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셉의 아내 마리아는 임신 중이었다. 마리아의 태중에 있는 아기는 성령으로 말미암은 아기로서 당신 백성을 죄에서 구원하실 임마누엘이셨다. 베들레헴에 머무는 동안 마리아는 해산달이 되어 첫 아들을 낳게 되었다. 그래서 출산을 하여 아기를 눕힐 만한 방을 찾아 마을에 있는 집의 대문을 하나씩 두드리기 시작하였다.
첫째 집에 이르러 문을 두드리고 들어갔더니 귀찮은 표정을 지으며 반겨주지 않았다. 그 집안 식구들은 자기들만 아는 아주 이기적이고 완고한 사람들로서 자기 가족 이외에는 그 누구도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았다.
마리아와 요셉은 거절당하고 두 번째 집 대문을 두드렸다. 그 집은 방이 100개나 되는 부잣집이었다. 그러나 그 집에 사는 사람들은 아주 인색한 사람들이어서 그 많은 호화로운 방들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단 하나도 그들에게 내어주지 않았다.
거절당한 요셉과 마리아는 세 번째 집 대문을 두드렸다. 다행히 그 집식구들은 마리아와 요셉을 받아들이긴 했지만 너무 무리한 방값을 요구하여 가난했던 그들은 다시 그 집을 나올 수밖에 없었다.
네 번째 집 대문을 두드렸다. 집주인은 흥쾌히 들어오라고 했다. 그러나 집에 들어 온 순간부터 숨이 막힐 만큼 방과 화장실을 쓰는 데에 주의사항을 줄줄이 늘어놓았다. 그들의 요구를 다 들어주다 보면 씻는 것은 물론이고 아기의 울음소리조차 허락되지 않을 것을 알고 다시 나왔다.
다섯 번째 집 대문을 두드렸다. 그 집에 들어가자 어두컴컴한 집안 분위기에 집식구들이 서로 갈라져 비난과 욕설을 퍼부으며 싸우고 있었다. 아무 말 없이 요셉과 마리아는 그 집을 나왔다.
여섯 번째 집에 들어갔다. 그 집 주인은 마리아가 임신을 한 것을 보고도 무관심하여 따뜻한 물과 수건도 마련해주지 않았다. 몇 번이고 부탁했지만 귀찮게 하지 말라는 말에 다시 나와야만 했다.
일곱 번째 집은 문을 열자마자 굉음을 내는 음악과 노랫소리로 흥겨운 잔치가 벌어져 있었다. 너무나 시끄러워 곁에 있는 사람의 말도 들을 수 없을 정도였다. 게다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서로 부딪히고 있었다. 소란함과 위험을 느낀 부부는 그 집을 나왔다.
여덟 번째 집에 들어갔다. 집에 들어가자 집안 식구 모두가 병들어 있었다. 모두 몸과 마음이 지치고 상처를 입어 집안이 신음소리로 가득하였다. 한쪽 구석에 자리를 잡아 앉아 있었는데, 자기를 비관하고 세상을 비관하는 가운데 하느님을 원망하고 있는 사람이 분노로 가득 차 그들을 위협하였다. 다시 나와야만 했다. 요셉 마리아 부부도 지칠 만큼 지쳤다.
조금 더 힘을 내어 아홉 번째 집에 들어갔다. 그 집 식구들은 그 부부에게 출신을 묻고 학력을 묻고 재산의 양이 얼마나 되는지를 물으며 끊임없이 괴롭혔다. 그러면서 자신들이 과거부터 지금까지 누렸던 부귀영화를 자랑하고 세상은 권력과 재물이 최고의 가치라며 일장연설을 함으로써 그들을 쉬지 못하게 하였다.
다시 나온 그들은 열 번째 집에 들어갔다. 눈빛이 이상했다. 마치 그들을 거짓말쟁이나 강도처럼 바라보았다. 의심으로 가득 찬 것이다. 부부가 방에 앉아 있는데도 힐끔힐끔 훔쳐보았다. 다시 나와 열한 번째 집에 들어갔다. 그 집은 집주인이 게을러 청소와 정리정돈을 하지 않아 집안이 악취로 가득하고 한 걸음 걸을 때마다 흩어진 물건으로 걸려 넘어지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열두 번째 집은 회당이었다. 장엄한 성가로 합창을 하고 화려한 문구의 기도가 바쳐지고 있었다. 쉴 사이 없이 하느님 말씀이 성직자의 입에서 쏟아져 나왔고, 나름대로 믿음이 굳건한 이들로 가득 하였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 그 부부는 도움을 청하여 아기를 낳을 곳을 마련해 달라고 부탁하였다. 그러나 그들의 대답은 뜻밖이었다. 이 예배가 끝난 다음에 생각해 보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거룩하고 경건한 시간이므로 분심(分心)들지 않게 잠시 나가 있으라고 하였다. 귀찮아하면서도 가난한 이들을 위해서는 나중에 헌금의 일부를 떼어 줄 것이고, 출산은 산파가 있는 병원으로 가거나 사회복지센터에 연락해 보라고 하며, 정부 정책에 따라 출산 후 보조금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였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들은 짐승들이 사는 마굿간에 들어갔고 다행스럽게 출산하여 아기를 포대기에 싸서 구유에 눕혔다. 요셉과 마리아는 기뻐하였다. 아기도 곧 미소를 지었다. 평화가 왔다! 모든 사람에게 구원을 가져다주는 하느님의 은총이 태어났다.(티토 2,11)
루카 복음사가는 전합니다. “여관에는 그들이 들어갈 자리가 없었던 것이다.(루카2,7)” 예나 지금이나 예수님이 마주하시게 될 상황은 똑같습니다. 주님이 오실 자리가 마땅하지가 않습니다. 그래도 구세주께서는 오십니다. 지극히 높으신 곳에 계신 하느님 아버지의 뜻과 영광을 위하여 오시고, 땅에서 그분 마음에 드는 사람들에게 평화를 주시기 위해서 오십니다.(루카 2,14) ‘복된 희망이 이루어지기를, 우리의 위대하신 하느님이시며 구원자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영광이 나타나기를 기다리며 불경함과 속된 욕망을 버리고 현세에서 신중하고 의롭고 경건하게 살아간 이들 안에 오십니다.(티토 2,13)’
우리를 사랑하시는 주님의 열정(이사9,6)은 그 무엇도 가로 막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겸손과 감사의 마음으로 평화의 왕, 구세주 예수님을 맞아들입시다. 눈을 뜨고 귀를 열고 마음을 열어 말씀이 사람이 되어 오시는 분을 우리 안에 모십시다. 가난하고 비천하고 상처 많은 여러분의 삶을 그분께 내어 드리십시오. 기꺼이 그곳을 허락하실 것입니다. 또한 그리스도의 마음을 본받아 형제를 받아들여 화해하고 평화를 이루십시오. 그들도 우리와 똑같은 나약한 사람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