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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서재.
(플루티스트 송솔나무, 그의 서재는 영감을 얻는 악보이다)
1. 송솔나무의 서재는 “하나님께 영감을 얻는 악보”다.
이제까지의 내 마음의 서재의 개념과는 좀 다를 수 있지만, 저에게 서재는 하나님께 영감을 얻는 악보예요. 예전엔 다른 책들도 많이 읽었어요. 집에 책이 굉장히 많았는데 주님을 알고 나서는 일반적인 책들이 눈에 잘 안 들어 오더라고요. 집에 있던 책들은 아버지 회사로 전부 옮겨두었어요. 그래서 따로 서재는 없고요, 주변에서 선물해주신 책 외엔 집에 책이 많이 없어요. 빌립보서 3장 8절에 ‘내 주 그리스도 예수를 아는 지식이 가장 고상하다’고 고백한 사도 바울처럼 세상의 어떤 지식보다, 세상의 모든 서재보다 더 많은 정보와 지식이 담긴 주님 말씀이 저에겐 전부예요. 성경이 고전이라면, 저에게 신간은 하나님이 지금 내 마음에 써주시는 악상이더라고요. 하나님은 이 세상 최고의 소설가이자 작곡가예요. 책 중에서도 가장 귀한 하나님의 말씀을 잠잠히 묵상할 때 작곡의 영감을 주세요. 그래서 저에게는 주님의 말씀이 최고의 영감이에요.
2. 늘 푸른 나무, 송솔나무.
송솔나무는 제 본명이에요. 친구들은 ‘나무야’라고 부릅니다. 다들 ‘송솔나무’를 팀 이름으로 생각하시는데 제 사촌 동생은 향나무, 대나무예요.(웃음) 공연 중 이런 얘기를 통해 사람들의 마음이 열리면 연주를 하기 시작합니다. 저는 제가 쓴 곡으로만 연주를 해요. 제가 쓴 곡이다 보니 국가나 종교의 구분 없이 다양한 곳에서 연주 초청을 받아요. 작년하고 올해도 조계사에서 연주를 했고, 공산국가나 모슬렘 국가에서도 연주를 많이 하고 있어요. 하나님께서 기회를 주셔서 제가 쓴 곡들이 오케스트라와 협연할 수 있는 기회도 주시고, 참 감사해요. 가끔 왜 하나님이 곡을 쓰게 하셨을까 생각을 해보거든요. 세상 음악들이 다 주인공이 정해져 있어요. 모차르트, 베토벤 같은 경우 그가 작곡한 곡을 통해 사람들이 그 사람들을 우상화 하게 되고 그렇잖아요. 보통은 다 자기의 천재성을 드러내는 음악들인데 저는 정확하게 주인공이 예수그리스도인 곡을 연주하길 원해요. 오직 죽는 날까지 주님만을 위해서 연주하고 싶어요.
3. 하나님과 플루트의 만남.
