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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방 스크랩 MTB vs 자동차, 산악 다운힐 대결
맨파워 추천 0 조회 68 09.03.02 11:33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다운힐의 진정한 최강자를 가려라!

 

<톱기어>가 정초부터 또 사고를 치고 말았다. 앞으로는 몸보다 머리를 쓰자고 다짐했던 게 불과 몇 달 전인데, 또 몸으로 부닥치고 말았다. 산악자전거가 아무리 날쌔다고 하지만 일명 크로스컨트리라는 볼보 XC70, 몸짓 하나하나가 예술에 가까운 재규어 XKR, 오프로드의 황제 랜드로버 디스커버리3의 도전까지도 이겨낼 수 있을까? 우면산, 검단산, 용문산에서 펼쳐진 지상최대의 다운힐 대결. 승자를 한번 점쳐 보시라

 

 

 

 

 

 

ROUND 1

Challenger: VOLVO ALL NEW XC70
Place: 우면산 (자동차코스 1.8킬로미터, 자전거코스 1.9킬로미터)
Advantage: D5 디젤 엔진, 185마력, 40.8kg·m, AWD

 

 

언뜻 보아도 20도는 넘어 보이는 경사로. 그리고 저 위에서 눈깜짝할 사이에 뛰어내리는 산악자전거. 연습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엄청난 '포스'다. 볼보 XC70과 맞붙을 자전거의 몸풀기 퍼포먼스는 보는 이들을 주눅들게 만든다. 그러나 볼보의 크로스컨트리는 그에 못지않은 능력과 자질을 갖췄다. 적어도 세미 오프로드에선 당할 자가 없다고 생각해서 선택한 차종 아닌가. 산악자전거와 볼보가 정상에서 만났다. 그리고 각자의 출발위치에서 신호만을 기다린다.


"준비되셨습니까? 자, 출발합니다. 셋, 둘, 하나. 출발!" 약 20도 정도 내리막 경사로를 향해 힘껏 가속 페달을 밟는다. 시작부터 엄청난 토크가 네 바퀴에 걸리면서 트랙션 경고등을 다그친다. 전날 내린 눈으로 바닥이 살짝 미끄럽지만, XC70의 뛰어난 접지력은 네 바퀴 모두에게 임무에 충실할 것을 명령한다. 엄청난 속도로 달려 내려가는 XC70. 콘크리트 포장길을 지나, 본격적인 비포장으로 접어든다. 워낙 울퉁불퉁한 길을 빠른 속도로 달려 내려가는 탓에 하체에서부터 올라오는 충격으로 인해 스티어링이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으나, 딱딱한 땅에 닿을 때마다 유연해지는 서스펜션 관절은 완벽한 핸들링을 가능하게 한다.

 


두 손에는 긴장감이 가득하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든든하기 이를 데 없다. 세상에서 가장 안전하다는 볼보 아닌가. 연속으로 굽어진 코너를 공략할 때면 다소 미끄러지는 차체를 즉각 잡아주는 주행안정장치가 제 역할을 훌륭히 수행해낸다. 또한 이때에는 능동적으로 출력의 절반 가까이를 뒷바퀴로 보내는 스마트한 네바퀴굴림 기술도 한몫을 담당한다.
코스 중간에는 자전거 코스와 엇갈리는 지점이 있다. 누가 이곳을 먼저 통과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 대다수 포토그래퍼들이 이곳에 포진하고 있는 이유다. 이곳을 통과하는 순간 <톱기어> 포토그래퍼가 엄지손가락을 치켜드는 게 잠시 보였다. XC70이 먼저 통과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볼보 크로스컨트리의 자존심상 질 수는 없다.

 


결과는 볼보의 승리. 한참 뒤에야 산악자전거가 결승선을 통과한다. 코스기록은 XC70이 1분51초. 산악자전거는 3분53초다. 게임이 되지 않는다. 이런 걸 보고 어이가 없다고 해야 하나? 오늘 승부는 예상 외로 시시하게 끝날 것 같다. 경기 후 산악자전거 선수가 한 마디 한다. "보통 이 코스에서 차가 이겨본 적이 없어요. 자전거를 정상에 실어주고 난 후 동료들이 나름 빠르게 달려 내려간다고 해도, 항상 자전거가 먼저 도착했거든요. 의외네요."
볼보 XC70. 다른 건 몰라도 산길에서도, 포장도로에서도 뛰어난 접지력 하나 만큼은 동급최고로 인정하고 싶다.

