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러밴 vs 캠핑카
“나는 텐트 없이 오토캠핑간다!”
바야흐로 캠핑의 계절이다. 오토캠핑은 이제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주말 레저의 대세가 됐다. 캠핑 인구가 늘어나면서 시설 좋은 캠핑장은 자리잡기 경쟁이 만만치 않다. 장비도 진화를 거듭해서 캠핑장은 종종 최신 캠핑 제품을 전시하는 박람회장을 연상시킨다. 초보 캠퍼들은 자칫 화려한 이웃집의 위세에 시작부터 기가 죽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 캠핑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초보라면 처음부터 무리하게 장비 욕심을 부리기보다 캠핑 자체를 즐기고 궁합을 맞춰 보는 수순을 거치는 것이 현명하다.
이때 가장 무난한 방법은 캠핑카나 캐러밴을 이용한 오토캠핑이다. 캠핑카는 이동 수단에 주거의 개념을 더한 형태로 캐러밴은 오토캠핑장에 고정돼 있는 캠핑카로 구분하면 이해하기 쉽다. 캐러밴이 설치된 캠핑장은 가평 자라섬, 한탄강, 망상, 해남 땅끝마을 등이 있다. 이중 북한강변에 위치한 자라섬 캠핑장은 시설과 규모 면에서 수도권에서 가장 인기 있는 캠핑장 중 하나다. 자라섬 오토캠핑장을 무대로 트래비 독자 2팀의 오토캠핑 이야기를 소개한다.
글 구명주 기자 사진 전병대, 박우철 기자
취재협조 애니캠핑카 www.anycampingcar.com
찐한 우정을 원한다면, 캐러밴
우울한 성적표를 휘날리며 학원별곡을 부르고, 아이돌 ‘오빠’의 스캔들에 함께 분노했던 그녀들. 단발머리 소녀는 어느덧 바쁜 사회인이 됐고, 얼굴 한번 보기도 쉽지 않다. 그러나 누가 여자의 우정을 짧다 하는가. 중학교부터 지금까지 ‘절친’이라는 독자 4명은 바쁜 시간을 쪼개어 틈틈이 여행길에 오르고 있다. 학교를 졸업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왁자지껄 웃음소리는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다. 그동안 펜션, 호텔 등 평범한 숙소에만 머물렀기 때문에 이들에게 캐러밴은 조금 낯설고 특별했다. 캐러밴에 오른 그녀들의 첫 마디는 “좁다.” 물리적으로 좁다는 의미가 캐러밴에서는 다행히 ‘재밌다’, ‘정겹다’ 등의 형용사로 치환됐다. 좁아서 자꾸만 부딪쳤고 자꾸만 웃음이 터졌다. 10대 소녀로 돌아간 20대 후반, 4공주의 캐러밴 여행기를 공개한다.
※트래비 김명순 독자는 이벤트 신청서에 자신과 친구들을 ‘7공주’로 소개했습니다. 7공주 중 2명이 빠지는 바람에 이번 독자체험에는 4명만이 캐러밴에 올랐지요. 기사에는 독자 김명순, 박은희, 서동옥, 이민주씨를 4공주로 표기합니다.
캐러밴 안에서 ‘수다’만으로도 하루를 꼬박 샐 수 있지만, 예쁜 자라섬은 그녀들을 캐러밴 밖으로 이끌었다. 그녀들은 자전거로 몸을 풀었고 캐러밴 바로 옆에 있는 이화원(二和園) 구경도 잊지 않았다.
Activity
하나, 둘, 넷 고르는 재미가 있다
캐러밴이 들어선 오토캠핑장에서 걸어서 3분이면 자전거 대여소에 도착한다. 자라섬에는 자전거도로가 따로 나 있기 때문에 자전거 타기가 서툰 여성이 자전거를 타는 데 무리가 없다. 자전거로 15분 정도면 자라섬 전체를 한번에 둘러볼 수 있어 다른 활동보다는 자전거를 먼저 타는 게 효율적이다. 자전거는 1인용, 2인용, 4인용으로 종류가 다양하며 아동용 자전거도 따로 마련돼 있다. 자전거 대여료는 종류에 따라 다른데, 30분 기준으로 최소 3,000원부터 1만원 정도.
