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므라이스는 어디에서 탄생했을까. 회전초밥은 누가 어디에서 처음으로 만들었을까. 타코야끼, 오코노미야끼는 또 어느 도시에서 먹기 시작했을까. 답은 모두 오사카이다.
지역적 특성에 따라 일본 사람을 지칭하는 말이 있는데, 도쿄 사람은 보다 죽는다고 하여 ‘미다오레’, 교토 사람은 입다 죽는다고 하여 ‘키다오레’, 오사카 사람은 먹다 죽는다고 하여 ‘쿠이다오레’라고 부른다. 오사카는 천하의 부엌으로 비유된다. 오므라이스는 1925년 양식당 홋쿄쿠세이(北極星)에서 가장 먼저 만들어졌고, 타코야키는 1935년경 아이즈야(会津屋)라는 가게로부터 시작되었다.
오사카의 대표적 음식으로 꼬치튀김의 일종인 쿠시카츠는 우리네 백화점 이름과 똑같은 신세카이(新世界)라는 동네에서 처음 생겼고, 생선으로 우려낸 국물에 우동을 넣은 나베요리인 우동스키는 1933년 미미우(美々卯)에서 고안되었다. 오코노미야끼 역시 1946년 이 도시에서 개발되었고, 회전초밥은 오사카의 시리이시 요시아키가 컨베이어벨트를 보고 발명하였으며, 얇은 삼겹살을 겹쳐 만든 돈카츠도 이 도시에서 탄생하는 등, 수많은 맛의 디테일이 이 도시를 기원으로 한다. 임진왜란의 원흉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그가 축조한 성이 있고, 한 도시 안에 무려 800여개의 다리가 있으며, 일본에서 가장 긴 상점가 텐진바시로 상징되는 상업과 교역의 중심도시 오사카. 맛의 디테일과 다양성만큼 폭넓은 그 곳의 디자인을 들여다보자.
- 일본 내에서 미식가들이 가장 많다는 오사카,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은 맛집이 모여 있다는 곳이 바로 도톤보리이다. 도톤보리는 디자이너의 입장에서 방문하면, 음성내장 펜으로 주문을 하는 등 메뉴주문 체계가 독특한 식음 매장들이 많아 그와 관련된 공간구성을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또 도심지 대형광고물과 관련 그래픽디자인이 어떻게 지역의 상징으로 발전되는지 살펴볼 수 있다. 대게요리로 유명한 카니도라쿠(かに道樂)의 간판은 거대한 게 모양의 오브제가 다리를 움직이고 있고, 한국인의 입맛에 특히 잘 맞아 도톤보리에만 3개의 매장이 있다는 킨류(金龍)라멘은 거대한 용 모양의 오브제 간판으로도 유명하다. 복요리 전문점 즈보라야의 복 모양 간판이나 꼬치튀김 쿠시카츠로 유명한 다루마(だるま) 등 모든 간판들이 개성 있고 독특하다. 도심 밀집 상업공간에서 사실적인 모형을 활용한 방식으로 집단 활성화되어 조화감을 이루면서 지역 관광요소로 사용되는 사인의 사례를 보기에 이보다 적합한 곳은 없을 것이다.
