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주택공사가 지난 2002년 이후 공급된 주공 아파트들의 분양원가를 이르면 다음달 일괄적으로 공개하기로 했다.
분양원가가 공개되면 원가보다 분양값이 지나치게 높게 책정됐던 일부 주공아파트 입주민들이 주공을 상대로 부당 이득금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
주공은 8월 29일 지난 4~5년간 공급한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를 위해 준비 작업을 하고 있으며, 이르면 다음달 공개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개 대상을 2002년부터 공급한 전국의 분양 아파트로 할 경우 전국 88개 단지, 7만3700가구에 이른다.
원가 공개 항목은 택지비와 직접공사비, 간접공사비, 설계비, 감리비, 부대비용, 가산비 등이다. 다만 지난 2005년 3월 이전에 사업승인을 받은 아파트는 원가 산출이 어려워 공정별로 3~4개 항목으로 분류해 내놓을 예정이다.
주공의 이번 원가 공개는 지난 6월1일 대법원이 고양시 풍동 주공 아파트 계약자들이 주공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 대해 ‘분양원가를 공개하라’는 판결을 내린 데 따른 것이다.
주공은 애초 대법원 판결에 따라 풍동 주공을 비롯해 소송이 진행 중인 23개 단지의 원가만 공개할 방침이었으나, 공공기관의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가 의무화된 최근의 제도적 변화를 고려해 기존에 공급한 주택도 원가를 공개하기로 했다.
다만, 분양 전환이 이뤄진 공공 임대아파트의 경우는 원가를 일괄적으로 공개하지 않고, 소송이나 행정정보 공개 청구 등 민원이 제기된 경우에 한해 개별 단지별로 공개할 계획이다.
주공 아파트 분양원가가 공개되면, 그동안 주공이 분양값 폭리를 취했다며 원가 공개를 주장해온 입주민들이 부당 이득금 반환 소송을 낼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해 주공은 분양값 자율화 시대에 책정된 분양값인 만큼 입주민에게 분양가와 분양원가의 차액을 되돌려주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임대 아파트도 분양 원가 밝혀라' 파장 확산대한주택공사가 '분양 아파트'의 건설원가를 공개하겠다고 밝히자 '임대 후 분양전환 아파트'의 입주자들도 원가 공개를 요구하고 나섰다. 게다가 간접적으로 건설원가가 드러나게 되는 민간 건설사들도 크게 반발하고 있어 원가공개의 파장이 확산될 전망이다.
* 임대아파트도 원가 밝혀야 주택공사가 건설원가를 공개하기로 한 아파트는 2002~2006년까지 5년간 공급한 전국 88개단지 7만3700여 채로 모두 분양아파트다.
5년이나 10년 동안 임대로 살다가 분양받을 수 있는 공공임대아파트는 원가 공개 대상에서 빠진 것.
이 때문에 공공임대아파트 주민들은 분양 전환 때 내야 할 돈이 너무 많다며 공공임대아파트의 분양 원가도 공개하라고 나섰다.
경기 양주시 덕정지구 임대아파트 입주민들은 분양전환의 우선 권리가 있기 때문에 건설원가가 법에 따라 적절한지에 대해 반드시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주공은 분양아파트와 공공임대아파트는 분양가를 정하는 방식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모든 공공임대의 건설원가를 공개하는 것은 무리라고 반박하고 있다.
공공임대아파트의 분양가는 '임대 공고 당시 주택가격'과 '분양전환 시 감정 평가 금액'을 더한 뒤 2분의 1로 나눈 가격이다.
여기서 공고 당시 주택가격이란 향후 소요될 건설비용의 추정치이기 때문에 이를 공개하는 것은 원가 공개와 의미가 다르다는 얘기다.
주공은 덕정지구 1단지와 같이 대법원에서 정보공개를 하라고 판결이 난 곳 외에는 따로 공개할 계획은 아직 없다.
* 민간 건설사 난색 민간 건설사들은 주공의 분양가 공개 방침에 대해 분양가상한제 등으로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공공이 민간에 큰 부담을 안겼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번에 공개되는 주공의 원가는 이윤을 뺀 원가로만 구성돼 있어 이를 기초로 민간 건설사들의 원가를 가늠할 수 있게 된다.
이 경우 민간아파트에 대한 원가공개 요구 및 분쟁으로 번질 수 있어 업체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실제로 고양시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는 자기 아파트 원가가 얼마인지 추정할 수 있게 되면 업체의 과도한 수익에 불만을 갖는 주민이 속출할 것이라며 구체적 대응방안을 찾을 계획이다.
또 공개된 내용을 기초로 앞으로 지어질 아파트의 분양가가 과도하지 않은지 감시활동도 벌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