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세미>
수세미는 정말 잘 자라고 있다.
갓끈동부와 오이 사이에서 자라고 있는데, 갓끈동부에게 가도 수세미가 보이고, 오이를 보러 가도 수세미가 보이고, 이랑 양 끝에서 자라고 있는 토마토를 보러 가도, 반대쪽 해바라기를 보러 가도 수세미가 보인다.^^
3개에서 지금 큰 열매가 12개가 자라고 있다.
꽃이 크고 벌도 잘 날아온다. 3m 거리두기 한 채 벌에게 고마운 마음 전하고 멀리 도망가 밭일한다.
살림 장만하려고 심었는데, 이웃언니가 수세미 잘 먹었단 이야기 듣고
세찬 바람 맞아 약간 기침 나던 날 수세미 볶아 먹었다. 애호박이랑 비슷한 식감으로 꽤 괜찮았다.
수세미 드시고 싶으신 분 얘기해주시면 한 분 따드릴게요^^ㅎㅎ
<갓끈동부>
초반 자람새 크지 않다가 어느 시절 지나면 쑥 크기 시작한다 들었는데, 정말 그랬다.
열매도 정말 이름에 맞게 길게 주렁주렁 달았다.
갓끈동부는 특히 요리로 접근이 어려워서 씨앗용으로 보낸 게 많다..^^
이번 날적이 올리고 바로 먹을 것들 따서 요리 해봐야겠다.
7월 7일. 최근 모습은 위 수세미와 함께 있어요. / 따왔다. 매끈한 것이 먹기에 제일 좋지만, 굴곡이 생긴 것도 충분히 익히면 잘 먹을 수 있다고 한다. 콩껍질이 흐들흐들해진 것은 씨앗용으로 쓴다고 한다.
<장흥앉은키강낭콩(얼룩)>
서리 여러 번 세게 맞고 힘들었지만 열매로 이어졌고, 지켜보고 있었는데,
비 이어지고 들여다보지 않은 며칠 사이에 금방 곰팡이가 피었다.
콩깍지에 얼룩무늬 생긴 콩깍지들과 얼룩무늬는 아직 없지만 곰팡이가 핀 것들 따서
콩깍지 벗겼는데,
썩은 것도 있고, 싹난 것도 있었고, 분홍빛인 것, 받았던 씨앗 무늬인 것 있었다.
씨앗 25알 심어 키웠는데, 25~30알은 남길 수 있을 것 같다.(그러면 좋겠다.)
마지막 남은 한 그루에 맺힌 강낭콩 여물길 기다리고 있다.
<감자>
갈색으로 말라가는 잎들은 중간중간 떼 주었고, 곧 시절 마무리 하겠다 싶었는데 7월 20일까지도 푸릇하고 꽃이 피었다.
더 길게 두고 싶기도 했지만 원줄기가 푸릇한건지, 헷갈려서 지르는 것을 놓친 곁순이 푸릇한건지 잘 모르겠기도하고
메주콩 옮겨 심을 자리가 필요해서 그냥 모두 캤다.
왼쪽 - 7월 7일 / 가운데, 오른쪽 - 7월 20일 모습. 사진만 남겨두었더니 어떤 감자인지는 모르겠다^^;;
비 이어지던 날 중 비 안 오는 날 하루 이틀 물 좀 빠지길 기다리다가 비 오기 직전에 캤다.
감자 캐는데 한 구덩이에서 큰 거 하나 나오기도 하고, 큰 거 하나에 작은 거 두 개 더해 나오기도 하는 걸 보며
내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게 있지 않을까 계속 흙을 파게 됐다...ㅎ
감자가 뻗어 나간 곳은 흙 느껴지는 감각이 달라서(부드러워서 흙이 슉 긁어진다.) 몇 번 캐다 보니 다 캤는지를 알 수 있더라.
그리고 가끔 물러진 감자가 나오기도 하고, 유독 색이 거무튀튀한 감자가 나오기도 했는데,
뭐가 잘못된 게 아니라 그게 씨감자라는 걸 새로 알게 됐다.
심은 감자 크기에 따라 차이를 비교해보고 싶었는데,
무게가 많이 나가는 것을 심은 구덩이가 초반 자람새가 좋았고, 캐봤을 때 확실히 큰 감자, 많은 감자가 나왔지만
굳이 큰 거를 심을 만큼의 아주 매력적인 차이는 아니었다.
