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룡봉변 2
- 머리 좋은 놈에게 머리 쓸 기회를 주면 골치 아파진다
상대가 이미 결심을 굳혔다면 피해 갈 방법은 없었다.
"너는 어쩌려느느 것이냐?"
아운은 짜증스런 목소리로 대답했다.
"말했잖은가! 다 죽이고 너와 저 음습한 놈만 살려 그동안 저지른 죄의 대가를 치르게 할 생각이라고."
"이런 미친....."
그러나 사마무기가 뭐라고 하던 아운은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얼마나 빠른지 그의 움직임을 사마무기의 시선으로는 그 흔적조차 잡을 수 없었다.
삼환묵영대의 무사들은 권왕이 공격해 오자 각자 무기를 들고 대항하려 하였다.
그러나 아운의 손에서 뿜어진 연환금강룡의 권경은 그들이 막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아운이 움직이면서 한 손을 떨치고 주먹질을 두서너번 한 것 같은데 그는 이미 제자리에 와 있었다.
그리고 삼환묵영대의 호위무사들은 모두 죽어 있었다.
그들 중 두어 명 정도만 살아 있는 것 같았다.
물론 밀영일호도 살아 있었다.
단호한 동작, 주저 없는 행동.
듣던 권왕 그대로였다. 그리고 이건 강해도 너무 강하다.
제아무리 사마무기라도 아색이 굳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처음으로 그의 얼굴에 당황한 표정이 떠오른다.
설마 상황이 이렇게 벌정할 줄은 사마무기로서도 전혀 짐작하지 못한 일이었다.
밀영일호 역시 당황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그는 억지로 침착함을 유지하며 생각했다.
'군사님은 권왕의 시선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내가 신호을 보내 고수들을 불러야 한다. 최소한 이곳의 상황을
알리기라도 해야 한다. 그러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그는 얼른 야한을 바라보았다.
"네놈, 살수라고 했지? 네놈이 남자면 나에게 덤벼라! 내 비록 지금 죽더라도 네놈하고는 반드시 승부를 내야겠다!"
"싫타."
너무 간단한 거절이엇다. 그래도 명색이 삼대살수 중 한 명이라면 자존심상 당연히 일대일의 도전을 거부하지 않을
거라 생각한 밀영일호였다.
"네놈! 내가 겁나는 것이냐?"
야한이 어이 없다는 표정으로 밀영일호를 보면서 말했다.
"이 멍청한 새끼야! 어차피 권왕 아운 님이 나서면 딱 한 방으로 끝날 일인데, 내가 뭐 하러 위험을 감수하느냐?
그리고 살수는 암습으로 상대를 죽이는 것이지, 무사처럼 정면으로 싸우지 않는다.
내가 미쳤다고 자칫하면 피 보는 짓을 하겠느냐? 너나 열심히 혼자 싸워라! 그 대가리로 무슨 군사의 심복 노릇을
했는지 한심하다."
밀영일호는 할 말이 없었다.
너무 단호한 야한의 말을 들으니 더 이상 상대를 자극할 용기가 사라진 것이다. 그리고 그가 또다시
어떤 말을 하기도 전에 아운이 이미 다가오고 있었다.
야한과 다투면서 기회를 보아 품 안에 있는 신호탄을 쏘려던 계획이 실패하고 만 것이다.
밀영일호는 검의 손잡이에 손을 올리면서 아운을 노려보았다.
아운이 그런 밀영일호를 보고 말했다.
"용기가 제법이군. 그리고 잔머리도 제법이고. 그런데 무사란 놈이 검질은 제대로 안 하고 순 머리로만 싸운
모양이군? 아니면 숨어서 헛짓만 하다가 세월을 다 보냈든지."
처음엔 아무런 기세도 없었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올수록 예리한 살기가 전신을 옥죄어 오자 밀영일호는
사지가 떨리는 기분을 느꼈다.
사마무기는 밀영일호에게 다가서는 아운을 보면서 처음으로 절망이란 말을 생각했다.
밀영일호가아운을 이길 확륙은, 하늘에서 갑자기 유성이 떨어져 그를 죽일 확률보다 높아 보이지 않았다.
무력은 물론이고 말이 통하지 않는자.
세상에서 상대하기 가장 까다로운 종류의 인간이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 더해서 영리하고 무자비하다.
그이 폭력성도 두렵지만 도저히 예측할 수 없는 과감한 행동은 더욱 두려웠다. 그러면서도 단순하고 순간적인 상황 판단 아래서
그 폭력을 적절하게 사용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살아야 한다. 반드시 여기서 살아 나가야 한다. 그리고 여기서 살아 나가면 수슨 수를 써서라도 권왕, 저자부터 죽여야 한다.
