깊은 바다속으로 서서히 가라앉고 있었다. 어둠이 사위를 덮기 시작한다. 어두어질수록 붉은 기운을 더하는 노을도 점차 서해바다쪽으로 기울어간다.
단군이 하늘을 향해 제천의식을 봉행하였다는 참성단은 현재 현재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너무 많은 관람객으로 인해 유적이 훼손될 우려가 있는 탓이다. 참성단에서 매년 전국체전의 성화를 채화, 봉송하고 있다.
일몰의 순간은 참으로 짧았다. 정신없이 셔터를 눌러대는 사이 갈길이 바쁜지 태양은 이미 먼바다와 운해 너머로 사라졌다. 태양이 사라진 자리에는 깊은 여운이 붉은 색조로 한동안 아쉬움을 대신한다.
정상에서 일몰을 다 본 후 내려오게 되면 중턱 무렵에서 이미 날이 어두진다. 그러나 그윽한 달빛을 벗삼아 내려오는 길은 그다지 위험하지 않다. 하산길에 내려다보이는 마을은 하나 둘 불을 밝힌다. 이미 해는 졌으나 아직 남은 빛으로 어서 밤을 준비하라고 이르는 것 같다.
하산길은 붉게 물든 노을과 함께 오른 길과는 또 다른 운취를 안겨 주었다. 넋을 놓고 노을을 바라보던 자리에서 고개를 동쪽으로 돌리면 어느새 떠오른 달이 보인다. 멀리 아스라하게 초지대교의 불빛도 보인다.
산행을 한 날의 음력날짜가 16일이었으므로 달은 여전히 꽉 차있다. 야간산행에서는 필수인 헤드랜턴이나 손전등이 필요 없다. 저 달이 입구까지 안전하게 동행해줄 것이다. 노을과 함께 올라 달빛과 함께 내려오는 등산 경험을 마니산은 그리 자주 제공하지 않는다. 우선 음력으로 보름달 전후에만 가능하므로 가능한 날이 많지 않고, 그런 날이라고 해도 눈,비와 같은 날씨 조건으로 일몰과 월출을 동시에 보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경험상 쾌청한 날씨가 많은 봄가을이 최적이라고 할 수 있다. 늦기 전에 독자들도 돌아오는 음력 보름달을 기다려볼 일이다.
마니산 등산을 마쳤다면 다리도 뻐근하고 시장기도 돌 시간이다. 근처 식당은 많지만 화도터미널 맞은 편의 연안식당(032-937-1009)에 들려보자. 연안식당은 여전히 가마솥에 밥을 지어 정결한 손맛으로 맛을 내는 곳이다. 좋기로 이름난 강화섬쌀에, 장작을 때 가마솥으로 지은 밥, 모자라면 더 먹으라며 퍼주는 고봉 밥그릇은 마음의 부자를 만들어준다. 필자가 들렸을 때에는 호박전, 두부조림, 삭은 순무김치, 무채, 시금치 무침, 고등어조림 등 아홉 가지의 찬과 된장국을 내주셨다. 가마솥 백반 이외에도 손수 담근 꽃게장 등이 준비된 차림이다. 철따라 꽃게탕, 밴댕이. 병어, 자연산굴 등을 맛볼 수 있다. 이곳 가마솥 백반은 수년전이나 지금이나 3000원이다. 3000원에 팔아 이문이 남겠느냐는 질문에 박세원 주인할머니(85세)는 '밑지지만 않으면 되지'라고 하신다. 게다가 참으로 오랜만에 먹어보는 진국 슝늉은 산행의 피로를 모두 가져간다. 이렇게 기분좋게 마무리하는 산행은 여느 관광지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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