다시 찾으려니 보이지 않지만 어떤 날적이에서 감자를 30~40g정도로 심는다고 본 기억이 있다.
감자가 씨앗이자 먹는 것이니 잘 먹고, 씨앗도 잘 이어가는 방법을 잘 찾으면 좋을 것 같다.
30g보다 작은 감자도 심었는데, 그런 감자는 거리를 다른 감자보다 가까이(나라면 20~25cm정도로 해보고 싶다.) 두어 심으면 심을 만한 듯하고,
30~40g정도로 감자를 심는 것이 심는 것도 먹는 것도 그 사이에서 아쉬운 마음이 오가는 마음에도 좋은 듯하다. 고 올해는 생각해봤다.
캐자마자 상처 나지 않고, 처음 봤던 모양을 잘 간직하고 있고, 30g 이상 되는 감자는 모두 양파망에 넣어 두었다. 내년까지 보관하면서도 변수가 있을 수 있으니 최대한 남겼다.
그리고 꼭 먹어보고 싶었던 익히지 않은 햇감자도 먹어보고, 쪄먹고, 국과 수제비, 칼국수, (감자 넣은ㅋㅋ)감자탕 끓여 먹으며 감자 마다의 맛과 식감을 즐겼다. 감자 넣어 끓인 국의 그 눅진한 느낌을 정말정말 좋아하는데, 내가 키운 감자로 먹는 게 신기하고 좋았다.
짜갈짜갈한 감자들은 익혀서 감자바게트로 만들어 먹었다.
강원돼지감자는 햇감자여도 약간 아린 맛이 있었고,
익혀 먹었을 때는 당연히 전부! 맛있었지만 강원돼지감자가 아주 입에 착착 붙는 어떤 맛(?), 식감(?)이 있어서 제일 맛있었고 그와 끝까지 호각을 다툴 정도로 홍감자도 아주 맛있었다.
눈뻘개감자는 흙을 씻어냈을 때 드러나는 뻘건 눈이 참 좋았고,
인제할머니감자는 다른 감자에 비해 큰 알들이 많이 나왔다.
여러 감자 중 이 네 가지 감자를 골라 키우길 아주 잘한 것 같다.
왼쪽 - 인제할머니감자(초록양파망), 강원돼지감자(오른쪽위), 한살림감자(그아래), 눈뻘개감자(왼쪽아래), 홍감자(오른쪽아래) / 눈뻘개감자 / 강원돼지감자
감자에게 힘 주겠다며 망종절기에 6개월 묵힌 쌀뜨물을 특별히 감자에게 거름으로 주었다.
<땡큐 아메바>읽으며 내가 준 쌀뜨물 거름은 썩힌물이었다는 걸 두 달 후인 지금 알게 돼 너무 미안하고 충격받았다.
내가 준 쌀뜨물로 어려움을 겪었었나 싶어 주목되었던 현상들 시기 찾아보고, 그 당시 사진들도 살펴봤는데, 눈에 보이는 현상들로 그 어려움이 나타나진 않고 지나갔던 것 같다.
인수에서 처음 하늘땅살이 할 때 쌀뜨물 거름 발효하는 법 공부하고 직접 실험해보기도 했는데도...
쌀뜨물 거름은 실온 발효의 경우 지금 계절에는 하루 발효하고 희석해 주는 것이 알맞은 것 같다.
<쇠뿔가지>
쇠뿔가지와 부채콩을 함께 자라게 했는데, 쇠뿔가지가 실제로 보니 나무같이 자라는 느낌이고,
부채콩도 땅 힘 좋은 곳에 자라다 보니 어마어마하게 튼튼하게 자랐다.
쇠뿔가지에게 준 거름을 부채콩이 나눠 먹기도 했겠다.
서로 간격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것을 지금 보며 확인한다.
통풍 잘되라고 쇠뿔가지 자람 봐가며 위에 잎 충분해 보일 때 아래 잎들 틈틈이 따 공간 마련했고,
아래 자라는 풀들도 신경 써서 김맸다.
