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를 분리하는 이원론의 입장은 “정신을 신체에서 분리시킨” 현대 과학적인 방법과 인간을 과학적으로 이해하려는 심리학 이론에 반영되어왔다. 과학기술을 앞세운 서양의 문화가 물질적 풍요를 제공하기는 하였으나, 그 대신 비인간화로 인한 불안과 공허감, 허탈감 등 정신적인 부조화도 마찬가지로 증가하였다. 이에 그들 문명에 대한 반성과 한계의 인식에 대한 대안적 의미를 동양사상에서 찾으려는 시도가 전개되고 있으며, 이러한 움직임은 서양의 심리학과 심리상담 분야에서도 발견되고 있다(유계식, 2000).
서양인들이 동양에 돌리는 눈길은 동양적 사상에 기초한 종교운동, 초월적 명상, 참선 등에 관한 관심을 확산시켰다. 그 결과 심리학의 제 4세력으로 표현되고 있는 자아초월심리학(transpersonal psychology)이 등장하면서 동양의 전통과 서양의 과학의 통합에 대한 관심과 함께, 정신과 신체간의 연계에 대한 관심이 점차 고조되고 있다(Behnke, 1994; Gorton, 1988).
그렇다면 동양에 무엇이 있는가? 초개인주의자들은 이를 명상이라고 한다. 명상은 그 종류가 워낙 방대하고 명상에 대한 인식의 폭 또한 천차만별이어서 일괄적으로 명상이 무엇인가를 정의하기는 힘들다. 전통적인 관점에서 볼 때 명상이란 특수한 목적을 위하여 몸과 마음을 체계적으로 각성시키는 수련방법을 말한다. 그 특수한 목적이란 대체로 마음의 평화, 대자유 내지는 해탈, 영원한 생명, 우주와의 합일 등의 종교적인 성향이 많았다. 때문에 명상은 오랜 동안 주로 종교적인 수도자 내지는 구도자들만의 몫이었다.
그러나 현대물질 문명 속에서 과도한 심신의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정신없이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명상이 지니고 있는 심신이완의 효과, 존재감 고양의 효과 등이 입증되기 시작하면서 서양의 심리상담 분야에서는 명상을 심리상담에 접목시키려는 시도가 있어왔다. 초기의 이러한 시도는 주로 TM명상이라든지 요가 명상, 참선 명상, 티베트 명상 등이 중심역할을 하였지만, 최근에는 주로 위빠사나 명상(Mindfulness Meditation 혹은 Insight Meditationdm)쪽으로 더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박석 2004).
이렇듯 서양에서 관심을 끌고 있는 명상을 포함한 동양심리학의 시각을 Welwood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첫째, 근본적으로 직접 체험에 바탕을 두고 있다. 둘째, 인간 존재를 항상 전체적인 관점에서 바라본다. 셋째, 근본적으로 깨어있는 마음의 상태에 비추어서 인간 경험을 이해하려는 데 관심을 두고 있다(박희준 역, 1987).
상담이나 심리상담의 과정은 상담자와 내담자의 ‘나와 너’의 관계 수립을 통하여 내담자가 처해있는 상황에서의 문제를 해결하고, 내담자, 나아가서는 모든 인간이 궁극적으로 온전하고 자유롭게 자기를 실현한다는 의미에서 ‘가장 자기답게 되는 것’을 지향한다. 이 자기다움은 동양사상, 예컨대 불교에서의 본래면목을 찾는 것, 즉 진여(眞如)를 추구하는 것이라든가, 노자사상에서의 자기의 근원적 본질인 도(道)를 파악하는 것, 그리고 요가에서 개인의 참나를 실현하고, 궁극적으로는 신성(神性) 혹은 절대적 현실과 통합하는 것과 맥이 통한다(유계식, 2001a).