저자는 위험하다. 정말 위험한 자다!'
사마무기는 냉정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마음속으로는 무자비하게 기어 올라오는 공포와 싸워야만 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인간을 보고 공포심을 느꼈다.
단순히 귀찮은 존재라 생각했던 권왕을 직접 보고 나자 어쩌면 대평원의 꿈이 저자로 인해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순간적으로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가고 있엇다.
특히 중원을 손에 넣기 위해 반백 년 이상을 준비해 온 대평원의 치밀함과, 중원의 정기를 말리고 흔들기 위해 그동안 해 왔던 일련의
행동들이 갑자기 우스워졌다.
'우리는너무 기다렸다, 좀 더 과감했어야 하는데.'
후회스러웠다. 그러나 그건 사마무기의 잘못이 아니었다.
이미 자신의 선대부터 해 온 일이었고, 자신은 그 틀에 얽매여 의식적으로 행동을 해 온 것뿐이었따.
그러나 사마무기는 모른다. 아운이 권왕이 되기 전 뒷골목에서 얼마나 많은 파락호들과 치고 받고 싸웠는지.
그때 아운은 세상의 이치에 대해서 뼈저리게 배운 바 있었다.
치고 나갈 땐 과감하게
상대를 칠 땐 절대 상대의 사정을 돌아보지 말고 확실하고 잔인하게 다루어, 다시는 자신을 돌아보지
못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도 알았따.
그리고 잔머리로 살아가는 자들이 얼마나 무서운지도 알았다.
네까짓 놈이 잔머리 굴려 보았자!
이렇게 가볍게 생각했다가 자신도 모르게 뒤에서 칼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을 잘 안다.
무력을 가진 자는 상대가 아무리 강해도 그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고 그 하나만 상대하면 된다.
그러나 머리로 싸우는 자는 세상이 전부 적이 될 수도 있고, 전혀 예측하지 못한 곳에서 생명의 위험을
느껴야 할 수도 있다.
아운이 밀영일호와 사마무기를 보면서 말했다.
"머리 잘 굴려라! 어차피 그럴 시간도 없겠지만. 그럼 우선 네놈부터."
아운의 신형이 흐릿해졌다고 생각하는 순간 밀영일호는 본능적으로검을 휘둘렀다.
그러나 그의 검이 아무리 빠르고 위력이 강해도 당대 십사대 고수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아운의 상대가 될 수는 없었다.
"컥!"
밀영일호는 복부에 엄청난 통증을 느끼면서 토악질을 했다.
아운은 간단하게 밀영일호의 마혈을 점혈하고 목덜미를 낚아채 뒤로 던지며 말했다.
"알아서 확실하게 교육을 시켜 놓아라."
야한은 자신의 발아래 맥없이 떨어지는 밀영일호를 보고 입가에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걱정 마십시오, 단주님!"
야한은 밀영일호의 머리채를 잡아들며 말했다.
"흐흐, 아주 오랫동안 너를 만나고 싶었다. 이제부터 네가 당하는 고통은 내가 너로 인해 당할 뻔했던 지옥이니,
너무 억울해 하지 말아라!"
밀영일호가 이를 갈며 말했다.
"개자식! 비겁한 새끼! 나를 모욕하지 말고 당장 죽여라!"
"햐아! 고놈 참 말 많네."
"네놈..............꺼어억."
말을 하다 말고 밀영일호는 진저리를 치며 몸을 떨었다.
야한이 주먹으로 밀영일호의 복부를 찍듯이 때린 것이다.
밀영일호는 내공이 흩어지는 것을 느끼고 입에서 거품을 물었다.
"아직, 이제 시작인데 너무 엄살떨지 마라!"
야한은 밀영일호를 바닥에 얌전하게 눕힌 다음 일어섰다.
그리고 그의 옆으로 돌아가서 선 다음 말했다.
"나를 너무 원망하지 마라. 이게 다 네놈이 지저른 일의 인과응보니까."
야한은 품 안에서 도끼 자루를 꺼내 들었다.
밀영일호는 놀라서 고통마저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그도안 들었던 수많은 이야기가 한꺼번에 떠오른다.
"뭐, 뭐 하려는 거냐?"
야한은 대답하기도 귀찮았다.
자기가 왜 그런 것까지 다 말해 주어야 한단 말인가? 이놈은 지금 자신의 처지도 모르고 자꾸 묻기만 한다.
야한은 도끼 자루를 들고 위에서 아래로 내리 찍었다.
'퍽!!
