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신뢰성 기술경영이다

[P N C]

이제는 신뢰성 기술경영이다
 
본 내용은 제조품질의 품질관리(Quality Control)와는 차원이 다른 설계품질의 신뢰성기술(Reliability Technology)에 대하여 정리한 것입니다. 특히 완벽 품직을 목표로 하는 CEO에게 필요한 신뢰성기술의 개념과 추진해야 할 과제를 정리하였습니다.
 
1. 기술개발기업에서 해야 할 일은 신뢰성조직의 운영이다.
2. 설계기술은 검증규격의 신규제정으로 완성된다.
3. 검증규격의 핵심은 신뢰성계량검증이다.

1. 기술개발기업에서 해야 할 일은 신뢰성조직의 운영이다.

지난 번 스타기업으로 떠오르던 국내의 중소기업이 최종 부도를 맞았다. 휴대폰을 개발한 이 기업은 성공적으로 국내시장에 론칭(Launching)하여 기반을 구축하였고 해외로 판매를 확대하였다. 중국시장에서의 가격경쟁으로 채산성이 악화된 이 업체는 유럽으로 판로를 열었으나 그 곳도 가격 경쟁이 치열하여 마진 없이 경쟁하게 되고 또한 품질 문제로 인한 반품이 불어나자 큰 손실을 남기고 끝내 문을 닫게 된 것이다. WTO 체제로 전환된 글로벌 시장은 적대적인 경쟁이 이루어지는 곳이며 가격과 품질부문에 추호도 어긋남이 없어야 생존할 수 있다는 현실을 알려주고 있다. 
 
제품을 중심으로 기업에서 추구해야 할 일은 표 1에서 보이는 것처럼 두 부류의 일이다. 하나는 고객의 요구사항을 맞추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기업의 준수사항을 지키는 일이다. 고객의 요구사항이란 좋은 제품을 공급하는 일이다. 우선 제품의 기본 품질을 맞추어야 한다. 기본 품질이란 경쟁 제품과 유사한 성능으로 불량이나 고장이 거의 없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기본 품질로는 고객의 주의를 끌지 못하므로 값싸게 팔게 된다. 시장에서 호평을 받으려면 외관 디자인도 좋고 고객이 사용하기 좋으며 성능이 경쟁회사보다 우위에 있는 특장점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기업의 준수사항이란 영속기업(Going Concern)으로서 이익을 창출하는 일이다. 이는 크게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우선 경쟁사 제품보다 비교 우위를 확보하면서 제품의 재료비나 생산비가 적어지도록 설계하는 일이며 아울러 신제품의 개발에 있어 개발기간이나 개발비용을 줄이는 일이다. 다음은 생산이나 영업, 물류비용을 줄이는 일이며 마지막으로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갖추기 위해 비교우위제품을 계속 산출하도록 연구해야 하는 일이다. 

