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나라 살이 #87 넘쳐나는 이민자

[허경옥]

  사업을 하다 보면 가장 힘든 일이 함께 일할 직원 구하는 것이다. 우리가 사는 곳은 대학촌이라 일반 교민들이 별로 없어 더더욱 어렵다. 대학생들은 재학 중 임시 직업으로 서빙직을 택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서빙은 다른 직종보다 시급은 낮지만 팁이 있어 바쁜 시간대에는 주방장보다 더 많이 벌 수 있어 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업이다. 그러나 학교 스케줄에 따라 변동이 심해서 오래 일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식당은 앞에서 서빙하는 직원과 뒤에서 요리하는 직원으로 나뉜다. 뒤에서 요리하는 직원은 다시 주방장과 요리사, 재료 준비와 설거지팀으로 나뉜다. 그중 사람 구하기가 가장 힘든 팀이 설거지다. 물론 대형 식기 세척기를 사용하지만, 손님 테이블에서 쉴 새 없이 나오는 그릇들을 깨끗이 닦아 내는 일은 식당에서 가장 힘들고 지저분한 일이다. 거의 모든 식당에서 이 영역은 멕시코나 남미에서 온 인력이 감당하고 있다. 드물게 일할 수 있는 비자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불법체류자들이다. 베네수엘라 같이 사회가 혼란스러운 나라에서 온 사람들은 난민 신청을 통하여 영주권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수많은 사람이 미국으로 들어오고 있다. 이민자들의 나라라고 불릴 정도로 이민자들의 정착을 돕던 미국도 이제는 공화당뿐만 아니라 민주당도 이민자들에게 강경한 법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플로리다는 공화당이 우세한 주라 그 법이 그 어느 주보다 강경하다. 지난 해에는 불법체류자를 돕는 사람까지도 처벌할 수 있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이런 부류의 노동력 없이는 미국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누구나 알고 있다. 그래서 법으로 강하게 제지를 하면서도 뒤에서는 슬쩍슬쩍 눈을 감아 주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주에 설거지할 사람이 한 사람 더 필요해 스페인어 사이트에 구인 광고를 냈다. 구인 구직난이 그들 사이에 활성화 되어 있는 사이트다. 광고를 내면 보통 한두명이 관심을 표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이번에는 광고를 내자마자 수십 명의 사람들이 연락해 왔다. 내 전화로 문자가 빗발쳤다. 영어로 문자를 보내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고용주인 내가 구글 번역기를 통해 영어로 변환시켜 읽어야 한다. 관심 있으니 연락을 달라는 간단한 문자가 대부분이지만, 몇몇 사람은 자기의 딱한 사정을 말하며 어떤 일이라도 해야 하니 꼭 기회를 달라고 사정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인터뷰하는 날 열 명 남짓 사람이 찾아왔다. 스페인어와 영어, 이중 언어를 하는 직원 도움을 받아 인터뷰하여 한 사람을 고용했다. 낙심하고 돌아서는 나머지 사람들의 뒷모습이 어둡고 무거웠다. 모두에게 일자리를 줄 수 있으면 좋으련만…그럴 수도 없어 그저 쓸쓸한 마음으로 돌아가는 그들을 바라보았다.

[文世熙]

불법체류자들의 법을 강화하는 것은 한국도 마찬 가집니다. 자국의 사정에 따른 어쩔 수 없는 현실이 아닌가 싶네요, 일할 사람을 구할 수 있었서 다행입니다. 감상 잘 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허경옥]

네.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몰려 들어오고 있어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살고 있는 나라가 너무 열악해 잘 살아 보려고 목숨걸로 미국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인데, 그렇다고 모두 받아 들일 수도 없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