피와 이빨이 튀어 나가며 도끼 자루가 가로로 밀영일호의 입에 들어가 박혔다.
밀영일호는 그 지독한 고통에 사고가 마비되는 것을 느꼈다.
설명은 길지만 밀영일호가 바닥에 눕고 도끼 자루가 허공을 가르면서 그의 입 안에 들어가
박히기 까지 걸린 시간은 정말 짧았다.
야한이 씨익 웃느면서 말했다.
"이제 좀 조용하네. 꼭 유식한 척 하는 놈들은 이렇게 맞으면 대체로 조용하더라. 흐흐!"
촉촉하게 젖은 눈으로 몸을 떨며 손을 터는 야한을 보면서 밀영일호는 아픔을 잊고 말았다.
그 아픔 대신 그의 감정을 지배한 것은 공포였다.
그 모습을 곁눈으로 보고 있는 사마무기는 어떤 마음일까?
제아무리 머리 좋은 그였지만 지금은 정말 대책이 없었다.
사마무기는 애써 밀영일호의 일을 무시하고 아운을 정면으로 바라보면서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려 노력했다. 그러면서 그의오른손이 무기를 찾는 척 자신의 품 안으로 들어간다.
"네놈이 함히........"
"감히."
아운이히죽 웃는다 싶은 순간, 어느새 사마무기의 전면에 나타나 있었다.
기겁을 한 사마무기가 뒤로 물러서려는 순간 아운은 단룡십팔수의 귀현박을 이용해 사마무기의 오른손을 잡은 다음
사정없이 꺾어 버렸다.
두두둑!!
소리와 함께 나름대로 젊은 층에서는 가장 강한 고수 중 한 명이라 자부하던 사마무기의 오른손이 마치
나뭇가지 처럼 맥없이 꺾였다.
그의 손에 들려 있던 신호 폭죽이 바닥에 떨어져 구른다.
비록 군사로서 이름 높은 사마무기였지만, 남몰래 갈고 닦은 무공에도 자신감을 가지고 있던 그의 자부심도
힘없이 부서지고 말았다.
"그으으!"
이를 악물고 짧은 신음을 한 사마무기는 살기가 어린 눈으로 아운을 노려보며 말했다.
"네놈이 가......크아악."
아운이 말을 하는 사마무기의 두 눈을 주먹으로 갈겨 버렸다.
퍽! 퍽!
두 번의 주먹 치는 소리와 함께 사마무기의 두 눈은 거의 감기다시피 되었다.
"쥐새끼, 기분 나쁘니까 나 보지 마라. 다시 한 번 나를 쳐다보면 이번엔 두 눈을 파 버리겠다."
아운의 위협에 사마무기는급하게 고개를 내렸다.
화끈거리는 두 눈이 흐릿해서 사물이 보이지도 않았지만, 자칫 하면 두 눈이 파여질 상황이었다.
사마무기가 고개를 내리자 아운은 두 발로 사마무기의 오른쪽 무릎을 차 버렷다.
약간의 선풍팔비각의 초식을 응용하여서.
눈도 제대로 안 보이는데 무슨 수로 그 공격을 사마무기가 피할수 있겠는가.
빠각!!
경쾌한 소리와 함께 사마무기의 무릎이 부서진다.
"으흐흐."
사마무기는 그대로 주저앉을 수 맊에 없었다.
"더 떠들어라! 네놈이 떠들 때마다 사지 중 하나를 부숴 줄 테니!"
사마무기는 입을 다물고 말았다.
지금 자신이 상대하는 미친놈은 한다면 정말 하는 놈이다.
그걸 알고도 말을 하면 그건 정말 멍청이가 아닐 수 없었다.
아운이 가볍게 웃으면서 말했다.
"역시 머리가 좋은 놈이라 빨리 알아듣는군. 그래 , 앞으로도 그렇ㄱ세 행동해야 할 것이다.
내가 네놈에게 듣고 싶은 것이 좀 많거든? 뭐, 시간은 맣고 네놈 성한 곳도 많으니 천천히 하자고."
사마무기는 몸이 덜덜 떨리는 것을 느꼈다.
처음으로 공포란 것을 느끼고 보니, 그 감정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육체와 정신을 좀 먹고 있었다.
매화각을 둘러싸고 있는 담장 안 건물 몇 개 가운데 가장 큰 건물 안에 북궁연과 소홀, 그리고 한상아와
호난화를 비롯한 여호위무사들이 모여 있었다.
소홀은 원래부터 안에 대기하고 있었던 참이었다.
그녀들은 건물의 창문과 문틈으로 밖을 내다보고 있다가 아운이 사마무기 일행을 무자비하게 처리하는
것을 보고 환호를 보내는 중이었다.