<표 1> 제품측면에서 기업이 추구해야 할 일 

흑자구현을 위한 기업의 준수사항 중에서 제품설계의 영향력이 제일 크다. 쉽지는 않지만 좋은 제품을 값싸게 설계하는 것이 목표이다. 그러므로 고객의 요구를 맞추며 경쟁제품보다 좋은 성능이 나오도록 설계하되 되도록이면 컴팩트하게 설계한다는 사실이다. 재료비를 줄이면 그것이 그대로 이익으로 반영되므로 여유 없이 설계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제품을 출시한 후 시장에서 고장이 다량 발생했는데 그 고장 현상이 같다(Epidemic Failure)고 하자. 그러면 이를 검토하여 원인을 파악하여야 하므로 대책수립이 늦어진다. 원인을 찾았다 하더라도 마땅한 대책을 찾기가 쉽지 않다. 손쉬운 대책이 없어 갑갑한 것은 컴팩트하므로 설계를 보완할 공간적 여유를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합당한 대책과 서비스부품을 구비하는 데에 시간이 걸리게 된다.  그리고 주로 성능 설계자가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그가 신뢰성 부문의 전문가는 아니므로 걱정도 된다. 사실은 신뢰성과 성능 부문이 현격하게 차이가 있음을 이미 설명하였지만 이를 아는 경영자는 그리 많지 않다. 빠르게 대응하려면 제품을 교환해야 하지만 그 문제가 정리되지 않으면 또다시 같은 문제가 나온다. 여기에 시장을 확대하여 출하한 경우는 그만큼 여파가 더 크므로 이를 만회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회사의 모든 자원을 넣어야만 하는 결정이 될지도 모른다.  
경영자들은 지금 개발하고 있는 신제품만 나오면 시장을 석권하리라고 꿈에 부풀어 있겠지만 신뢰성이라는 복병이 도사리고 있다. 안타깝지만 신제품 출시 후 2~3년 사이에 발생한 제품하자로 인하여 얼마나 많은 유망 벤처기업이 사라졌는지 헤아릴 수 없다. 이는 신생기업뿐만 아니라 대기업도 마찬가지이다. 신뢰성 사고로 이익잉여금을 소진하게 한 해당사업부를 폐쇄하고 관계자를 해고시킨 대기업도 많다. 이는 모두 신뢰성 기술의 본질에 대해 쉽게 설명한 자료가 없으므로 구체적으로 점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제품의 고장(Failure)은 물리적 트러블이다. 이제 물리적 트러블이 일어나는 곳, 즉 고장위치(Failure Site)에 초점을 맞추어보자. 모든 제품은 구조의 집합체이므로 이를 분해하여보면 고장위치의 단위구조가 나타난다. 단위구조에 주어지는 힘(Load)은 스트레스를 발생시키는데, 이 구조에서 스트레스(Stress)가 재료강도(Material Strength)에 비해 크거나 이 재료가 스트레스에 견디지 못할 때 고장이 나타난다. 이를 고장역학(Failure Mechanics)이라 부르며 이의 두 요소는 스트레스와 재료가 된다. 따라서 바람직한 단위구조란 스트레스를 잘 분산시키는 형태와 스트레스에 적합한 재료로 구성되어 있다(Structure; Well-Dispersed Stresses and Reliable Materials).
이렇게 설명하면 기계구조에 해당한다고 생각되겠지만 전자소자( ����도 구조를 가지고 있으므로 마찬가지이다. 예를 들어 두께가 얇은 게이트(Gate)를 가진 반도체소자에 고전압이 걸려서 파괴되거나(Electrical Overstress: EOS), 프린트 기판배선의 단면적에 비해 전류가 많이 흘러서 그 라인이 끊어지는 것(Electro-Migration)이 바로 구조관련 내용이다. 그러므로 초소형 전자소자에서부터 고층건물까지 모두 어떤 구조를 가지고 있으므로 이 구조에 주어지는 환경·동작 스트레스에 구조물의 재료가 견디지 못할 때 고장이 난다. 이를 그림 1에 나타내었다. 이처럼 신뢰성은 재료와 스트레스의 관계이므로 구조를 바꿔 스트레스를 잘 분산시키거나 재료를 강하게 하는 것이 신뢰성 향상대책이 된다. 그러나 재료가 강하다고 신뢰성이 항상 좋은 것은 아니다. 청동은 강철보다 기계적 강도는 약하나 부식에는 강하다. 기계적 강도가 높을수록 좋겠지만 장기사용에도 변화가 없어야 신뢰성이 좋다고 할 수 있다. 또 그림 1에 보이는 것처럼 중앙에 있는 재료의 결함으로 고장이 일어날 수 있고 결함은 제조과정에서 발생하므로 제조기술 영역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동일구조에서 재료의 끝단에 있는 결함으로는 고장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므로 결함의 위치와 크기에 대해 규격을 설정해야 한다.
 

구조나 재료를 바꾸거나 규격을 보완해야 한다면 이는 설계영역에 속한다. 이와 같이 신뢰성 설계가 설계작업에 포함되므로 제품설계는 성능설계자와 신뢰성 전문가의 합작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설계규격도 분류하면 당연히 성능관련규격과 신뢰성관련규격으로 나누어진다. 규격대로 검사하여 불량이 나왔을 때 그 규격이 성능에 관련되면 성능이 미흡하거나 아예 성능이 안 나오고, 신뢰성에 관련되면 고장이 날 것이다. 
 
