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 소서, 대서 지나며 작물이 정말 훅 자랐어요...! 김매기 할 풀들도 잘 자랐고요.
김매기 필요한 곳들 다 매고, 정말 딱 한 숨 돌렸다 하면 다시 김매기 시작인 느낌이었어요.
날씨가 더워지며 기운이 빠지고 몸이 늘어지는 느낌이 들었고, 김매기가 지겹기도 했어요.
‘김매기를 해야 기르는 작물에게 양분도 집중되고, 통풍도 잘 된다 하은아 :)’
스스로 타이르며 김매면, 다 맨 후 돌아본 뒷풍경이 속을 시원하게 해주었어요.
그래도 올해 초보다는 김매기 실력이 늘은 것을 느껴요.
<식물은 알고 있다>라는 책과 <땡큐 아메바>라는 책을 알게 되었고, 그것을 계기로 누리집에 검색도 해보았어요.
식물이 내가 무슨 옷을 입고 있는지 안다는 것, 식물이 좋아하는 색이 있다는 것,
식물을 해친 사람을 그 식물 옆에 있던 식물이 기억하고 알아본다는 것,
식물과 식물을 둘러싼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 등을 알게 되었어요.
감자를 캘 때 실망하는 마음으로 캐고 갈무리 했던 일,
풀들을 해치는 마음으로 김매기 했던 일 떠오르며 미안했어요.
또 더 마음 나누며 잎과 열매 쓰다듬게 되기도 해요.
오늘도 김매기를 했는데, 흙 쓸려가지 않게 잡아주고, 여정 거쳐 내 몸으로 들어와 날 살려주는 풀들도, 돌보는 작물도 놀라지 않도록 김매기 했어요.
밭에서 나는 것들 풍성한 때예요.
거름 줄 수 있는 것, 줄 수 있는 만큼만 주고 있는데, 땅 힘이 워낙 좋게 가꿔진 곳이라 그 덕을 아주 크게 받고 있어요.
작물이 튼튼하고 잘 자랐을 때 오는 뿌듯함과 즐거움이 정말 기뻐요.
밭 도착해서는 토마토 먹고, 중간에는 오이 따 먹고, 밭 떠나가면서는 고추 따 먹으며 떠나요.
반찬 요리를 거의 해본 적이 없어서, 선뜻 반찬으로는 잘 못들이고 있긴 한데,
밭에서 난 것들로 만든 반찬 나눠주며 맛보여주는 이웃언니와 열매남새 나누어주며 맛있게 먹는 방법 알려주시는 이웃언니 덕에 이렇게 해먹는구나 배워요.
왕고들빼기와 깻잎, 콩잎으로 장아찌, 김치 만들어 반찬 먹고,
수세미는 볶아 먹고, 애호박, 가지는 소금과 고춧가루 뿌려 구워 먹고, 노각 얇게 채썰어 무쳐 먹고,
애호박은 또 채 썰어 소금 뿌려 잠시 두었다가 나온 물에 밀가루 부어 전 부쳐 먹었어요.
낮에는 더운데, 이제 이른 아침과 밤에는 쌀쌀한 듯 추워요.
하지, 소서, 대서, 입추 14일. 좀 긴 기간이지만 작물들 이야기 적어볼게요 :)
<달맞이꽃>
어릴 때 엄마가 달맞이꽃을 알려주셨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그런지 홍천에 널려있는 달맞이꽃을 보며 유독 반갑고 정이 가,
달맞이 뿌리는 효소로 담그고, 잎도 먹고 했다.
그리고 여름 끝자락 들어오며 달맞이꽃 잎이 붉은 색으로 점점 물드는데
그 색이 정말 황홀하게 아름다워 보인다. 밭에 오가며 그 다양한 붉은 빛깔 색을 즐기는데,
어느 날은 갑자기 꽃 냄새를 맡아보고 싶어 맡았다가 향기에도 푹 빠졌다.
꽤 꽃 향이 진하더라 :)
달맞이 씨앗으로 기름을 낸다고 해서 씨앗 모아 기름내서 엄마에게 선물하고 싶다.
<붉은꽃완두>
먼저 달린 아랫부분 꼬투리는 씨앗으로 잘 여물도록 남겨두고, 중간 위쪽부터 완두 따 먹었다.
더 두며 따먹고, 여물게 해도 될 것 같았는데, 이어지는 비에 곰팡이가 퍼졌다.
모두 따서 콩깍지 벗겨 양파망에 넣어 햇빛에 말리고 있다.