물론 전부 그런 것은 아니었다.
젊고 혈기 넘치는 매화단의 여호위무사들이야 주먹을 불끈쥐면서 흘분하고 있지만, 냉철한 표정의
북궁연은 걱정이 앞섰다.
사마무기는 무림맹의 군사다.
아운이 일을 너무 크게 벌리고 있는 것 같아 걱정이 되었던 것이다. 더군다나 사마무기의 수하들을
한꺼번에 죽이는 모습을 보았을땐 너무 놀라서 밖으로 뛰쳐 나가려하였다.
그러나 그런 그녀를 말린 것은 한상아와 소홀이었다.
소홀이 북궁연을 보면서 말했다.
"나가시면 안 됩니다. 일단 아운 님도 생각이 있으셔서 일을 저지른 것일 것입니다. 그러니 지금은 그분을 믿고 기다리셔야 합니다."
"그, 그래도....."
"어차피 늦었습니다. 이미 호위장이라고 할 수 있는 자가 죽었고, 그의 수하들도 거의 다 죽고 말았습니다.
만약 지금 살아서 돌아간다면 정말 어떤 짓을 저지를지 알 수 없습니다."
소홀의 옆에 서 있던 한상아도 북궁연을 보면서 말했다.
"그래요. 지금은 소홀님의 말이 맞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정말 멋지잖아요. 권왕의 패기! 박력!"
한상아의 목소리가 조금 몽롱해진다.
소홀은 북궁연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
"조금 전 권왕께서 사마무기에게 말하신 거 들으셨죠? 자신을 찬 여자를 만나러 오면서 다른 사람에게
떠벌리고 오는 남자는 없다고, 특히 무림맹의 군사로서 자존심 강한 사마무기라면 정말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고
이곳에 왓을지도 몰라요."
북궁연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건 그럴 수 있지만, 매화각은 지금 태풍의 중심입니다. 각 문파의 밀정들이 어디 숨어서 지켜보고 있는지
아무도 모릅니다."
한상아가 귀엽게 웃으면서 말했다.
"어머, 그건 그래요. 하지만 사마무기는 무림맹의 군사이고 정보 책임자예요. 이곳에 누가 밀정을 보냈고,
어디 숨어서 이곳을 지켜보는지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가 진짜 자존심 강한 남자라면 그들이 보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거쳐 이곳에 왓을 것입니다. 뭐, 한둘이야 사마무기를 보았을 테지만 아운 님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이미 생각해 놓은 것이 있을 것입니다."
소홀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아요. 그리고 권왕 아운님이 멀리서 한 소리가 우리에게 또렷하게 들린 이유를 생각해 보세요.
그건 한마디로 다 생각이 있어서 하는 일이니 경거망동하지 말란 말일 것입니다."
북궁연은 가볍게 숨을 몰아쉬고 나가는 것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 북궁연을 보면서 소홀이 경탄한 표정으로 말했다.
"참 대단한 분이에요, 어쩌면 사마무기 같은 사람이 총사를 만나러 오면서 은밀하게 행동했으리란 생각을 하는 사람은
있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그 판단을 믿고 저렇게 대담한 행동을 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지 모르겠어요.
단언하건데 권왕 아운 님 뿐일 거란 생각이 들어요."
한상아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그녀는고개를 끄덕이며 소홀의 말에 동감한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마침 그때 아운은 사마무기를 향해 주먹의 미학을 교육시키는 중이었다.
"머리로 성공한 와룡이지만 저런 방법으로 다루니까 어떻게 빠져 나갈 방법이 없군요.
역시 무지비한 폭력 앞에서는 잔머리가 소용이 없다는 말이 맞긴 맞나 봐요.
그 좋은 언변도 상대가 들어주지 않으면 소용이 없도. 아니 말을 할 적마다 때리니.........호호호, 참 기가 막히는군요."
한상아는 통쾌하게 웃었다.
그녀는 음지의 무사다.
그렇기 때문에 책사라는 자들이 밀실에서 얼마나 위험한 계책을 만들고 실행하는지 잘 안다.
그들의 책략 한 번에 자칫하면 수많은 사람들이 우습게 죽어 갈 수 있다. 무공이 강한 무사는 눈에 보이는
동선에 있지만 책사는 보이지 않는 어둠속에 손재하는 힘이다.
그들은 밝은 곳에서 보았을 때 반드시 먼저 죽여야 그 후환이 없게 된다. 그런 면에서 보면 지금 아운은 무척 단순하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으로 맹주부의 큰 힘 하나를 잘라 내고 있는 것이다.