일본 디자인은 1970년대 혜성처럼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났다. 1945년 세계 2차 대전 폐전 후, 재건의 과정에서 레이몬드 로위와 같은 미국의 디자이너로부터 이식된 디자인이 일본 디자인의 첫걸음이 되었다. 따지고 보면, 디자인 역사의 과정에서 미국의 디자인 발전은 스스로의 역량도 있었겠지만, 나치의 탄압으로 인한 1933년 바우하우스 폐교 및 훌륭한 독일 인재들의 미국 정착과도 깊은 관련이 있었다. 바우하우스 교수진의 수준 높은 조형교육 경험은 미국의 유수한 여러 대학과 기업 활동의 기저에 조용히 흡수되었고, 1950년대 국제주의 양식으로 세계가 균일한 기능주의적 모더니즘의 사고로 발전해 가는 데 있어 이를 주도한 미국 디자인의 중요한 자양분이 되었다. 일본 역시 전후 재건의 과정에서 패전국으로서 미국적 시스템을 여러 분야에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었고, 자신들의 정체성과 결합하였다. 이 결과 70년대 이후 ‘극소주의’로 지칭되는 새로운 디자인 개념과 양상이 일본의 디자인을 대표하는 특질로 규정되었다. 일례로 소니의 초기 제품디자인에서 연상되는 일본의 극소주의 지향 디자인은 흔히 기능주의 모더니즘의 토대에 일본 전통공예의 완벽성이 잘 결합된 조화로 평가된다. 공예적 완벽성과 공교한 치밀함은 이후 모든 분야에서 일본 디자인을 일컫는 중요 키워드가 되었다. 오늘날 공간을 다루는 제반 분야에서도 일본의 디자인은 끊임없이 자연을 재해석하는 개념적 접근을 통해 절제된 기능을 조화시키고, 재료와 마감에서는 완벽성을 추구하는 세심한 디테일 지향의 디자인을 확장시켜가고 있다.
디자인을 살펴보기 위한 도시 여행지로 오사카(大阪, Osaka)는 짧은 시간 대비 높은 효율성을 기대할 수 있는 곳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세계 건축계의 거장 중 한 명인 안도 타다오(Ando Tadao)의 초기작품을 비롯해 상당 수 작품이 오사카 주변에 산재해 있다. 또 하천을 중심으로 한 도시재생의 훌륭한 성과 중 하나로 기록되는 도톤보리천 정비사업을 비롯한 모범적 교과서 같은 각종 하천 정비사업의 결과를 잘 볼 수 있는 도시이기도 하다. 도시재생 측면에서 쓰레기처리장을 친환경적으로 개발한 마이시마 쓰레기소각장 역시 전 세계인이 방문하는 이 도시의 자랑이다. 아울러 박물관 설계 개념에서 경험적 접근의 중요성을 잘 간파한 역사박물관과 주택박물관의 전시기법도 훌륭한 학습대상이다. 또 예로부터 현재까지 쇼핑과 엔터테인먼트, 음식의 도시로 일컬어지고 있는 상업의 요충지로, 새로운 개념의 상업공간이 어떤 모습으로 변모될지를 예측해 볼 수 있는, 즉 새로운 상업공간 디자인의 방향이 무엇인지를 학습하는 데 있어서도 배움을 얻을 수 있는 도시이다. 심지어 도시 곳곳에서 발견되는 사인체계는 읽기편한 런던(legible London)보다 한 단계 직전의 포맷이 무엇이었는지를 학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 대형 네온사인 ‘글리코(glico)’는 기업의 사인이지만 오사카 도톤보리 지역의 대표적 상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 사인은 오사카에 본사를 둔 식품회사 에자키 글리코(江崎グリコ)가 기업이념인 맛과 건강을 홍보하기 위해 1935년 글리코라고 쓰인 온도계 형태의 탑 상단에 육상선수의 달리는 모습의 33m짜리 글리코 러너(glico runner)를 설치하면서 시작되었다. 1943년 전쟁을 위한 철재 확보 때문에 사라진 글리코 러너는 1955년 포탄 형태의 포물선 기둥에 달리는 사람으로 배치되어 2대 러너로 돌아왔고, 네온사인 아래로는 무대가 설치되었다. 일본의 고도 성장기였던 1963년 3대 러너는 몸에서 분수가 분출되고 물줄기를 12가지 색으로 비추는 기술을 선보였다. 1972년 등장한 4대 러너는 휘어진 육상트랙을 배경삼아 질주하는 느낌을 강조한 생동감 있는 디자인이었고, 가장 최근까지 있었던 5대 러너는 배경에 오사카성과 쓰텐카쿠(通天閣) 등 오사카의 명소가 들어갔다. 2014년 8월 17일 5대 러너는 은퇴했고, 6대 러너는 저전력 LED를 광원으로 사용하는 형태로 다시 태어날 예정이다.
