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군 1년차: 초보임을 감추기 위해 항상 눈동자를 사방으로 굴리며 아무 말없이 상황을 예의 주시한다.
예비군 2년차: 지난 1년간의 경험을 기억하기 위해 여전히 예를 쓴다. 특히 겨울철을 지나면서 기억이 흐릿해져 가기 때문에 힘들어 한다. 그리고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사단마크를 유심히 살피며 대화상대를 찾기 시작한다.
예비군 3년차 : 8시까지 입소를 느긋하게 즐기며 8:30분에 정문을 통과한다. 그리고 늘 마지막 차라고 스스로에게 다짐하고 조교들에게 신분을 설파한다.
제가 대학을 마치고 군대를 가서 지금이 6년차인가 7년차인가 그쯤 합니다. 저는 예비군훈련이 축제입니다. 회사 안가서 좋고 하루 종일 놀 수 있어서 좋습니다. 작년에는 예비군 훈련이 가지 않고 갔다고 공갈친 적도 있습니다. 그만큼 예비군 훈련은 저에게 삶의 오아시스입니다.
안보교육관으로 불리는 실내교육장에서 "최근 북한의 동향과 우리의 대응"이런 조의 비디오를 볼라치면 바로 취침자세로 들어가서 2시간 연짱 늘어지고, 식사시간에는 밥 일찍 먹고 햇빛을 찾아 길바닥에 늘어져 버립니다. 작년에는 영희가 '큰 일' 나간다고 김밥을 싸주었는데 김밥이 오그라들어서 꺼내놓고 먹지도 못해 사람들 등지고 웅크리고 먹었습니다. 꼭 만화 '무대리'에 나오는 한심한 왕따 같았습니다.
오후에는 이제 활동이 시작됩니다.
저는 조교에게 꼭 교육시작과 동시에 질문을 합니다.
"뭐 하다 왔어?", "동대문에서 옷 팔다 왔습니다"
"어! 그래, 돈 많이 벌었겠네~~"
이 쯤하면 교육은 끝입니다. 한 때 잘 나갔던 때와 힘들었던 때, 제대후 이일을 계속 할 것인가 하는 고민들을 들으면 교육 끝입니다.
시간대별로 모두 바뀌니까 그 때마다 사용하면 몇 시간은 금새 종료됩니다. 그리고 교육장소가 대부분 산이기 때문에 봄 가을로 풍경이 도심과는 달리 아름답습니다. 질문 해 놓고 듣기 싫으면 풍경을 담으면 됩니다. 저는 끝날 때 교육비를 꼭 탑니다. 재작년에 천안에서 받을 때 조교님이 지역사회라고 "선배님들, 교육비는 저희 회식비로 받아도 되겠습니까?"라고 말하더군요. 동네 형도 있고, 고등학교 선배도 있고, 몇몇은 안면이 낯익으니까 자신감있게 이야기 하길래 제가 "너희도 남한산성 가니... 백주대낮에 무슨 망발이야. 내가 장사를 하는데 하루 공친게 얼마인데 이 몇천원도 떼쳐먹을려고 해. "
일순 고요 그 자체...
그리고 제가 제일 먼저 신분증과 교육비 3000원을 받고 나왔습니다. 그리고 훈련장 코앞에 있는 매점에서 카페라테를 구입해 빨대로 빨아먹으면서 천천히 걸어오니 콧노래도 절로 나대요.
예비군 훈련, 내 시간으로 사용하면 지겹지 않아요.
저에게 예비군 훈련은 제복에 갇히는 시간이 아니라 제 시간을 향유하는 시간이 됩니다.
우복!
너는 너무 센티멘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