신뢰성이 높은 제품을 만들려면 세 부류의 전문가가 모여서 유기적으로 협력하여야 한다. 세 부류의 전문가는 제품개발담당, 신뢰성검증담당, 고장분석담당이다. 제품개발담당은 노우하우(Know-How) 전문가로서 성능을 향상시키고 원가를 내리는 일을 한다. 신뢰성검증담당은 고장메커니즘 전문가로서 무슨 문제가 잠복하여 있는지 찾아내는 일을 한다. 고장분석담당은 노우와이(Know-Why) 전문가로서 사내·외에서 발견된 문제점을 분석하여 그 원인을 깊이 밝힌다. 세 담당은 전문분야가 전혀 다르다. 텔레비전을 예로 들면 제품개발담당은 전자공학자이며 신뢰성검증담당은 파라미터알트(계량검증시험법)와 고장메커니즘을 이해하는 구조관련공학자이며 고장분석담당은 재료공학자이다. 
이들이 유기적으로 협조하는 모습을 그려보자. 제품시장을 이해한 개발담당은 제품의 기능·구조와 신뢰성목표를 검증담당에게 넘기고 그들로부터 검증결과인 신뢰성의 두 지표와 장래에 발생할 품질트러블에 대한 예측비용을 넘겨받는다. 검증담당은 시험에서 발견된 고장모드와 그 시료를 분석담당에게 넘기며 그들로부터 분석결과를 받는다. 분석담당은 고장시료관련 설계자료를 개발담당으로부터 받으며 분석 후 그들에게 서너 가지 설계변경대안을 제시한다.

그러므로 여기서 조직상의 기능분화가 일어나야 한다. 바로 이 일이 경영자가 할 일이다. 우선 제품검증부서를 성능검증파트와 신뢰성검증파트로 나누어야 한다. 그리고 고장분석실을 별도로 구성해야 한다. 
 
성능검증파트는 지금까지 해온 일, 즉 일반·특수성능시험을 주관하되 재료변화를 포함하는 시험은 신뢰성검증파트로 넘긴다. 신뢰성검증파트는 신뢰성한계시험과 파라미터알트를 수행하며 미래에 발생할 문제점을 찾아낸다. 그러므로 이곳에는 환경시험장비와 유니트검증시험에 대응하는 전용시험장비를 구비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검증담당은 파라미터알트 규격설정은 물론 이를 구현하는 전용시험장비를 설계·구성하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 

 고장분석실에는 자주 사용하는 비파괴·파괴 분석장비, 재료물성 등의 측정장비를 갖추어야 한다. 그리고 사용빈도가 적은 고가(L價)의 분석장비는 회사주변의 어느 기관에 있는지 확인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협력기반을 갖추어야 한다. 지금은 컴퓨터의 발달로 장비의 기능이 다양하여졌을 뿐만 아니라 처리시간도 빨라졌다. 고장시료의 결함을 파괴 없이 들여다 보기도 하며 또 이를 가공하면서 분석하기도 한다. 웬만한 것은 모두 가시화할 수 있으므로 가까운 지역의 연구소나 측정·분석전문기관 등의 분석인프라(Infrastructure)를 조사하여야 한다.  

내부분석과 달리 외부분석에 있어서 분석담당은 분석의 정확·정밀도를 높이기 위해 분석절차를 외부의 분석전문가와 함께 상의할 수준이 되어야 한다. 고장현황은 물론 분석장비의 특징과 한계, 분석시의 유의사항 등을 잘 살펴서 올바른 결과가 나오도록 분석과정을 모두 이해하여야 한다는 뜻이다. 때로는 트러블이 난 아이템의 분석을 해당 생산업체에게 맡기는 경우를 보는데 이는 생선가게를 고양이에게 맡기는 것과 같다. 특히 유니트 아이템 생산업체의 기술수준이 높다고 생각되어 이들의 분석결과를 믿고 싶겠지만 어디까지나 참고사항으로 이해해야 한다. 왜냐하면 분석결과가 자기가 소속된 기업에 불리한 경우는 사실대로 공표하지 않기 때문이다. 개개의 인간들은 도덕적이나 인간사회와 사회집단들에서 (도덕적 정의감)은 개인들에 비해 훨씬 획득되기 어렵다. (그리하여) 훨씬 심한 이기주의가 모든 집단에서 나타난다. 미국의 사상가 라인홀드 니버의 글이다. 이것이 바로 일류기업의 경영자가 이 일에 주목하고 사내에서도 고장분석실을 분리하여 직할로 운영하는 이유이다. 중요한 것은 분석업무를 독립적이며 주도적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신뢰성검증담당이 잘못하면 새로 나오는 신제품마다 시장에서의 트러블이나 클레임이 빈번해져서 판매 후 서비스비용이 많아지며 분석담당이 제대로 정리 못하면 고질문제가 잔존하여 제조현장에서 검사공정이 늘어나며 사내제조비용이 많아질 것이다. 
 
