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지: 경기도 파주
*소요시간: 왕복 5시간 30분
*면회시간: 약 2시간 가량.
*준비물: 치킨 6마리(서비스-펩시캔 8개, 시큼한 무: 6봉지, 나무젓가락 대략 20개),
사과 5개, 참외 3개, 튀김 한 봉지(15개), 충격완화재로 둘둘 싼 액자 2개 및 안경 하나
*심경 변화(?)
면회 전- 시간 졸라 마니 늦어 엄청 스트레스 받음.
(다들 주말에 못나와서 한이 맺혔나. 왜들 그리 많이 나왔대. 에이쒸~)
면회 후-1차적인 지령 완성의 뿌듯함 (안경 전달)
2차적인 것: 녀석의 안녕이 기쁨.
*바이오 리듬
현재- 졸라 나쁨.
(어깨, 허리 열라 쑤시고 당김. 일명 뼈골이 빠진다고 함.)
토욜에 막둥이넘 면회를 다녀왔다.
사실 면회를 가려고 간 게 아니었다.
막둥이 넘이 2주 전쯤 전화를 때려서는
“누나야, 내 안경 박살났다. 빨리 부치도~”
나 당근 부쳤다.
BUT...
주소가 불명확단 이유로 그 주가 다가도록 안경은 동생에게 가지 않았다.
이런... X
결국 무슨 비닐하우스촌 무성한 택배집하소까지 찾아가서 안경을 도로 찾아왔다.
그리고 그 주에 하필 추석이 낑겨 있었으니...
결국 추석 다음날 나는 부랴부랴 귀경길에 올랐다.
(길 졸라 마니 막혔다. 안동까지 1시간 반이면 가는데, 3시간이나 걸리니 미치고 팔짝 뛰겠더군.)
암튼 토욜에 면회를 가기로 하고 주위에 물어봤다. 면회가는데 먹을 거 뭐 좋겠냐고.
동생 거만 달랑 싸가면 미움 받을거란 얘기가 들려왔다.
그러던 중 누가 후라이드 치킨 한 대여섯 마리 싸가지고 가면 된다라는 말을 해주더라.
결국 순진무구(?)한 중생인 본인은 그 말을 철썩같이 믿고 토욜에 닭집이 문을 열자마자 달려가서는 이렇게 외쳤다지.
“아줌마, 닭 6마리만 튀겨주세요~ -O-”
지금 생각하면...
내가 돌았지. 닭의 무게를 우습게 봤다.(여섯 마리 들고 파주까지 가봐라. 피똥싼다. -.-)
그리고도 모자라 튀김과 과일도 샀다. 더 사고 싶었지만 이미 내가 들고 갈 수 있는 한계였다.
(나중에 동생한테 들으니 내가 가져간 정도면 내무반 2개 잔치할 정도라나. -_-;;)
그런데 문제는 그것 뿐이 아니었다.
서울역에서 부대 앞까지 한 번에 가는 버스가 있었는데 어찌 된건지 이 버스만 안오는 것이었다.
시간은 자꾸 가는데 정말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가는 것 같았다.
배차간격이 18분이었다. 흐미 -_-
결국 30분 정도 기다리다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파주가는 버스 암거나 잡아탔다.
기사 아저씨께 그 부대 있는 동네를 말하니 연신내 쯤에서 버스를 바꿔타라고 하시더군.
타야될 버스는 내가 아까 기다린 그 버스였다. -_-
거기서도 결국 기다리다 다른 버스탔다.
차들 열라 많았다. 부대 있는 쪽이 무슨 용미리, 벽제리 하는 공동묘지쪽에 가까워서 성묘가는 차량으로 도로는 북새통이었다.
중간중간 막둥이넘은 왜이리 안오냐 자기 얼굴만 보고 가냐고 전화해서는 속을 뒤집었다.
야, 누군 늦고 싶어 늦었냐. 나 몸만 달랑 왔음 신새벽에 왔어. 왜 이래!!
들어가는 쪽이 막혀서 나오는 쪽도 늦어진 거였다.
기사 아저씨께서 이렇게 막힐 땐 차라리 종점 들어가서 버스 타고 나오는 게 더 빠를 거라고 하셨다.
결국 종점까지 들어가서야 그 버스를 탈 수 있었다. -_-
12시 40분에 사당에서 출발해서 부대 앞에 도착하니 3시 20분이다. 흐미 징한 거. -.-
위병소에 도착해서 신분증을 주고 면회소에 들어가서 있는데, 기다린지 30분이 다되가도록 안오는 거였다.
짜쓱, 일찍 오라 성화를 해대더니.
한참을 목을 빼고 기다리는데 왠 군인총각이 들어오는데 녀석이었다.
“야아~”
녀석은 멋쩍게 웃고는 마주 앉았다.
군복을 입은데다 피부가 들어갈 때보다 더 까맣게 타서 길거리에서 만나도 못알아볼 것 같았다.
그리고 같이 온 동기가 피부가 뽀해서 진짜 색깔 대비.
일단 치킨이랑 먹을 걸 쭉 늘어놨다.
