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영억 라파엘 신부님
연중 제29주간 수요일(루카12,39-48)
지금 매를 맞는 것이 낫다
어린시절 기억입니다. 시골에는 ‘아이스께끼’ 장사가 있었습니다.
일주에 한두 번 고물 자전거를 타고 와서는 동네 어귀 느티나무 아래 자리를 잡고 비료 포대,
고무 신발, 구리철사 등 그야말로 돈 되는 고물은 무엇이든 받아 챙기고 어름을 채운 나무통 안에서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내어 주었습니다.
비료 포대 하나도 귀했으니, 아이스크림을 먹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온 동네 아이들이 모였지만 먹지 못한 채 구경만 할 때가 많았습니다.
저도 너무 먹고 싶었는데 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참고 있다가 더 이상 있을 수가 없어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아버지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었습니다.
1원짜리 동전 하나였습니다.
1원이면 아이스크림 두 개입니다.
신이 나서 느티나무 아래로 달려갔습니다.
그러고는 아이스크림을 입에 물었습니다.
옆에 아이들이 부러운 듯 쳐다보았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뒤쫓아 오신 어머니의 얼굴을 마주하며 놀랬습니다.
그 뒤는 상상에 맡깁니다.
저는 그날 아이스크림을 먹지 말아야 했습니다.
돈이 없었으니까요.
지금서 얘기하지만, 전에는 작은집 사립문 울타리를 엮어놓은 구리철사를 풀어다가 엿을 사 먹은 일도 있었습니다.
“주님께서는 사랑하는 이를 훈육하시고 아들로 인정하시는 모든 이를 채찍하신다”(히브12,6).고 했습니다.
“우리에게 유익하도록 훈육하시어 우리가 당신의 거룩함에 동참할 수 있게 해 주십니다”(히브12,10).
우리의 부모도 그렇습니다.
그러므로 꾸짖음을 달게 받아야 합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주인의 뜻을 알고도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았거나 주인의 뜻대로 하지 않은 그 종은 매를 많이 맞을 것이다.
그러나 주인의 뜻을 모르고서 매 맞을 짓을 한 종은 적게 맞을 것이다”(루카12,47-48).
따라서 지금 매를 맞는 것이 다행입니다.
마지막 날 주님 앞에서 매를 맞는 것보다 훨씬 낫습니다.
우리는 그리스도의 일꾼입니다.
일꾼은 관리인입니다.
그리고 관리인은 주인이 바라는 대로 해야 합니다.
따라서 충성스러움이 요구됩니다.
만약 일꾼이 주인 것을 내 것 인양 남용하여 멋대로 쓴다면 주인은 더 이상 그에게 관리를 맡길 수가 없습니다.
사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사용하는 모든 것은 하느님께로부터 받은 것이며 그것을 관리하도록 받았습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시간과 능력, 재물 등 내가 소유하고 있는 모든 것은 하느님의 뜻에 합당하게 써야 합니다.
“많이 주신 사람에게는 많이 요구하시고, 많이 맡기신 사람에게는 그만큼 더 청구하신다”(루카12,48).고
하셨으니 누군가 나에게 요구한다면 많이 받은 줄로 생각하고 또 주님께서 많이 맡겨주셨다는 것을 생각하며
감사하길 바랍니다.
모든 것은 하느님의 것입니다.
나도 하느님 은총의 덕으로 오늘을 삽니다.
더 큰 사랑으로 사랑합니다.
반영억 라파엘 신부님
가톨릭사랑방 catholicsb
첫댓글 아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