어릴 때 아버지께서 큰 출판사를 하셨어요. 그런데 초등학교 4학년 말 즈음 아버지 사업이 부도가 나서 미국에 사시던 이모부 집에 얹혀살게 되었어요. 누나는 어렸을 때 책도 많이 읽고, 공부를 너무 잘해서 조지 부시에게 상을 받을 정도였고, 저는 제 성적을 알면 우리 반 친구들이 몇 명인지 알 정도였어요. 게다가 덩치 커다란 미국 친구들 사이에서 왕따 당하고, 락커 룸에 갇혀서 맞기도 하고…… 항상 목티를 입고 다녔거든요. 목 주변에 멍 자국을 가리려고요. 시도 때도 없이 괴롭히는 친구들을 피해 쉬는 시간마다 화장실 구석에 숨어있을 정도였어요. 그 땐 정말 하루를 전쟁같이 살았어요. 3년 동안 보지 못한 아버지가 너무 그립고 의지할 곳도 하나 없어 참 외로운 날들이었죠. 어느 날 학교 화장실에 숨어서 ‘하나님 정말 살아계시나요? 하나님 살아계시면 좀 나타나주세요...’라고 기도했어요. 그런데 그 때 주변이 고요하고 따뜻해지면서 “얘 나무야, 이제부터 내가 너의 가장 좋은 친구가 되어줄게”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하나님, 모든 사람들이 저를 싫어하고 저도 제가 밉고 싫은데 제 친구가 되어 주시겠다고요?”라고 물었더니 “내가 솔나무 너를 위해 천국보좌를 포기하고 이 땅에 내려와 십자가에서 너의 죄를 씻었다. 나는 너의 머리카락 하나까지도 다 셀 수 있어. 너는 우연이 아니라 내가 처음부터 계획해서 낳았다. 난 너를 위해서 내 목숨까지 바칠 수 있어. 나는 너를 사랑한다.” 그때 저는 그 하나님의 음성을 의심 없이 받아들이기로 했어요. 그리고 나서 밖으로 나갔는데 어디선가 플루트 소리가 들렸어요. 밴드부에서 들리는 소리였는데 미국에 오기 전 동네 상가 2층 음악학원에서 플루트를 조금 배웠었거든요. 그래서 ‘플룻, 플룻~’ 저도 불 수 있다고 제스처를 취하면서(영어를 못하니까요) 플루트를 손에 잡았어요. 뭘 연주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아무 생각도 안 나서 ‘동해물과 백두산이~’ 애국가를 어설프게 연주했어요. 근데 선생님께서 무척 놀라시는 거예요. 만날 사고만 치는 문제아였던 동양의 꼬마아이인 저 때문에 맨날 늦게까지 회의하고 골치가 아팠는데 플루트를 연주하는 재능이 있다는 걸 발견하신 거죠. 그 이후로 밴드부에 들어가게 되고 인생이 조금 바뀌었어요.(웃음) 이렇게 예수님, 그리고 플루트와의 첫 만남은 뗄 수 없는 인연으로 시작됐어요.
4. 줄리어드의 꿈을 연주하다.
당시 미국에는 여행비자로 체류 중이었어요. 근데 여행비자는 3개월이 끝나면 완전 불법체류자가 돼요. 당시 제 누나는 줄리어드 예비학교에 입학하는 것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었어요. 줄리어드 예비학교에 붙으면 학생비자를 받을 수 있었거든요. 동네에 있는 한인교회에서 매일 같이 피아노를 연습했어요. 그런데 누나가 매일같이 연습을 하니까 한인교회 목사님, 사모님께 피아노 줄 늘어난다고 쫓겨나기까지 했거든요. 고생이 많았어요. 그런 누나를 보면서 저도 꿈을 갖게 되었어요. ‘나도 시험을 봐야겠다!’ 그런데 플루트는 1년에 1명 내지 2명만 뽑아요. 오케스트라 인원대로 선발하거든요. 시험을 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어요. 거의 불가능했죠. 전 화장실에서 만난 하나님께 당돌하게 기도했어요. “하나님께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하나님이 살아계심을 한 번 보여주세요. 세계 최고의 플루티스트가 제 스승이 되도록 해주세요.” 그리고 제가 그토록 꿈에 그리던 세계적인 플루티스트 제임스 골웨이(James Galway)를 스승으로 만났어요. 그것도 아주 쉽게. 어떻게 만났냐고요? 레코드 가게에서 그 분 CD를 샀죠.(웃음) 그 CD를 들으면서 밤새 연습했어요. 언제든지 제가 원할 때 레슨을 해주고, 참 좋더라고요. 윗집에 사는 동생이 “오빠, 밤에 피리 불면 뱀 나온대”라고 말할 정도로 정말 평생 연습할 분량만큼 열심히 연주했던 거 같아요.