 

황인상 | <톱기어> 한국판 에디터

 

 

 

분수령이었던 우면산의 뼈아픈 패배

'따르릉~ 우리 또 달려봅시다!'
새해를 맞이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사무실로 반가운 전화가 왔다. 지난해 7월 '자전거로 경차와 대결하다'를 함께 진행했던 월간 <톱기어> 한국판 편집부 전화다. 다시 한번 결투를 벌이자는 내용이다. 이번에는 SUV, 왜건, 스포츠카까지 총동원한단다. 막강한 성능의 자동차 3종 세트로 준비한 것이다. 하지만 스피드와 파워의 절대강자인 자동차는 약자인 우리에게 지나친 여유를 부리는 실수를 범하고 말았다. 코스를 내리막길로 한정해주겠다는 것이다. 거기에 자전거는 임도와 흙길에서 달릴 수 있다는 것도 인정해주겠단다. 산길이 포장도로일 경우, 자동차는 안전을 고려해 우회하거나 구불구불 굽이치는 고갯길을 내려와야 한다. 반대로 자전거 다운힐 코스는 험악한 지형이지만 거의 직선으로 산을 가로질러 내려온다. 그들은 이 점을 간과했던 것이다. 편집부는 회의 끝에 테스트라이더인 이진웅 선수와 그의 다운힐 머신 GT DH-I를 준비했다.


오전 8시, 약속 시간에 맞춰 모두 모였다. 올 들어 가장 추운 날이라는 기상 캐스터의 호들갑은 그냥 호들갑이 아니다. 영하 15도. 날이 조금이라도 따뜻해지길 기다리고 싶지만, 남은 2라운드를 오늘 다 해내려면 시간이 급하다. 결국 이 엄동설한에 이진웅 선수를 안장에 앉히고야 말았다. 코스를 알아보기 위해 리허설을 마치고 온 그는 말 그대로 파랗게 질려 있었다. 풀페이스 헬멧과 고글의 손길이 닿지 못한 얼굴 부분은 추위로 새빨갛게 변해 있었다. "으아! 너무 추워요. 손이 얼어서 걱정이네요. 브레이킹에 문제가 생길 것 같은데...."


그의 말대로 급경사를 빠르게 내려와야 하는 다운힐 코스에서 브레이킹에 문제가 생긴다는 건 생명과도 연결된 문제다. 제 아무리 대형 로터의 유압 디스크 브레이크를 사용하는 다운힐 자전거라 해도, 결국 손가락의 미세한 힘 조절로 모든 것을 통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꼭 이기겠다고 말하며 정상으로 향하니 듬직하면서도 한편으론 미안할 뿐이다.


 

우면산은 단거리 코스다. 차는 포장도로에서 시작해 오프로드를 거쳐 다시 시멘트 콘크리트길로 지나야 한다. 자전거는 급경사의 싱글트랙을 내려오면 된다. 코스가 가장 짧고 남한산성에 비해 난이도가 낮기 때문에 우면산이 아니면 더 이상 승리할 구간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첫 번째 대결의 결과는 완패. 볼보 XC70이 믿을 수 없는 속도로 내려온 것이다. 이진웅 선수는 코스 중반 싱글트랙과 도로가 일부 접하는 곳을 지날 때 XC70이 만들고 간 어마어마한 흙먼지를 보고 패배를 예상했다고 한다.
곡선코스가 적고 거리가 짧아 유리할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 차에도 그대로 적용된 듯하다. 자전거는 1분51초에 들어온 자동차보다

 

한참 늦은 3분53초에 결승점에 도착했다. 유일한 승부처에서 깨끗하게 패배하고 나니, 아쉽기도 하고 자동차와 드라이버의 능력이 놀랍기도 하다. 하지만 한겨울 추위를 그대로 뒤집어쓴 이진웅 선수를 걱정하는 <톱기어> 팀의 마음으로 인해 대결은 즐거운 이벤트로 변해갔다.

한동옥 | 월간 <자전거 생활> 편집장, 김태용 | 월간 <자전거 생활> 기자

 

ROUND 2

Challenger: JAGUAR XKR
Place: 검단산 (자동차코스 8킬로미터, 자전거코스 3.2킬로미터)
Advantage: V8 4.2 수퍼차저, 420마력, 57.1kg·m, FR

 

 

우면산 대결을 뒤로하고, 이곳 남한산성 인근 검단산에서 두 번째 대결이 펼쳐진다. 이번에는 보다 박진감 넘치는 대결이 예상된다. 산악자전거의 상대는 재규어 XKR. V8 수퍼차저 엔진으로 순정 XK보다 120마력이나 더 상승된 'R' 버전. 보다 정교해진 서스펜션, 코너를 주름잡는 핸들링, 그리고 온몸을 단단하게 죄는 최고의 버킷시트. 이번 대결도 차의 승리로 끝날 것 같다.

