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열린 2023 중등리그 왕중왕전은 결승에서 미니 슈퍼매치가 펼쳐지며 블루윙즈 U15팀이 FC서울 U15팀에게 5:1 완승을 거두며 성황리에 종료되었습니다
(전 경기는 KFATV_LIVE에 가시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중등 리그의 가장 권위있는 대회인 왕중왕전은 보통 11월에 열리며 조별 예선을 생략한 채 곧바로 토너먼트로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죠
한 해 동안 펼쳐진 중등리그의 대미를 장식하는 대회답게 각 팀은 최고의 경기력을 유지하여 경기에 참가하며 이 대회에 참가한 팀들의 경기력은 향후 고등 레벨 더 나아가 한국 축구의 향후 발전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좋은 지표가 됩니다
최근들어 국내 중등 축구에 나타나고 있는 가장 큰 변화는 학원 축구에서 클럽 축구로의 전환이 빨라지고 있다는 점이죠
사교육 시장이 활성화되는 것이 과연 좋은 일인가에 대한 논란은 언제나 있어 왔지만 축구 시장이 커지면서 유소년 축구로 자본이 들어오는 것 역시 막을 수 없는 시대의 흐름입니다 그로 인해 유소년 축구 시장이 활성화된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기도 하구요
또한 축구 경기력 측면만 놓고 봤을 때도 과거에 비해 상당한 수준 향상이 있는 것 역시 현실입니다
한 개인이 클럽을 운영하는 경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으면서 점차 시가 운영하는 공공 스포츠 클럽 형식의 축구 클럽이 늘어 나고 있는 것도 사교육 시장이 넓어지는 한 측면이 되고 있습니다
축구 협회는 K3, K4리그에 들어 올 팀들에게 이미 유소년 팀 의무 보유 조항을 넣었죠
따라서 역으로 보면 각 시도 입장에서는 K3, K4리그에 들어갈 시민 구단을 창단하기 전에 먼저 U15, U18팀을 운영하는 것이 하나의 루틴이 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당진시의 경우 당진 시민 축구단을 창단하기 전에 계성초-신평중-신평고로 이어지는 유소년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해 온 지 오래입니다
이는 U15, U18팀을 운영하고 있는 화성시의 경우도 마찬가지죠
아마 조금만 유소년 축구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각 대회마다 시 타이틀을 단 클럽팀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걸 눈치챘을 겁니다
이는 아직 공론화되지 않았을 뿐 대부분의 시도에서는 암묵적으로 K리그 디비전 시스템 완성 이후의 상황을 준비해 오고 있다는 걸 의미하고 있기도 합니다 다만 현실적으로 시의회나 시민단체의 반발 때문에 시기를 조율하고 있을 뿐이죠
현재 K리그1이나 K리그2의 적은 팀 수를 고민하는 팬들이 많은 걸로 아는데 디비전 시스템이 정착되고 시간이 경과하면 빠른 속도로 하위 리그부터 팀 수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요
축구 협회와 프로 축구 연맹이 2025년부터 K리그2와 K3 사이에 승강제를 실시하며 당분간 K3에서 팀을 올리겠다고 이야기한 건 이미 수면 아래에서 이 정도의 논의가 있었음을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길게 시가 지원하는 공공 스포츠 클럽을 언급한 이유는 이들이 운영하는 유스 시스템이 기존의 프로 유스 시스템과 차이가 없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 프로에서 선수 생활을 하거나 유스팀을 맡아 봤던 지도자들이 대거 클럽팀으로 옮겨 오면서 훈련 체계나 운영 노하우가 상당히 보편화되고 있는 상황이고 실제 이번 중등 리그 왕중왕전을 보면 일부 클럽 유스의 경우 프로 유스와 경기력 측면에서는 별 차이가 없었습니다
