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임장+인감증명서=대리권’은 철칙이 아니다
대리 계약시 위임장과 인감증명서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위임장(과 인감증명서)가 있어도 문제가 되는 사례가 있습니다. 따라서 공인중개사로서는 위임사실을 확인하는 조치가 추가로 필요합니다.
반대로 위임장이 없어도 대리권을 확인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결국 위임장은 대리권을 확인하는 여러 가지 방법 중 하나일 뿐입니다.
□ 위임장만 보고 계약한 공인중개사의 과실을 인정한 사례
A가 소유한 부동산을 B가 대리인으로 나왔다. 공인중개사는 B가 가지고 나온 A 명의로 된 위임장과 인감증명서를 확인하고 매매계약을 체결시켰다. 그런데 B는 대금을 받은 후 잠적해버렸다. 사실관계를 알아보니 A는 B에게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위임했는데, B가 이를 매매 위임장으로 바꾸었다는 것이다. 매수인 C는 A에게, 인감도장을 B에게 맡긴 책임을 지라고 요구했고, A는 거부했다. 결국 C는 공인중개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
이 사건에서 법원은 공인중개사의 배상책임을 인정했습니다. 등기권리증도 소지하지 아니한 B가 과연 위임을 받았는지 위임장만 봐서는 안 되고 A에게 확인하는 절차를 취했어야 했다는 것입니다.(청주지방법원 2003.4.9 선고 2002가단7596)
유사한 사건에서 대법원도 다음과 같이 판시한 바 있습니다. 소유자의 인감도장과 인감증명서를 가지고 있어도 소유자에게 위임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대리권이 있다고 믿은 사람에게 과실이 있다 고 본 것입니다.(대법원 1995.2.17. 선고 94다34425)
[청주지방법원 2003.4.9 선고 2002가단7596]
(전략)부동산에 대한 등기권리증도 소지하지 아니한 채 이 사건 각 부동산에 대한 적법한 매도권한을 위임받았다고 주장하는 B에 대하여 위 부동산의 소유자인 A에게 적법한 대리권의 존부에 대하여 확인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아니한 채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인정되는 바, 그렇다면 원고가 B에게 이 사건 각 부동산을 매도할 대리권한이 있다고 믿을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워 피고(공인중개사)의 표현대리 주장은 이유 없다.(후략)
[대법원 1995. 2. 17. 선고 94다34425 판결]
가. 일반적으로 부동산의 소유자가 아닌 제3자로부터 근저당권을 취득하려는 자로서는 근저당권설정계약을 함에 있어서 그 소유자에게 과연 담보제공의 의사가 있는지 여부 및 그 제3자가 소유자로부터 담보제공에 관한 위임을 받았는지 여부를 서류상 또는 기타의 방법으로 소유자에게 확인하여 보는 것이 보통이라 할 것이므로, 만약 그러한 조사를 하지 아니하였다면 그 제3자에게 소유자를 대리할 권한이 있다고 믿은 데에 과실이 있다고 할 것이다.
□ 위임한 사실이 있는지 소유자에게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대리인이 위임장을 가져와도, 등기권리증을 소지하지 않았거나 인감증명서가 본인 발급이 아닌 경우 등에는, 소유자에게 위임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면 위임여부를 어떻게 확인해야 할까요? 보통 다음 2가지 안전조치를 많이 이용합니다.
①소유자에게 전화로 위임한 사실을 확인한다.
②계약금 등을 소유자의 은행계좌에 송금한다.
그런데 문제는 대리인 쪽입니다. 특히 매도인이나 임대인이 칼자루를 쥐고 있는 경우에, 이렇게 따지고 들다가는 계약의 기회를 놓치기 쉽습니다. 이럴수록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하는 화법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면,
“중요한 계약을 하면서 소유자 분에게 전화로 인사라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
소유자와 전화 연결이 되면 합의된 매매금액, 계약금, 송금할 금액 등을 알려주면서 송금할 계좌번호 등을 물어보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위임 사실을 확인하게 됩니다.
□ 위임장이 없어도 대리권을 확인하고 계약할 수 있다
민법 제680조 (위임의 의의) 위임은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에 대하여 사무의 처리를 위탁하고 상대방이 이를 승낙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긴다. |
이제 반대의 경우를 보겠습니다. 대리인이 소유자의 위임장과 인감증명서 없이 그냥 나온 것입니다. 이 경우 대리인이 위임관련 서류를 가져올 때까지 계약을 미루어야 합니다. 그런데 물건이 귀할 때에는 서둘러 계약할 필요가 있습니다. 과연 위임장이 없으면 계약을 체결할 수 없을까요?
위 조항의 의미를 살펴봅니다. 위임에는 어떤 형식이나 절차를 따로 두고 있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 소유자는 일을 맡기고 대리인은 승낙하면 되는 것입니다. 서면으로 위임할 수도 있고 구두로 위임할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 전화로 위임 사실을 확인하고 위임장 제출 특약을 기재한다
그렇다면 위임장 대신에 구두로 위임받는 방식을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 다음과 같이 계약을 진행합니다.
① 소유자와 통화하여 대리인에게 위임한 사실을 확인한다.(녹음은 필수)
② 계약금은 소유자의 은행계좌로 송금한다.
③ 계약서의 특약사항 란에 다음과 같이 기재한다.
-1 소유자에게 전화하여 대리인에게 위임한 사실을 확인하였다.
-2 소유자는 중도금(또는 잔금)일에 위임장과 인감증명서를 제출한다.
만일 전화 확인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미심쩍은 점이 있으면 계약을 중지해야 합니다. 그리고 구두 위임에는 입증책임 이라는 부담이 따릅니다. 따라서 입증의 부담을 없애기 위해 중도금 지급일 전에 위임장을 받아두어야 합니다. 그래서 위의 특약사항 ③-2번이 필요합니다.
□ 중요한 것은 대리권의 진정성이다
거래 현장에서는 위임장을 너무 믿는 경향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위임장이 있으면 대리권이 있고, 없으면 대리권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위임장도 확인을 거쳐야 하고, 위임장이 없어도 대리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대리권의 진정성입니다. 진정성의 확인 과정이 형식적인 위임장보다 오히려 우선한다고 봅니다.
위임장 + 인감증명서 + 전화 확인 + 계좌 송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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