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총수에서 ‘건강전도사’ 거쳐
‘행복전도사’ 꿈꾸는
이순국 전 신호그룹 회장
- 81세에 세번째 박사학위 따고
이달말 세번째 저서 출간
- 지난 2월 예방의학으로
순천향대에서
의학박사 학위 취득
- “명예 얻으려는 게 아니라
노인들의 건강과 행복증진에
도움주기 위한 것”
- “앞으로 ‘노년학’과 ‘종교학’ 연구해
총 5개 박사 학위에 도전”
- 6월하순 '다시 시작하는 인생수업' 출간···
행복론 전파예정
지난 2월
충남 아산
순천향대학교 졸업식.
만 81세의 학생이
박사학위를 받았다.
당시 석사와 박사학위 수여자
250여 명 중
최고령자였다.
이순국 전 신호그룹 회장이다.
‘재벌총수에서 건강전도사로 변신한’
그는 순천향대학교 대학원 의과학과에서
예방의학 분야의
박사학위를 받았다.
졸업생 대부분은 20~30대
젊은이들이었다.
만학도라고 해야
40~50대가 고작이었다.
이날 석・박사학위를 받는
졸업생 가운데
영어 시험 성적은
그가 1등이었다.
1942년 대구에 태어난
그는 왜 80이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공부에 도전하는 것일까.
그는 이미
명예경영학 박사(홍익대)에 이어
76세이던 2018년
체육학박사(상명대)를 획득했다.
앞으로 ‘노년학’과 ‘종교학’을 연구해
박사 학위 2개를 더 따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계획대로 될 경우
박사 학위는 모두 5개가 된다.
이순국 전 신호그룹 회장이
청계산 자락 자택에서
자신이 터득한 건강론과
행복론을 얘기하고 있다.
사진=김필립 기자
지난 2일
성남시 수정구 청계산 자락
이 회장 자택에서 그를 만났다.
땀흘리며 정원에서
호미로 잡초를 제거하고 있었다.
왜 팔순이 넘도록 그토록
열심히 공부하고
궁극적으로 어떤 것을
추구하는지 궁금했다.
그는 “건강을 공부하는 건
이를 통해 명예를 얻기 위한 게 아니라
고령화시대에
많은 사람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도록
돕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30대에
신호그룹을 창업해
90년대 재계 순위 25위까지
성장시켰다.
계열사만 30여개에 달했다.
대단한 기세였다.
그에겐 ‘기업인수합병(M&A)의 마술사’,
‘미다스의 손’이라는
수식어가 생겼다.
하지만 일순간 무너졌다.
그는 “성을 쌓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었다”며
“IMF 외환위기라는 광풍이 불어닥치자
어떻게 손을 써야 할지
가늠할 수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젊음을 다 바쳤던 그룹은
2000년대 초반 사라졌다.
2010년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
일본 여행을 했다.
호텔에 머물다 갑자기
가슴을 쥐어짜는 듯한
통증을 느꼈고 쓰러지고 말았다.
협심증으로 인한
급성 통증이었다.
생사를 오가던중
극적으로 깨어났다.
이때가 68세.
정신이 번쩍 들었다.
자신을 먼저 돌봐야 했다.
무턱대고 운동을 시작했다.
그러다 의문이 생겼다.
‘무조건 열심히 한다고
다 좋은 건가’
‘적당한 운동이란 어떤건가.’
하루에 운동을 얼마나 해야 하는지,
무슨 운동을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
궁금한 게 많았지만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운동에 관해 체계적으로 공부하기 위해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대학원
스포츠과학과 석사과정에 입학했다.
그뒤 상명대학교 대학원
체육학과 박사과정에 들어갔다.
2018년 8월
박사학위를 받았다.
체육을 학문적으로 연구하며
운동을 시작할 때 가졌던
의문들이 상당수 해소됐다.
두 권의 건강서도 펴냈다.
그뒤 건강전도사가 됐다.
하지만 체육학만으론 부족했다.
본격적으로 인체에 대해 연구하기 위해
순천향대학교에 입학해
예방 의학 분야의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이달말 『다시, 시작하는 인생수업』이라는
세 번째 저서를 출간한다.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와
경영철학 인생철학을
담은 에세이다.
한때 재벌총수까지 올랐지만
그의 어린 시절은 무척 궁핍했다.
중학교 재학시 교과서를 살 돈이 없어
공책에 책을 베껴서
사용했을 정도다.
학자금을 낼 돈이 없어
중학교 2학년때 중퇴하고
곧바로 검정고시로
고등학교(경북사대부고)를 진학했다.
당시 연좌제 때문에
아예 판·검사 꿈을 꿀 수도 없어
법대 대신 경제학과(서울대)에
진학했다.
회사를 경영할 땐
‘독특한 경영’으로 주목을 받았다.
연말연시 ‘연하장’ 대신
한여름에 ‘인사장’을 보냈다.
의례적으로 주고받는 연하장 대신
더운 여름철에 파도가 넘실대는
푸른 바다나 울창한 숲 같은
사진을 넣어 인사장을 만들었고
이게 호평을 받았다.
회사를 찾아오는 손님과 지인들에게
틈틈이 넥타이 선물을 나눠줬다.
여기엔 ‘YCDNSOYA’라는
알파벳이 새겨져 있었다.
‘You Can Do Nothing
Sitting on Your Armchair’라는
문장의 단어 앞글자를 따서 만든
디자인이다.
‘편안한 의자에 앉아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라는 뜻이다.
부지런한 생활은
기업인으로서 그의 지침이기도 했다.
‘종업원집단지주제’라는
파격적인 지배구조제도를
고안해 내기도 했다.
기업이 누구 개인의 전유물이 아니란 생각에
자신의 지분을 출연해 만든
독창적인 제도다.
그의 경영철학은 한마디로
‘홍익사상’이다.
이는 신호그룹 사보 창간호에도
나와있다.
그는 새책 출간을 계기로
‘행복전도사’도 병행할 예정이다.
책의 후반부에 이런 내용이
비중있게 담겨있다.
그는 “살다보면 뜻대로 안 되는 경우가
더 많지만
어떤 경우에도 플랜B(대안)가 존재한다”며
“안 되는 일을 굳이 붙들고
끙끙 앓을 필요가 없다”고 강조한다.
그는 “80년 넘게 살아보니
늘 플랜B를 생각하고,
소식과 운동을 통해
건강을 유지하고,
안분지족하는 마음을 갖는 게
행복의 첩경“이라고 말했다.
이는 사업으로 불철주야 바쁘게 사는
중견·중소기업인에게 던지는
메시지로 들린다.
그 역시 ”중소기업을 경영할 때부터
그룹을 일굴때까지
단한번도 건강을 챙긴 적이 없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