예를 들어 포항 유스는 토너먼트 64강전에서 경기 북부의 강팀 FC일동에게 일격을 당하며 탈락했죠 이 밖에 32강전에서 FC서울에게 패한 조안FC(1:3패)나 16강전에서 역시 FC서울에게 패한 FC모현(1:3패), 전북유스에게 승부차기 끝에 패한 남해 보물섬FC(2:2) 등은 경기 결과와 달리 경기력 측면에서는 박빙을 유지했습니다
특히 8강에서 울산 유스를 꺾은 화성시 U15(2:1승)의 경기력은 이제 고등리그처럼 중등리그에서도 일반 클럽 유스와 프로 유스 사이에 갭이 상당히 좁아졌음을 잘 보여주는 예이기도 합니다
보통 중등리그는 고등리그와 달리 선수들의 성장이 천차만별이에요 또한 정신적으로도 아직은 미성숙하기도 하구요
신체적 성장이 끝나는 고등리그의 경우 신체적인 핸디캡이 있더라도 전술적 차이로 극복할 수 있는 반면 신체적 성장이 여전히 진행 중인 중등리그의 경우 신체적 우위에 있는 팀들이 그렇지 못한 팀들을 양학하는 경우가 빈번이 발생합니다 특히 초등리그에서 신체적 성장이 뛰어난 선수들이 대부분 진학하는 프로 유스 팀의 경우 이런 부분에서 언제나 우위에 있기 때문에 클럽 유스 팀이 프로 유스를 이기기가 상당히 어렵습니다
또한 플레이어의 전술 발달 과정 역시 이러한 신체적 우위를 뒷받침하죠
보통 플레이어의 전술 발달 과정을 개인 전술(초등 레벨), 부분 혹은 그룹 전술(중등 레벨), 팀 전술(고등 레벨)로 나누게 되는데 그룹 전술은 중등 레벨을 거쳐 고1때가 되어서야 완성되는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FIFA가 U17대회를 만든 이유)
여기서 잠깐
일반적으로 축구팬들이 기술과 전술을 혼동하는 경우가 매우 많아요
특히 개인 기술과 개인 전술을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협회에서 만든 KFATV_ACADEMY의 동영상 참고 요망
(https://www.youtube.com/watch?v=mU6QIlO7Ymc&list=PLicjIdCvZfJYhcGOjB_9fHqcmIMH4g2Xy&index=16&t=7s)
개인 기술이란 한 선수의 기술 발달 정도를 의미하며 크게 드리블, 패스, 슈팅의 세 개 카테고리로 나누고 세분화하여 드리블 앤 페인팅, 패스 앤 볼 컨트롤, 슈팅, 헤더, 크로스의 다섯 개 카테고리로 나눕니다 이는 한 선수가 축구를 시작한 후 은퇴할 때까지 평생 반복해서 숙달해야 하는 기본 기술이기도 하죠
반면 개인 전술이란 한 개인이 ‘경기 중’에 상대 선수를 상대로 볼을 가지고 있는 혹은 가지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공격과 수비를 반복하는 행위를 의미해요
여기에 여러 명의 동료를 활용하여 여러 명의 상대 선수를 상대로 공격과 수비를 반복하는 행위로 확장되면 그룹 전술이 되고 팀 단위의 공격과 수비를 반복하는 행위로 확장되면 팀 전술이 되는 겁니다
즉, 개인 기술은 언제든 선수 혼자 반복적인 숙달이 가능하지만 개인 전술이나 그룹 전술, 팀 전술은 실전을 치루면서 ‘경기 중’ 여러 상황에 처해 봐야만 얻을 수 있는 경험이란 뜻입니다 더구나 이 전술은 얻을 수 있는 나이대가 키 성장처럼 시기가 정해져 있다는 것도 큰 핸디캡이 되죠
외국 감독들이 한국 선수들을 평할 때 기본기는 뛰어난데 전술 이해 능력이 떨어진다고 하는 건 이를 두고 하는 말이예요
지금까지 한국 선수들은 중1,2 고1,2 때는 거의 경기에 뛰질 못 했습니다 게다가 고등학교 졸업이후 프로에 간 선수들 역시 거의 대부분 벤치에만 있는 경우가 허다하죠 선수나 선수의 부모의 입장에선 순간적으로는 프로팀에 입단했다는 자부심이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선수의 성장에 얼마나 도움이 될 지는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요
