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Figure)는 꿔다놓은 보리자루요 제사상에 올라간 빈대떡이다. 보리는 밥을 해야 제 맛이요 빈대떡은 지글지글 불판에서 막걸리와 함께해야 제맛이다. 우리가 춤을 배울 때 피겨에 치중하다보면 그 피겨에서 조금만 어긋나도 버벅거리기 일쑤다. 쉬운 피겨건 어려운 피겨건 배우긴 배웠는데 그저 가져다 쓰느라 바쁘다. 하지만 그런 피겨라는게 한정적이요 춤마다 50개를 넘지 못한다. 50개면 충분하지 돌아가며 섞어쓰면 될 일 아닌가 할 수도 있지만 춤은 붕어빵 찍어내 듯 하는게 아니다.
아니 피겨 배우기에도 진빠지고 어느정도 알려면 10년이 걸리는데 그게 붕어빵이라니 너무하지 않느냐 할 수도 있지만 가만 생각해 보라. 지루박에서 어깨 걸이, 제자리 돌기 등등 많은 것같아도 따지고 보면 10개 정도로 축소된다. 남추는게 수십가지 다양해 보여도 사실 10개 안팍이다. 그걸 날이면 날마다 반복해대고 있으니 그걸 어찌 춤이라 할 수 있겠는가.
피겨란 배우는 과정에 쓰이는거지 피겨자체로 춤이 되지는 않는다. 말이 피겨지 따지고 보면 여자가 도는 것 남자가 도는 것 두가지 뿐이다. 이건 피겨라기 보다는 춤의 기본동작이다. 지루박은 사실 이 도는 동작으로 끝난다. 아니 그리 뺑뺑 돌리면 어지러워서 어찌하는가라고라? 도는게 춤의 기본동작이라해서 그저 돌리라는 얘기가 아니다. 도는 걸 막으면 커트가 되고 니 알아서 해라하고 냅두면 무조건 좌회전이다. 이게 일자 지루박의 기본이 된다. 사실 이 걸으며 좌회전하는 동작 때문에 지루박이 편해지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론 재미없게도 된다.
각설하고 지루박은 피겨로 추는 춤이 아니다. 수많은 팔동작으로 이루어지는 곡예 즉 아크로바트는 그저 심심풀이로 한번 넣어 볼 일이지 그걸 춤이라 하기는 어렵다. 아니 그러면 그리 말하는 너는 지금 어찌하고 있는디? 라고 물으신다면 나 역시 피겨의 포로가 되어 흉내내다 일 다보는 형국이다. 이러면 안되겠다싶어 끄적꺼리는 중이다. 사실 피겨와 춤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춤은 피겨를 구사하는게 아니다. 이건 왈츠도 마찬가지다. 왈츠의 가장 기본인 스핀턴만 놓고 보더라도 그건 기본동작이지 피겨가 아니다.
우리가 피겨의 포로가 되다 보면 춤이 춤같지 않게 된다. 이 글은 사실 지극히 주관적인 글이라 지금 뭔소리하능겨? 하고 이해를 못하시는게 당연하다. 하지만 춤의 기본동작과 피겨를 좀 구분해서 생각하자는 얘기다. 이는 춤의 고수가 되는데 반드시 거쳐야 할 필수 과정이다. 지루박은 지루박대로의 기본동작이 있고 왈츠는 왈츠대로 탱고는 또 그대로 기본 동작이 있다. 그걸 자유자재로 구사하는게 춤을 제대로 추는거다. 어느 세월에 이 피겨 저피겨 골라가며 쓰겠는가.
왈츠도 지루박과 마찬가지로 따지고 보면 기본 동작은 턴(Turn)이다. 다만 턴을 하되 그 동작을 3박자로 끝내는게 왈츠요 6박내지는 4박으로 끝내는게 지루박이다. 자이브는 정확하게 2박은 아니지만 좌우지당간 2박에 1턴이다. 이와 같이 춤마다 그 춤의 고유한 특성이 있다. 그걸 나름대로 조합해서 만든게 피겨(Figure)다. 하지만 춤이란 기본동작을 잘하면 되는거지 피겨를 이것 저것 골라쓰는게 아니다.