 그렇다. 지금이야말로 경영자는 신뢰성설계의 본질을 숙고하고 그간 등한히 해왔던 신뢰성관련 일을 추진할 기능·조직을 갖추어야 할 것이 아닌가?
 
2. 설계기술은 검증규격의 신규제정으로 완성된다.
 
하드웨어의 기술은 다음과 같은 순으로 기술의 깊이가 깊어지고 감추어 진다. 서비스기술, 제조기술, 설계기술, 원천기술이 그것이다. 서비스기술은 완제품을 구입하면 입수할 수 있다. 제조기술은 서비스기술에 얹혀서 또는 지역시장이 크다면 OEM(Original Equipment Manufacturing)형태로 획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설계기술이나 원천기술은 감추어져 있고 일부 공표되지만 그 형태가 다르다. 서비스기술을 제조기술에 포함시키고 원천기술을 설계기술의 앞 단계로 보면 기술은 설계기술 및 제조기술이라는 두 종류의 기술로 나눌 수 있다. 설계한 다음 그대로 만들면 물건이 나온다. 설계기술은 제품을 설계하며 이의 성능·제조규격을 결정하는 일이고 제조기술은 그 규격에 맞추어 생산하는 일이다. 

제조기술은 공정편성기술과 편성된 공정 하나하나를 구성하는 공정구성기술, 그리고 품질관리시스템으로 이루어져 있다. 주로 기계공학의 전문가가 이를 구현하고 있다. 이 기술의 최종형태는 우리 눈에 보이는 기술로서 생산현장 안에 정리된 기술이다. 아무리 문외한이라 하더라도 첫 공정부터 차례대로 설명을 들으면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설계기술은 이와 다르다. 규격을 결정하는 일은 고도의 지적 작업으로 이의 바탕을 이루는 기본자료가 여러 형태로 흩어져 있다. 기술논문, 시험·분석보고서, 제품에 대한 시장조사보고서 등이 그것이다. 자료형태가 암시하듯이 이 기술을 아우르기 위해서는 학제적 접근이 필요하다. 또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공개된 기술이 아닌 기업 특유의 기술을 개발하여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기본으로 돌아가서 기술의 원천인 기초과학으로부터의 탐색·연구도 필요하다. 따라서 설계기술은 이해하는 것도 쉽지 않다. 표 2에 이를 요약하였다.
 
<표 2> 설계기술과 제조기술
 
기술은 어디에 존재하고 있는 것일까? 기술은 세 곳에 있다. 우선 전문가들의 머리 속에 있고 이것이 정리되어 표현된 것이 논문, 규격, 도면으로 종이 위에 있고 마지막으로 실물로 구현된 장비자체에 있다. 그러므로 관련기술에 대한 경험이 많은 사람이 들어오면 기술을 보유했다고 말하며, 규격이나 도면을 입수하거나 정도( �� 높은 측정기나 분석기를 보유해도 관련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좋은 제품을 만들어도 뛰어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하며 일본의 도요타가 바로 그러하다.

이를 유추하여 설계기술의 결과물은 무엇인가를 생각하여 보면 설계기술의 내용을 확실히 이해하리라 본다. 설계란 머리 속에 있는 아이디어의 구체적 표현이므로 자료와 장비로 두 곳에 있게 된다. 그런데 연주가 불가능한 작곡은 소용 없듯이 생산이나 성능검증이 불가능한 설계는 의미가 없다. 따라서 이를 각각 생산용과 검증용으로 나눈다. 그러면 설계기술은 네 가지 결과물로 구분하여 볼 수 있다. 먼저 생산용 자료는 우리가 아는 대로 설계자료, 즉 부품구성표와 도면, 완성품의 성능규격, 그리고 이를 구성하는 재료나 부품, 유니트의 규격들을 말하는데 이것이 1차 결과물이다. 생산용 장비는 위의 도면대로 부품·유니트 등을 제조하는 시설로서 대부분 외부에서 도입하여 장만한다. 이는 제조기술에 속하므로 설계기술의 결과물에서 제외한다. 다음은 검증용 자료로서 완성품, 유니트, 부품, 재료의 시험·검사규격 그리고 성능 및 요소성능에 대한 측정규격 등 검증규격이 2차 결과물이다. 이 시험·측정규격에는 사용장비는 물론 시험·측정방법이 정리되고 샘플링방법·시료수 및 판정기준까지 꾸며져 넣어야 하므로 통계적 지식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위의 시험·검사·측정을 위한 검증장비를 구성할 수 있는 기술이 있어야 이를 확인할 수 있으므로 구성된 검증장비가 3차 결과물이다. 표 3에 보이듯이 설계기술의 결과물은 설계자료, 검증규격, 검증장비, 세 종류이다.

