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복지원 피해자
(윤경일 아오스딩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형제복지원 피해자 N의 정신과 진료를 담당하게 되었다.
외상후스트레스장애와 알코올의존으로 고통받고 있는 N
아동기를 악몽 같은 그곳에서 보냈으니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그의 공포는 형제진행형이며 술이 유일한 위안거리다.
부산 형제복지원은 부랑인 일시보호 위탁 시럴로 지정받았으나
눈에 거슬리는 일반시민들까지 강제 수용했던 곳으로
1975년부터 십 년동안 아이. 노인. 장애인. 여성에 이르기까지
삼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감금되어
구타. 성폭행. 강제노역등 가혹행위를 당한
총체적 인권침해 사건으로 공식 인정된 바 있다.
N이 여섯 살 때 동네에서 놀고 있는데
낯선 어른이 잠시만 차에 타라고 하더니 형제복지원으로 데리고 갔단다.
그 길로 끊임없이 가혹행위에 시달려야 했다.
영문도 모른 채 어린 나이에 지옥 같은 곳에 끌려와 지내다가
1987년 중학생 나이가 될 무렵에야 풀려났다.
정신과 병동에 입원한 첫날.
병실 창밖을 내다보던 N이 갑자기 눈물을 왈칵 쏟았다.
병원 뒷산에는 송전탑이 서 있는데
산비탈에 세워진 형제복지원 막사에서 바라보던 송전탑과 똑같이 생겨
순간적으로 무장 경비원이 서 있는 그곳에
다시 잡혀 온 것이 아닌가 하는 공포심에 빠져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단다.
또 N은 수시로 악몽에 시달리곤 했다.
자신이 차를 몰고 인파가 많은 곳으로 돌진하는 정면이 나왔고.
다급한 마음에 차의 핸들을 아무리 꺾으려 해도 꺾이지 않고
인파속으로 그대로 돌진하는 순간 공포에 질려 잠을 깼다.
N을 통해서 사회상을 돌아본다.
형제복지원과 같은 사회적 악에 의해 한 사람의 인생이 송두리째
고통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일은 결코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모습이 아닐 것이다.
사회는 복잡한 구조만큼이나 이기심이 넘치고.
사람들은 잘못된 것임을 알고도 모른 척하고 넘어가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신앙인이다.
이기심을 떨쳐버리고 이웃에 대한 사랑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무엇보다 약자에 대한 배려가 결여된 혼자만의 신앙은
참 신앙인의 모습이라 할 수 없다.
왜냐하면 이천 년 전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세상에 오시어
소외되고 힘없는 이들을 먼저 돌보셨기 때문이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지나간 과거사이지만
혹시 모를 이와 유사한 사회적 악이 더는 싹을 틔우지 못하도록
우리 각자는 형제애를 가지고 서로간의 사랑으로 살아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