오사카를 방문하는 모든 여행자가 반드시 들른다는 도톤보리(道頓堀, Dotonbori)에서는 사용자 중심의 하천 정비가 가져다주는 공간적 변화와 접근성 확대가 도시이미지 변화와 삶의 질 향상에 어떻게 기여하는지를 잘 살펴볼 수 있다. 오사카는 일본 제2의 도시로 간사이(関西) 지방의 중심이며 ‘물의 도시’로 일컬어지고 있다. 오사카만으로 흐르는 요도가와(淀川)의 하구에 자리한 오사카는 도시를 가로지르는 운하와 더불어 상업도시로 번성해 왔고, 과거에 808개의 교량이 있었다고 전해질 만큼 물과 함께 해온 도시이다. 하천 면적이 시내 전체의 10%를 차지하는 오사카는 지난 2003년 ‘물의 도시 오사카재생구상’을 내놓은 이후 지속적으로 친수공간을 개발하고 있으며, 국가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통해 2006년에 도톤보리천 정비사업을 마쳤다. 도톤보리 재생의 핵심은 친수공간과 지역문화 콘텐츠의 세심한 결합에 있다. 너비 30m, 수심 5m 정도의 하천에 폭 8m정도의 나무데크를 조성하고 상류에 수문을 조성해 홍수를 방지토록 함으로써 접근성을 대폭 확대시켰다. 이 결과 정비 전 하천을 등지고 조성된 상업 건축물들의 출구 방향이 하천 방향으로 바뀌어갈 정도로 공간 접근성과 이용성이 증대되었다. 뿐만 아니라 각종 소규모 보트와 카누뿐 아니라 낮은 다리 밑을 지날 수 있도록 설계된 정원 130명 정도의 저상 유람용 수상버스는 독특한 안락함으로 유람과 주변공간에 보이는 관점이라는 양 측면에서 역동적이며 효과적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있다. 지역축제인 7월의 텐진 마츠리 기간 중 전통 목선의 운행 등 차별적 콘텐츠와 도심의 복잡한 상업공간을 관통하는 새로움은 베네치아와는 또 다른 현대적 물의 도시 이미지를 형성하고 있다.
2001년에 완공된 마이시마(舞洲) 쓰레기처리소각장은 오사카의 친환경 이미지를 극대화하는 주요 시설 중 하나이다. 이곳은 2000년 작고한 오스트리아의 화가이며 건축가이고 환경운동가였던 프리덴슈라이히 훈데르트바서(Friedensreich Regentag Dunkelbunt Hundertwasser)의 말기 작품으로, 그가 1991년 오스트리아 빈에 설계한 슈피텔라우(Spittelau) 쓰레기소각장의 일본 버전인 셈이다. 쓰레기소각의 과정을 견학하면서 동시에 이러한 시설과 공존하는 예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점이 기본적으로 흥미롭지만, 디자인 관점에서 본다면 훈데르트바서와 같은 자유분방한 생태예술가의 작품이 일본적 조형과 결합되면서 어떻게 세부 디테일이 변화되는지를 비교할 수 있어 매우 재미있다. 오스트리아 빈의 작품들과 비교할 때, 다분히 이 소각장의 외형과 실내디자인은 정제되어 있다. 전체적 이미지는 자유로움을 표방했지만 세부 시공 디테일은 너무나 치밀하고, 특히 흐트러짐이 없는 모서리 처리는 일본적 조형의 치밀함과 공교한 조형적 특성이 명백히 반영된 결과이다.