<표 3> 설계기술의 결과물

 
어떤 아이템에 대하여 설계기술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설계자료는 물론 검증규격, 검증장비까지 제정·고안할 수 있어야 관련기술을 모두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정밀하게 만들었다고 하며 이를 측정하거나 검증할 수 없으면 완벽한 기술을 갖추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텔레비전을 설계하는 개발실에 미국이나 일본, 독일의 측정기들이 산재되어 있다. 이는 텔레비전관련 원천기술이 미국·일본·독일을 제외한 국가의 기업에는 없다는 뜻이다. 더구나 화질관련 자사특유의 측정장비가 없다면 차별화할 수 있는 기술마저 보유하지 못함을 의미한다. 이러한 기업은 세계적 경쟁환경에서 생존하기가 쉽지 않다. 

기술의 종착역은 측정·시험분야에 있다. 경쟁사와 차별화한 정도를 계량적으로 확인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성능을 정밀하고 빠르게 측정·분석하는 장비나 내구제품의 경우 수명을 손쉽게 검증할 수 있는 규격과 이를 구현하는 장비를 구성했다면 한 단계 앞선 기술을 보유했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원천기술을 개발한 기업에서는 이러한 장비를 스스로 개발할 수밖에 없으므로 기술개발의 부담이 더 가지만 이는 대단히 바람직한 일이다. 국내 휴대폰의 CDMA기술이 바로 그것이다. 
 
제품설계뿐만 아니라 시험규격을 제정하고 그에 따라 시험·측정하는 장비까지 구성할 수 있어야 설계기술을 확보한 것이라고 말하였다. 이제 신제품의 설계검증규격에 대해 개념을 정리하여 본다. 제품의 성능이 의도한 대로 나오고 고객이 인식하는 수명까지 성능의 변함이 없어야 한다. 의도한 성능을 확인하는 것이 성능규격이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성능에 변함이 없는지 점검하는 것이 신뢰성규격이다. 신제품은 성능의 변화가 있으므로 성능규격이 바뀌어야 하고 또 구조나 재료가 다르므로 신뢰성규격도 바뀌어야 한다. 더구나 시장을 석권하려고 개발된 제품은 변화된 부분이 많을 터인데 예전에 보유하고 있던 규격에 합격이라는 결과는 받아들일 수 없다. 왜냐하면 그 규격이 신제품에 합당한지 모르기 때문이다. 사고의 출발점은 규격의 어딘가에 보완이 필요할 것이라는 규격타당성에 있으므로 현재 보유·사용하고 있는 규격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미국의 G사와 일본의 M사는 1980년대에 그때까지 사용하고 있던 냉장고용 압축기를 왕복동 방식에서 로터리 방식으로 바꾸었다. 이렇게 기본구조가 바뀌는 획기적인 변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규격에 대해 전면적인 검토가 없었다. 따라서 당시에 활용 중인 규격으로 점검하여 이상이 없자 냉장고에 채용하여 시중에 판매하였다. 1~6년 후에 다량의 압축기가 성능이 미흡하여 전면 교체되었으며 엄청난 손해와 더불어 공장마저 폐쇄하였다. 핵심부품이 바뀌어도 같은 냉장고이므로 기존규격을 사용해도 될 것이라고 생각하였던 것이다. 대개 제품이 다르면 시험장비에 얹을 수 없어 시험할 수 없는데 아마도 이 압축기의 경우 시험상 지장이 없으므로 관행적으로 시험했을 것이다. 

