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몰고 오시려는지 비가 내리고 잠결에 들리는 세찬 비소리에 혹시 여행 취소한다는 메세지가 있을까싶어 손을 뻗어 폰을 마지작거리다 혼자 웃었다. 그럴리 없기 때문이다. 아침에 눈을 떠서도 혹시나 하면서 일터로 나갈 가족들을 보내고 바삐 서둘러 길을 떠났다. 전철에서 내려 걸으면서 혹시 버스가없으면 어쩌나 하는 요상한 생각을 하며 그래도 약속 시간까지 몇분 남았길래 뛸 필요는 없이 천처히 걸었다.
약속 장소인 주차장에 들어서는데 그리 멀지않게 보이는 익숙한 버스가 참으로 반가웠다. 가끔은 나라가 땅덩이 좁은 것이 감사하기도 하다. 그냥 하루 휘익 돌아 산천 구경하고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산은 정상을 향해 열심히 기어오르는 곳이지 변방에서 노는 곳이 아니었는데 이번엔 그 멀리 지리산까지 가서 초입인 노고단까지 가는 것이다. 생각을 바꾸면 새로운 것이 보이겠지. 새로운 짝을 만났지만 몇년지기처럼 속닥이다보니 어느새 인월지나 상황마을에 들어섰다.
빗줄기는 그대로 서울에 머무는지 우린 딱 알맞은 햇빛과 바람을 느끼며 가을 들녁을 즐길 수 있었다.
가는 그 길에서 또 하나의 황산대첩을 알 수 있었으니 고려말 이성계가 아지발도라는 젊은 왜장의 입에 화살을 명중해 죽게 했다는 곳이 바로 그곳 인월이고 계백의 황산대첩이 아니라 또 다른 황산대첩이라니 참으로 배움은 끝이 없는 것이다. 천둥벌거숭이가 잠자리(붉은잠자리)라 하니 이 또한 새로 얻은 사실인데 정말 고녀석들이 천둥벌거중이 맞나 보다. 벌건 대낮에 누렇게 익어가는 벼이삭 위를 노닐며 공중부양까지 해가며 쌍쌍이 운우지정을 나누는 모습이라니 ......
부지런한 농부는 벌써 추수를 했고 들판엔 아직 누런 가을빛이 초록 여름을 덮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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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나물들과 버섯 전골에 배를 든든히 채우고 노고단을 향했다. 비는 오지 않았지만 자욱한 안개때문에 기대했던 운해는 볼 수 없었지만 아침에 떠날 때 걱정했던 것에 비하면 아주 감사한 나들이였다. 여름날 만항재에서 수없이 마주했던 동자꽃도 가끔 눈에 띄고 구절초인지 쑥부쟁이인지 개미취인지 저희들은 나름 자부심이 있겠지만 나에겐 그게 그거같은 꽃들이 지천에 널려 있었다. 노루오줌꽃인지 쥐오줌풀인지 그런것들도 어떤 것은 고개를 숙이고 어떤 것은 저 잘났다고 고개를 빳빳이 치켜들고 있었다. 다음엔 식물도감이라도 들고 가서 이름을 제대로 불러줘야 할까보다. 내 이름도 제대로 불러줘야 좋으니 그들도 그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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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바닥에 힘겹게 버티고 철없이 피어난 민들레가 가엾다. 그저 즐기던지 사진을 제대로 찍던지 한가지를 집중해야 하는데 오랜만에 만난 길동무도 반갑고, 무겁게 매고 간 카메라도 보람을 찾아줘야 하고 바쁜 하루였다. 저 나무 계단 너머 안개 속을 지나왔지만 또 다시 그 길로 가면 또 다른 새로운 세상이 있을 것 같다. 새로운 세상은 더 멋지고 아름다운 세상이길 바라며 다랑이논과 야생화에게 작별을 고한다.
첫댓글 저도
예전에는 사진과 더불어 여행 후기를 블로그에 올리곤 하였는데
언제부턴가 귀차니즘의 발동으로
성의없이 사진만 올리는 게으름쟁이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여행후기를 차분하면서 세련되게 쓰시는 분들을 보면
대단하시다.. 로 인사를 드립니다...
