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부모들은 유독 자녀의 교육에 대해 엄격한 경향이 있는데,
부모의 마음이란 게,
자녀가 승승장구하며 반드시 성공하기를 바래서 아이들을 푸쉬한다기보다는,
아이가 나중에 커서 무탈하고 평화롭게 살 수 있으면 하는 바램,
즉, 내 자녀의 안정적인 미래를 위한 노파심의 발로에 더 가깝지 않나 싶습니다.
우리 아이가 든든한 어른이 되어 내가 걱정하지 않아도 알아서 잘 살 수 있도록 어서 빨리 성장했으면 하는 마음
자녀가 어디 가서 싫은 소리 듣지 않고 충분히 잘 살 수 있게,
아이에게 미래를 위한 인프라를 만들어주고 싶은 마음에 엄격하게 아이들을 가르치려는 것이겠죠.
이처럼, 스스로에게 유독 엄격한 사람들은 그 내면의 목소리가 마치 부모와도 같은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엄격함의 원천은,
진취적인 야심이나 성공보다는, 불행에 대한 예방, 안전과 안정성의 추구 쪽에 보다 더 가까워요.
불편한 일을 최소화시키기 위해 스스로를 엄격하게 관리하려는 성향
예민한 사람들의 조금은 다른 완벽주의
예민한 사람들은 내면에 강한 초자아(superego)의 세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프로이트의 자아 구성 개념은 비유하자면,
하루종일 놀자고 유혹하는 동네 친구(본능 : id)와 숙제부터 끝내놓고 나가 놀라는 부모(초자아 : superego)
사이에서 방황하고 있는 나(자아 : ego)의 모습이라고 볼 수 있는데,
예민한 사람들(HSP)의 경우, 이 부모가 정말로 엄격한 "한국식 부모"인 겁니다.
평균에 대한 스탠다드가 엄청 높아서,
숙제를 다 끝내고 나면 미처 놀 시간이 없을 정도로 빡빡한 규준을 가진 것이죠.
내면의 규율이 왜 이렇게 빡빡한 것이냐고 물으신다면,
앞서 언급하였듯이, 미래에 대한 노파심과 두려움, 불안감 때문입니다.
어설프게 해 봐야, 내가 겪을 수 있는 갈등이나 스트레스를 제대로 회피해낼 수 없을 테니,
최대한 완벽하게, 만전을 기해 그 어떤 위협도 예방할 수 있는 "방탄 환경"을 만들고 싶은 것입니다.
예민한 사람들의 완벽주의는 무엇이 다른가?
보통의 완벽주의자들이 완벽한 성취와 완성을 지향한다면,
예민한 사람들의 완벽주의는 완벽한 회피와 예방을 지향합니다.
완벽한 회피와 예방을 통해 내면에 불편하고 불안한 감정을 최소화하려는 것이죠.
왜냐?
월등한 감각으로 인해 부정적인 감정을 너무나도 크게 느끼므로,
쾌락 추구 및 고통 회피의 원칙에 따라 자연스럽게 회피형의 생활 패턴을 보이게 되는 것입니다.
초예민성이 강한 사람들일수록, 내면에 조금의 불안감, 찜찜함조차도 못 견뎌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예민 헤비급들은 왠만한 강박 한두가지쯤은 기본으로 달고 살게 돼요.
밸브를 잠궜는지 몇 번이나 반복해서 확인한다던지,
냉장고 문이 잘 닫혔는지 몇 번이고 꾹꾹 밀어본다던지 등등
예민한 사람들의 완벽주의가 인간관계에 적용되면 어떻게 될까?
이들의 완벽주의는 스트레스에 대한 완전한 회피가 목적이기 때문에,
애당초 갈등이 일어날 여지를 원천 차단시키는 전략을 취하게 돼요.
웬만하면 다 맞춰주기, 친절하게 대하기, 부탁 들어주기, 참고 하기, 그냥 내가 다 떠안기 등등
이러한 연유로, 제3자들은 예민한 사람의 속내를 절대 알아채지 못하고,
그저 사람이 너무 좋다, 순둥순둥하다, 친절하고 배려가 깊다 등으로 평가내리곤 하지만,
사실, HSP에게 이러한 친사회적 행동은 진심이라기보다는 노동에 가까운 행위인 것입니다.
그 어떠한 외세도 침입할 수 없도록 만리장성을 쌓아나가는 노력이랄까?
이러한 노력이 실제로는 효과가 있어서, 예민한 사람들의 스트레스를 많이 예방해주곤 하지만,
사람의 일이란 게, 워낙 예측이 불가능하고, 좋은 사람이 있는만큼 나쁜 사람들도 각양각색인지라,
사회생활을 해 나가다 보면 결국엔 만리장성의 곳곳이 뚫리게 되어
예민한 사람들의 방어력, 멘탈에 치명타를 가하기 일쑤입니다.
갖은 노력을 다했음에도 결국엔 막을 수 없었다라는 심정이 들게 되면,
예민한 사람들의 심사는 더 복잡해지고, 더 억울하며, 더 분노하기 마련입니다.
그렇게 되면 다음 단계는 어떻게 될까?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갈등을 방어하려는 전략을 버리고,
사람들을 떠남으로써 갈등에서 벗어나려는 전략을 택하게 되는 것입니다.
누군가에게는 고립처럼 보이더라도, 이들에게는 해방인 셈.
결국, 예민한 사람들의 노스텔지어는
불안할 일이 없이 절대적으로 안전한 요새와 같은 삶을 구축하는 일입니다.
사람들과 어울리면서도 최대한 갈등의 요소를 만들지 않기 위해
HSP들은 각자의 연륜과 지혜를 녹여 내어 자신만의 노하우들을 습득해 나갑니다.
그러한 과정에서, 못된 인간들에게 된통 걸려 지옥의 맛을 본 HSP들은
예방적 회피의 전략을 버리고 절대적 회피의 전략으로 넘어가면서 아예 사람들을 떠나버리게 되죠.
그러다가 점차 마음의 안정을 찾으면서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
다시금 사람들이 사는 세상으로 돌아와 한층 더 강화된 예방적 회피의 전략을 지니고 삶에 임하게 돼요.
모든 사람들이 전부 다 똑같은 길을 걸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예민한 사람들이 유독 스스로에게 엄격한 이유가 있고,
예민한 사람들이 유독 살면서 만리장성을 쌓게 되는 이유가 있듯이,
중요한 것은, 이러한 나를 이해하고 수용하며, 나에게 맞는 인생의 결을 찾아나가는 삶의 자세가 아닌가 싶습니다.
※ 무명자 블로그 : https://blog.naver.com/ahsune
첫댓글 딱 제 성장기때 이야기네요.
결과는 좋지 않네요...
저를 보시고서 하는 말씀인줄 알았어요
당황스러울 정도입니다.
여름휴가때 저에 대해 좀 더 고민해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