모든 가지 자람도 이제 안정적이어 보이고, 방아다리 밑으로는 잎을 다 따주어도 된다고 들어서, 어제 방아다리 밑 잎 모두 따주었다.
<부채콩>
처음 부채콩을 알게 됐을 때 넓적한 줄기가 너무나 신기했는데,
그렇게 줄기가 넓어졌다. 가운데 부분에 꽃이 시작되는 것이 보인다.
가지와 부채콩 모습. 7월 7일 / 8월 15일 / 부채콩 넓어진 줄기
<칠성초>
가지와 같이 고추도 열매로, 씨앗으로 잘 이어질 수 있을지 걱정했는데,
고맙게도 방아다리 열매 맺고 지금 줄을 이단으로 칠 정도로 자랐다.
방아다리 열매 따주고, 그 다음 층에 열린 열매는 씨앗용으로 익어가도록 두고, 그 위에 달리는 열매를 따 먹으면 씨앗도 먹는 것도 잘 챙길 수 있다고 이웃언니가 이야기해주셨다.
새끼손가락 만할 때가 맵지 않다고 듣기도 했고 정말 그래서, 그만한 크기일 때 따먹고 있다.
7월 7일 방아다리 기념사진 :) / 8월 15일
<왕고들빼기>
왕고들빼기가 정말 내 키보다 크게 자라더라...!
그리고 밑동을 남겨두면 거기서 다시 작은 잎이 나는 것을 보며
작물들 자람 어렵지 않도록 모두 밑둥 잘라주었고, 먹을 잎들 모아 장아찌 담갔다.
왕고들빼기에서 나오는 하얀액이 보기만 해도 나를 건강하게 해주는 느낌이라 좋다.
<번행초>
번행초는 녹두에 묻힌 듯 하지만 잘 자라주고 있다. 내년엔 이렇게 심지 말아야지..^^
<녹두>
녹두는 한 구덩이에 두 개씩 자라고 있는데, 엄청 무성해지고 자기들끼리 꼬이고 치이고, 넘어지고 했다.
북 주어 세워도 다시 넘어지는 걸 보며 나중에 열매를 잘 따기 어려울 것 같았다.
그래서 얇게 휘어지는 모양의 지주를 사이사이에 휘어 박아 끈 둘러주고,
지주와 끈 위로 녹두를 적당하게 걸쳐주었는데,
꽤 그래도 통풍도, 지지도 괜찮아 보이고 열매도 잘 보일 것 같다.
왼쪽위부터 - 6월 20일. 작은 씨앗에서 어떻게 정말 저렇게 나올까? / 7월 7일 / 8월 15일 / 8월 17일
<들깨>
들깨는 솎아서 키우고, 자람 좋은 아이들 위주로 옮겨 심고, 밀보리 거둔 곳에도 옮기고,
순질러서 곁순 내며 잘 자라고 있다. 들깨 밭 사이로 지나가면 들깨가 몸에 스칠 정도로 자랐다.
올해 들깨페스토와 깻잎김치에 생각만 해도 침이 나올 정도로 완전 정말 홀딱 반해버렸다.
널리널리 알리고 싶어 레시피도 남긴다. ^^
들깨페스토
깻잎 30, 잣(견과류) 8, 기름 25~40(믹서기에 잘 갈릴 정도. 솎은 깻잎은 기름이 많이 있을 때 잘 갈렸고, 큰 깻잎은 그보다 적게 넣어도 잘 갈렸다.), 소금 1/4큰술
빵에 발라 먹거나, 구운감자에 바르거나, 샐러드나 밥, 국수에 비벼 먹을 수도 있다.
참고로 견과류가 구하기 어려우면 예전에 한 언니가 견과류 대신 삶은 콩으로 페스토 만들어준 적도 있는데 그것도 맛있었다.
깻잎김치
깻잎 40~50장, 양파 1/2개, 당근 1/2개, 간장50ml, 멸치액젓 2큰술, 다진마늘 1큰술, 효소 80ml, 고춧가루 2큰술 반
양파 당근을 채썰어 양념과 섞은 후 깻잎 2, 3장씩 깔고 양념 바르고를 반복해가며 쌓는다.
하루 이틀 정도 지나 뒤집어 준다.
<검은깨>
끝 두 이랑에 잘 나왔던 참깨 싹이 두 손 안에 개수를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어느 순간 사라져버렸다..