많진 않지만 곰팡이 피지 않은 꼬투리 속 콩은 따로 모았다.
7월 6일에 거둬 말리고 있는데, 아직까지도 밀폐해 보관해도 될 만큼 마르지 않았다.
그리고 계속 벌레가 동그랗게 문을 열고 나온다...! 오늘은 10마리 넘게 나왔다.
언젠가 그만 나오겠지...^^
<청치마상추>
작지만 몇 장씩 잘 뜯어먹었다. 비에 약한 듯, 비 이어질 때 한 개는 비에 녹아 사라졌다.
아직 꽃대가 올라오지 않았는데, 주변에 있는 너부내 상추 꽃, 씨앗 맺는 시절과 겹치지 않는 듯해, 작은 대로 맺어주는 대로 씨앗 받아 보고 싶다.
<제주검은찰옥수수>
튼튼하게 자라 수술 올리기 시작한다.
<남사차수수>
남사차수수의 키에 정말 깜짝 놀랐다.
나중에 양파망 씌워주는 것 필요하면 사다리 타고 올라가도 안전하게 작업할 수 있을까 걱정스러웠는데(사다리 무서워요...ㅎ), 이웃언니 이야기 들어보니 톱낫으로 슥 끌어내려 망 씌워주고 다시 슉 올려주는 식으로 할 수 있는 것 같다.
어떤 이웃분은 수수 옆에 길다란 장대 올려 연을 걸어두셨더라. 그런 방법도 있겠다 기억에 남았다.
<검은팥>
지난 달 초에 고라니가 한 번 와서 먹고 갔고, 그 이후로 잘 회복했는데,
정말 무성하게 자랐다. 너무 무성하고, 북을 주어도 다시 넘어져서 어떻게 살펴줘야 할지 감을 못 잡겠어 하다가
이곳저곳 올라온 순들 모두 꺾어주고, 몇 개씩 끈을 둘러 묶어봤는데 통풍이 너무 좋지 않아보였다.
이웃 언니들에게 물어 어떻게 하면 좋을지 도움 받았다.
양 끝에 지주 세우고 끈 둘러 줄기 세워주고, 한 구덩이에 하나씩 남기고 정리했다.
한 번에 방법 취해줬으면 좋았으려만... 살살 해도 뜯기는 잎, 꺾이는 줄기가 계속 나오는데, 널 괴롭게 하는 건지, 내가 괴로운 건지... 날 위한 건지, 널 위한 건지...
정리한 팥은 먹을 만한 잎 따로 챙겨와 팥잎장아찌 담궜다.
팥잎장아찌를 먹으면 고기반찬 부럽지 않다는 한 할머니의 증언(?)을 전해들은 것이 있어 궁금하다.
<진안밤고구마, 진안재래물고구마, 진안재래흰고구마>
심은 고구마 줄기의 열 배는 되는 길이로 아주 힘차게 줄기 뻗어나가고 있다.
고구마 줄기에서 뿌리가 나오는데, 뿌리 내리지 말고 고구마 키우는데 힘 집중하라고
가끔씩 고구마 줄기 들어주고 있다.
<사과참외>
사과참외는 초반 자람이 느렸어서 신경 써 살폈다.
손주줄기에서 열매 맺는 것 생각하며 원줄기는 길어졌다 싶을 때 바로 질러주었고,
곁순 줄기는 튼실한 2개만 남기고 질렀다.
그리고 손주줄기에서 열매 맺는 것 보이면 손주줄기 끝 순을 질러주었다.
열매 튼튼히 자라 (따는 시기를 못 맞춰서 대부분 터지긴 했지만) 맛있게 먹고 씨앗도 받았다.
메론 맛이 났는데 정말 달고 맛있었다. 벌들이 순식간에 올 만큼..!
밭에서 터진 참외에, 그리고 부산물 정리하러 참외 부산물 들고 밖으로 나갔을 때,
몸통이 두 개로 나눠져 있고, 진짜 독보적으로 두툼한 왕벌ㅠㅠ들이 계속 왔다.
참외 부산물 담아 갔던 냄비를 버려둔 채 집으로 도망 왔다가 다시 나가 기웃거리다가
네 번째 갔을 때 마침 없어 햇볕에 뜨겁게 달궈진 간신히 냄비 챙겨올 수 있었다.
밭에 있던 작은 참외 하나가 터졌는데 밭에 있는 내내, 집에 갈 때까지도 도저히 벌이 떠나질 않아서 벌에게 하나는 양보했다.
