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이 사라진 문학을 경고한다
대구문인협회에서 발간하는 격월간 회원지인 <<대구문학>>에 수필 월평이 사라진지 이미 오래 되었는데도 나는 수필가협회 회장이라는 자리에 앉아 있으면서도 이걸 모르고 지내다가 그저께(8월 16일) 책을 읽다 이 사실을 발견했다.
수필월평이 사라진 이유를 탐문해 본 바, “월평을 쓸 사람이 없다”는 게 이유였다. 그건 눈에 보이는 이유일 뿐이고 진짜 이유는 수필작가들이 자기 작품을 비평하면 그걸 못 견디고 비평가에게 감정을 가지고 온갖 천한 말을 하며 달려드니 “욕만 배터지게 얻어먹는 일”에 아무도 나서지 않는다는 것이다.
필자도 <<대구문학>>에 월평을 쓴 적이 있다. 솔직하게 말해서 비평할 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 자체가 없었다는 것이 바른 말이다. 거의 대부분이 초등학생 글짓기 수준도 안 되는 글이라고 하는 게 바른 평일 것이다. 오죽 이런 현상들이 답답했으면 이번 달에 발간된 <<대구문학>> 188호 (2023년 7~8월호) “시 격 월평” 코너에 대구문협회장을 지낸 시인 구석본 선생께서 <결국 뉴스가 된 ‘등단 장사’> 라는 제목으로 글을 썼겠는가.
남의 글에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것은 주제넘은 짓이지만, 그 글이 대중 앞에 발표되면 발표되는 즉시 공공의 일이 되고 인간 정신영역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일이 되니, 사회 전반적으로 미치는 영향 때문에 비평을 해야 하고 비평을 받아야 마땅한 것이다.
특히 형이 상학의 세계를 움직이는 종교, 정치, 언론, 학문, 문학예술은 형이상학의 영역에 종사하는 자기들끼리, 상호 날카로운 비평을 반드시 해야 하고 받을 각오를 해야 하는데, 바로 그런 비판을 감내해야 하는 때문에 언론출판의 자유가 있고, 신앙의 자유가 있고, 사상과 양심의 자유가 헌법에 까지 보장 되고 있는 것이다.
필자가 문단에 처음 얼굴을 내민 시절에 서울의 모 월간지에 실린 내 작품에 대해 그 다음 달에 모 평론가 선생께서 혹평을 한 적이 있다. 나는 그 평론을 읽고 그분이 칭찬을 썼더라면 낯이 간지러워서, 뭔 이따위 평론이 있느냐고 하면서 그 평론가를 아예 천박한 인격 소유자라고 무시해 버렸을 것이다. 나는 그분에게
“평론 감사하다. 혹평을 하신 일로 마음에 부담을 가지실까봐 염려되어 메일 드린다. 전혀 부담 가지시지 말라. 많은 공부가 되었고 비평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마음공부까지 되었다.”는 글(이메일)을 보냈다. 그분께서 답이 오기를 “비평을 쓰고 나서 마음이 무거웠는데 고맙다”였다.
필자인 나는 진짜로 기분 나쁘다는 생각을 가지지 않았다. 평론가는 자기 역할이 평론이니까 평론하는 것이고, 작가인 나는 내 역할이 작품을 쓰는 것이니까 잘 쓰든 못 쓰든 작품을 쓰는 것이다.
그 둘 사이에 평론가 말이 맞느냐 작가 말이 옳으냐는 것은 아예 처음부터 논쟁의 대상이 될 수가 없다. 이런 저런 관점이 있구나 하면서 관점의 다름을 배우고 자신과 독자들의 생각의 영역을 넓히는 것이다. 천동설을 믿던 세계관에 지동설이 등장했다고 종교재판을 해서 사형시키던 우매한 시대도 있었다.
작가들이여! 특히 수필 작가들이여!
타인의 비평이 두렵거든 문학을 떠나라!
나는 자기 작품에 비평했다고 분노하여 달려드는 수필가가 대구수필가협회에 있다면 작가로서 기본 소양이 안 된 것으로 보고 아예 제명을 시킬 것을 주장한다.
권투선수가 주먹 한방 맞지 않고 상대방을 이기겠다고 링 위에 올라가는 어리석음을 버려라! 오래 전에 홍수환 선수는 네 번이나 다운 되고 다시 일어나서 카라스키야 선수를 KO 시키고 세계 챔피언이 되어 “사전오기‘의 신화를 남겼다.
어렵게 수필 평론가 한분을 추천하여 대구문학지의 월평을 다시 부활 시켜 놓았다. 다시 말씀 드리지만 자기 작품에 신랄한 비평이 실릴 때 견디지 못하겠으면 작품 출품 하지 마시라. 출품했으면 비평을 인내하고 견디고 배우라! 정당한 비평에 감정적인 대응을 하는 작가는 작가가 아니다!
대구수필가협회 회장 정임표
첫댓글 동의합니다. 저도 첫 작품을 카페에 올렸는데 그때 교수님께서 조목조목 잘못을 지적했습니다.
초짜라 그때는 기분이 매우 나빴지만, 그게 글쓰기에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이후 여러차례 고맙다고 인사한 적이 있습니다.
수석부회장님의 댓글에 대해 감사드립니다. 지금 우리 문단에 시급히 필요한 것이 투철한 작가 정신 확립 문제 입니다. 글을 잘 쓰고 못쓰고는 그 다음 문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