드디어 줄리어드 시험 당일, 친구네 아버지께서 운영하시는 세탁소에서 깔끔한 턱시도를 싸게 빌리고 겨우 시험장에 도착했는데 세 가지를 놀랬어요. 첫째, 시험장에 혼자 온 사람은 저 뿐이었고, 둘째, 짧고 구멍도 안 난 연습용 플루트는 저 밖에 없었고요. 셋째, 턱시도를 입고 온 사람도 저 혼자였어요. 거울을 보니 완전 펭귄 같더라고요.(웃음) 레이스 달린 셔츠가 어찌나 민망하던지. 펭귄 같은 동양아이가 연습용 플루트를 가지고 6명의 교수님 앞에서 겨우 연주를 하고 나니 교수님께서 잠시 와보래요. 제 플루트를 살펴보신 후 뭐라고 말씀하시더니 막 웃으셨어요. 창피했던 시험은 그렇게 끝났죠. 누나가 합격하면 한 달, 떨어지면 15일 뒤에 편지가 온다고 하더라고요. 매일 같이 우편함을 확인했어요. 한 달이 되기 전에 편지가 오면 먼저 발견해서 찢어 버리려고요. 근데 줄리어드에서 일주일 만에 편지가 온 거예요. 누나가 남들은 보름 후에 오는 불합격 편지를 넌 일주일 만에 받았다고 막 놀렸어요. 전 너무 속상해서 방으로 뛰어 들어와 버렸죠. 근데 아래층에서 어머니께서 울고 계시는 거예요. 갑자기 어머니께서 절 안아주시면서 줄리어드 예비 학교에 장학금을 받고 입학을 하게 됐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죠. 그 이후 미국 카네기 홀, 링컨 센터에서 독주회까지 하게 됐어요. 정말 ‘하나님이 하셨다’라고 고백할 수밖에 없도록 인도하셨어요.
5. 7년간의 방황, 첫사랑의 회복으로 부르심.
스위스 로잔 국립 대학교 1학년 때 한 미션 단체의 캠프에서 성령세례를 받고 인격적으로 하나님을 체험했어요. 그 때 하나님께 북한으로 보내달라고, 북한에서 선교하고 싶다고 기도했어요. 그런데 하필이면 그 다음날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가지고 있던 악기를 몽땅 도둑맞았어요. ‘하나님, 헌신하겠다고 다짐한 사람에게 왜 이런 어려움을 겪게 하십니까?’ 게다가 저를 키워주신 할머니도 돌아가시고, 좋아하던 사람들과도 헤어지고, 제 전부를 빼앗겼다고 생각하면서 하나님께 너무 원망이 컸어요. 그 뒤로 하나님을 7년간 떠나 살았어요. 한국에 돌아와 임창정, 조성모 등 국내 유명 가수들의 세션 활동, 드라마 ‘허준’(특히 탕약 다릴 때 나오는 음악), ‘이산’, ‘동이’, 영화 ‘아홉 살 인생’,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등 OST 연주하면서 정신없이 세상 음악에 몰두했어요. 이 때 돈도 참 많이 벌었거든요.
그러던 어느 날 한 교회에서 플루트 연주 요청을 받고 ‘다시 하나님과 첫사랑을 회복할 수 있을까?’ 기대하는 마음으로 예배의 자리로 나갔어요. 근데 옆에 있는 친구가 너무 성령 충만하게 찬양을 하다가 제가 의자 단상 위에 올려놓은 악기를 바닥에 전부 떨어트려 버린 거예요. 악기가 민감해서 조그마한 충격에도 쉽게 망가지거든요. 이제 좀 신앙을 회복하고 돌아가려 하는데 또 다시 하나님께 버림받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심각한 순간’이었죠. 그 때 하나님께서 “솔나무야, 네가 그 때 도둑맞은 게 뭐니?”하고 물으시는 것 같았어요. 문득 그 때 제가 도둑맞은 것이 악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기차에서 도둑맞았던 건 바로 예수님의 첫사랑 이었던 거예요. 어렸을 때 뜨겁게 만난 예수님, 대학생 때 목숨 걸고 북한 선교를 위해 순교하겠다고 고백한 그 예수님에 대한 사랑을 악기 도둑맞았다고 7년을 떠나있었던 거죠. 제가 속았던 거예요. 원수에게 생각을 도둑 맞고 마음까지 빼앗겨 버린 겁니다. 악기가 콘크리트 바닥에 부딪혀 깨지는 순간 “악기가 없어도 나는 하나님을 찬양하겠습니다!”라고 저도 모르게 불평 대신 믿음의 고백을 드릴 수 있게 됐어요. 이제는 정말 다시는 예수님 사랑하는 마음을 빼앗기지 않겠다고 진심으로 고백했어요. 플루트는 하나님의 때에 주실 거라 믿고 감사히 회복의 예배를 드렸어요. 그 다음날 한 악기사에서 전화가 왔어요. 14캐럿 금 플루트를 선물로 주시더라고요. 전 알았죠. 주님께서 주신 선물이라는 것을. 저는 그 플루트를 ‘하나님의 선물’, ‘하선’이라고 이름 붙였어요. 생각과 마음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지금도 늘 기도하고 있어요.
