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이 3월 17일 도쿄 일본경제단체연합회 회관에서 일본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2023.3.17. 연합뉴스
수출과 내수 부진,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악재가 겹치며 실적이 저조한 상황에서도 대기업 총수들은 올해 상반기에만 다수의 계열사에서 수십억 원의 보수를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경영성과와 무관하게 재벌 총수만 고액 연봉을 받는 관행이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렇게 된 원인은 총수들은 일찌감치 회사 임원으로 승진해 근속 연수가 길고 사장과 회장 등 직급이 높기 때문이다. 전문경영인은 주로 성과에 따라 보수가 결정되는 데 비해 총수들은 고정보수인 급여 비중이 높고 경영성과를 측정할 때도 비계량적 지표를 과도하게 반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비계량적 지표는 이현령비현령식으로 해석될 수 있어 정확한 실적으로 보기 어렵다. 주요 그룹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가장 많은 보수를 받은 재벌 총수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다. 신 회장은 롯데지주와 6개 계열사에서 총 112억5400만 원을 챙겼다. 지난해 상반기 102억8500만 원보다 10억여 원가량 더 많았다. 롯데지주에서 45억3300만 원을, 롯데쇼핑과 롯데케미칼에서 각각 11억500만 원과 19억1500만 원을 받았다. 롯데쇼핑은 연결기준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51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0.8% 감소했다. 매출도 3조6222억원으로 7.2% 줄었다. 상반기 영업이익이 작년보다 14.6% 증가했지만 물가 상승에 따른 소비 심리 저하 등으로 하반기 전망은 불투명하다. 롯데케미칼은 5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 중이다. 올해 2분기에만 연결기준 영업손실이 770억 원에 달했다. 신 회장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보수를 챙긴 재벌 총수는 67억7600만 원을 받은 두산그룹 박정원 회장이다. 박 회장은 급여 15억6100만 원, 상여금으로 52억1500만 원을 받았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18억4000만 원이나 늘어난 금액이다. 두산은 상여금이 늘어난 이유에 대해 "기존 사업의 시장점유율 확대와 신성장 동력 발굴을 통한 사업 포트폴리오가 개선된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59억9500만 원을 받았다. 지난해 상반기보다는 16% 줄었지만 절대액은 3번째로 많았다. 급여는 23억3800만 원이고 상여금 36억5700만 원에 달했다. LG 역시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 미래 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사업구조 고도화와 사업경쟁력 제고에 기여한 점 등을 고려했다"며 비계량적 성과를 강조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대한항공과 한진칼에서 각각 26억1200여만 원, 29억6000여만 원 등 총 55억7000여만 원의 보수를 받았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3배 이상 많은 금액이다. 한진그룹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지난 3년간 보수 지급 유예와 상여금 반납 등을 상반기 보수를 크게 늘린 근거로 들고 있다. 하지만 한진그룹 실적이 충분히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총수 보수를 3배 넘게 올린 것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3개 계열사에서 총 54억100만 원을 받았다. 한화에서 18억100만 원, 한화솔루션과 한화시스템에서 각각 18억 원을 받았다. 올해 처음 공개된 김 회장의 장남 김동관 부회장도 46억200만 원의 보수를 챙겼다. 최근 2년간 가장 보수가 많았던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지주사인 CJ와 CJ제일제당과 CJ ENM에서 총 49억6800만 원을 받았다. 올해 들어 이들 계열사의 실적이 저조한데도 이 회장은 작년과 비슷한 보수를 챙겼다. 이외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인 32억5000만 원의 보수를 받았고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SK하이닉스 급여 12억5000만 원 등 총 30억 원을 보수로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