 

산악자전거는 자존심을 되찾으려는 듯 출발점 위에서 몸풀기가 한창이다. 드디어 2라운드의 막이 올랐다. 엄청난 다운힐 머신을 타고 있지만, 사실 이번 코스에서는 XKR의 제원이 문제가 아니다. 정상부터 골인지점까지 자전거는 거의 일자로 내려갈 것이다. 경사가 급하고, 길이 험하긴 해도 빙빙 돌아내려가는 자동차 코스보다 유리하다. 그리고 출발부터 코스 중반까지는 사실상 재규어의 성능을 100퍼센트 끌어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매끄럽지 못한 콘크리트 포장길. 어쨌든 재규어를 살살 몰아가며 내리막 다운힐을 시작한다. 검단산 산책로를 따라 내려가는 길은 엄청난 곤욕이다. 차가 다니는 길이기는 하지만, 등산객들이 꽤 있다. 여기에서는 핸들링이나, 가속력, 브레이킹은 물론, 그 어떤 것도 써먹을 수 없다. 그저 바우어 & 윌킨스 오디오가 뽑아내는 감미로운 사운드를 즐기며 산책 나온 기분.


 

드디어 매끈한 아스팔트가 눈에 들어온다. 몸 좀 풀어볼까? XKR은 시속 100km까지 5.2초에 도달하고, 최고시속 250km를 눈깜짝할 사이에 먹어치운다. 시간이 좀 늦었지만, 대결에는 무리가 없어 보인다. 시프트다운과 함께 이뤄지는 강력한 엔진 반응은 비행기가 이륙할 때와 맞먹는 추진력이다. 거의 직선으로 뻗은 도로에서 XKR은 근질거렸던 지난 몇 분간을 여지없이 날려버리며 포효하는 엔진음을 작렬한다. 그러나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일방통행 길에 접어든 때에 최고의 복병을 만났으니, 그건 남한산성 먹거리를 찾아 달려온 친목계원 아주머니들 행렬. 남한산성 유람에 한창이다. 시속 100km가 이내 40km로 줄어든다. 석 대의 차가 나란히 시속 30km로 달리고 있다. 420마력이고 뭐고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트랜스포터>의 제이슨 스타뎀처럼 차를 하늘로 날려 한 바퀴 트위스트를 할 수도 없고.... 한숨만 나올 뿐이다.


결국 XKR의 능력은 반에 반도 못 써보고 대결은 끝났다. 자전거 도착 시간은 6분36초. 차는 그보다 두 배나 더 느린 13분17초를 기록했다. 대략 사람의 힘이 약 0.14마력이라고 하던데 저 선수의 허벅지를 보면 1마력 남짓해 보인다. 그래도 그렇지 420마력 대 1마력 대결의 패배는 좀 그렇지 않나? 재규어의 굴욕을 랜드로버가 갚아주길 바란다.

황인상 | <톱기어> 한국판 에디터

 

 

다운힐 메카에서 거둔 예상 밖의 승리!

우면산 대결의 패배로 마음을 비우고 다운힐러들의 성지 남한산성으로 향했다. 출발지점은 검단산 헬기장. 남한산성은 단순히 거리로만 비교했을 때 자전거는 절대 질 수가 없는 곳이다. 검단산 헬기장을 출발해 돌정원을 지나 불당리로 내려오는 코스가 3킬로미터가 조금 넘는 반면, 자동차는 아스팔트로 포장된 8킬로미터의 구불구불한 길을 내려오게 된다. 자동차는 자전거보다 2배가 넘는 길을 달려야 한다. 문제는 코스의 난이도. 남한산성의 다운힐 코스는 험준하기로 악명이 높다. 자전거는 이곳에서 달리는 것 보다 각종 장애물을 피하는데 집중해야 한다.

 


 

정상에 도착해 이진웅 선수가 몸을 푸는 동안 재규어 XKR이 한 번의 연습 주행을 다녀온다. 무려 420마력을 내뿜는 XKR의 자태에서, 아주 잘빠진 로드바이크가 떠오른다. 우리도 한번 다녀왔으면 좋았겠지만 3.2킬로미터에 달하는 돌덩이 천지를 두 번 연속으로 탄다면 오히려 기록이 나빠질 것 같아 참는다.