사실 난 아침은 먹는둥마는둥하고 점심도 걸러서 배가 무척 고팠는데, 정말 이상하게도 녀석이 맛있게 먹고 있는 걸 보니 배가 절로 불러졌다.
처음에는 군복에, 선임들 오면 갑자기 일어서서 “수고하십니다, 충성~” 하는 녀석의 모습이 너무 낯설었다.
그러나 30분 지나니 고향사투리 나오고 의자에 기댄 몸은 45도가 되어 있었다.
자기 말따나 아직 군인화가 덜(?) 되서 그렇다나.
그리고 아직 이병이라 일도 별로 안시킨단다.
살만 쪘다는군. (흠 그럼 졸라 편하단 얘기잖아.)
그런데 그것도 일병되면 얘기가 달라진다나. 일 열라 많이 시킨다고 한다.
그래, 그럼 살뺀다고 생각해라. 넘들은 몸무게 줄이려고 돈주고 힘빼는데.
암튼 글서 일병 때 면회오면 우울한 애가 되어 있을 거라나.
내가 자주 걸리는 만사귀찮다증 중증으로. 푸핫 -.-
그래도 녀석 보니까 오면서 힘들었던 게 정말 한 순간에 날라가는 것 같았다.
“내가 100일 휴가 나갈 때까진 면회 안와도 된다. ㅎ ㅎ ”
“ 하하 ^^;;;(야, 여길 또 오라거... 내를 직이면 직이지. 이짓은 몬한다.-.-)”
100일 휴가는 10월 말에나 나온다니 뭐 이젠 금방이지. 뭐.
“근데 전화를 너무 자주해서 누나가 귀찮아하는 것 같더라. 작은누나야한테 전화하면 첨에는 별일있는 거 아이라 하디만. 그라고는 1분 안에 끊어. -.-”
순간 뜨끔했다. -_-;;
근데 사실 애인도 아니고 군대 간 동생넘하고 할 말이 그렇게 많겠는가.
시간은 금방 갔다. 면회시간이 5시까진가였는데 내가 너무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30분 정도 더 있다 나왔다.
녀석은 위병소 앞까지 나를 바래다 주고 안으로 들어갔다.
녀석의 뒷모습을 잠깐 보고 부대앞 내리막길을 터벅터벅 걸어내려왔다.
차창 안으로 불어오는 바람이 상쾌했다.
차창에 기대 생각했다.
웃고 있는 녀석을 보니 안심이 되었다.
아프지 마라. 근데 면회는 이제 쫑이다. 푸힛 -.-
들판에는 가을저녁 어스름이 내려 앉아 있었다.
덧붙임.
하룻밤 자고 일어났더니 거짓말 안하고 온몸이 쿡쿡 쑤신다.
흠씬 두들겨 맞은 느낌이 이런 걸까.
일요일이라 열린 약국 찾기도 귀찮거 해서 울 오마니께서 애용(?)하시는 맨*래담이란 로션타입 소염진통제를 발랐다.
크아~ 이 냄새하곤. 십리 밖에서도 확인가능할 것임. -.-
근데 면회가면서 느낀 건데 꼬박꼬박 면회가는 고무신(군에 앤을 둔 여자친구)들과 가족들은 진짜 대단하다 느꼈다.
거리를 떠나서 정말 수고스러운 과정이었다.
(나야 이제 안갈거니 수고스럽단 말은 안하겠다. *아~ 미안허다. 근데 이 누님이 체력이 안된다.
그라고 민간인 넘 자주 보는 것도 철저(?)한 방공과 경계에 폐가 되지 않겠음? 그 부대 휴전선 바로 밑의 부대라메. -_-)
군인 아자씨들!! (나보다 나이 어리지만 구래도 아자씨당. 군인동생이라 함 이상하잖아~)
나라 잘 지키주이소. 그대들 걱정하는 사람들이 늘 기도할터이니.
-내 혹 담에 또 면회가면 보양식 쏘리다. 뭐 한 20년 후에나 가능한 일이지만서두. 아들래미 면회갈 때 말이오. 핫하 ^^;
첫댓글 후라이드치킨^^ 그거 식어서 먹으면 진짜 맛없는데.. 동생 면회다녀온 풍경이 눈앞에 그려지네요. 저도 아주 예전에 김밥싸들고 경기도 김포까지 남동생 면회갔던 생각이 나네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 내공님 입담은 항상 좋군요^^
코스모스님이야말로 진짜 대단하셨군요. 전 그 정도였음 면회 포기했을 듯. -.- 강물님, 입이 걸한 건 어떻게 수습이 안되네요. 난 언제나 조신처자 되보나. -_-
조신처자라... ㅋㅋㅋ 역시 수련아씨보다는 내공아씨가 더 어울려요.. ^^
나 수련아씨 시켜줘요~ ㅜ.ㅡ
그러죠 뭐~ 그거 돈 드는 것도 아니고.. 입 아픈 것도 아니고.. 수련아씨가 기쁠 수만 있다면야.. 제가 그 정도도 못하겠습니까.. ^^ 근데, 그 글 솜씨로 봐서는 내공이 어울릴듯 싶은데.. 내가 이래도 되나 몰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