 같은 압축기라 불리지만 왕복동 방식과 로터리 방식이 얼마나 다른지 구조에 대해 이해를 넓혀보자. 로터리방식은 피스톤 왕복동방식과 달리 고압가스가 새어나올 틈새길이가 몇 배나 길다. 따라서 로터리방식은 고압으로 압축하기가 쉽지 않아 바람을 시원하게 만드는 에어컨에 사용하고 왕복동방식은 틈새길이가 짧아서 고압으로 압축하기가 용이하므로 영하의 바람을 만들어 냉장고에 사용한다. 로터리방식으로 영하의 바람을 만들 수 없는 것은 아니나 기술이 까다롭다. 까다롭다는 뜻은 CTQ(Critical to Quality: 품질주요항목)가 많다는 뜻이다. 냉동용이므로 압축비는 커지고 틈새가 길어져서 냉매가 새어 나오기 쉬운 구조로 바뀌었음에 유의하여 틈새와 이의 윤활에 영향을 주는 항목을 모두 찾아내어 최우선적으로 중요시해야 했었다.  

필자는 30년 넘는 제조업 경험에서도 이럴 때 규격을 변경해야 된다는 주장을 들어 본 적이 없다. 생각해 보자. 일반적으로 제품이 달라지면 규격이 달라져야 한다. 우리의 상식이다. 냉장고에 사용하는 아이템이므로 일부 다르더라도 같은 규격을 사용할 수 있을까? 그럴 수 없다. 규격 자체를 점검해야 한다. 그러면 규격을 얼마나 보완해야 할까? 어디를 얼마나 변경해야 할지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으나 바뀐 만큼 변경·보완해야 한다. 내용이 많이 바뀌면 크게 보완하고 조금 바뀌면 조금 보완한다. 이것도 당연한 상식이 된다. 이제 어디를, 어떻게 변경하고 보완해야 할지 기본개념을 정리하여 보자. 신제품에 알맞은 성능·신뢰성규격의 검토·보완이 우리의 할 일이며 그것도 신뢰성검증규격에 대해서는 새롭게 설정하여야 할 것이다. 
 
이제 경영자는 신설된 조직을 활성화시켜 신제품의 검증규격의 완성에 힘을 쏟도록 해야 할 일이다. 
 
3. 검증규격의 핵심은 신뢰성계량검증이다
 
계량화는 모든 판단의 기초자료이다. 설계부서와 검증부서는 계량화되지 않은 결과로 논쟁을 벌이는 갈등상황을 자주 연출한다. 검증시험에서 발견된 문제점을 해소할 대책을 세우라는 검증부서의 요구에, 거의 가능성이 없는 가혹한 환경에서의 고장현상이므로 대책이 불필요하다고 설계부서는 회답한다. 개발기한에 쫓기고 코스트 압력에 밤낮 가리지 않고 노력하는 설계부서의 입장을 감안할 때 그들을 탓할 수만은 없다. 이리하여 불거진 문제를 상위직급으로 보고하게 되면 너희는 어찌하여 서로 다투기만 하느냐라는 핀잔을 듣는다. 이에 경영자는 관련자회의를 통하여 소위 정책적 결정을 하게 된다. 정책적 결정이란 과학적 근거가 확실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신뢰성사고로 인하여 불화가 표출된 기업에서 경영자는 때때로 이를 조직간의 갈등으로 받아들인다. 그리하여 설계책임자와 제조책임자를 교체한다든지, 설계책임자에게 검증책임을 맡긴다든지, 설계변경권한을 상향 조정하는 등의 조치로 화합을 유도하여 품질사고가 없어지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모두 미봉책으로 실제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이는 조직의 화합차원이 아닌 신뢰성기술역량을 강화시키고 문제를 계량적인 결과로 정리하여야 풀린다.  
 