4공주는 자전거를 하나 고르는 데도 몇 분이 걸렸다. “1인용 탈까? 2인용 탈까?”를 고민하면서 자전거를 직접 바꿔 타 보더니 정작 선택한 자전거는 ‘4인용 자전거’다. 오랜만에 밟아 보는 페달인지라 페달 밟기가 서툴고 자전거는 위태위태하다. 그런데도 즐겁다. 덜컹덜컹거리는 자전거 위에서 계속 까르르르 까르르르.
Place
브라질 커피 먹어 봤니
자전거에서 내려온 4공주의 다음 행선지는 이화원이었다. 이화원으로 이동하기 위해 그녀들은 오토캠핑장을 가로질렀다. 자전거대여소와 이화원은 오토캠핑장을 사이에 두고 양 끝에 있기 때문이다. 이화원은 한국과 브라질의 수교 60주년을 기념해 만들어졌고 브라질 커피와 홍삼이 조화된 차를 입장료만 내면 마실 수 있다. 4공주는 커피, 유자차, 백년차를 시켜 다양하게 맛보았다. ‘조화’를 최고의 가치로 생각하는 이화원에는 브라질의 커피나무는 물론이고 이스라엘의 감람나무, 하동 녹차나무, 가평 잣나무 등의 식물이 조성돼 있어 한 자리에서 다양한 지역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자라섬 가로등이 하나둘 켜질 무렵, 그녀들은 캐러밴으로 돌아왔다. 오랜만에 야외에서 달리고 사진 찍고 웃느라 허기가 빨리 찾아왔다. 준비해 온 고기를 꺼내 굽고, ‘와인’ 한잔을 곁들이며 캐러밴에서의 소박한 ‘파티’를 열었다. 식사 후 오랜만에 함께 누운 그녀들, 2층 침대에 누워서도 잠을 쉽게 이루지 못했다. 이야기는 꼬리를 물고 물어 새벽 3시까지 이어졌다고 한다.
4공주가 말하는 호텔보다 ‘캐러밴’
은희가 결혼하기 전에 호텔에서 파티를 연 경험이 있어요. 요즘 20대들 사이에서 풍선 띄우고 호텔 방에서 사진 찍는 게 언제부턴가 유행이 됐잖아요. 호텔이 캐러밴보다 편한 건 사실이죠. 그런데 호텔에서는 마냥 방 안에서 시간을 죽일 뿐인데 여기서는 몸을 자꾸 움직이게 되더라고요. 파티라 하여 화려하고 거창할 필요는 없잖아요. 도란도란 마주앉아 맛있는 음식 해먹고, 수다꽃을 피우면 캐러밴이 곧 5성급 호텔 아니겠어요?
달리는 ‘스위트 홈’ 캠핑카
캠핑카를 탄 준성이는 차량에 오르자마자 분주했다. 준성이에게 캠핑카는 대형 숨은그림찾기였다. 의자 쿠션을 조립해 침대로 만들고, 군데군데 숨어있는 물품을 물색했다. 아빠가 못 찾는 ‘조명’도 준성이가 찾아냈다. 장을 보러 나갔을 때는 어깨까지 으쓱해졌다. 모두가 준성이네 자동차를 부러워했기 때문이다. 캠핑카에서 내릴 때마다 사람들은 자꾸만 엄마, 아빠에게 “어떻게 타게 된 거냐, 어떻게 빌릴 수 있냐” 등 이것저것 질문을 했다. 준성이에게 신기한 캠핑카는 어른에게도 ‘신기한 자동차’인 모양이었다. 캠핑카가 멈춘, 자라섬도 멋진 놀이공간이었다. 아파트 놀이터보다 훨씬 넓어서 어느 때보다 마음껏 달릴 수 있었고, 평소 회사일로 바빴던 아빠와 오랜만에 공놀이도 실컷 했다. 준성이는 올해 가을이면 태어날 동생과도 다시 캠핑카를 타고 싶다고 생각했다.