- 최근 들어 쓰레기소각장 등 소위 환경 관련 주민혐오시설들을 개선하면서 외형을 보다 친자연적 또는 예술적으로 처리하고자 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이는 아마도 더럽거나 악취 나는 장소라는 선입견을 바꾸기 위한 현실적 필요와 정책입안의 발상 전환이라는 행정의 창의적 진보를 가장 쉽게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시각적 전달이기 때문일 것이다. 마이시마 쓰레기소각장은 하루 900톤의 쓰레기를 처리하면서 재활용에너지, 즉 따뜻한 물과 전기를 생산한다. 공장의 전기와 조명 역시 자체 생산한 전기로 가동하고 여분은 전기회사에 판매해 연간 90억 원의 수익을 내고 있다. 이 소각장의 탐방코스를 돌다보면 소각장을 둘러싼 정원이 훌륭히 잘 가꾸어졌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나무가 15,000그루나 심겼고, 소각장 외부의 동화 같은 분위기 때문에 유치원이나 초등학생들의 생태학습과 그림그리기 장소로 자주 활용된다(설계자인 훈데르트바서에 관한 글은 2014년 3월호 오스트리아 빈 편에 자세히 다루어져 있다).
어느 도시에나 하나쯤은 있는 시립역사박물관들의 디자인은 대개 그 도시의 과거 유물과 생활상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문헌자료 및 고증에 기초한 과거의 공간, 그리고 현재의 도시 이미지 등을 파편화된 이미지로 전달하는 데 머물고 있다. 따라서 대개의 공간 이용자들은 짧은 시간 내에 공간을 훑어보며 별 다른 감흥을 받지 못한 채 발길을 돌리곤 한다. 오사카역사박물관(大阪歴史博物館)은 그 점에서 공간 이용자들의 경험을 유도하고 이끌어가는 설계가 돋보이는 박물관이다.
- 오사카주택박물관은 일본 내 도시 거주에 대한 역사와 문화를 테마로 하는 최초의 박물관으로 에도 시대 후기부터 전후에 걸친 주거 관련 자료와 모형들이 전시되어 있다. 지하철 다니마치센(谷町線), 사카이스지센(堺筋線), 한큐센(阪急線) 텐진바시스지로쿠초메(天神橋筋六丁目)역에서 가까운 오사카주택정보센터 8층부터 10층까지 3개 층을 활용하고 있다. 사실적인 연출의 공간구성과 더불어 전통의상체험, 전통다도체험, 셀프인형극, 종이접기 등 다양한 이벤트체험 코너와 같은 다양한 테마가 준비되어 있다.
시대상을 느낄 수 있는 음악, 평범한 가정의 일상을 모형과 디오라마 등을 통해 충실히 설명하고 있다. 더불어 지하 1층은 발굴조사를 통해 발견된 토담의 흔적과 유물들이 발굴 상태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박물관의 장소성을 잘 보여준다.
오사카시립주택박물관(大阪市立住まいのミュージアム)은 그리 크지 않은 박물관임에도 불구하고, 경험적 전시기법의 학습이라는 측면에서는 반드시 들러야 할 곳이다. 대개의 경험중심적 박물관이 체험자를 수동적 입장에 놓고 일방적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관점이라면, 이곳에서는 철저히 자기주도적 경험이 제공된다. 이를 가능케 하는 콘텐츠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의상이다. 이 공간에 들어오는 사람들은 대개 초입부에 펼쳐진 거리풍경과 이 거리를 가득 채운 일본 전통의상을 입은 사람들을 보면서 열심히 카메라의 셔터를 누르다가, 이내 이 사람들이 연출된 배우들이 아닌 관객들이란 사실을 깨닫게 된다. 한 켠에 마련된 의상실에서 전통의상으로 갈아입은 관람객들이 줄지어 나오고, 이내 서로가 서로를 촬영하며 이야기꽃을 피우는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새벽부터 낮을 거쳐 밤으로 계속 변화되는 인공조명과 기상변화를 연출한 사운드 효과, 골목길과 각 주택의 작은 소품들은 이곳의 몰입도를 극적으로 끌어올려준다.