이제 신제품에 대해서는 검증규격을 항상 새로 정하고 그것도 계량적으로 신설하자니 일이 너무 많아질 것 같다. 그러나 현재 활용하는 모든 규격을 바꾸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시험들을 구체적으로 종합하고 분류하여 어떤 규격을 신설하고 계량화할 것인지 정돈하여보자.  
신제품에는 대개 대응되는 기존모델이 있다. 기존모델에는 해결하기 쉽지 않은 문제들이 남아있다. 이를 잔존 문제라고 하자. 우선 신제품에 이러한 잔존문제가 어찌 나타날지 점검해야 한다. 다음은 기존모델과 비교하여 신제품에서 변경되어 새로워진 부분으로 인하여 발생될 문제를 예측하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신제품과 경쟁하고 있는 제품과 비교하여 비교열위/우위문제를 추출하여야 한다. 여기 잔존문제, 예상문제, 비교열위문제 세 부류를 하나하나 검토하여 성능문제와 신뢰성문제로 나눈다. 시간에 따라 구성재료의 변화를 일으킨다면 신뢰성문제이고 아니라면 성능문제이다. 이러한 문제에 대응하는 규격이 우리가 검토해야 할 내용이 된다.
성능문제를 일반성능문제와 특수(환경)성능문제로 분리하여 관련시험을 점검한다. 이는 필요한 시험의 누락여부를 모두 찾기 위함이다. 특수성능시험이란 전자파장애 등의 환경에서 성능변화를 점검하는 것을 말한다. 환경조건을 구체적으로 정리하면 시험의 필요유무를 더 정확히 알 수 있다.

신뢰성문제도 두 가지, 즉 신뢰성한계문제(환경신뢰성)과 신뢰성계량문제(수명·고장률)로 나누고 관련시험을 점검한다. 신뢰성 한계시험이란 통상 사용환경보다 불리하거나 특이한 환경에서 아이템의 변화를 점검하는 것이며 이러한 환경은 인체의 정전기나 서지(Surge) 등 재료에 영향을 주는 특이한 사용환경과 저장·수송에서의 변화를 일으키는 운반환경을 망라한다. 신뢰성계량시험(파라미터알트)은 거의 정상적인 사용환경에서의 수명과 수명 내에서의 고장률이 어느 정도인지 계량적으로 점검하는 것이며 이 일이 바로 앞에서 기술한 사고에 대한 대책이 된다. 그러므로 지금까지 활용하던 신뢰성시험은 대부분 신뢰성한계시험으로 정리하여 넣고 신뢰성계량시험은 유니트BX수명 시험계획을 과제로 정리한다. 그림 2에 이를 요약하였다.
 

이제는 신제품검증을 위한 실물시험에 대해 생각하여보자. 일반성능시험은 정상조건에서의 성능을 체크하는 것이므로 산포를 확인하지 않는 한 시료수가 적어도 된다. 특수성능시험이나 신뢰성한계시험은 시료수가 크지 않고 시험시간도 길지 않아도 된다. 왜냐하면 특이한 환경의 가능성은 많지 않고 설혹 이를 놓쳐서 고장이 발생하더라도 소량에 불과하여 손해·배상액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까지의 관행대로 합·부 판정시험(Pass/Fail Test)으로 충분하리라 본다. 
 
이제 정상적인 사용조건에서의 신뢰성계량시험 중 수명시험에 대하여 생각해 보자. 재료에 주어지는 스트레스가 크면 한번에 부서지지만 작은 스트레스라도 계속 누적되면 결국에는 고장이 난다. 작은 스트레스의 누적으로 인한 고장은 바로 알 수가 없으므로 수명시험을 하여야 한다. 내구소비재로서 적어도 10여 년 사용해야 할 아이템이 정상적인 사용환경과 동작조건에서 2~3년 후에 다량으로 고장이 나면 사업의 생존기반이 무너진다고 누차 말하였다. 따라서 완성품의 유니트별로 이런 가능성이 있는 고장현상을 추출하여 계량적으로 수명시험을 하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유니트별 시험계획수립방법에 대하여 다른 책자에서 설명한다. 
그러나 장기간 시험한다고 수명시험이 아니다. 수명을 계산할 수 있도록 준비하지 않으면 아니 된다. 실제스트레스에 대응하는 가혹조건의 설정, 열화를 충분히 일으키는 시험시간의 산정, BX수명목표에 걸맞은 시료수의 산출 등 시험규격설계를 과학적으로 정리하지 않으면 계량적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것이다. 그것도 관련된 파라미터를 면밀하게 검토하여 실제현상과 같은 고장메커니즘이 나오도록 정리하여야 한다. 그리하여 결과는 누적고장률 X%에 이르는 기간, 즉 BX수명이 Y년이라고 도출되어야 한다. 
 