6. 청년시절 영감을 주었던 책.
① <하나님 정말 당신이십니까> 로렌 커닝햄 목사
대학생 시절에 읽었던 이 책은 하나님을 향한 저의 믿음에 큰 도전이 되었어요. 예전에는 성경책을 통해서만 하나님을 만났는데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호기심이 생겼거든요. 종교적으로 믿는 하나님이 아닌 살아계신 하나님과 친밀한 대화를 나누는 것이 너무나 다르다는 걸 깨달았어요. 지금도 많은 영향을 받고 있는 책이에요.
② <안녕하세요 성령님> 베니 힌 목사
저는 어려운 책보단 솔직한 책을 좋아해요. 이 책은 베니 힌 목사님 삶 가운데 성령님과의 교제를 간증 형식으로 쓴 책인데 목사님 말씀이 제게 와 닿았어요. 정통 장로교에서 신앙생활을 해왔던 저에게 사실 성령님은 그리 친한 분은 아니세요. 이 책을 읽고서 제가 이제까지 알고 있던 성령님에 대해 더 인격적으로 알게 되고, 더 교제하고 싶은 소망함을 갖게 되었어요.
③ <땅 끝에서 오다> 김성일 장로.
어렸을 때 이 책을 읽고 이런 ‘크리스천 소설가’도 있구나 하고 호감을 갖게 됐어요. <땅 끝에서 오다> 는 예수를 모르는 사람이 실종된 친구를 찾는 여정에서 하나님을 만나는 과정을 그린 소설이에요. KOSTA에서 김성일 장로님을 뵈었는데 정말 대단한 분이세요. 성경에 관해서 질문을 드리면 막힘이 없으실 정도로 해박하시고요. 그 분이 내는 책이 그냥 쓰신 책이 아니라 엄청나게 연구를 많이 하고 내신 책이에요. 강의 한 번 들어보시면 정말 빨려 들어가실 거예요.
7. 영적 아비, 이영환 목사님.
정말 우연한 기회에 연주하러 갔다가 한밭제일교회의 이영환 목사님께서 저를 영적인 아들로 삼으셨어요. 목사님은 부모로부터 학대를 받고 자라오셨는데, 비슷한 아픔을 겪은 유년시절에서 영적인 교감을 느꼈죠. 오늘도 문자가 왔는데 매일 아침마다 장문의 QT말씀을 하루도 빼놓지 않고 보내주세요. 무려 1년 반 동안이나. 어느 날 하루는 QT 말씀 문자가 오지 않았는데, 전화를 하시더니 필리핀 섬에 선교 차 나가계셔서 문자를 보낼 수 없으셨대요. 지금 몇 장 몇 절 성경 펴서 묵상하라고 말씀하실 정도니 정말 대단하시죠. 저를 위해서 매일 1시간씩 기도해주고 계셔요. 누가 면담하기도 힘든 대형교회 목사님께서 1년 반이 넘게 1시간이 넘도록 기도해주시고, 따로 말씀을 보내주시겠어요. 그런 사랑을 받아보니까 어렸을 때 충분히 받지 못했던 사랑이 느껴지더라고요. 저 한 사람을 위해 헌신적으로 기도해주고 말씀으로 양육해주시는 목사님과의 만남이 제게 너무 귀해요.