- 안도 타다오의 작품을 보기 위해 찾는 가장 대중적인 곳 중 하나는 산토리뮤지엄(サントリーミュージアム)이다. 오사카 남항지역에 위치한 이 미술관은 1994년 11월에 개관했고, 세계 각국의 포스터를 15,000점 가량 소장하고 있으며 대규모 아이맥스극장이 특징이다. 아이맥스극장의 구조를 위해 뒤집힌 콘의 형태와 매스의 결합은 볼 만하지만, 다른 작품들에 비해 실내가 그리 큰 감흥을 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연계된 바다를 바라보는 건물 앞 5개의 기둥과 70여m 떨어진 곳에 설치된 또 다른 기둥이 만들어내는 스토리텔링에 기반한 가상의 공간과 원형으로 둘러싸인 건물 앞 작은 광장의 설계가 훨씬 더 흥미롭다
안도 타다오는 일본이 낳은 세계적 건축의 거장 중 한 명이다. 필자 역시 오사카를 처음 방문한 것은 그의 작품을 살피기 위해서였을 만큼, 안도 타다오의 유명세와 영향력은 독보적이다. 오사카는 안도가 태어나고 자란 지역이며 그의 건축적 아이디어들이 태동한 곳이다. 그의 이름을 세상에 알리게 된 스미요시연립주택을 비롯해 오사카 시내 중심부의 신사이바시에 위치한 소호백화점과 인근의 갤러리아아카(Akka), 남쪽 항만지역의 산토리뮤지엄과 시 근교의 사야마이케역사박물관 등도 대표적인 그의 작품들이다. 물론 외곽으로 다소 떨어진 교토나 고베에 있긴 하지만 명화의 정원, 빛의 교회, 물의 사원, 아와지 유메부타이 등 그의 초기 작품들이 간사이지역 내에 있으니 이들을 둘러보는 것만도 하나의 근사한 기행코스가 될 수 있다.
- 저드 앤 파트너스는 세계적으로 복합쇼핑몰 설계의 대명사로 꼽힌다. 창원의 씨티세븐, 서울 합정역의 메세나폴리스, 신도림역의 디큐브씨티 등 이제는 한국에서도 그들의 설계와 공간구성 형식을 쉽게 볼 수 있다. 일본의 여러 지역을 돌아다녀보았다면 후쿠오카의 캐널시티와 도쿄의 롯본기힐즈, 미드타운, 기타큐슈의 리버워크 등의 비교를 통해 지역적 특성이 어떻게 대규모 상업공간과 연결되고 기획되는지를 알 수 있다. 난바파크스는 그러한 관점에서 보면 입지적으로 가장 불리한 여건을 가진 곳 중 하나라는 사실을 알 수 있고, 난점을 풀기 위해 선택한 궁여지책이 옥상정원으로 대표되는 수직공원의 추구였을 것이라는 점이 읽힌다.
최근 오사카의 상업중심지는 난바에서 우메다 지역으로 급격히 이동 중이다. 특히 우메키타로 불리는 오사카역 북부는 본래 1928년 쇼와 초기부터 JR 우메다 화물역으로 물류중심이었다. 1987년 JR 구조조정에 따라 화물부분이 이전되고, 도시의 유휴지에 2010년부터 3년간 새로이 개발사업이 펼쳐졌다. 총 12개 기업이 동시에 출자를 진행해 계획된 이 곳, 그랜드프론트오사카(グランフロント大阪, Grand Front Osaka)의 가장 큰 차별적 특성은 ‘새로운 사업 창조를 통한 도시 활력 증진’이라는 새로운 상업공간의 접근 개념이다. 도쿄의 롯본기힐즈나 미드타운 등이 미술관과 거대한 광장 등을 통해 ‘문화와 도시공간의 연계’라는 관점을 지향했다면, 그랜드프론트오사카는 대학과 연구기관, 기업의 연구시설 등 82개 연구 관련 시설을 유치하고, 연구자와 소비자를 직접 교류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을 연결해 새로운 사업을 창조하는 곳으로서의 ‘나렛지 캐피탈(Knowledge Capital)’이라는 시설을 8,800㎡의 대규모로 설치하였다. 기본적으로는 상업시설만 4,400㎡, 1일 평균 방문객 250만 명에 이르는 대규모 복합상업공간이지만, 도심 핵심공간에 학습, 연구기능과 기업의 판매활동을 결합시키는 새로운 기능공간을 거대하게 조성한 것은 세계적으로도 유래가 없는 새로운 도전이다. 오사카역 북구의 출구 정면에 펼쳐지는 66,000여㎡ 규모의 우메키타광장은 도심에 수공간을 도입한 새로운 공공디자인 개발 모델로 안도 타다오가 MP(master planner)로 참여하였고, 오사카의 일상적 이벤트뿐 아니라 마츠리와 같은 지역축제까지도 정기적으로 개최해 새로운 문화 창조의 발신기지로 변화하고 있다. 기업의 이익을 일정 부분 사회에 환원하고 그것이 시민 일상의 편의 향상에 기여하는 동시에 상업공간의 활성화를 가져오는 선순환적 공간설계 개념은 낯설지만 바람직한 새로운 상업공간의 방향이 아닐까 싶다.