앞서 언급한 압축기관련 계량검증시험의 윤곽을 암산하여보자. 암산근거는 다른 책자에서 설명하지만 상식으로 정리하여보자. 수명시험으로는 B1수명 10년(120개월)을 목표로 한다면, 누적고장률이 1%이므로 100대를 가속계수 30배의 가혹조건으로 4개월(120개월/30) 시험하여 고장이 하나도 없으면 된다. 그리고 CTQ를 모두 찾기 위한 고장률시험으로는 압축기 고장률이 3년에 0.3%이므로 330대 정도를 가속계수 20배의 가혹조건으로 2개월(36개월/20) 시험하여 고장이 없으면 목표를 달성한다. 만약 열화형 우발고장이 염려되면 시험시간을 늘여, 예를 들면 고장률이 5년에 0.5%이므로 200대를 3개월(60개월/20) 시험하면 될 것이다. 그리고 오히려 이를 분할하여 시험하면, 고장률 확인의 경우, 아이템의 다양한 공정조건과 재료결함을 반영한 결과가 나올 것이다. 이제 시험조건을 구상하여 보면 단속운전으로 윤활을 불충분하도록 하고, 이 상태에서 온도를 높이고 압력차이를 키우도록 하면 충분히 사용현실에 맞는 가혹조건을 얻을 것이다. 경영자가 이를 이해하면 위와 같은 시험규격의 큰 틀을 확인할 수 있으며 시험결과까지 파악한다면 규격의 타당성도 가늠할 수 있다. 고장을 발견하여 개선했다면 규격이 효과 있음에 안심할 수 있고, 고장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신뢰수준을 높인다든지 가혹조건의 보완을 요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지난번 S사에 근무할 때의 일이다. 30여 년간 품질을 여러 기법으로 정리하여 왔지만 제품의 품질은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 파라미터알트 설계전문가가 탄생하고 이들이 신뢰성검증을 하면서부터 급격히 좋아지기 시작했다. 기본적인 바탕은 신뢰성의 계량확인이라는 개념에 맞추어 신뢰성한계시험의 합부판정에서 진일보하여 파라미터알트를 실시하였고 이를 개발프로세스에 필수절차로 정례화했다는 점이다. 물론 외관디자인의 획기적 변화가 있었고 성능을 꾸준히 개선한 노력도 있었지만, 신뢰성관련 수명규격을 새롭게 설계하고 시험을 하였으며 결과를 적용하여 설계도면의 완성도를 높인 것이 주효했다. 이로써 연간고장률이 낮아지고 수명은 길어지게 되었다. 
당시 필자는 유니트마다 BX수명시험을 실시하였으며 특히 냉장고의 핵심부품인 압축기나 얼음제조 유니트 등을 집중적으로 개선하였다. 일년이 지나자 그 결과는 바로 나타났다. 2005년 말 JD Power and Associates사의 ‘2005년 생활가전 소비자만족도 조사’에서 그림 3에 보이듯이 S사 냉장고 부문이 미국시장에서 APEAL(Automotive Performance, Execution and Layout Study)지수가 817점으로 2위 Kenmore Elite사 (795점), 3위 KitchenAid 사(772점)를 각각 22점, 45점 차이로 따돌리고 1위를 차지했다. 한편 식기세척기와 전자레인지/오븐 부문에서 KitchenAid사가 각각 766/777점으로 1위를 차지한 것과 비교하여 보면 S사의 양문형 냉장고는 대단히 큰 호평을 받았음을 알 수 있다.

 
히트상품으로 시장을 석권하기 위해서는 비슷한 가격으로 고객이 중시하는 속성에서 경쟁사를 능가할 우위를 갖추어야 한다. 이렇게 되면 변경된 부분이 많아지고 이에 따라 신뢰성사고가 일어날 가능성도 높아진다. 지금까지 이를 늘 염려하여왔다. 이제 새롭게 설계한 파라미터알트와 해석적 고장분석에 힘입어 신뢰성사고는 없어지리라 확신한다. 이제는 품질사고에 대한 염려는 전혀 없다. 
이제부터는 주위의 참신한 아이디어를 망설이지 않고 채택할 것이다. 더 나아가 선두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하여 원천기술, 즉 새로운 구조나 재료를 채택하도록 유도하고 관련시험을 개발해야 하겠다. 
 
다시 한번 제품개발이라는 동전의 뒷면이 바로 신뢰성계량검증이라는 것을 모두가 확실히 이해했으면 한다.

[웃음]

이 글을 쓰신 분이 누구신지 궁금합니다. 혹시 누구신지 가르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강태풍]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