열매 두 개씩 맺고 시절이 끝났기도 한 것 같고, 계속 오는 비에 힘든 것도 같고 거의 모든 잎이 누렇게 되며 사그라지고 있다.
<선비잡이콩>
사과참외와 함께 자랐는데, 사과참외 초반 자람새가 크지 않아서 둘이 어울려 잘 지냈던 것 같다.
메주콩만 순지르기 하는 줄 알고 있다가 선비잡이콩 순지르는 시절 놓치고 꽃시절로 들여보냈다.
비 오면서 넘어졌는데, 북주고 세워도 계속 다시 넘어진다.
사과참외와 깔아주었던 풀들 치우며 더 과감하게 북 주었다.
또 넘어지면 지주 해주려 했는데, 그 이후로는 잘 서 있고 기운도 차렸다.
<횡성재래마늘>
둘레 사는 언니들 마늘도 함께 봤을 때, 올해 마늘 자람이 좀 어려웠던 것 같다.
마늘쫑을 올리지 않고 시절 마무리 지었다.
또 자라던 흙이 딱딱했던 것도 알 크기 키우는데 어려움이 되었던 것 같다.
그래도 어엿하게 자라 나온 것이 기특했다. 비 소식 피해 마늘 캐서 그늘에 걸어두었다.
<쌀귀리>
3월 말 마음밭에 심었던 귀리, 오며가며 눈길로 보고, 한 번 딱딱해진 흙 풀어주고, 김 한 번 매준 것이 전부인데 (찍어둔 사진도 없다^^;;) 잘 자라주었다.
색이 노랗게 변하기 시작했을 때 언제가 수확 시기일까 익은 정도 확인한다는 이유로
몇 알씩 따 손에 쥐고 먹으며 밭으로 출근하곤 했다.
처음 받은 씨앗과 비교해보며 더 딱딱해져야 한다 생각하며 계속 두었는데,
어느 정도 노랗게 됐으면 비 맞지 않고 거둬 익히면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한 번 비 맞았지만 더 비가 이어질 예보인 것을 보며 거두었다.
익고 잘 마를 때까지 뒤집어가며 말리다가 날 쨍하니 좋게 뜬 날 손으로 훑어 볕에 한 번 더 말려 양파망에 넣어두었다.
한 번 더 내 마음 나고 볕 좋은 날에 바람에 까불려 알곡 정리해야지.
<완주봉동생강>
생강잎이 하나만 나오는 줄 알았는데, 여러 개가 삐죽삐죽 올라와 잎 펼치며 자란다.
땅 속은 어떤 모습일까.
<인제할머니긴호박>
호박 여러 구덩이 심었는데, 아주 어린 때 자람 멈추고 노랗게 되었고,
잘 자라는 듯 싶었던 것도 노랗게 되며 자람이 거의 멈추었다.
씨앗만이라도 남겨주면 좋겠다 생각하며 두 개를 감자 나온 자리로 옮겨왔고, 그 중 하나가 살아남아 줄기 뻗고 있다.
<무릉배추>
싹 나오는 시절, 어린 시절 벌레를 잘 살펴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야기 들었다.
한 곳에서 살피다가 옮겨심으려고 감자 나온 자리에 풀들을 깨끗이 정리하고 모종밭 만들어 줄 긋고 1~2cm 사이 두어 줄 뿌림 했다.
감자에 주었던 거름 덕도 볼 수 있겠다.
그리고 봄에 쓰고 남았던 상토에 감자 이랑 흙 더해 모종판에도 모종 냈다.
비 많이 올 때 모종판 배추는 한정된 흙 안에서 양분 잘 보존하도록 처마 밑에 들여주기도 했고,
배추를 농생활달력에 나와 있는 주보다 한 주 뒤 초반에 심었어서,
밭 배추에게는 옅게(1:10) 오줌액비도 주었다.
<진주대평무>
감자 나온 자리에 심으면 뿌리 잘 내릴 수 있을 것 같아 감자 나온 자리에 씨앗 넣었다.
지난 겨울 무 선물 받아 겨우내 먹었는데, 작은 무가 먹기에 좋았어서 좀 넉넉하지는 않게 심었다. 자람 지켜보며 너무 바투다 싶으면 솎으려고 한다.
비에 잎이 물러 사그라진 것도 있고, 빈 구덩이도 있는데, 그렇게 된 곳 근처에서 큰 무가 나오면 그 무를 씨앗용으로 남겨야지.