“송솔나무는 무엇보다 예수님 말만 나와도 눈가가 촉촉해질 만큼 주님을 사랑하는 중심이 거룩한 시샘을 불러올 만큼 그리도 뜨거운 친구였다… 나는 그의 어린아이 같은 순연무잡의 영성에 반해 그를 아들 삼았는데 너무 과분한 복이다. 그와 함께 여러 번 사역을 하면서 늘 부러움과 감동, 기쁨과 감사가 터져 나온다. 그를 선물로 주신 주님께 감사를 드린다.” - 이영환 목사, <사랑의 시냇물 소리> 중
8. 금 플루트, 은 플루트, 플라스틱 플루트.
제가 악기를 연주할 때 항상 3~5가지 악기를 연주해요. 첫 번째 연주할 때는 은으로 만든 악기예요. 그 악기는 ‘알토 플루트’라는 악기인데 드라마 ‘허준’에서 연주할 때 사용했어요. 그 다음은 세계에서 2대 밖에 없는 악기로 연주해요. 보스턴에서 만들었는데 18K 백금에 플래티늄 헤드로 제작된 악기예요. 마지막으로는 흔한 나무 재질, 플라스틱에 본드로 붙여놓은 악기로 연주를 해요. 사람들이 제일 관심 있어 하는 건 마지막 악기예요. 소리가 제일 좋거든요. 연주를 마치고 각 악기의 값어치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요. 돈으로만 따져 본다면 첫 번째 악기는 2천 만원 이고요, 두 번째 악기는 억 대의 집을 살 수 있어요. 마지막 악기는 마음만 먹으면 어디서든 인터넷에서 살 수 있는 정다운 휘슬이에요. 이번에 드라마 ‘동이’ 음향 녹음 때 사용된 악기가 만 오천 원짜리 플라스틱 휘슬이거든요. 가격으로 볼 땐 참 저렴한 악기지만 이 악기 하나 때문에 해외 오케스트라 연주단원들이 협연을 하러 비행기를 타고 와요. 중요한 것은 ‘금과 은 같은 악기가 아니라 누구 손에 붙들린 악기인가’ 라는 거죠.
우리는 늘 “주님 나를 금처럼 만들어주세요. 나를 은같이 만들어주세요.” 라고 세상의 성공을 바라면서 기도하잖아요. 마지막에 연주한 플라스틱 악기는 참 소박하죠. 누군가 연주하기 전엔 아무도 주목하지 않아요. 제 연주를 듣는 사람들 중에서는 내 인생 본드로 붙여놓은 것 같고, 너무 초라해 보여 절망 가운데 계신 분도 있으실 거예요. 그러나 정말 멋있는 것은 금 같은 악기에서 아름다운 소리가 날 때가 아니라 본드로 붙여놓고 볼 품 없는 악기에서 전혀 기대할 수 없는 아름다운 소리가 흘러나올 때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거죠. 연주자에 따라서 소리가 달라지듯, 주님께서 제 인생 가운데 상상을 초월하는 소리가 나게 하세요. 하나님께서 제 인생을 연주해주시고 좋은 소리가 나게 하시거든요. “주님, 나를 연주해주세요. 내 삶의 연주자가 되어주세요.” 그게 제 연주의 핵심이고 제가 들려주고 싶은 음악입니다.
9. 악기를 연주하는 친구들에게.
