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호운룡(風虎雲龍) - 바람 탄 호랑이와 구름 위의 용, 뜻과 마음이 맞는 사람끼리 구하고 좇다.
[바람 풍(風/0) 범 호(虍/2) 구름 운(雨/4) 용 룡(龍/0)]
백수의 왕 호랑이와 하늘을 나는 용이 각각 육지와 하늘을 대표하는 강자인 만큼 맞붙인 성어가 흔하다. 최강자가 승패를 가릴 때 龍虎相搏(용호상박)과 龍爭虎鬪(용쟁호투), 위엄에 찬 당당한 모습에는 龍驤虎步(용양호보, 驤은 말날뛸 양) 등이다.
용은 상상의 동물이니 막강한 이 둘이 싸울 일은 없고 우리 속담 ‘용 가는 데 구름 가고 범 가는 데 바람 간다’와 같이 반드시 같이 다녀서 둘이 떠나지 않는 경우를 구름과 바람을 등장시켜 비유한다. 바람을 타고 움직이는 호랑이(風虎)와 구름을 타고 나는 용(雲龍)이란 성어는 용을 앞세워 雲龍風虎(운룡풍호)로도 쓰고 의기와 기질이 서로 맞는 사람끼리 서로 좇음을 뜻한다.
만상을 陰陽(음양) 이원으로 나눠 분석한 중국 五經(오경)의 하나 ‘周易(주역)’은 孔子(공자)가 어찌나 탐독했던지 韋編三絶(위편삼절)이란 말까지 남겼다. 난해한 이 책을 공자가 체계적으로 저술한 것이 十翼(십익)인데 여기의 文言傳(문언전)에 등장한다.
乾卦(건괘)에 ‘용이 하늘을 날고 있으니 대인을 만남이 이롭다(飛龍在天 利見大人/ 비룡재천 이견대인)’란 말을 공자가 해설한다. ‘같은 소리는 서로 응하고, 같은 기운은 서로를 구한다(同聲相應 同氣相求/ 동성상응 동기상구)’며 ‘구름은 용을 좇고 바람은 호랑이를 따른다(雲從龍 風從虎/ 운종룡 풍종호)’고 했다. 뜻과 마음이 맞는 사람들끼리 구하고 좇는 것을 뜻한다.
‘史記(사기)’에는 伯夷(백이) 열전에서 이 말을 썼다. ‘밝은 물건끼리는 서로 비추고, 같은 부류는 서로 구한다(同明相照 同類相求/ 동명상조 동류상구). 구름이 용을 따라 나타나고 바람이 호랑이를 따라 붙듯이(雲從龍 風從虎/ 운종룡 풍종호) 성인이 나타나면 만물이 뚜렷해진다(聖人作而萬物睹/ 성인작이만물도)’며 공자가 칭송했기에 백이와 숙제(叔齊)의 충절이 더욱 빛났다고 했다.
宋(송)나라 王安石(왕안석)은 商周(상주)의 현신 伊尹(이윤)과 呂尙(여상)이 영명한 군주를 만나 기량을 펼쳤다고 노래한다. ‘우연히 탕왕과 무왕을 만난 것이, 바람이 법을 따르고 용이 구름을 좇는 것 같도다(湯武偶相逢 風虎雲龍/ 탕무우상봉 풍호운룡).’
용이 울면 구름이 나고 호랑이가 으르렁거리면 바람이 인다고 龍吟虎嘯(용음호소)란 말이 있다. 동류는 서로 응하여 따른다는 말인데 용과 호랑이라는 걸출한 인재가 있더라도 그것을 알아보는 눈이 없으면 썩고 만다. 22대 국회의원 선거가 끝이 났다. 모두들 자신이 용과 호랑이의 재주를 지녔다고 뽐내고 있는데 실제 국민들은 믿음이 가지 않는 모습이다. 그런 날고뛰는 후보는 없더라도 한 사람은 뽑아야 하니 누가 더 숨은 재능이 있는지 잘 살펴야 용과 호랑이를 만들 수 있다. / 제공 : 안병화(전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