 

출발하기 전 이진웅 선수에게 예상 도착시간을 물어봤다. "아마 7분 안에 도착할 것 같아요"라고 답한다. 이 말에 <톱기어> 팀은 물론이거니와 우리 쪽에서도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이다. 우리는 "만에 하나 부상이라도 당하면 오늘 취재는 그냥 끝이에요, 끝"이라고 농담을 건네며 그의 긴장이 풀리길 바랐다.

 

 

드디어 두 선수가 출발하고 스톱워치의 바늘이 숨 가쁘게 움직인다. 패배를 예상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내심 그의 자전거가 먼저 도착하길 바랬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정말 저 멀리서 엄청난 흙먼지를 일으키는 자전거가 시야에 들어왔다. 이 험준한 길을 차 보다 먼저 들어오다니. 그것도 다운힐 자전거로는 처음 달려보는 코스에서 말이다. 역시 선수는 선수인가보다. 그는 "이제야 코스가 눈에 익는다"면서 "한 번 더 달리면 30초 이상 기록을 앞당길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을 내비쳤다. 6분36초의 기록을 세운 자전거와 13분17초의 기록을 세운 자동차. 코스와 거리 등 모든 변수를 다 떠나서 정식경기도 아닌데, 부상 위험을 무릎 쓰고 전력을 다해 달려준 사실에 기분이 한결 좋아진다.

 

한동옥 | 월간 <자전거 생활> 편집장, 김태용 | 월간 <자전거 생활> 기자

 

ROUND 3

Challenger: LAND ROVR DISCOVERY3
Place: 용문산 (총거리 2.9킬로미터)
Advantage: V6 2.7 디젤 터보, 190마력, 44.9kg·m, 4WD

 

 

파이널 경기는 서로 달리는 코스가 같다. 그런데 장난이 아니다. 얼만 전 내린 눈은 단단히 다져져 스케이트장으로 변했다. 이 광경을 본 황인상 기자가 대뜸 두 게임을 연달아 뛰어서 피곤하다며 슬쩍 꽁무니를 뺀다. 4WD는 경험 많은 사람이 해야 한다나 뭐라나. 이런 길에서 누가 운전하고 싶겠는가? 역시 한숨만 나올 뿐이다. 그래도 자존심상 기권은 없다. 마음을 다지고, 정상으로 향한다. 눈길, 아니 빙판길이지만 디스커버리3는 전혀 미끄러지는 기색도 없이 빙판길을 헤쳐나간다. 거기다가 잠깐 연습을 하던 산악자전거는 연신 넘어지기 바쁘다. 빙판길에서는 자전거도 쥐약인가보다. "어라, 이거 이기겠는데."  같은 코스를 달려야 하므로 안전사고 예방차원에서 자전거가 먼저 출발하고, 2분 뒤 디스커버리3가 출발하기로 했다.


결론부터 말하는 게 낫겠다. 졌다. 깨끗이 승복한다. 산악자전거에게 우승 트로피를 넘기겠다. 나는 그저 '살아있음'을 감사히 여겨야 할 판이다. 내 생명의 은인은 디스커버리3였다. 지면을 빌어 디스커버리3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바이다.

 


 

먼저 출발한 산악자전거는 속도를 내지 못했다. 뒤가 자주 돌면서 넘어질 듯 넘어질 듯, 언젠가는 넘어질 게 뻔했다. 2분 뒤 디스커버리3 출발. 눈으로 다져진 빙판길을 오르는 것과 내려가는 것은 다르다는 것을 알았기에 사전 준비를 철저히 했다. 우선 랜드로버가 자랑하는 지형반응시스템 다이얼을 눈길로 맞추고, HDC 버튼을 눌러놓았다. 그래도 마음이 편치 않아 로 기어로 바꿨다.

 


 

천양지차다. 오르기와 내려가기 말이다. 속도를 조금 낸 순간 코너에 맞닥뜨렸고, 순간 속도를 줄이기 위해 브레이크를 밟는다. 차는 서지를 않고 그대로 쭈~욱 밀려나간다. 진짜 '하느님 맙소사!'다.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제발 낭떠러지로 떨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마음 속으로 외치는 것뿐. 모든 걸 포기하고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내가 보험은 얼마짜리를 들었지? 통장 잔고는 얼마더라'라는 생각을 하며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는 순간, '덜컥'하면서 브레이크가 걸린다. HDC가 작동하는 순간이다. 상황에 따라 시속 7km로 속도를 떨어뜨리는 HDC 덕에 '살살살살' 핸들을 돌릴 수 있었다. 'HDC여 감사합니다!'

