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얼마 전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부산의 모 체육관에 들른 바 있었다. 예전에 도장 탐방을 하면서 알게 된 관원분들과 관장님을 한 번 찾아 뵙기 위해서였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던 도중 요즘의 상황에 대한 질문을 하자 “대회가 너무 없습니다. 상금이 적더라도 대회만 꾸준히 있다면 한 번 열심히 해볼만한데…전부 스피릿 하나만을 보고 싸울 수는 없죠. 게다가 스피릿의 수준은 이미 모든 선수들이 다 나서 볼만큼 만만한 곳이 아닙니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실제로 얼마 전 체급별 랭킹제까지 도입하겠다며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던 모 단체로부터 선수 출전 오퍼를 받았던 많은 체육관들이 예정된 시합일이 다가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쪽으로부터 아무런 연락이 없어 속앓이를 하고 있는 상황이었고 이 체육관도 예외는 아니었다.(필자가 개인적인 루트로 알아본 결과로는 시합이 이런 저런 사정으로 무기한 연기되었다고 한다.) GFC의 갑작스런 대회 취소, 그리고 정기적으로 신인들을 위한 무대를 제공해온 유일한 곳이라고 할 수 있는 G5에서의 사고까지 겹쳐 국내 MMA는 상당히 위축되어 있는 상태다.
그러나 문제가 되는 것은 경기수의 부족만이 아니다. 주최측의 안전장치 부족과 편파판정, 그리고 무성의도 큰 문제다. 4월에 열렸던 어떤 대회는 대회 당일날 경기를 취소하는 지방의 많은 선수들이 수도권의 모 시까지 갔다가 그냥 돌아오는 어이없는 헤프닝까지 벌어졌다. 경기가 취소될만한 문제라면 당일날 그런 사정이 생겼을 가능성은 극히 적다. 미리 전화통보조차 하려고 하지 않았던 주최측의 무성의가 도를 넘은 경우였다. 당시 참가했다 헛걸음을 해야만 했던 모 관장님은 “왕복 17시간이나 걸렸습니다. 미리 한마디 이야기라도 했으면 될 것을 시합장에 도착한 뒤에야 경기 취소를 통보하더군요”라며 갑갑한 심정을 토로했다.
또한 아마추어 선수들이 특별한 상금 없이 겨루는 모 대회의 경우 지나치게 얇은 오픈 핑거 글러브의 사용과 안전장치의 부족으로 턱 부상과 주먹 골절 등의 부상자가 속출해 참가자들의 비난을 사기도 했으며, 거기다 판정문제까지 더해져 참가자들의 불만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오기도 했다.
국내 MMA는 이제 걸음마 단계다. PRIDE 진출과 히어로즈 참전 등으로 그냥 보기에는 일본과 미국, 브라질 등 MMA강국을 따라가고 있는 것 같지만 아직 그 격차는 어마어마하다. 상금 규모가 큰 대회의 개최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선수들이 믿고 싸울 수 있는 안전하고 정기적인 무대다. 무성의한 준비와 일단 대회 개최를 ‘발표하고 보자는 태도’는 국내 MMA 발전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다. 국내의 파이터들은 상금에 연연해하지 않는다. 만약 그런 걸 목표로 하는 사람들이라면 MMA를 시작했을리가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