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KTX대구역입니다. 가입한 지는 좀 되었지만 게시글은 이번 글이 처음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오늘은 흔히 알려진 것과 다른 동대구역의 탄생 비화에 관해 다뤄보려 합니다.
흔히 대구의 관문역은 대구역이었으나, 도심에 위치해 확장이 어려워 당시 기준으로는 도심에서 떨어진 곳에 새로 만든 역이 동대구역이고, 이 때문에 대구의 주 관문은 동대구역이고 대구역은 위치상 이점으로 중단거리 일반열차들이 정차하는 보조 역으로 기능하고 있다고 아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또한 대구역이 처음부터 지금과 같은 규모의 부지만을 갖고 있었으며, 그렇기에 규모는 협소한데 확장은 어려워 동대구역을 만들었다고 아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대구역은 태생적으로 작은 역이 아니었습니다.
https://m.facebook.com/story.php?story_fbid=108323301396524&id=102592058636315
링크의 1954년 사진에서 볼 수 있듯 원래 대구역은 조차선과 측선을 포함해 42선 규모의 대형역이었습니다.
그러다가 동대구역이 생긴 후 1974년 사진을 보면 선로가 걷히고 그 자리는 구획정리지구로 개발되었고, 대구역지하차도가 들어서고 시민회관이 들어서면서 역사 규모가 현재 수준으로 대폭 축소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작은 대구역의 확장이 주변 시가지로 인해 어려워 동대구역을 만들었다기보단 대구역의 철도 시설들을 동대구역으로 옮기고 그 빈자리를 시가지가 채웠다고 보는 것이 맞다는 걸 알 수 있죠.
동대구역은 대구역의 확장이 어려워서라기보다는 역사를 관통하는 지하차도 건설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했던 당시 대구역으로 인해 단절된 남북을 연결하고, 대구 동부 개발을 촉진하고자 만들었다고 보는 쪽이 타당합니다.
https://newslibrary.naver.com/viewer/index.naver?articleId=1966071600099205023&editNo=1&printCount=1&publishDate=1966-07-16&officeId=00009&pageNo=5&printNo=98&publishType=00020
https://newslibrary.naver.com/viewer/index.naver?articleId=1970092800099203023&editNo=1&printCount=1&publishDate=1970-09-28&officeId=00009&pageNo=3&printNo=1400&publishType=00020
https://newslibrary.naver.com/viewer/index.naver?articleId=1989061500329213001&editNo=3&printCount=1&publishDate=1989-06-15&officeId=00032&pageNo=13&printNo=13452&publishType=00020
https://m.imaeil.com/page/view/2011042114272890735
또한 당초 대구역은 여객, 동대구역은 화물 전용으로 계획됐으나 최종적으로 동대구역은 여객, 화물 모두 취급하는 역으로 개통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대구역 축소와 동대구역으로 관문역 대체는 여러모로 잘못된 결정이었다고 봅니다.
대구의 관문역은 동쪽에 치우쳐 있는데, 시가지와 행정구역은 고도제한과 그린벨트에서 자유로운 달서구, 달성군 방면 위주로 확장되고 동구, 수성구 일대는 상대적으로 개발이 지지부진하며 인구가 대구의 서쪽에 집중되게 되었고, 서부 지역 주민들의 필요에 의해 서대구역을 또 만들어야 했습니다. 그렇다고 동대구역이 동부 지역에서 대구역에 비해 아주 접근성이 뛰어난 입지도 아닌 것이, 시지 등에서는 대구역이나 동대구역이나 대중교통 소요시간이 비등합니다.
도시철도 계획 역시 동대구역이 만들어지지 않았다면 1호선은 경북대를 경유할 수 있었을 것이고, 도심을 코앞에 두고 동대구로 확 틀어버리는 4호선 계획도 나오지 않았겠지요.
또 도시계획적인 측면에서도 대구역 일대의 도심 공동화 등 여러 부작용이 현재진행형입니다.
한편 동대구역이 생기지 않고 대구역이 계속 대구의 관문역이었다면 영등포역, 구포역처럼 대구의 보조역은 어디가 되었을지도 궁금해지네요.
첫댓글 와.. 저도 대구역이 작고 도심지라 개발이 진행되어 불가피하게 동대구역이 만들어졌다고 알고 있었는데 아니었군요.. 처음 알았습니다! 맨날 대구역이 있는데 주변 부지 좀 사서 확장하지 생각을 했는데 정반대였네요..
서대구역이 되었겠지요. 달빛철도도 더 빨리 지었어야 했고요. 지방에 몇조 투자를 너무나 아깝게 생각하는 수도권 언론과 중앙 정부 때문에 토가 나올 정도로 역겹기 그지 없네요. 수도권에는 수십조도 당연하게 여기는 이중적인 태도 때문겠지요.
도심한가운데 저런 거대한 시설을 두기는 힘들었을겁니다. 동대구역의 설치는 어쩔수 없는 차선책이었을거구요.
부산은 한쪽면이 도심, 반대쪽이 항구에 접해있어서 가능한 상황이고 서울역, 용산역도 기지창과 유치선들을 다 걷어내는 현실을 보면
1960년대가 아니라 그 뒤의 시점에 대구역 축소 대체역 개설은 어차피 일어날 일이었을겁니다.
또한 동대구IC-고속/시외터미널과 연계한 철도역 신설도 하나의 축이었을거구요.
대구시는 한때 동대구역→대구역, 대구역→달구벌역으로 개명을 추진하다가 시민들이 원하지 않는다고 해서 중단한바도 있듯이 대구광역시 자체가 동대구역을 거점이라고 이미 인지하고 있다고 볼수있겠네요.
대전역이 여객은 두고 화물과 차량시설만 대전조차장으로 옮긴 것을 보면 대구도 초기 계획대로 도심에 계속 두기 쉽지 않은 화물과 차량시설만 동대구역으로 옮겼으면 더 좋지 않았겠는가 싶습니다. 60년대에 동대구역을 만들지 않았더라면 대구 시가지의 개발 흐름을 볼 때 관문 여객역 자체를 옮기기보다는 서쪽에 영등포역이나 구포역 같은 보조 역사가 들어서는 정도로 정리되지 않았겠는가 싶습니다. 버스 터미널도 동대구역 및 동부 개발과 맞물려서 들어선 것인데, 동대구역이 없었더라면 IC와 지하철 모두 연계되는 외곽에 자리잡지 않았겠는가 싶습니다. 실제로 90년대에 이전도 검토됐구요.
동대구역 대신 신대구역으로 명칭을 정했더라면 혼란은 덜했을 듯 하네요.