여담이긴 하지만 축구 전문가들이 유럽으로 가라고 이야기하는 건 다른 이유에서가 아니라 3, 4부리그가 활성화되어 있는 유럽의 경우엔 경기를 뛰며 아마와 프로 사이의 경기력을 얻을 기회가 상대적으로 쉽다는 뜻입니다 설사 국내로 유턴한다 하더라도 선수 개인의 성장에는 상당한 도움이 되죠
제가 지속적으로 k4 리그에 팀 수가 늘어야 하고 k리그1과 k리그2 사이의 임대 제도가 활성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가 보면 중등 레벨은 아직까지 전술적 역량이 완성된 레벨이 아닌 관계로 신체적 우위가 압도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초등 레벨을 마치고 중등 레벨로 올라가는 선수들 가운데 신체적인 성장이 빠른 친구들은 대부분 프로 유스로 진학하게 되고 그렇지 못한 선수들은 그 이외의 팀으로 가는 것이 일반적인 루틴처럼 되어 있죠
따라서 일반 학원 유스나 클럽 유스팀이 프로 유스를 중등 레벨에서 이기는 건 매우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번 중등 리그 왕중왕전을 보면서 느낀 건 일부 클럽 유스팀 가운데 과거와 달리 프로 유스팀을 상대하면서도 라인을 내리거나 2줄 버스를 서는 식으로 경기하지 않았다는 점이 저의 흥미를 끌었습니다
실제 경기 결과는 큰 점수 차의 패배였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 선수나 지도자가 배울 수 있는 부분이 훨씬 더 크겠죠
이와 관련해 이번 U17 감독인 변성환이 FIFA와 가진 인터뷰를 참고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https://www.fifa.com/fifaplus/ko/tournaments/mens/u17worldcup/indonesia-2023/articles/u17-world-cup-korea-head-coach-byun-sunghwan-interview-ko?cp_navd%29%28c_%29%28sc_fu17wc%29%28ssc_fu17wc%29%28l_ko%29%28co_KR%29%28ch_%29%28cc_link-post%29)
이번 대표팀이 3전 전패로 최근 한국 연령별 대표팀 가운데 최악의 성적을 거둔 건 맞아요하지만 경기 내용 역시 경기 결과에 수렴했는가 하면 그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장담할 순 없지만 이 세대가 전술적 습득이 끝나는 20세 이후 다시 이번 조별 예선 팀들을 만나게 된다면 같은 결과가 반복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연령별 팀을 지도하는 지도자에게 선수의 성장과 팀의 성적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건 언제나 딜레마죠
가장 이상적인 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것이겠지만 그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보다 전술적인 완성도가 떨어지는 17세 이하 연령의 선수들에겐 성장을 우선시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마찬가지로 이번 왕중왕전에 나와 프로 유스팀들과 경기한 클럽 유스팀들의 경기력은 분명 과거에 비해 훨씬 능동적이었고 주도적이었습니다
특히 4강전 FC서울과 화성시 U15팀의 경기는, 결과는 FC서울의 4:0 완승이었지만 경기 내용을 보면 웬만한 대학 경기 뺨칠 정도의 공수 전환과 전방 압박 그리고 선수들의 전술 수행 능력이 돋보이는 경기였어요
선수들의 성장 속도가 제각각인 중등 레벨에서 뒤늦게 성장할 어린 선수들에게 이런 경험을 갖게 해 준 해당 팀의 지도자들 역시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시했다는 측면에서 충분히 박수받을 만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