 


 

상황에 익숙하게 되자 속도를 조금 올린 뒤, 위험 순간에서는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는 식으로 앞으로 나갔다. 이곳에서는 브레이크를 아예 잊어버리는 게 나을 것 같다. 그래도 빙판 내리막길이라서 시속 40km 이상을 내기는 힘들다. 엉금엉금 기어간다는 표현이 맞겠다. 포인트마다 자리를 잡은 포토그래퍼들은 웃기에 바쁘다. "남은 죽을 지경인데 웃음이 나와?" 욕을 한바탕 퍼붓고 또 엉금엉금. 드리프트고 카운터 스티어고 이런 건 서킷에서나 하는 얘기다.


식은땀으로 샤워를 한 뒤에야 결승선 통과. 그래도 결과가 궁금하다. 자전거 4분58초. 디스커버리3는 5분40초란다. 우승한 산악자전거 선수에게 박수 세 번 '짝짝짝.'

 

최윤섭 | <톱기어> 한국판 수석 에디터

 

 

 

자전거가 거둔 2승1패의 쾌거!

남한산성에서 뜻밖의 수확을 거둔 탓일까? 새벽부터 이어지는 강행군에도 표정이 밝았다. 경기도 용문산에 도착해보니 4WD가 아니고서는 지나갈 수 없을 정도의 눈길이 시작되었다. 그것도 며칠간 녹고 얼기를 반복한 단단한 눈길이었다. 용문산 코스는 자전거와 자동차가 같은 코스를 달리는 진검승부였기 때문에 큰 기대를 했는데, 싱거워져 버렸다. 스노우 타이어도 없는 두바퀴 자전거가 첨단장치로 무장한 디스커버리3를 이길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1, 2라운드야 그렇다 치고 이번 대결은 디스커버리3와의 정면 대결인데, 적군의 등에 업혀 경기장으로 향한다고 생각하니 웃음이 절로 나온다. 디스커버리3에 자전거를 싣고 올라간 것이다. 도로상태를 감안해 양측 모두 연습주행 없이 한 번에 기록을 재기로 했다.


이진웅 선수가 정상에 도착해 이리저리 브레이크를 잡아본다. 뒷바퀴가 잠기면서 미끄러지는 브레이킹 포인트를 알아내기 위해서다. 디스커버리3는 화려한 전자장비가 도움을 주겠지만, 자전거는 바퀴가 헛도는 시점까지 계산해 슬립의 위험을 피해야 한다. 비록 이번 코스는 경사도가 낮고 직선구간이 많지만 빙판길이기 때문에 자전거가 불리할 것으로 보인다. 자전거가 2분 먼저 출발했다. 출발과 동시에 나타난 코너에서 안쪽 발을 땅에 내려놓으며 아슬아슬하게 공략한다. 평소 같으면 몸을 기울이는 것만으로 해결이 되었겠지만, 살짝 잡은 브레이크에도 뒷바퀴가 심하게 요동을 친다. 그럼에도 용케 중심을 잡으며 빠른 속도로 내려가는 주행능력에 감탄이 앞선다.

 


 

도착지점에서 기다린 최후의 승자는 자전거의 차지였다. 빙판길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속력에다가 앞바퀴를 드는 윌리까지 해 보인다. 경기가 모두 끝나고 안 사실인데, 위험천만한 순간이 있었다고 한다. 다운힐 중 군부대로 향하는 탱크로리 차와 마주쳤다고. 갓길이 있을 리 없는 좁은 임도에서 가까스로 도랑으로 피했다가 다시 점프해 도로에 올라탔다는 것이다. 이진웅 선수의 동물적인 감각과 기량이 그저 놀랍고 부러울 뿐이다.


이로써 자전거의 2대1 판정승으로 모든 대결이 끝났다. 이번 경기는 승부라기보다는 즐거운 이벤트였다. 자전거와 자동차가 험준한 내리막에서 보여줄 수 있는 모든 퍼포먼스를 서로의 독자에게 알려주기 위한 경기였다. 무엇보다 악천후와 강행군 속에서도 큰 사고 없이 경기가 마무리 되어 다행이다. 멋진 승부를 펼치느라 몸을 아끼지 않은 석 대의 자동차와 <톱기어> 편집부에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한동옥 | 월간 <자전거 생활> 편집장, 김태용 | 월간 <자전거 생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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