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에 착륙할 때마다 창밖으로 우뚝 솟은 빌딩들을 바라보곤 한다. 도시 한가운데 조성된 콘크리트 숲 같다. 건물들은 비슷비슷한 외형에 높이나 색마저 서로 다르지 않다. 한국을 방문했던 한 친구는 벌집 같다고도 말했다. 또 다른 친구는 거꾸로 땅에 묻힌 거대한 로봇 다리들 같다고 했다. 수백만 명이 그 속에 살고 있다고 생각하니 매혹적이면서도 두려운 기분이 들었다.
서울에서 마주치는 아파트들의 이름은 좀 신기하다고 느낄 때가 많다. 그 신기한 이름들은 대개 부유한 사람들이 사는 아파트에 많이 붙는다. 내가 자주 가는 치과 옆 아파트의 이름은 ‘리첸시아’라는 어색한 조합의 단어인데, 지나칠 때마다 누가 저런 이름이 붙은 아파트에 살고 싶어 하는지 궁금해진다. 집의 내부나 건물이 고급스러워 보이는 데 만족하지 않고 꼭 ‘부자’라는 단어가 포함된 합성어를 써서 지어야 했을까?
아내의 부모님은 한동안 ‘롯데캐슬’이라는 이름의 아파트 단지에서 살았다.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 등장하는 여주인공 샤를로테의 애칭 ‘로테’에서 이름을 따온 기업의 대표 아파트명은 왠지 모르게 한국적인 느낌이다. 한국에 처음 들어와 첫 몇 달 동안 ‘롯데캐슬’에서 잠깐 지내던 때, 일 때문에 외국에 집 주소를 알려줘야 했던 일이 있었는데 주소에다가 ‘캐슬’이라고 적는 것이 무척 민망했던 기억이 난다. 아파트 단지의 입구에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상징을 떠오르게 하는 독수리 조형이 붙어 있어 가끔 불편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서울을 돌아다니다 마주치는 대형 건물 앞 조형물만큼은 아니지만.
물론, 누군가는 이것이 매우 주관적인 의견이며 내가 끔찍하다고 생각하는 그 작품이 다른 사람에겐 숭고하게 보일 수도 있다고 말할 수도 있다. 나도 그 말이 맞는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 익숙한 건물을 지나다가 내가 나름의 애정을 갖게 된 조각품이 사라진 것을 발견하고서 무척 실망했다. 하지만 그 조각은 몇 미터 앞에서 나타났는데, 건물의 위치를 착각한 것이었다. 누군가는 이 조형물이 눈엣가시 같겠지만, 내 눈에는 어린이 두 명이 붙어 있는 듯한 이 조형물이 사라지지 않기를 바란다. 사람의 키를 훌쩍 뛰어넘는 두 개의 황금색 인삼 뿌리 조각이다.
가끔 궁금하다. 건물을 허물고 새 건물을 지을 때 소위 예술 작품이라고 하는 이 조형물들은 다 어떻게 되는지 말이다. 폐기하지 말고 모두 리첸시아로 보내버리면 서로 좋지 않을까?
안드레스 솔라노 / 콜롬비아 출신 소설가
∎이름이 긴 아파트
공동 1위 (25자)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빛가람대방엘리움로얄카운티1차(2차) (전남 나주시)
초롱꽃마을6단지GTX운정역금강펜테리움센트럴파크 (경기 파주시)
3위 (22자)
동탄시범다은마을월드메르디앙반도유보라아파트 (경기 화성시)
뭔가 있어 보이려고 외국어를 덕지덕지 붙이고 시공사들이 합작을 하는 경우가 많아 2개 이상의 회사 이름을 다 넣기 때문입니다. 특히 재건축은 완공까지 최소 10년 이상 걸리는 바람에 주민들이 그럴듯한 이름에 더 욕심을 냅니다. 주변에 역이나 공원 같은 랜드마크가 있다면 역세권, 공원권이라는 점을 반영합니다.
이름이 어렵고 이상하다 보니 실제로 우스운 일, 사실일 법한 우스갯소리가 많아집니다. 한국의 무슨 캐슬, 팰리스에 사는 학생들은 미국 유학 가서 장학금 받기가 어렵습니다. 성이나 왕궁에 사는 부잣집 아이들까지 도와줄 건 없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서울시가 아파트 이름을 알기 쉽고 간단하게 짓도록 유도하겠다는 뉴스가 반갑습니다. 3일 보도된 기사에 따르면 법적으로 민간 아파트 이름을 규제할 근거는 없지만 작명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권고하고, 재건축·재개발 과정에서 쉬운 우리말 이름을 지을 경우 표창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겁니다. 서울시는 이미 지난달 29일 ‘알기 쉽고 부르기 쉬운 공동주택 명칭 관련 토론회’를 열었는데, 올해 2~3차례 더 토론회를 열고 건설사와 재건축조합의 의견도 들을 예정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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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이상한 사람이 이름을 지었겠죠 ♡
긍가 봅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