<해바라기>
잘 자라고 있다. :)
<산도(밭벼)>
육잎 거름 주고 보름쯤 후에 이삭 맺기 20일 전 거름 준다 생각하며 한 번 더 거름 주었다.
공부하기 전에는 벼꽃이 어떻게 생긴지 몰랐다가,
공부하면서 읭 이게 꽃이라고!? 하며 약간 데면데면 한 느낌이 있었다.
그런데 실제로 벼꽃을 보니 가느다랗고 작은 벼꽃이 파들파들파들 떨며 흔들리는 모습이 꽤 귀여웠다.
꽃 피어 수정이 필요한 시절에 비가 이어졌는데, 알곡으로 잘 이어졌으면 좋겠다.
벼에게 재거름을 쓰고 싶어 나무 주워다가 철통안에서 종이, 잣송이, 뒷간 휴지와 함께 태웠다.
이삭 맺기 20일 후 거름 생각하며 얼마 전 쌀뜨물과 재거름 주었다.
<얼룩토마토>
열매 익어가기 시작하며 크고 예쁜 것 씨앗용으로 먼저 골라 씨앗 받아두었고,
밭에서 일하며 새참으로 잘 따먹었다.
7월 중순 쯤 비 길게 오다 그쳤을 때 달걀식초물 한 번 주었다.
첫 꽃 따고 안 따고에 따라 열매 맺는 것 다를까 비교해보려 했는데, 열매 따는 것에 바빠 비교가 어려웠다.ㅎㅎ
이어지는 비에 토마토가 계속 터져서,
계속 엉덩이 부분 기웃거리며 아주 조금만 붉은기 시작되면 바로 따서 후숙시켰다.
둘레 이웃들 얼룩토마토랑 비교해 살펴봤는데, 유독 내가 키우는 토마토들이 잘 갈라지고 더 이른 때에 터지는 듯해서 달걀식초물 한 번 더 챙겨주었다.
그 이후 토마토가 훨씬 튼튼해져서 신기하다.
<인제할머니오이>
첫 오이는 손바닥 만할 때 따서 먹었고, 두 번째 달린 오이 중 크고 예쁜 것 두 개를 씨앗용으로 남겨두었다.
오이가 처음 시작되는 모양이 꼭 왕관 쓰고 허리에 손 얹고 아주 뿌듯한 얼굴로 뽐내고 있는 듯 보여져 너무 귀엽다.
씨앗용 오이는 꼭지가 말라질 때까지 밭에 두면 된다고 해서 두고, 혹시나 싶어 흙과 만나 무르지 않도록 밑에 풀 두둑히 괴어주고, 종종 살피며 풀 갈아주고, 더해주고 있다.
잘 익은 오이들은 밭 도착했을 때 아침으로 잘 따먹었다.
지난 겨울에 이웃언니가 소금에 절여둔 오이를 넣어 김밥을 말아주었는데 너무 황홀했던 기억이 있다.
오이를 좀 아껴두었다가 어제 오이 7개 따서 레시피 검색해서 절여두었다.
물 2L, 소금 510g (선택사항 +고추씨 한 국자)을 끓여 펄펄 끓는 상태로 오이에 부어준다.
(보통 구매할 때 보는 모양의 오이 50개 분량인데, 내가 키운 오이는 크기도 하고, 모양이 제각각이라 난 2배로 했다.)
다음 날 물을 따라내 한 번 더 끓여 완전히 식은 후 다시 부어준다.
7일 후 한 번 더 끓고 식힌 후 부어준다.
그러면 봄까지 실온에 보관해두며 꺼내 먹을 수 있다고 한다.
모든 과정에서는 오이가 상하거나 무르지 않도록 (꼭!) 물에 완전히 잠겨 있도록 잘 눌러 보관한다.
든든하고 하나하나 꺼내 먹을 생각에 신난다.
첫댓글 우와 붉은콩완두는 처음 봐요!!ㅎㅎ 신기하네요. 오이가 왕관 쓰고 있는모습!!ㅋㅋ 연상하지 못했는데 정말 재미있네요. 그렇게 보니 뽐내는 오이 모습이 보여요.
저도 올해 처음 키워봐요!ㅎㅎㅎ 흰꽃완두와는 다르게 씨앗이 쪼골쪼골 마르더라구요.
오이지는 끓여서 넣어야 오래 가는군요. 저는 그냥 소금물만 만들었는데, 늘 봄 되면 물러 지더라구요. 소금물을 끓여야겠군요...
으흐흐 저도 정말 그런지 봄까지 한번 가볼게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