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족하는 비결 (2016.12.11)
장선단비교회에 갑자기 컴퓨터가 고장 나서 프로그램을 다시 설치하러 목사님과 함께 갔었습니다.
교회 행정 서식 같은 건 우리가 만든 걸 다운받아서 깔아두면 되지만 스데반정보라는 곳에서 디모데재정관리 프로그램을 무료로 주는데 그걸 받아서 설치하는 게 좀 까다롭기 때문에 두 번씩이나 넘어 갔습니다.
매주일, 재정을 입력하려면 먼저 일 년 예산을 입력해야하는데... 작년 결산을 그대로 예산으로 세우면 아주 쉽겠다고 가볍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결산이 1670만원이라나? 어떤 사람 연봉보다 적은 돈으로 일 년, 교회 살림의 예산을 만들자니 그게 보통 어려운 게 아니었습니다.
우선 꼭 필요한 것만 적어보자고 해도 목사님생활비, 각종회비, 전기요금, 자동차할부금, 자동차유지비, 경조비--- 기본적으로 들어가야 할 건 태산 같은데 이천만원이 안 되는 돈으로 짜 맞춰야 하니 기껏 적어놓고 보면 또 예산이 초과되어 여러 번 수정 해야만 했습니다.
우리는 머리에 쥐가 날 지경인데 이 목사님 네는 평화로운 얼굴로 이 정도 결산이 나오는 것도 그나마 일본에서 직장생활 하는 딸이 십일조를 보내줘서 좋아진 거라고... 그래서 올해는 여러 가지로 감사하다고 하셨습니다.
생각해보니 우리도 시골목회 십년쯤 지나서였을까요? 이웃교회에 갔는데 예산이 얼마냐고 해서 1200만원이라고 했더니 그 돈으로 어떻게 생활을 하냐고 걱정을 하시기에 “더 어려울 때도 살았는데... 저희는 시골에서 자족하는 비결을 배웠습니다.” 라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우리 옷은 그렇다 쳐도 어린 평강이 에게 입힐 옷이 없어서 늘 쩔쩔매고, 단돈 몇 만원이 없어 몇날 며칠을 눈물로 기도하고, 그 흔한 우유도 사치처럼 여겨 실컷 먹일 수 없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일 년, 이 년---이십 삼년을 살다보니 남들이 부러워하는 시골교회 라는 소릴 듣기도 했습니다.
어떻게 그 힘든 길을 지나왔는지... 아픔도 참 많았고, 지쳐 쓰러질 때도 많았지만, 돌아보면 지금은 지금 감당하기 벅찬 일들이 있고 그때는 그때의 짐이 버거웠을 뿐입니다.
일본에서 13년 동안 선교사역을 하시다 그 산골짜기에 들어와 오 년째 고생하는 목사님 네를 생각하면 지금 가나안에 있는 우린 감춰둔 친정식구처럼 먹을 때나, 입을 때나, 자꾸 신경이 쓰여 가슴이 오그라들곤 합니다.
이런 우리에게 사모님이 직접 농사지은 들깨가루도 주시고 말린 사과에 가래떡에-- 우리도 드릴게 있으니 참 좋다고 하시며 넉넉한 사랑을 담아주셨습니다.
장선단비교회 목사님 네도 그 시골에서 열 명 남짓 되는 성도님들과 나누며 섬기며 그렇게 행복한 목회를 하는 걸 보니 벌써 자족하는 비결을 배우신 모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