세상을 우습게 여겼던 사마무기였지만, 가장 단순한 방법에 대책 한번 세우지 못하고
무너지는 모습은 어떤 면에서 무척 비현실적이었다.
그 이름과 명성에 비해선 너무 어이없이 제거가 된 것이다. 그러나 실상 세상의 이치란 것이 그렇다.
아무리 복잡하고 큰 일이라도 선입견을 버리고 침착하게 생각해보면 아주 간단하게 일을 처리할 수도 있고,
반대로 아주 작은 일이 커져서 나중엔 감당할 수 없는 사건이 되기도 한다.
문제는 방법을 알아도 실천할 수 있는 힘과 용기가 있어야 하겠지만 그것 또한 쉬운 일은 아니다.
지금 사마무기의 경우만 해도 누가 감히 무림맹 안에서 무림맹의 군사에게 폭력을 사용할 수 있으리라 생각을 하겠는가?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사마무기도 예측하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그렇기 때문에 아운은 과감하게 폭력으로
사마무기의 머리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이다.
상식적인 일이 너무 쉽게 깨졌다. 그러나 지금 상황을 보지 못한 사람들은 모두 상식적인 범위
내에서 생각을 할 것이다. 그래서 아운이 한 일은 쉽게 들키지 않을 것이다.
설혹 눈치를 챈다고 해도 결정적인 증거가 없다면 누가 감히 권왕에게 함부로 죄를 물을 수 있겠는가?
이는 지금까지 무림맹의 중심 세력이면 누구나 가지고 있던 특권이었다.
동심맹이나 맹주부의 주요 인물들이 누구를 죽이더라도 증거 없이 누가 감히 그들에게 죄를 물을 수 있었겠는가?
뻔히 그들 중 누가 한 짓인지 알아도 따질 방법이 없었다.
설사 증거가 있어도 함부로 말하지 못했었다.
그들에게 죄를 묻는다는 것은 권왕이 나타나기 전까진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들의 중심부에
있던 사마무기가 그들과 같은 방법으로 권왕에게 당하고 있는 것이다.
세상은 그렇게 돌고 도는 모양이다.
사마무기는 아득해지는 정신을 놓고 싶었다.
기절하면 지금의 고통과 공포를 이겨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이상하게 정신이 뚜렷해진다.
"그그극."
고통으로 인해 이 갈리는 소리가 둔탁하게 들릴 때 아운의 주먹이 그의 얼굴에 들어가 박혔다.
'퍽!!' 하는 소리가 들리면서 사마무기는 혀를 빼물고 뒤로 넘어갔다.
아운은 넘어진 사마무기의 사타구니에 발을 얹고 말했다.
"연 누이를 강시로 만들어서라도 차지하겠다고 했는가?"
순간적으로 사마무기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것을 느꼈다.
조금 전 이가 와장창 부서지는 아픔과 공포르르 전부 넘어서는 두려움이 그의 몸을 긴장시켰다.
아운이 사마무기를 보면서 물었다.
"머리 좋은 놈, 내가 밟을까 말까?"
대체 여기서 뭐라고 대답을 하란 말인가?
사마무기는 점점 머리가 굳어지는 느낌이었다.
아운이 웃으면서 말했다.
"당연히 밟아야지."
꽈직!!
"크으으으."
사마무기의 입에서 혀가 길게 뽑아지면서 바들거렸다.
"이 후레자식아! 내가 네놈 좋으라고 내 여자를 반로 환동까지 시키면서 아름답게 가꾼 줄 아느냐?"
그러나 사마무기는 지금 대답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고통과 두려움으로 덜덜 떨고 있는 사마무기를 보면서 아운은 냉정하게 말을 이었다.
"걱정마라, 절대 죽이진 않을 테니까, 네놈이 벌써 죽으면 안 되지."
아운은 발로 사마무기의 기해혈을 다시 한 번 걷어찼다.
내공이 파괴되면서 사마무기의 눈이 뒤집어졌다.
기절한 것이다.
아운이 야한을 보면서 말했다.
"여기를 깨끗하게 치우고, 시체들은 화골산으로 깨끗하게 치워라! 그리고 이 두놈과 살아남은 놈들은 매화각의 밀실로
데려 오도록."
"옙."
야한은 신나게 대답을 하고 뒤처리를 하기 시작했다.
화골산은 살수라면 당연히 가지고 다니는 기물이었고, 살인 수 뒤처리 역시 살수의 기본 능력 중 하나였다.
강호 무림의 최고 살수 중 한 명인 야한이야 더 말해 무엇하랴.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