가을은
들판에서부터 온다, 고 하였는데
나랭이 논의 황금빛을 보니
징그럽게 더웠던 지난 여름이 소중하고 위대하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름다운 사진
세련된 글.... 잘 보고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처음 카페에 사진과 글을 올릴 때는 꽤나 용기가 필요했었습니다. 너무 훌륭하신 분들이 많아서요. 개인적으로는 사진보다 글을 좋아하는데 요즘같은 칼라 시대에 시커먼 글만 있는 것보다는 적당히 곁들이는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가끔은 이렇게 올려본답니다. 앞으로는 사진도 더 멋지게 올릴 수 있을 것 같아 즐겁습니다.
아항...마고님 지리산 다녀오셨구낭....
가을꽃들이 저렇게나 마니?
노오란 들녘도.....
아...언능어디론가 가고싶다요
꽃들이 더 많이 있었는데 조금밖에 못 데려 왔지요. 저 노란 우산은 생각나시는가요. 10월에 같이 시간 내봐요.
에고...마고님... 글도 예쁘게 쓰시네요. 같은 곳을 다녀왔는데 마고님에게서도 많이 배웁니다.
사진 한장 더 올리고 싶었는데 혼날까봐 참았습니다. 메일로 보내드릴게요.
역시 발빠름은~~~
오늘 아침일찍부터 공연 준비, 그리고 오후엔 공연.
저녁에서야 들어와서 보는데~
이야~ 참 좋당.
사진도 글도 넘 좋습니다.
마음에 쏘옥 하고 들어 옵니다.
인연이란게~
참 고맙습니다.
노고단 길잡이 잘 해줘서 고맙고 공연 멋지게 잘 끝냈을 것이고 명절 휴일 보람있게 보내요.
마고님!
가을 정취 물씬 나는 누런 다랭이논과 청초한 들꽃들... 감사해요.
터키 식구들, 산마루님, 샤디야님도 함께 해서 더 반가웠겠어요.
덕분에, 이성계의 황산대첩 알게 되어 더 감사하구요...
풍요로운 한가위 맞이 하시고, 시월 단풍길에 뵙기를 고대합니다~~
잘 지내시죠? 샤디아 님께 잠깐 소식 전해 들었답니다.
만나면 반갑고~
늘 건강하세요?
기회가 된다면 다음 여행지에서 뵈요^^
네. 추석 명절 잘 보내셔요. 긴 시간 타국--뻥이 심한가요---에서 함께 해 더 반가운거 같아요.
저는 계단으로 안 가고 편한 길로 놀멍쉬멍..비잉 둘러 대피소까지 갔었는데 일행들이 안 보여
다들 내려 가셨나 보다 하고 곧장 내려 왔습니다. 그 시간에 노고단에 계신 줄 몰랐어요.
동자꽃과 물매화까지 보신 걸 보니 아쉽기 그지없습니다.
흐드러지게 피었던 , 민들레 위에 있는 아이는 쑥부쟁이입니다.
그러셨군요. 저희는 대피소에서 물한모금 마시고 바로 올라갔어요. 안개속에서 예쁜 꽃들이 많이 기다리고 있었는데 아쉽네요.
오랫만입니다 마고님. 건강하시죠?
"저 나무 계단 너머 안개 속을 지나왔지만 또 다시 그 길로 가면 또 다른 새로운 세상이 있을 것 같다" 는 표현이 특히 마음에 와 닿습니다,
다렝이논과 노고단길 그리고 야샹화 구경 잘 하고 갑니다.
네~ 정말 오랜만이시네요. 늘 같다는 걸 알지만 새로운 것을 꿈꾸는 것 같아요. 같은 것도 생각이나 바탕 지식에 따라 새로와지기도 하구요. 늘 건강하시고 고운 여행길에 또 뵈어요.
다랭이논 황금빛이 든든하고 정답습니다.
등고재를 넘으셨나봅니다.
지리산을 끼고있는 둘레땅은
언제고 편안하고 생각만으로도 행복해지곤 합니다.
가만히 앉아서
둘레둘레 지리산을 걸으며
가을꽃잔치에 머물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