다시 말해서 상담 및 심리상담에서는 심리적 갈등의 해결을 목표로 삼고 있는 반면, 동양사상에서는 이를 최종적인 정신적 해방, 진정한 자기의 실현을 얻기 위한 예비 조건으로 보았다. 이러한 점에서 Welwood는 동양의 영적 전통이 존재의 초개인적(transpersonal)인 면-인간 본성의 ‘하늘’ 측면-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서양 심리학은 세속적인 측면-개인적(personal)과 관계(interpersonal) 측면-에 초점을 맞추었다고 한다(박희준 역, 1987).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인경(2008)은 기존의 몸/마음의 관점에서 이루어진 상담이 개인의 사회적인 역할과 자기실현에 의해서 만족스런 상태에 이를 수가 있지만, 인간 본성에 초점을 맞추는 상담은 인간의 고통이 궁극적으로 자기 본성에 대한 자각, 깨달음이 없다면 해결될 수 없음을 강조한다. 그는 이들 두 관점 가운데 어느 한쪽만을 강조하는 것은 치우친 접근방식이라고 본다. 본성의 측면만을 강조한 명상의 길은 자칫 현실적 과제를 소홀히 하게 되고, 반대로 기존의 몸/마음에 기초한 상담은 너무 현실의 문제에만 몰두하는 경향을 갖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두 관점은 상호 유기적인 관계를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하였다. 이러한 점에서 상담 및 심리상담에 명상을 접목하는 시도뿐 아니라 최근에 명상에 상담 및 심리상담을 접목한 명상상담 혹은 명상상담이 활발히 행해지고 있다.
한편 최근 그 세력이 점점 커지고 있는 자아초월심리학(Transpersonal psychology)의 최근 동향은 4가지의 형태로 전개된다(Vaughan, Wittine, & Walsh, 1996, 인경, 2008에서 재인용). 첫째는 의식의 스펙트럼으로서 성장의 방향, 둘째는 참된 자기에 대한 상담적인 관점, 셋째는 낮은 단계의 자기 정체성에서 보다 높은 단계로 나아가는 과정, 넷째는 개인과 초월의 영역에서 자기 자각의 기술을 활용한 깨달음의 과정 등이다. 이들이 자주 사용되는 기법은 바디워크, 명상, 꿈작업 의식의 각성 등이다.
K. Wilber(1979/2001)는 그의 저서 ‘의식의 스펙트럼’에서 의식의 발달 단계와 각 단계에 적합한 심리상담적 접근을 제시한 바, 의식의 수준을 페르소나 수준, 자아 수준, 전유기체 수준, 그리고 합일의식으로 수준으로 구분하였다. 그리고 제 3세력이라고 부르는 인본주의 심리학의 목표가 자아와 신체 사이의 분할을 상담하는 데 있다고 보았다. 즉 정신과 신체를 재통합시켜서 전유기체를 드러내는 데 목표를 둔다는 것이다. Wilber에 의하면 게슈탈트 접근은 바로 정신과 신체, 그리고 전유기체와 환경을 전체론적으로 접근한다는 점에서 전유기체 수준에 적합한 상담적 접근에 해당된다.
F. Perls에 의해서 시작된 게슈탈트 접근은 현재의 감정과 신체적 상태 그리고 환경에 대한 알아차림(awareness)과 지금-여기에서의 체험을 중시하고, ‘나-너 관계’에서 대화를 강조하는 현상학적-실존적 접근이다. 이러한 게슈탈트 접근은 대립되는 양극적인 심리적 기능의 이해를 통해 전체성을 강조하고, 정신과 신체를 서로 뗄 수 없는 하나의 통합적인 전체로 이해한다는 점에서 동양의 음양이론, 도가, 선사상 및 요가와 유사성이 있다(유계식, 2001a). 다시 말해서 게슈탈트 접근은 체험중심적이고, 전체론적이며, 알아차림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동양심리학적 시각과 전적으로 맥을 같이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전유기체 수준의 게슈탈트 상담과 합일의식 수준의 주요 수행방법인 명상에 대한 비교 고찰은 앞서 기술하였듯이 낮은 단계의 자기 정체성에서 보다 높은 단계로 나아가도록 돕고, 또한 현실적인 과제나 심리적 갈등을 해결하도록 돕는 기법들을 접목함으로써 상호보완적인 방법을 찾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사료된다.
본 논문에서는 동양의 영적 수행을 대표하는 명상, 특히 알아차림을 무엇보다도 중시하고 있는 위빠사나 명상과 동양심리학의 관점을 바탕으로 다양한 기법을 개발하여 온 게슈탈트 상담 이론을 간략히 소개하고, 명상과 게슈탈트 접근에서 중요시 여기는 알아차림의 개념을 중심으로 그 특성과 공통점 및 차이점들을 살펴봄으로써 상담 및 심리상담과 명상을 접목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명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