제가 작곡한 ‘솔나무’(Pine tree)라는 곡이 있어요. 이 곡은 제가 어느 작은 악기점에서 우연히 발견한 먼지 쌓인 작은 악기에서부터 시작 돼요. 이 곡에 사용된 악기는 틴 휘슬 2개를 엮어 만든 더블 플루트인데요, 유년시절 미국에서 친구들로부터 따돌림과 괴롭힘을 당해 화장실에 숨어 있곤 했던 제 슬픈 과거를 기쁨으로 바꾸신 하나님을 경쾌하게 찬양하는 곡이에요. 노래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음에 실어서 부르는 건데, 연주는 내 마음을 음에 실어서 표현하는 것이거든요. 연주의 대상이 없으면 왜 연주하냐는 거죠. 자기가 그 대상을 하나님께 영광을 바치겠다는 마음으로 예수 그리스도께 초점을 두면 달라진다고 생각해요. 연주뿐만 아니라 모든 게 다 마찬가지예요. 전 하나님께서 “너 인제 플루트 그만해” 라고 말씀하셔도 ‘미련이 없다’라는 게 가장 중요한 변화인 것 같아요. 제 직업이 연주자가 아니라 사명자이고, 제 진짜 직업은 예수 그리스도를 전하는 것이거든요. 악기를 잘 연주하는 것도 좋지만 악기를 연주하는 진짜 목적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는데 쓰임 받기 위해서라는 것을 분명히 했으면 좋겠어요. 그렇지 않으면 결국 금 플루트, 은 플루트의 영광을 갖기 위해 기도하는 것과 다른 게 없는 것 같아요.
10. 솔나무의 비전은 ‘오직 순종’
꿈과 비전을 묻는 분들께 이런 이야기는 실망스러울지도 모르겠지만 제겐 비전도 꿈도 없어요. 제 꿈과 비전은 죽는 날까지 주님께 순종하는 것이에요. 제가 성공하는 길은 주님이 필요하실 때마다 저를 주님의 도구로 내어 드리는 것이고, 이제 내가 죽고 예수 그리스도만 사셔야 한다는 것을 믿어요. 그 마음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저는 플루트를 연주하기에는 여러모로 불리한 신체조건을 가지고 있어요. 폐도 정상인들보다 64% 정도 밖에 못 쓰고, 천식도 심해서 죽을 고비를 넘긴 적도 있어요. 제 왼손 새끼손가락은 남들과 비교했을 때 손가락 길이가 한마디씩이나 짧아요. 오른쪽 다리도 십자 인대가 파열되어 한 번 더 수술을 해야 하는데 철심을 박아 놓은 상태예요. 이런 신체조건으로 악기를 연주하는 건 사실 불가능하죠. 이제 알았어요. 예수님이 왜 똑똑한 사람들이 아닌 병든 자, 못 배운 자, 죄인을 찾아가서 그들을 부르셨는지 이제 이해가 돼요. 이런 연약한 제 모습을 통해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도록 사용해주시는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고가의 악기가 좋은 소리를 내는 것이 아니라 좋은 연주자가 악기에서 좋은 소리를 내게 하듯 하나님이 제 인생을 연주하고 좋은 소리가 나게끔 인도하고 계세요. 하나님은 강한 다리, 강한 손을 가진 자를 사용하시는 게 아니라 순종하는 다리, 순종하는 손을 원하신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11. 기도의 동역자들에게.
세상에 연주를 잘 하는 사람이 너무 많은데, 하나님의 연주자들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전 이제 하나님께 돌아온 지 만 7년이 넘고 있어요. 하나님을 떠나 있었던 시간보다 하나님과 함께하는 시간이 조금 더 길어지고 있는데 너무 감사해요. 제 사역 특성상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는 일이 굉장히 많아요. 더 건강했으면 좋겠어요. 비행기를 하도 자주 타다 보니 체력적으로 부담이 많이 돼요. 더욱이 가족들도 자주 못 봐서 아내와 전 늘 신혼이에요. 두 자녀 솔잎, 솔로몬과 함께 주님 보시기에 좋은 믿음의 가정이 될 수 있도록 기도해주세요. 이번에 장장 7년에 걸쳐서 작업한 2집 앨범 “ROAD”가 나왔어요. 정말 너무 힘들게, 도자기를 굽듯 정성껏 작업했거든요. 소중한 앨범을 드리고 싶었어요. 끝까지 초심을 잃지 않고 하나님께 받은 사명을 잘 감당할 수 있도록 기도해주세요.
[송솔나무 - 푸른나무교회 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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