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오는 25일 정례회의에서도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시장에서 나오고 있다. 이 경우 올들어 3연속 동결이 된다.
한미간 금리역전차가 1.75%포인트로 역대 최대로 벌어졌음에도 한은이 금리동결을 선택할 가능성이 큰 것은 경기가 나쁘기 때문이다. 한은은 이날 경제성장률 전망을 종전보다 하향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무역적자가 계속되는 상황에 중국의 경제활동 재개(리오프닝) 효과까지 미미한 데다, 세수 부족에 직면한 정부가 지출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대응한다면 성장률이 반등할 여지는 더욱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재정당국이 경기부양을 하지 않는 대신 통화당국이 금리동결로 대응하는 역할분담이 이뤄질 가능성이 커보인다.
21일 한은에 따르면 한은 금통위는 오는 25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현재 3.50%인 기준금리의 조정 여부를 결정한다.
시장에서는 금통위가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선 기준금리 인상의 이유였던 고물가가 점차 진정되고 있다. 지난 4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3.7%)은 14개월 만에 3%대에 진입했다. 같은 달 기대인플레이션율도 전달(3.9%)보다 0.2%포인트 낮은 3.7%로 집계됐다. 지난해 5월(3.3%) 이후 11개월 만에 가장 낮다.
물가가 잡혀가는 와중에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수출 부진으로 지난해 3월부터 올해 4월까지 14개월 연속 무역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 들어 이달 10일까지 누적된 무역적자는 294억1200만달러에 이른다.
한국의 주요 수출국인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도 기대보다 크지 않다. 대중국 수출은 지난달까지 11개월 연속 감소했고, 이달 1~10일 수출도 전년 동기 대비 14.7% 줄었다. 정부는 올해 국내 경기가 ‘상저하고’가 될 것으로 내다봤지만, ‘상저하중’으로 눈높이를 낮워야 한다는 견해가 갈 수록 커지고 있다.
세수부족도 하반기 경기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정부가 지난 3월까지 걷은 국세는 약 87조1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조원 줄었다. 문재인 정부의 재정확장정책을 비판해왔던 만큼 윤석열 정부는 부채를 늘려 경기부양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경우 정부가 할 수 있는 방법은 지출을 줄이는 것인데, 기존에 잡혀있는 예산을 쓰지 않고 내년으로 사업을 미루는 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 의미지출인 복지지출을 줄일 수 없는만큼 사회간접자본(SOC) 등의 사업이 대폭 축소될 가능성이 커보인다.
전문가들은 한은이 오는 25일 발표할 수정 경제전망에서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1.6%보다 더 낮출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은의 3연속 금리동결은 자칫 통화정책을 완화한다는 시그널을 시장에 줄 수도 있다.이때문에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하되 이창용 한은 총재가 구두로 ‘금리 인하는 당분간 없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물가상승률이 아직 물가안정 목표(2%)를 웃돌고 있는데 전기요금 등 인상으로 하반기 물가가 다시 오를 가능성이 있어서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기준금리 3.50% 동결에 대해 만장일치 의견이 나오겠지만, 3.75%로 인상할 가능성을 열어두는 위원들이 여전히 있다고 언급하는 등 매파적인 스탠스는 유지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