- 그랜드프론트오사카의 남관과 북관은 별개의 건물로 나뉘어 있고 보행교로 연결되는데, 그 아랫부분 차도에 서 보면 거대한 소화전 설비가 인상적으로 보인다. 대형 건물에서 화재 등 유사시에 출동한 소방차가 소화전설 비를 최대한 신속하게 찾을 수 있도록 배려한 설계를 보면서 공공영역에서 안전을 고려한 디자인의 방향이 어떠 한 것이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 오사카에 방문하여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유니버설스튜디오 재팬을 한 번쯤 경험해보는 것도 좋다. 디즈니 랜드와 같이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시각적 체험 중심이 아닌, 영화기반의 스토리텔링과 이에 기반한 경험체계가 어떻게 공간에 구현되는지를 보기에 유용하다. 쥬라기 공원이나 죠스처럼 아주 고전적인 영화로부터 스파이더 맨이나 해리포터처럼 비교적 최근 영화에 등장한 다양한 소재와 줄거리를 어트랙션과 쇼, 공간구성으로 결합하 는 방법을 공부하기에 좋은 공간이다.
- 일본 지하철의 새로운 실내디자인 경향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2009년 일본 굿디자인을 수상한 케이한덴샤(京 阪電車) 나카노시마(中之島, Nakanoshima)선을 경험해보는 것이 좋다. 이 노선은 도심 재생의 맥락에서 오사카 중심부에 위치한 나카노시마섬을 지나가는 총연장 3㎞의 5개 역사로, 2008년 10월 개통하였다. 특이한 점은 이 용객들에게 친근함과 편안함을 주기 위해 지상 캐노피 부와 대합실 공간의 목재 처리 등을 통해 공공공간의 생 활 공간화와 같은 개념을 지향하고 있는 것인데, 특히 지하철 공간에서는 금기시되어 온 목재를 과감히 도입했 다. 지하철 역사의 설계에 있어 목재와 같은 소재는 화재로부터의 취약점 때문에 사용이 흔히 배제되어 왔다. 그 러나 최근 수많은 공공건축물에서 목재는 새로운 대안적 소재로 거듭나고 있다. 나카노시마역의 대합실도 자세 히 살펴보면 부분적으로 목재마감이 공간 이용자의 키높이까지 내려온 경우가 있지만, 전체의 90% 이상은 키보 다 높은 곳에 목재소재를 사용하고 있다. 즉 지상 캐노피라든가 대합실의 상부, 천장 부분과 같은 공간을 적절히 이미지의 대상으로 보고, 목재를 합리적으로 활용한 것이다.
- 최성호
한양사이버대학교 디자인학부 교수, 한양사이버대학교 디자인대학원 디자인기획 교수, 인테리어디자인과 전시디자인, 자동차디자인, 도시디자인에 이르는 다양한 경험을 갖고 있으며 한양사이버대학교에서 디자이너들의 업그레이드를 위한 공간디자인 콘셉트와 기획을 중점적으로 가르치고 있다.
세종특별시와 혁신도시의 공공디자인 총괄, 하남미사주택지구의 총괄MP 등을 맡았고, 상업 공간 기획과 지하철역사 리모델링 전문가이기도 하다.
/글 사진·최성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