※ 준성이네 가족은 주말마다 여행을 떠나는 가족여행 베테랑이지만, 캠핑카 여행은 처음입니다. 독자 공지혜씨는 뱃속에 4개월된 셋째가 자라고 있어, 배가 더 부르면 이제 여행은 힘들어질 거라 했습니다. 이번 <트래비> 독자 체험이 셋째가 태어나기 전에 떠나는 ‘마지막 여행’인 셈이지요. 기사에는 첫째 아이 이름을 빌려 가족을 ‘준성이네’로 표기합니다.
▶Travie info. 애니캠핑카로 자라섬 이용하기
이용시간 입실 오후 2시, 퇴실 오전 11시
대여요금┃캐러밴(오렌지, 블루, 그린) 8인 1박 기준, 일요일~목요일 9만원, 금요일 및 공휴일 전날 12만원, 토요일 및 공휴일 18만원
※ 비수기, 성수기에 따라 요금이 달라짐
캠핑카 20만원~30만원(24시간 이용 기준)
※ 성수기에는 전일 주말가 적용됨
자라섬 주소 경기도 가평군 가평읍 달전리 산 7번지 자라섬 오토캠핑장
예약 문의 애니캠핑카 1566-3691, www.anycampingcar.com
인천 집에서 출발한 준성이네는 일산 백석역(3호선) 환승 주차장에서 캠핑카를 인수해 경춘 국도를 이용해 자라섬에 도착했다. 애니캠핑카 차량 인수는 준성이네가 이용한 일산 백석역 환승 주차장 외에도 수도권내 서울 월드컵경기장 평화의 공원 주차장, 서울 종합운동장 주차장, 과천 경마공원역, 안양 평촌역, 관악역에서 할 수 있다. 지방에도 창원지사, 대구·경북지사가 있기 때문에 인근에 거주하는 사람이라면 이용해 볼 만하다.
Activity
아빠와 공 차는 즐거움
11시경 자라섬에 도착한 준성이네는 자라섬 오토캠핑장에 캠핑카를 정차시키고 이른 점심식사를 했다. 메뉴는 집에서 요리해 온 닭볶음탕. 준성 엄마는 집에서 먹는 것과 또 다른 매력이 있다고 귀띔하며 집에서 음식 하나쯤은 미리 해올 것을 조언했다.
식사 후 밖으로 나온 가족이 발길을 옮긴 곳은 자라섬 간이 운동장이었다. 운동장에는 농구, 축구, 족구 등 공놀이가 한창이었고 롤러스케이트를 타는 아이들도 많이 보였다. 준성이와 희성이는 축구공을 준비하지 못했지만 또래 아이들이 차는 공을 함께 차며 자라섬의 시원한 공기를 따라 달릴 수 있었다. 그동안 강원도 청계산, 유명산 등 휴양림 여행을 즐겼다는 준성이네는 휴양림에서 느꼈던 자연의 싱그러움을 자라섬에서도 느꼈다. 특히 자라섬을 둘러 안고서 북한강이 흐르고 있어 자라섬은 가족끼리 도란도란 걷기에도 손색이 없다.
Place
‘태희 누나’의 방은 어떻게 생겼을까
오토캠핑장 뒤편에 이병헌, 김태희, 탑의 사진이 모형으로 만들어져 있고 바로 뒤에 <아이리스> 자라섬 세트장이 있다. 준성이네도 세트장 1층의 김태희 방, 2층의 이병헌과 정준호 방을 구경했다. 사실 세트장 내부보다 외부가 더 볼 것이 많다. 군데군데 세워져 있는 조형물은 아이들 사진 배경으로 안성맞춤이다. 해가 넘어갈 즈음 이곳 조형물 주변에는 빛이 들어오기 때문에 자라섬 ‘야경’은 또 하나의 볼거리다.
아이리스 자라섬 세트장┃입장료 무료 관람시간 오전 11시~오후 5시
문의 031-580-2700
이화원┃홈페이지 www.ewhawon.com 입장료 성인 기준 3,000원(차 가격 포함) 관람시간 오전 9시~오후 6시
문의 031-581-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