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레미콘사, “우리가 개척한 시장” 강력 반발
동일한 잣대 적용은 곤란…레미콘 특성 반영해야
대ㆍ중소기업 자발적 동반성장 유도대책 필요
레미콘을 중소기업 적합업종ㆍ품목에 포함시키려는 움직임에 대해 대형 레미콘사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동양메이저 등 11개 대형 레미콘사들은 레미콘의 중기적합업종 지정은 민간 자율 합의를 전제로 추진돼야 함에도 대형업체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레미콘산업은 대기업이 개척한 업종일 뿐 아니라 시장규모만 해도 7조원에 달하는 등 중소기업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렵다며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다. 이에 앞서 동반성장위원회는 지난달 27일 레미콘이 포함된 234개 중소기업 적합품목 신청ㆍ접수결과를 발표했다.
/대기업 시장배제는 ‘역차별’
우선 대기업들은 레미콘은 대기업이 먼저 진출해 시장규모를 확대한 산업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지난 1965년 쌍용양회가 레미콘을 생산한 것이 한국 레미콘산업의 출발이며, 중소기업은 단체수의계약제도를 통해 1980년대에 시장에 진입했다는 것이다. 중소기업보다 20년 먼저 사업을 시작해 터를 닦아놓았음에도 시장에서 제한을 받게 될 처지에 놓였다고 하소연한다.
레미콘은 생산 후 90분 안에 타설해야 하는 반제품으로 시ㆍ공간적 제한이 많다는 점도 지적한다. 즉 산업의 주 경쟁력은 자본의 규모보다는 공장의 위치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중소기업이 열위인 시장에서 중소기업을 지원한다는 제도 취지에 맞지 않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레미콘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건설경기 침체와 과도한 업체 수 증가 때문이라고 밝힌다. 중소기업이 고전하고 있는 것은 대기업의 시장잠식에 따른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레미콘산업 전체의 피해를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공유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다고 강조한다.
/만성적 공급과잉 구조가 문제
시장 구조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중소기업의 시장 진입은 쉬우나 퇴출이 어려워 만성적인 공급과잉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더구나 최근 10년동안의 기업체 증가율이 제조업보다 두 배 가까이 높은 2.74%에 달할 정도로 시장이 포화상태를 보이고 있어 다른 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보호의 필요성이 떨어진다는 것.
단순히 중소기업 종사자 비중을 기준으로 레미콘을 중기 적합업종으로 지정할 경우 건설, 자동차 등도 해당될 수 있다고 반박한다. 이 경우 대기업에 종사하고 있는 근로자 1만여명의 고용이 불안해질 뿐 아니라 5500여명에 달하는 믹서트럭 사업주들의 생존권도 위협을 받게 된다고 강조한다.
또 레미콘이 대표적인 내수업종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유진, 성신, 아주, 한라엔컴, 동양 등 대기업들이 해외에 진출해 있으며, 이들이 시장에서 배제될 경우 해외시장에서의 경쟁력은 현저히 떨어진다고 주장한다.
/콘크리트 기술퇴보 우려
기술분야의 문제점도 제기한다. 대기업 레미콘 11개사는 모두 기술연구소를 운영하며 연 100억 가량의 개발비용을 투입하고 있으나, 700여 중소업체 중 기술연구소를 운영중인 곳은 1개사에 불과하다는 것. 이런 상황에서 대기업 레미콘사의 R&D 활동이 중단된다면 국내 레미콘산업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초고강도, 고유동성, 폭렬방지 등 콘크리트기술도 대부분 대기업들이 개발한 것이라고 강조한다.
대형 업체들은 관급물량을 독점하고 분리발주에 따른 공공물량의 40% 이상을 가져가고 있는 상황에서 다시 레미콘을 적합품목으로 지정하는 것은 지나친 보호일 뿐 아니라 중복규제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대기업들은 레미콘을 적합품목에 포함시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면서 심사시 제품의 특성과 시장상황을 충분히 반영하라고 요구한다. 품목 및 특성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역차별이라는 논리로 맞서고 있다. 따라서 적합업종 지정을 통해 대기업의 사업을 제한하기 보다는 자발적인 동반성장을 유도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힌다.
한편 주요 건설자재의 경우 레미콘, 아스콘, 콘크리트블록, 파일, 플라스틱 파이프, 도금강관 및 피복강관, 도금, LED등, 송배전 변압기, 마루용 판재 등의 품목이 중소기업 적합업종ㆍ품목 신청을 마친 상태다.
동반성장위원회는 품목별 실태조사ㆍ분석 및 의견수렴, 실무위원회 검토 등을 거쳐 적합업종ㆍ품목(안)을 마련한 뒤 8월에 최종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건설경제 (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