댄스스포츠 시합에서 우리는 많은 피겨들을 본다. 봐라 선수들도 피겨를 저리 쓰는디?" 할 수도 있지만 그건 짜고하기에 가능한거요 다시말하면 미리 준비된 각본이란 얘기다. 피겨를 골라쓰는게 아니라 각본대로 할 뿐이다. 왈츠를 사교로 출 때 어느 세월에 이 피겨 저피겨 골라쓰겠는가. 자칭 자기가 왈츠 매니아요 수십년을 춰왔다 할지라도 피겨 골라쓰기만 능숙해서는 춤에 한계가 있다. 박자에만 어긋나지 않는다면 상대가 자기의 예상과 다른 동작을 하더라도 피겨와는 상관 없이 그에 대응하는게 춤을 잘 추는거다. 너무 어렵게 주문하지 말라고라? 그건 아니다. 우리가 춤을 잘 못배우고 있는거다.
피겨라는 건 춤을 배우는 과정에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실전에서도 거기에 얽매이라는 얘기는 아니다. 춤은 피겨(Figure)로 이루어진게 아니다. 피겨를 잘쓰든 아니면 응용을 잘하던 아니면 임기 응변을 잘하던 춤을 잘추는건 맞다. 하지만 춤에는 피겨만 있는 것처럼 생각해서는 한계가 있다. 죽어라해도 2등밖에 못한다는 얘기다. 1등이고 2등이간에 춤을 제대로 즐기지 못한다는 얘기다. 스트레스만 받는다는 얘기다. 고생만 사서 한다는 얘기다. 이리 춤을 출 필요는 없지 않은가.
너무 춤의 피겨에 얽매이지 말자. 그건 아무리 잘해도 50점 짜리밖에 안된다. 춤의 기본동작을 이해하자. 왈츠에서 흔히 쓰이는 퀵리버스나 폴어웨이를 보자. 여자가 아웃사이드로 나가다 회전한다. 이걸 휘겨랍시고 그저 익히려 하는 것보다는 여자발이 바깥으로 남자 따라오다 마지막에 1회전 하는거에 불과하다. 요점은 1회전일 뿐이다.
하다가 버벅댄다고 하지만 그건 그저 피겨를 신주단지 모시듯 하다 보니 좀 틀리면 어색해져서 버벅대는건데 아니 여자가 실수해서 인사이드로 들어오거나 다른 엉뚱한 짓을 한다고 춤이 안되냐? 특히 사교댄스에서는 피겨가지고 미주알 고주알 할 일이 절대로 아니다. 왈츠도 사교로 추면 사교댄스다. 오히려 댄스스포츠라는게 곁가지로 생긴거지 본류는 왈츠도 사교댄스다.
사실 지금하는 애기는 어찌보면 억지아닌 억지를 부리는거다. 피겨가 왜 중요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피겨를 무슨 신주단지 모시듯 할 일은 아니다. 그리해봐야 춤실력 늘기는 애시당초 틀린거다. 내가 보기에 춤은 회전(Turn)이다. 6박이던 4박이던 3박이던 2박이던 그 춤의 분위기에 맞게 돌면 그만이다. 자이브의 동작을 가만히 보자. 그저 이리 뒤집고 저리 마주보고 그러다 또 뒤집고를 반복하는게 자이브다. 피겨가 70가지네 뭐네 하지만 그거 다 배운다고 잘추는거 아니다. 오히려 피겨(Figure)에서 해방되는게 진짜 춤을 추는거다.
이런 글을 쓰는 이유는 생각외로 간단하다. 지루박을 추는데 컨디션이 안좋은 날은 다음엔 무슨 동작을 할꺼나하고 고민하게 된다. 아니 내가 무슨 고민하러 춤방에 왔는가. 이게 나의 현재 모습이지만 이젠 거기에서 좀 탈피하고 싶다. 그 희망에 투정을 부려볼 뿐이다. 하지만 한가지 피겨는 배워야 하되 거기에 너무 얽매일 일은 아닌 것 같다. 피겨라는게 무슨 하느님이 만들어서 하사한 것도 아니고 지금도 피겨는 계속 생겨나고 있던 피겨도 계속 변모해 간다. 그저 남이 만들어 준 피겨에 언제까지 포로가 되어 허덕이고만 있을건가.
첫댓글 맹순이 서방님! 항상 잼있고 유익한 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