잘 나오는 것만이 아니고 그 이후에도 이렇게나 사라져버릴 수 있구나 싶었다.
흙 속 애벌레가 꽤 보였는데, 그 애벌레가 먹지 않았나 추측하며 7월 초에 다시 씨앗 넣었다.
늦게 심은 만큼 잘 자라도록 잎 가까워졌을 때 늦지 않게 솎아주며 거리 확보해주었다.
꽃 핀 시절에 비가 이어지며 꽃이 떨어져 꽃밭이 됐었고, 수정이 됐나 싶어 마음 졸였다.
크면 큰 대로, 작으면 작은 대로, 자기 시절대로 꽃 맺고, 씨앗 맺고, 몸집 키워가며 자라고 있다.
참깨밭 같이 하고 있는 이웃언니가 재 섞어 씨앗 뿌리면 발아하는데 도움이 될까 실험으로 한 이랑은 재 섞어 뿌리셨었다.
싹이 나오는 데는 크게 차이는 없는 듯 했지만 지금 자람을 보니 거름으로 도움이 됐는지,
그 이랑 참깨들이 유독 잘 자랐다.
<메주콩>
감자 나온 자리에 메주콩 옮겨 심어 이랑 늘릴 것 고려해 한 구덩이에 4알씩 심었다.
두더지도 많이 지나가고, 새가 많이 먹고 가기도 했다.
예전에 대학교에서 공부할 때 과제로 제작했던 씨디가 몇 장 있는데,
하늘땅살이에 쓸모 있을 것 같아 버리지 않고 두었다가, 이번에 딱 쓰면 좋겠다 싶어 반갑게 찾아 꺼내 줄에 엮어 길게 늘여두었다.
그 덕분인지, 새가 먹기엔 좀 커졌는지 모르겠지만 그 이후로는 새가 잘 오지 않았던 것 같다.
혹시 방문할 고라니한테도 좀 불편감을 줄 것 같아 그대로 두고 있다.
그리고 그 씨디라는 걸 잊고 있었는데, 대학교 때부터 만나 지내오는 친구들이 홍천에 놀러와 밭에 구경 왔다가 “아니 선생님, 이걸 이렇게 쓰시는 건가요?”하며 정말 빵터져서 한참 웃다가 사진 찍어야겠다며 사진 찍어갔다.....^^
감자 나온 이랑과 빈 구덩이에 메주콩 옮겨주었고,
한 구덩이에 주로는 1개가 자라고 있고, 몇 구덩이는 2, 3개를 남겨두기도 했다.
팔 5개 정도 뻗었을 때가 적당하다 생각하며 순 질러주었다. 지금은 꽃 시절로 들어갔다.
<붉은팥>
팥종류는 집 둘레가에 던져두고 키운다는 말을 들어서
가볍게 호미질 한 번 한 구덩이에 한 알씩 쏙쏙 넣었다.
싹이 잘 났고 그 이후 비가 길게 이어지며 웃자란 듯한 자람새로 길쭉해졌다.
그리고 어느날 하루 이틀사이에 흙 속에 있던 누군가가 똑똑 끊어 먹어 정말 반이 사라졌다...!!
7월 4일 반이 사라졌다. / 7월 7일 호리호리해 보인다.
자라가면서도 뭔가 곧 넘어질 듯 불안해 보여 북주었는데, 그에 더해 두더지도 여러 번 지나가면서 넘어졌다.
빈 구덩이가 생기며 공간이 넓기도 하고, 그동안의 팥 자람새 떠올려봤을 때 넘어진 대로 둬도 괜찮을 듯해 두었다.
8월 15일 / 8월 19일 꽃시절로 들어왔다.
첫댓글 참깨는 들깨보다 이르게 꽃이 피네요. 붉은팥 힘내라!
조금 늦게 본 글...^^ 수세미 완전 공감하며 읽었어요! 수세미 어떻게 먹나요?
(얻어먹어본 사람으로^^)여리고 어린 시절에 애호박스럽게 된장국에 넣은걸 먹었어요. 저는 먹을만한 크기(?)라며 하나 땄는데 안에 섬유질이 막 생길 때라서 별로였어요. 정말 작고 여릴때 먹어야 하는것 같아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